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인주의 이 작은 도시는 놀라울 만큼 강렬한 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서양의 풍부한 해산물과 풍요로운 동부 해안 내륙에서 영감받은 포틀랜드의 팜투테이블 레스토랑과 대담한 신예 군단이 저마다 실력을 뽐내며 우리를 맞이한다.

“예전에는 굴 양식이 남성 중심의 일이었어요.” 에이미 가이에로Amy Gaiero가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죠. 바다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보이니까요.” 아침 공기는 아직도 쌀쌀해서 그녀의 말이 반짝이는 알루미늄 바지선 위에 하얀 입김으로 퍼진다. 우리는 노티 시스터스 시팜Nauti Sisters Sea Farm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다. 그곳은 에이미와 알리시아Alicia, 첼시Chelsea, 세 자매가 함께 운영하는 작지만 강한 굴 양식장이다. 이들이 기른 조개류는 포틀랜드 고급 레스토랑의 흰 식탁보 위로 향하게 된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에이미는 흔히 생각하는 양식업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젊은 여성이며 트렌디한 아웃도어 차림새이다. 심지어 조개류 알레르기도 있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지역 밀착형 식재료를 손수 수확한다는 매력에 이끌려 예상치 못한 천직을 갖게 되었다. 노티 시스터스의 해상 양식장에 닻을 내린 후 바다에 떠 있는 24개의 구조물 사이에서 에이미는 물에 젖은 굴 더미를 끌어 올린다. 그녀는 능숙하게 굴 하나를 까더니 허리춤에 찬 휴대용 병에서 오이와 멜론 향이 나는 식초를 뿌리며 마치 세례와 같은 의식을 행한다.
나는 그녀가 건넨 굴을 한입에 삼킨다. 미국 동부 해안의 굴은 겨울을 준비하며 살이 오른 덕분에 놀라울 만큼 통통하고 짭조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 “동부 굴은 정말 특별해요. 대서양이 워낙 차가워져서 겨울엔 굴도 동면에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성숙하는 데 다른 지역보다 시간이 더 걸리죠. 보통 18개월에서 3년 정도요. 하지만 그만큼 훨씬 더 맛이 깊습니다.” 우리가 카스코만Casco Bay을 지나 육지로 돌아가는 길에 에이미가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마치 흰 연처럼 맴돌고 있다.
메인주 문화의 중심지인 포틀랜드에는 에이미 같은 소규모 양식업자가 많다. 뉴잉글랜드 해안 지역에 섬이 점점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포틀랜드는 미국 도시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미식에 관해서만큼은 보스턴이나 필라델피아 못지않은 위상을 자랑한다. 살아 숨 쉬는 해양, 서로 끈끈하게 연결된 생산자 공동체 그리고 창의적인 셰프들의 등장 등등 이 모든 것이 포틀랜드의 활기찬 미식 문화의 단단한 기반이다.

소금기 머금은 배에서 내려 위성 항구도시 야머스Yarmouth에 도착한 나는 남쪽으로 향하며 포틀랜드 도심의 활기찬 식당가로 발길을 옮긴다. 길을 따라 하얀 집과 삼나무 지붕 주택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올드 포트 지구에 도착하자 포어 스트리트Fore Street 레스토랑의 붉은 벽돌 외관이 겉보기엔 꽤 산업적이고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예전 창고 건물을 개조한 내부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분주한 미식 신의 중심지다. 오픈 키친에서 셰프들이 바삐 요리를 준비하고, 지하 제빵소에서 풍겨 오는 따스한 반죽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 중심에는 레스토랑의 주인 샘 헤이워드Sam Hayward가 있다. 깔끔하게 다듬은 회색 콧수염과 니트 스웨터 차림의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완벽히 숙지한 사람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지난 1996년 이 선구적인 레스토랑을 열었고 포틀랜드의 팜투테이블 미식 문화를 선도했다. “마침 때와 장소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뿐이에요.” 그는 겸손하게 운을 띄우며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대고 커피잔을 손에 든다.

핫 서파의 블러디 메리.
1970년대 말, 샘은 뉴잉글랜드에 처음 도착했다. 독학으로 요리를 배운 그는 몇 년간 시골 히피 공동체의 일부였고 그곳에서 변화의 조짐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미국 중서부의 대규모 농업과 경쟁할 수 없었던 당시 농부 세대가 하나둘 고향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유토피아적 비전을 지닌 젊은이들이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결국 흐름은 ‘대지로 돌아가자’였어요.” 샘이 회상한다. “혁신적인 농업 공동체가 등장했죠.
자급자족을 실현하려는 농부들이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다양한 대안적 흐름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여기에 지역의 어업까지 거들었다. 포틀랜드에는 가리비와 바닷가재 등 다양한 어류를 잡는 어민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산물 직거래 장터 중 하나인 파머스 마켓까지 존재한다. 이 모든 조건이 미식 르네상스를 일으킬 완벽한 토양이었다고 샘은 설명한다. 바로 그때 그의 뒤편에 보이는 레스토랑 입구로 갓 수확한 채소 상자가 배달된다.
2004년, 샘은 포어 스트리트를 통해 메인주를 미식 지도에 각인시켰다. 그는 메인주 최초로 미국 요리계에서 권위 있는 제임스비어드상을 받아 빳빳한 흰 앞치마에 그 영예의 휘장을 달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주방은 여전히 반짝인다. 나무 화덕에서 조리한 메인산 홍합, 회전구이 통닭 그리고 샘이 계절마다 농부들의 종자 카탈로그에서 직접 선별한 채소로 만든 요리 등을 선보이면서.
“농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치 실험처럼 느껴져요.” 샘이 햇살 쏟아지는 레스토랑의 큰 창가에서 말한다. “이런 식의 대화는 뉴올리언스나 뉴욕 같은 대도시 주방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죠.”
샘과 그의 팀이 점심 준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나는 해안가의 포장된 길을 따라 몇 블록 걷는다. 그 길목에는 하늘색 소용돌이 간판이 걸린 제이스 오이스터J’s Oyster가 있다. 빈티지풍의 소박한 해산물 식당으로 유명 셰프 앤서니 부르댕Anthony Bourdain이 버터에 버무린 조개 요리를 즐긴 적 있는 곳이다. 근처 더 홀리 도넛The Holy Donut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감자 반죽으로 만든 따뜻한 도넛을 내놓는 이곳은 열광적인 팬층을 자랑한다. 베이컨 체더, 위스키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은 올드 패션드 같은 독특한 조합으로 사랑받는다.

