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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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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여행자가 원주를 바라보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연의 눈높이에 서기도 하고, 꽃향기를 좇아 고개를 숙이는가 하면, 고요한 서재에 들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다가, 하늘 위에 올라 도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LANDSCAPE
자연과 자연 사이

(위부터)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스카이타워와 울렁다리. 소금산 그랜드밸리 하늘정원에 있는 분수.

날카롭게 솟은 암벽과 수려한 경관으로 인해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소금산. 이곳을 다양한 각도에서 즐기는 방법이 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첫 관문은 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다. 천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소금산의 전경이 시야를 채워 여정의 기대감을 높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산 아래 굽이치는 섬강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이어지는 길에서는 절벽을 따라 설치된 잔도를 걸으며 세월에 깎인 암석과 마주하게 된다. 찬연하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분수가 솟구치는 정원, 우거진 숲길 사이로 조성된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지나온 길이 한눈에 펼쳐지는 스카이타워 전망대에 도달한다.
곧이어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하이라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코스 초입의 출렁다리보다 두 배 가까이 긴 404m 소금산 울렁다리는 소금산과 맞은편 간현산을 연결한다.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발걸음에 따라 요동치는 다리를 조심스레 걷다 보면,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삼산천의 물결과 날아오르는 새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강원 원주시 지정면 지정로 317

Do it. 2025년 10월 25일까지 암벽을 배경으로 미디어파사드 쇼와 음악 분수 공연인 나오라쇼가 진행된다. 원주의 대표 설화인 ‘은혜 갚은 꿩’을 소재로 한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한다.


FOCUS
나에게로의 초대

(위부터 시계 방향) 자연광이 들어오는 사색과 몰입의 실내 공간. 모든 좌석은 책에 집중하도록 놓여 있다. 사색과 몰입에 놓여진 인문학 서적들.

‘사색’과 ‘몰입’.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지닌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여행자를 깊은 내면으로 인도한다. 원주천이 스쳐 지나가는 곳에 자리한 사색과 몰입은 하천의 느릿한 물줄기처럼 고요한 공간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이용객들이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지 않도록 각 좌석이 서로 비껴 배치되어 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독서대만이 시선을 이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공유 서재는 정해진 시간 동안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이기윤 대표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원주는 자연이 커요. 도시 어디에서나 자연을 쉽게 마주할 수 있죠. 자연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집중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공간을 열게 되었어요.” 비어 있던 공간에 직접 타일을 붙이고 가구 위치를 정해가며 실내를 꾸몄지만 사색과 몰입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생각을 곱씹는 ‘사색’과 그 안으로 깊이 뛰어드는 ‘몰입’이다. 이곳에선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책장에서 마음에 드는 인문학 책을 펼치거나 가사가 없는 음악을 음미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번잡한 세상에서 잠시 잊힌 자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사색과 몰입
강원 원주시 단구초교길 41 2층

Do it. 이기윤 대표가 가장 아끼는 책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계발서인 〈인간관계론〉, 〈자기관리론〉, 〈성공대화론〉이다. 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보라.


SCENT
마음에 남긴 꽃향기

(위부터 시계 방향) 식물과 햇살로 채워진 로사넬라의 체험 공간. 로사넬라의 외관. 형형색색의 장미들.

‘첫사랑’. 장미의 한 품종인 로사넬라rosanella의 꽃말이다. 그러니 로사넬라 농장에 들어서기 전, 장미와 사랑에 빠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농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채로운 색을 지닌 수천 송이 장미들이 저마다 은은한 향기로 맞이한다. 이곳은 네덜란드의 글로벌 장미 농장 인터플랜트interplant와 계약을 맺고 총 80여 종의 장미를 재배하는 체험형 장미 농장 겸 카페다. 선홍빛 캐칭 트렌드세터, 보랏빛 바이올렛 레이디, 주황색 선플로 등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감상할 수 있는 장미들만 해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마음에 드는 장미를 가지고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농장 바로 옆 유리 벽과 천장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진행된다. 자연광이 환하게 비추는 실내에는 로사넬라를 운영하는 김광환, 김세정 부부가 직접 조향한 장미 농장 향 디퓨저가 놓여 있어 마치 또 다른 정원 안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이 고른 장미를 다듬어 칠링백에 담아 가거나, 하트 모양 플로럴 폼 위에 꽃꽂이해서 간직할 수도 있지만, 꽃이 시들거나 향기를 잃는 것이 아쉽다면 장미 향을 그대로 담은 고체 방향제를 만들어 오래도록 추억을 간직할 수도 있다.
로사넬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궁촌샛담길 1

Do it. 장미 생화뿐 아니라 이곳에서 말린 드라이플라워나 직접 키운 로즈메리, 다양한 다육식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AIR
하늘을 달리다

(위부터 시계 방향) 이륙하는 성주항공의 경비행기. 조종연습허가서를 발급받으면 직접 조종대를 잡아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섬강.

원주시 문막읍, 치악산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섬강 인근 들판에서 노란색 경비행기에 탑승한다. 복잡한 공항도, 긴 대기 시간도 필요 없다. 포장되지 않는 지면을 달리는 경비행기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 두근거리던 마음은 하늘로 떠오르며 차츰 잦아든다. 고도계는 어느덧 70m 상공을 가리키고 있지만, 하늘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두려움을 잊게 만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금산 출렁다리,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충주호, 파도처럼 굽이치는 치악산의 능선이 창밖을 스쳐 간다. “방금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넘어왔어요. 저 산 너머에는 경기도가 있죠.” 미국 발리바 비행학교에서 조종사 자격증을 획득해 어느덧 30년째 하늘을 가르고 있는 백효현 조종사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섬강이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흥원창과 그 주위를 둘러싼 도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주항공은 경비행기를 타는 것을 넘어 조종석을 직접 조작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누구나 항공청의 조종연습허가서만 발급받으면 준비는 끝난다. 핸들을 잡고 바람을 느끼는 순간, 고개를 들어야만 보이던 하늘은 또 하나의 여행지가 된다. 경비행기의 매력에 빠졌다면 성주항공의 조종사 면허 취득 과정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싶다.
성주항공 
강원 원주시 문막읍 견훤로 941-21

Do it. 성주항공에서는 15분부터 50분까지 치악산, 남이섬, 충주호 등 원주시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코스를 제공한다.

 

 

글. 차성민SEONG-MIN CHA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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