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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월드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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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코츠월드는 여행자가 상상할 수 있는 영국 시골의 모든 이미지를 충족시키는 장소이다. 고풍스러운 석조 주택으로 이루어진 예쁜 마을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이어지고, 완만한 언덕이 그 사이사이를 오르내린다. 멋스러운 시장 주변으로는 골동품을 파는 상점과 오래된 여관들이 가득하다. 영국 남서부 여섯 개 주에 걸쳐 펼쳐진 이 지역은 중세 시대 양모 무역으로 부유해졌으며, 지금도 평온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코츠월드의 질 좋은 식재료는 오랫동안 호텔 레스토랑과 숙박이 가능한 펍의 메뉴에 생동감을 부여해 왔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간 새롭게 문을 연 숙소들과 리노베이션을 마친 공간들이 레트로한 분위기의 멋스러움과 위트 넘치는 감각을 숙소 신에 더하고 있다.

* 기사에 명시된 모든 숙박료는 별도 언급이 없는 경우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스탠더드 더블룸 가격이다.

현지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
더 피그 인 더 코츠월드
장작 타는 냄새가 반겨주는 더 피그 인 더 코츠월드는 호텔 그룹의 10번째 지점으로, 2024년 말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의 사이런세스터Cirencester 부근에 문을 열었다. 17세기 지어진 전통적인 고급 시골 저택이었던 이 매너 하우스manor house는 꿀빛 석조 외벽과 격자무늬 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꽃무늬로 꾸며진 침실의 소박한 우아함에 이르기까지 내 집 같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이곳 특유의 꽃을 테마로 한 분위기는 한때 이 집의 주인이자 원예가였던 로즈메리 베리Rosemary Verey의 유산인 아츠 앤 크래프츠 스타일 정원에서도 살아 숨 쉰다. 이 숙소의 멋진 요소 중 하나는 ‘25마일 메뉴’로, 모든 재료는 호텔 반경 25마일(약 40km) 내에서 조달된다. 부엌 정원에서 자란 신선한 허브와 비트, 그리고 코츠월드산 양고기로 만든 창의적인 요리를 소박한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객실 투숙 약 47만원부터.
thepighotel.com

 

(왼쪽부터) 더 렉토리 호텔의 아침식사. 타임의 잉글리시 로즈 룸.

아늑하고 우아한 분위기
더 렉토리
18세기에 지어졌을 당시, 더 렉토리는 목사가 자신의 자녀 14명과 함께 지내기에 충분한 침실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2017년 윌트셔Wiltshire의 작은 마을 크러드웰Crudwell에서 부티크 호텔로 새롭게 탄생하며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돌로 만든 벽난로, 널찍한 나무 바닥이나 석판 바닥 같은 원래의 구조는 그대로 보존되었고, 액자에 담긴 앤티크 지도와 시대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구들이 조화를 이룬다. 호텔 분위기는 매우 편안하며, 손님들이 라운지의 벽난로 옆에서 모노폴리를 즐기거나, 바의 부드러운 벨벳 소파에 앉아 마티니를 홀짝거리는 광경이 펼쳐진다. 식사는 나무 패널로 꾸민 따뜻한 분위기의 다이닝룸이나 화사한 유리 온실에서 제공하며, 꿩 토르텔리니, 혹은 대구살에 브라운 쉬림프와 파슬리, 안초비 소스를 곁들인 요리 같은 창의적인 메뉴가 시선을 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산책하거나 18개의 객실 중 한 곳에서 낮잠을 즐겨본다. 객실을 감도는 평온한 분위기가 오롯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어떤 객실에서는 다리가 달린 빈티지한 욕조가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객실 투숙 약 33만원부터.
therectoryhotel.com


걷기 여행자에게 최고의 장소
더 불, 찰버리
나무 기둥이 드러난 천장과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가 인상적인 이 유서 깊은 펍은, 1500년대부터 옥스퍼드셔Oxfordshire의 찰버리Charlbury 마을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주변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의 아늑한 분위기에 점차 동화되면서 소박한 요리들을 판매하는 지하 레스토랑으로 이끌리게 될 것이다. 이 레스토랑의 셰프는 지역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더 불의 10개 객실 중 가장 아름다운 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밖으로는 세이지 빛 언덕에 바느질하듯 오밀조밀 이어진 석조 오두막들이 내려다보이며, 영국 특유의 고즈넉하고 아늑한 풍경이 들어온다. 각 객실은 포근한 느낌을 주는 빈티지 펠트 소파가 놓여 있는 등 긴 산책 끝에 지친 여행자를 위해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 가장 넓은 방에는 피로를 풀 수 있는 독립형 욕조가 마련되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기 좋다. 문 옆에는 헤이즐넛 나무로 만든 지팡이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이는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듯 여행자를 다시 자연 속으로 이끄는 초대장 같기도 하다.
객실 투숙 약 28만원부터.
thebullcharlbury.com

(왼쪽부터 시계 방향) 나무 기둥 천장과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가 인상적인 더 불. 옥스 반 레스토랑. 타임에 있는 복원된 17세기 건물 중 하나.

