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아시아의 세계 도시’라 부르는 홍콩은 수십 년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오늘의 번영은 오랜 시간 무역 거점으로 활약해 온 역사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안다.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비행기 창밖으로 분주한 화물선들, 빽빽한 도시를 가르며 솟은 마천루가 내려다보인다. 이는 도시가 여전히 세계의 흐름을 잇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중국해에 떠 있는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 도시는 예로부터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가 마주치는 접점이었다. 그 오랜 충돌과 융합은 지금도 거리 곳곳에 살아 있다. 여행자들은 보통 빅토리아 하버의 전망이 펼쳐지는 주룽(九龍)에 머물거나, 미식의 성지이자 빅토리아 피크로 이어지는 홍콩섬에서 도시의 진면목을 마주한다. 작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도시는 걸음걸음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 기사에 명시된 모든 숙박료는 별도 언급이 없는 경우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스탠더드 더블룸 가격이다.
은밀한 호사 더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홍콩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두 곳 있다. 센트럴에 자리한 오리지널 지점은 브랜드의 전 세계 본점으로, 60년 넘는 세월 동안 홍콩 럭셔리 호텔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 있는 ‘더 랜드마크’는 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층 절제되고 우아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입장 방식으로 유명한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 PDT(Please Don’t Tell, 말하지 마세요)에서는 칵테일 애호가들이 모여 창의적인 한 잔을 즐기고, 7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앰버Amber에서는 금빛 조각 오브제로 장식된 정제된 공간에서 현대적인 프렌치 요리를 음미한다. 객실은 은은한 피스타치오 그린과 어스 톤Earthy tones으로 꾸며져 있으며, 인상적인 원형 욕조와 함께 간식이 가득한 디스플레이 케이스가 마련돼 있다. 조용한 수영장에서는 온전히 수영에 집중할 수 있으며, 두 층으로 구성된 높은 층고의 스파에서는 노련한 테라피스트들이 수준 높은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세심하게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덕분에 여행자들에게는 도심 속 은신처로 통한다.
객실 투숙 약 111만원부터, 10% 서비스 요금 별도.
mandarinoriental.com

고급스러움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랭엄, 홍콩
이 가격에 이토록 훌륭한 5성급 호텔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홍콩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여행지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지닌 이 호텔의 팜 코트Palm Court 로비는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애프터눈 티 명소. 그 옆에 자리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아티잔Artesian 바에서는 저녁이 되면 ‘익스텐디드 해피아워’로 음료와 함께 자유롭게 이곳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여행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탕 코트T’ang Court’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중국의 예술 작품과 진귀한 골동품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즐기는 정통 광둥 요리는 이 도시의 미식을 단숨에 이해하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입문서가 되어준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탁 트인 옥상 야외 수영장으로, 저 멀리 펼쳐지는 항구 전망이
근사하다. 무엇보다 호텔이 주룽(九龍)에 위치해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티파니 같은 고급 부티크부터 감각적인 인테리어 숍, 의류 편집숍까지 다양한 독립 매장이 호텔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객실 투숙 약 21만원부터, 조식 포함.
langhamhotels.com

화려함의 정수 로즈우드 홍콩
로즈우드 호텔의 CEO인 소니아 청Sonia Cheng은 홍콩 재계의 명문가 출신답게 자기 고향에 자리한 이 플래그십 호텔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아낌없는 투자’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주룽의 럭셔리 리트리트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객실 벽면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의 울 원단으로 마감되어 있고, 선명한 코발트블루 소파와 도장 처리된 고급 캐비닛이 우아하게 어우러진다. 욕실 대리석과 구리 소재의 섬세한 디테일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이곳엔 단순한 외적 화려함 이상의 ‘영혼’이 담겨 있는 듯하다. 광둥 요리 레스토랑 더 레거시 하우스The Legacy House는 청 가문의 발자취를 테마로 한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마련해 가족의 유산에 대한 경의를 담아냈다. 직원들은 홍콩 상류층 고객 응대에 익숙한 프로페셔널이며, 투숙객뿐 아니라 현지인들까지 자주 찾는 바, 레스토랑, 스파, 피트니스 공간 등 모든 시설은 고급 호텔 이상의 매력을 자랑한다.
객실 투숙 약 141만원부터, 조식 포함, 10% 서비스 요금 별도.
rosewoodhotels.com