나는 길 건너편 허름한 부두에 자리한 1800년대 유산인 하버 피시 마켓Harbor Fish Market으로 성큼 들어섰다. 여행자는 물론 포틀랜드 주민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실내에는 푸른 야생 홍합과 대구의 일종인 은빛 껍질의 휘팅whiting이 선반 가득 쌓여 있고, 물탱크엔 성질 급한 바닷가재들이 물살을 일으키며 헤엄친다.
해산물 전문 코너에는 노티 시스터스의 껍질이 깊고 속살이 도톰한 굴이 얼음 위에 놓여 있다. 에이미가 바다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던 바로 그 굴이다.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나는 포틀랜드의 신상 스시 레스토랑인 미스터 투나Mr Tuna로 향한다. 실내는 파스텔 톤으로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으며 벽에는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2024년 5월 문을 연 이후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는 명소가 되었지만, 처음 시작된 건 2017년의 푸드트럭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타이드투테이블tide-to-table, 즉 바다에서 바로 식탁으로 오는 신선한 해산물 덕분이다.
밝은 나무 바에 앉자 오너 셰프인 조던 루빈Jordan Rubin이 검고 긴 머리를 위로 틀어 올린 채 대서양산 참다랑어 사시미 한 접시를 내민다. 튀르키예식 딜라이트처럼 부드럽고 연한 참치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내가 말하자 그는 완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신선도에 놀라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에요.” 조던은 최근 일본의 유명 셰프 노리히토 엔도Norihito Endo와 함께한 이틀간의 팝업 이벤트를 회상한다. “그도 메인주의 해산물 품질에 깜짝 놀랐어요. 일부는 일본에서 자신이 공급받는 재료보다도 낫다고 했죠.” 조던이 뿌듯하게 이야기한다.
다음 코스로 나온 메인산 게살 마키롤은 돌돌 감싼 폭신한 밥에 유자 마요를 올렸다. 나는 마키롤을 음미하며 조던이 20년에 걸친 셰프 경력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엔 성게 같은 걸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권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손님들이 먼저 찾죠.” 겨울철이면 그는 신선한 고추냉이와 간장을 더한 성게 테마키 스시(김을 원뿔 모양으로 말아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초밥)를 낸다고 한다. “우리 메뉴의 약 80%는 현지 해산물을 사용해요. 그래서 계절 따라 메뉴가 끊임없이 바뀌죠.”
포어 스트리트의 샘처럼 조던도 대도시의 빠른 삶을 떠나 포틀랜드의 조용한 매력을 택했고 그 선택은 분명 옳았다. 디저트로 짭짤함과 달콤함이 부드러운 질감 속에 어우러진 미소 캐러멜 아이스크림 토스트를 마무리한다. 그는 왜 이곳으로 온 것이 만족스러웠는지 설명한다.
“포틀랜드는 특별해요.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전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강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있거든요. 모든 걸 합심한다고 느껴져요.”
창 너머로 싱싱한 랍스터롤을 즐기는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이 따뜻한 불빛 아래 반짝이는 풍경을 지나 경치 좋은 길을 택해 호텔로 돌아간다. 포틀랜드에서 나는 미국의 어떤 미식 도시와도 당당히 맞붙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음식 문화를 발견했다. 도시의 규모에 속지 말아야 한다.

포틀랜드의 맛 5
클램차우더
포틀랜드의 클램차우더는 뉴잉글랜드 스타일로 제공하며(위 사진), 진한 크림 베이스에 바지락, 감자, 양파, 셀러리, 타임이 어우러진 향긋한 풍미의 요리다.
해초 샐러드
메인주 해안에서 채취한 해초는 포틀랜드의 대표 식재료다. 미스터 투나에서는 반짝이는 초록빛 해초를 치커리, 무, 참기름 비네그레트소스와 함께 제공한다.
mrtunamaine.com
감자 도넛
전통적인 도넛과 비슷하지만 단맛을 줄였다. 감자 도넛의 발상지인 더 홀리 도넛에서는 블랙베리 진저, 메이플 베이컨 등 독특한 맛도 만나볼 수 있다.
theholydonut.com
수제 맥주
메인주의 맥주 중심지인 포틀랜드에는 뛰어난 양조장이 많다. 알라가시 브루잉 컴퍼니의 탭룸에서는 가이드가 이끄는 테이스팅 투어를 통해 배럴 숙성 스타우트나 새콤한 펌프킨 에일을 맛볼 수 있다.
allagash.com
블루베리 파이
미국의 최대 블루베리 생산지인 메인주는 야생 블루베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집에서 구운 파이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곁들여 낼 때 그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