자연과의 연결을 원한다면
타임
글로스터셔에 위치한 타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이라는 실로 엮어진 곳이다. 창립자 캐린 히버트Caryn Hibbert가 직접 디자인한 식물 프린트와 꽃무늬 벽지부터, 주방 정원에서 수확한 재료에 따라 바뀌는 메뉴까지, 이곳의 모든 것이 자연에서 비롯된다. 스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근 물가의 목초지에서 재배한 식물에서 얻은 성분을 활용해 자연의 향과 호흡에 집중하는 이곳만의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부지 곳곳을 거닐며 야생 공간을 찾아온 다양한 새들을 관찰한 뒤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가만히 공간에 스며들다 보면 이곳은 본질적으로 고요하고 평온한 공간임을 알게 된다. 게스트룸, 바, 부티크, 갤러리 등이 들어선 건물은 원래 농장 건물을 복원한 것으로, 자연 소재로 원형의 아름다움을 살린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높은 층고의 웅장한 옥스 반Ox Barn 레스토랑은 이곳에서 자란 식재료를 만끽하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자두와 사과, 라디키오(이탈리아 치커리)를 곁들인 오리 요리 같은 메뉴를 통해 그 풍미를 누릴 수 있다.
객실 투숙 약 76만원부터.
thyme.co.uk

개성 있는 디자인
카우리 매너 익스페리멘털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은 글로스터셔의 첼트넘Cheltenham 근처에 위치한 이 17세기 저택의 정원을 거닐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감을 얻었다. 오늘날 이곳을 방문한 투숙객들도 어쩌면 토끼굴 속으로 떨어진 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호텔은 대담한 색감과 현대미술을 과감히 수용했으며, 이탈리아풍 건축 구조 곳곳에 체커보드 무늬 러그와 유약 처리된 용암석을 위트 있게 배치했다. 총 36개 객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으며, 3층짜리 트리하우스부터 캐노피 침대와 전용 테라스를 갖춘 스위트룸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파리의 유명한 익스페리멘털 칵테일 클럽Experimental Cocktail Club과 같은 그룹이 운영하는 바에서는 라이브 DJ 음악과 함께 독창적인 칵테일 리스트를 즐기는가 하면, 웅장한 느낌의 다이닝룸에서는 창의적인 요리들을 음미해볼 수 있다. 호화로운 휴식 뒤에는 모던한 스타일의 스파 수영장으로 향한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처른 밸리Churn Valley의 숲이 시선을 압도할 것이다.
객실 투숙 약 57만원부터.
cowleymanorexperimental.com


현지의 삶을 느끼고 싶다면

더 플라우 인
전형적인 영국 시골 펍을 떠올려본다면 옥스퍼드셔Oxfordshire 켈름스콧Kelmscott에 위치한 이 17세기 여관이 바로 그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깔끔한 석판 바닥, 드러난 목재 들보, 장식용 수레바퀴까지 갖춘 고즈넉한 분위기의 바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장작 난로 옆에서 핸드펌프 맥주를 즐기며 잠시 머물다 가는 단골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레스토랑에서는 새우 칵테일부터 사냥한 재료로 만든 고기파이까지, 주민들에게 익숙한 전통 요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가스트로 펍 스타일 음식을 선보인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8개의 소박한 객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곳에 걸려 있는 19세기 직물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프린트가 시선을 끈다. 그는 이 마을에 집을 두고 살았으며, 현재 그 집은 박물관으로 개방되어 있다. 
객실 투숙 약 18만원부터.
theploughinnkelmscott.com