현대적 사교가를 위한 공간 오볼로 센트럴
센트럴의 아버트넛 로드Arbuthnot Road에 세워진 날렵한 고층 건물 속 이 아담한 호텔은 홍콩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지인 란콰이퐁Lan Kwai Fong까지 도보로 단 몇 분 거리다. 활기찬 밤거리 바로 옆에는 오랜 경찰 청사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타이쿤Tai Kwun이 자리해 조금 특색 있고 깊이 있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호텔 직원들의 친근한 서비스 덕분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안하지만 파티 모드 또한 언제든 환영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객실 내 미니바를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과자와 음료, 주류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하루 한 번 진행하는 해피아워에는 라운지에서 또 한 번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음료가 준비된다. 혹 전날 밤을 조금 과하게 보냈다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튜디오 아파트 스타일 객실에서 편히 쉬거나, 이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채식 전문 레스토랑 ‘베다Veda’에서 인도식 건강 음식을 맛보며 에너지를 되찾아보자.
객실 투숙 약 33만원부터, 조식 포함.
ovolohotels.com
영화 같은 하룻밤 리젠트 홍콩
주룽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리젠트 홍콩은 빅토리아 하버를 내려다보는 위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곳에 머문다면 선택은 하나, 오션뷰 객실이다. 거대한 창 너머로 펼쳐지는 도심 전경은 어느 시간대든 완벽하다. 낮에는 고즈넉한 전통 목선부터 대형 화물선, 유람선까지 다양한 배들이 바다 위를 유유히 지나가고, 해가 지면 유리와 철로 지어진 마천루들이 빛의 군무를 시작한다. 매일 밤 도심 야경을 수놓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s’는 이 호텔만의 전용 시네마처럼 펼쳐진다. 해변의 감성을 담은 우아한 객실은 넓은 통창과 창가 벤치, 고급스러운 욕조를 갖추어 그림 같은 풍경과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하버 전망을 배경으로 즐기는 로비의 애프터눈 티와 선셋 칵테일은 물론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 역시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객실 투숙 약 107만원부터, 10% 서비스 요금 별도.
hongkong.regenthotels.com
도심 너머 바다 곁에서 누리는 여유 더 아르카
센트럴에서 택시로 단 20분 거리. 더 아르카는 중심부의 번잡함에서 살짝 벗어나 도심 접근성과 여유로운 분위기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지가 되어준다. 호텔이 위치한 홍콩 남구Southern District는 홍콩의 상업 중심지를 넘어 현지인의 일상과 자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주변에는 공원, 트레킹 코스, 해변이 즐비해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휴식 풍경이 펼쳐진다. 호텔 내에는 분위기 좋은 루프톱 인피니티 풀과 서양식부터 아시아식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아르카 소사이어티Arca Society’도 마련되어 있다. 객실은 은은한 핑크와 크림 컬러로 편안하게 꾸몄고, 세련된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 가구를 배치해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객실 투숙 약 29만원부터.
thearca.com
가장 홍콩다운 탈출 라이치우 @ 하카 라이프 익스피리언스 빌리지
홍콩 북동부, 유네스코 글로벌 지오파크 안쪽 깊숙이 자리한 라이치우는 복원된 작은 마을에서 가장 소박한 방식으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제안한다. 이곳은 수 세기 전 북중국에서 이주한 하카족Hakka 공동체에 의해 세워진 마을로, 현재는 그들의 문화를 기념하고 이어가기 위한 체험형 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직접 참여 가능한 베짜기, 벼 수확 등 전통 워크숍을 예약하면 단정하게 복원된 11채의 집 중 한 곳에서 숙박할 수 있다. 여기엔 와이파이도 TV도 없다. 오로지 자연과 공동체가 있고, 도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홍콩 안에서 가능한 가장 순수한 방식의 은신처가 펼쳐진다.
객실 투숙 약 14만원부터.
lcwhakkalife.wixsite.com/hakkalifeprogram

기분 좋은 환대 호텔 아이콘
현지인들이 부담 없이 스테이케이션 장소로 즐겨 찾는 호텔 아이콘은 홍콩 이공대Polytechnic University가 운영하며, 다수의 직원이 호스피탈리티 전공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환대는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 어린 따뜻함이 먼저 전해진다. 홍콩의 주요 명소들과 버스로 약 15분 거리지만 이스트 침사추이East Tsim Sha Tsui에 자리해 굳이 외출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넉넉한 사이즈의 욕조를 갖춘 객실에는 무료 미니바도 제공되고, 6층에는 야외 인피니티 풀, 세련된 안사나 스파Angsana Spa, 그리고 무려 8600여 그루의 식물로 이루어진 실내 수직 정원이 이색적인 볼거리를 더한다. 특별한 식사를 원한다면 최상층 중식당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 Beyond’의 창가 자리를 노려볼 것.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지는 뷰가 함께한다.
객실 투숙 약 43만원부터, 10% 서비스 요금 별도.
hotel-icon.com

레트로 감성 여행자들을 위한 더 플레밍
홍콩섬 완차이Wan Chai의 평범한 건물 외벽에 세로로 길게 내려오는 레트로 네온사인 ‘The Fleming’이 환하게 빛난다. 겉모습에서부터 예측되는 이 호텔의 감성은 내부로 들어서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호텔 인테리어는 홍콩의 상징 중 하나인 스타 페리Star Ferry에서 영감을 받았다. 둥근 창 모양 거울, 페리 좌석을 연상시키는 벤치, 오크 나무 바닥, 황동 조명 등 클래식한 소재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홍콩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이 매력적인 공간은 도시의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 편의 디자인 에세이 같고, 호텔이 위치한 거리에는 또 하나의 현지 명소가 있다. 활기 넘치는 광둥 요리 맛집 ‘퉁포 키친Tung Po Kitchen’이 바로 근처에 자리해 투숙하는 동안 진짜 홍콩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객실 투숙 약 25만원부터.
theflem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