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 있다.
BLOOM
만개한 자연 속에서

율봄식물원에 만개한 수국.
돌로 만들어진 터널 너머 보이는 소나무 정원.
율봄식물원에서는 수확한 방울토마토로 고추장을 만든다.
율봄식물원에서는 자연의 색감을 통해 계절이 지나가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초여름과 여름의 경계에서는 진한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보라색과 파란색 수국이 만개할 테고, 한여름이면 그 옆에 자리한 산파체스(서양 봉선화)의 붉은 꽃잎이 시선을 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고, 아직은 초록색인 핑크뮬리는 분홍색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율봄농업예술원’. 식물이 누군가에겐 관광하기 좋은 예술처럼 느껴지고, 또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한 농업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여름 초입에 이곳을 거닐다 보니 식물을 다양한 모양으로 다듬어 조경한 토피어리 정원과 사시사철 푸른 다육식물이 전시된 온실 등이 보인다. 계절별로 농촌 체험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계절엔 방울토마토 수확 체험이 한창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엔 높이 자란 토마토 줄기에 빨갛게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줄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퍼져 나왔다. 조금 특별한 토마토 맛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토마토 고추장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토마토청을 넣어 고추장을 만드는데, 한 입 맛보자 토마토의 달큼한 맛과 고추의 알싸한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다.
율봄식물원
경기 광주시 퇴촌면 태허정로 267-54
Do it. 바퀴 달린 썰매로 레일 위를 달리는 레일 썰매장과 염소·토끼·돼지 먹이 주기 체험, 모래를 쌓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모래놀이장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GROW
식집사 양성소

유칼립투스농장에는 다양한 식물과 좌석이 공존한다.
식집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베르그 토분.
자연의 맛을 담은 휘낭시에.
유칼립투스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판매하는 상점이자, 푸른 잎사귀 사이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유칼립투스농장. 이곳에서는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자연스레 식물의 향기를 맡아보게 된다. 상업영화 미술팀에서 일하던 이솔 대표는 공간을 연출하며 플랜테리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특히 유칼립투스에 빠져 영화 작업의 공백기에 씨앗을 모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칼립투스가 전 세계에 700종이 넘는다는 걸 알았을 때 수집욕이 발동했죠. 잎 모양, 향기, 색감이 모두 다르다는 걸 하나하나 모으면서 알게 됐어요. 그 매력을 저만 알기에 너무 아쉬웠죠.” 그런 마음으로 만든 유칼립투스농장은 식물의 매력을 알리는 공간이 되었다. 수십 종의 식물은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이자 전시의 소재가 되며, 때로는 식집사들에게 분양되기도 한다. 영화 미술을 하던 경험은 카페 공간을 꾸미는 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한 컷의 영화처럼 보이도록 식물을 배치했다. 식물이 공간의 주연이라면, 디저트는 든든한 조연이다. 무화과와 오렌지, 바나나 등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는 입안까지 식물의 향으로 채워준다.
유칼립투스농장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로 55번길 68
Do it. 반려견을 미용실에 맡기듯 반려식물의 분갈이를 이곳에 맡길 수 있다. 유칼립투스농장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도예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통기성과 배수성이 뛰어난 베르그 토분의 공식 판매처이기도 하다.
CALM
한옥이 간직한 시간

함양당 곳곳엔 수백 년 된 골동품이 자리하고 있다.
도심 속에 위치한 한옥인 함양당.
차행법 체험엔 발우공양이 포함된다.
“함양당에 오면 시간이 고요히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바쁠 것도 없이 하늘하늘 해찰하며 내리는 눈처럼 함양당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이곳 터에 한옥을 짓고 ‘햇볕을 머금은 집’이라는 뜻의 함양당이라고 이름 붙인 김병종 화백의 시 한 구절이다. 시의 내용과 집의 이름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한옥에서의 시간은 도시의 시간보다 느리게, 때로는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한 감각이 든다. 지나가는 새의 지저귐과 처마 밑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함양당은 한국 차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문화공간으로, 전통 다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행법 체험이 진행된다. 차와 명상을 아우르는 이 프로그램은 선차(명상차)로 자신을 돌아보고, 귀빈을 모시는 접빈다례를 배우며, 식사 수행인 발우공양으로 마무리된다. 자칫 복잡해 보이는 차행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니 잡념이 찻잔 위 연기에 실려 사라지는 듯했다. 이어서 맑으면서도 찻잎의 쌉싸래한 맛이 살아있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신다. 차 맛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물이기에 일반 생수 대신 한옥 옆에 있는 100년 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용한다고 한다. 발우공양에 쓰이는 식재료도 텃밭에서 직접 길러낸 것으로, 차와 음식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함양당
경기 광주시 남종면 이석길 15
Do it. 함양당에서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한옥 주변으로 100년 된 우물과 그보다 150년 오래된 은행나무가, 실내 곳곳엔 골동품 수집가인 함양당 안주인이 모아온 오래된 도자기와 가구가 있다.
REFRESH
자연의 기운을 느끼다

잔디밭을 자유롭게 누비는 흑염소.
라까시나 이태리의 모든 건물은 이탈리아의 건축 자재로 지어졌다.
카페 밖으로 펼쳐진 태화산 전경.
경기도 광주에서 가장 높은 해발 644m 태화산. 한창 정상으로 올라가다 보면 도시의 소음이 어느새 멀어지고 피크닉하기 좋은 야외 정원이 나타난다. 한여름이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눈앞에 넓게 펼쳐진 억새밭에 시원한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 농장’이라는 뜻의 라까시나 이태리는 자연 속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캠핑 장비를 직접 가져오거나 빌려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모든 공간은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중에 만난 언덕에 조성된 농장에서 영감을 받은 홍문표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연못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울타리를 둘러 염소 목장을 조성했다. 건축업을 하던 경험을 살려 이탈리아에서 직접 선별해 가져온 아이보리색 벽돌과 버건디색 기와로 만든 독채 숙소와 카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죠. 하지만 진짜 자연은 못 이기겠더라고요.”
홍문표 대표가 카페 앞에 펼쳐진 억새밭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조성된 억새밭은 라까시나 이태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스폿이다. 낮 풍경에 매료되었다면 독채 숙소에서 하룻밤 머무는 것도 좋다. 빛 공해 없는 산 중턱에 쏟아지는 별빛은 해가 진 뒤에만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의 보물이다.
라까시나 이태리
경기 광주시 도척면 추곡길 202-25
Do it. 청아한 종소리가 라까시나 이태리를 채우면 염소 목장으로 가보자. 이곳에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염소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