모던 아트를 좋아한다면
아티스트 레지던스
16세기 농가에 현대 갤러리의 감각을 더하면 바로 옥스퍼드셔의 사우스리South Leigh 마을에 위치한 이곳 같은 모습이 아닐까. 펍 내부는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조화를 이루는 가구들, 그리고 그 위를 장식한 팝아트 프린트와 네온사인이 어우러지며 예술과 빈티지가 공존하는  공간을 선보인다. 레스토랑에서는 으깬 감자를 곁들인 푹 익힌 소고기 요리를 불에 그을린 듯한 오렌지색 벤치에 앉아 즐길 수 있다.
객실 9개 중 대부분은 별채에 자리하며, 그중 하나인 스테이블 룸Stable Room은 원형 그대로의 나무 들보와 독립형 욕조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이다.
객실 투숙 약 37만원부터.
artistresidence.co.uk 

가스트로 펍에 가장 어울리는 곳
킹엄 플로

차를 몰고 돌로 된 마차 아치 아래를 지나 세월의 흔적이 깃든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가 맞이한다. 이 광경은 400년 전에 왔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 마차 여관이던 이곳에서는 따뜻하게 환대하는 직원들이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고급 펍 요리를 제공하며, 벽난로 옆이나 아늑한 식당 공간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총 6개 객실은 은은한 색상의 꽃무늬와 줄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올해 최대 네 명까지 머무를 수 있는 취사 가능한 객실 리틀 반Little Barn이 새롭게 추가됐다.
객실 투숙 약 37만원부터(리틀 반은 약 85만원부터).
thekinghamplough.co.uk

(왼쪽부터) 폭스힐 매너 전경. 더블 레드 듀크의 미디엄룸.

여유로운 럭셔리
폭스힐 매너

시골의 대저택에서 살아본다면 어떨까 상상해본 적 있는지. 그 꿈을 잠시나마 현실로 만들어줄 곳이 바로 폭스힐 매너이다. 워스터셔Worcestershire의 브로드웨이Broadway 마을을 내려다보는 200만m2 규모의 광활한 영지 안에 자리한 이 아트 앤 크래프트 스타일 빌라는, 전반적인 분위기부터가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정해진 식사 시간도, 격식을 차린 다이닝룸도 없으며, 손님들은 주방에 들러 셰프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식사 메뉴와 시간을 정할 수 있고, 식사 장소 또한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벽난로 옆 안락의자도 좋고, 정원을 내려다보는 창가 좌석도 근사하다. 직원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서도 투숙객의 모든 바람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잔이 비지 않도록 따라주는 샴페인, 프라이빗 시네마에 전해지는 애프터눈 티, 일출 전에 맞춰 준비되는 온수 욕조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다가온다. 객실은 단 8개뿐이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아함과 넉넉한 공간감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다른 투숙객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형성된다.
객실 투숙 약 136만원부터.
foxhillmanor.com

즐거운 분위기
더블 레드 듀크

16세기 이곳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더블 레드 옥수수Double Red Corn를 선물했다는 공작 듀크Duke의 이름을 딴 이 클랜필드Clanfield의 호텔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파라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탕처럼 경쾌한 줄무늬가 있는 파라솔이 금빛 석조 건물과 어우러진다. 호텔 내부로 들어서면, 낮은 천장 아래 작고 아늑한 공간들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장작 난로와 세이지색 안락의자가 놓인 장소는 위스키 한잔이 특히 잘 어울린다. 호텔의 중심은 오픈 키친인데 이곳에서는 셰프들이 갈리시안 블론드 소의 갈비를 불에 올리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마치 티라노사우루스도 만족할 만큼 크고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카운터 옆에서 즐길 수 있다.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길 건너편에 새롭게 문을 연 메이슨스 암스Mason’s Arms에 들러볼 것. 이곳은 호텔에 딸린 옛 전통 여관으로, 지금은 가자미와 해변 채소처럼 계절에 맞춘 요리를 제공한다. 배가 든든하게 찼다면 빈티지 가구와 패턴 벽지로 꾸며진 19개의 객실 중 한 곳에서 푹 쉬어야 할 시간이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햇살 가득한 가든 룸Garden Room에서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이 공간은 밤이면 바bar로도 운영된다.
객실 투숙 약 109만원부터.
countrycreatures.com

글. 어맨다 캐닝AMANDA CANNING, 조지 클로드GEORGE CLODE, 샘 켐프SAM KEMP, 안젤라 로카텔리ANGELA LOCATELLI, 조지아 스티븐슨 GEORGIA STEPHENS, 올라 토마스ORLA THOMAS
사진. 제이크 이스탐, 에드 스코필드, 더 불, 레이첼 스미스/타임, 미스터 트리퍼, 폭스힐 매너, 크리스 테리/더블 레드 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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