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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자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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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논과 산이 많아 이름 붙여진 논산. 씨앗을 품은 땅과 밭을 일구는 사람의 손길이 만나 매 계절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SAVOR
계절의 풍미

(왼쪽부터 시계 방향)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꽃비원홈앤키친의 음식들. 꽃비원에서 기른 농작물. 오래된 두부 공장을 개조한 꽃비원홈앤키친.

‘꽃비가 내리는 과수원.’ 13년 전 논산으로 귀촌한 정광하, 오남도 부부가 지은 농장의 이름이다. 한때 알록달록한 꽃비가 흩날리던 과수원은 시간이 흘러 제철 채소가 자라는 밭으로 변했다. 농장에서 차로 7분 거리에는 꽃비원홈앤키친이 자리한다. 이름처럼 그 꽃비가 식탁 위로 내려앉은 듯 계절의 맛을 담은 음식을 선보인다. 메뉴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채소 피자’와 시즌 한정 메뉴인 ‘바질 페스토 파스타’. 모든 채소는 꽃비원을 비롯해 논산 지역 농장에서 들여온단다.
단호박과 버섯, 방울토마토를 올린 피자는 담백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고, 파스타에서는 바질 특유의 향긋함이 물씬 번진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접시는 고구마와 배 같은 가을빛으로 물들 거예요.” 이곳에서 계절의 흐름을 입으로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만끽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꽃비원홈앤키친 뒤편에 자리한 스테이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 주인집 위층에 묵으며 농장 도슨트 체험을 하고, 주인장 부부가 정성껏 차려내는 만찬까지 즐길 수 있다.
꽃비원홈앤키친 
충남 논산시 연무읍 연무로 166번길 12-21

Do it. 10월 26일, 꽃비원홈앤키친과 마당에서 꽃비원 계절 마켓이 열린다. 공주, 부여, 전주, 대전 지역의 농부들이 생산한 채소를 만날 수 있다. 식재료뿐 아니라 지역 작업자가 생산한 도자기와 커피 등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린다.


INHALE
시간의 향기를 좇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개화기 시대를 재현한 강경구락부. 스테이인터뷰 강경 서양식 호텔의 로비. 동양식 객실엔 코타츠가 설치돼 있다.

내륙과 서해를 잇는 수운의 요충지이자 인천, 군산과 함께 전국 3대 포구로 꼽히며 상인들이 모여들던 강경. 19세기 후반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크게 번성하던 모습은 이제 강경성당, 구 강경노동조합 등의 근대 건축물들에서만 엿볼 수 있다. 그중 현재 강경역사관으로 이용되는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뒤편에 도시의 번성하던 시절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 분수가 있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근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강경구락부는 여행자를 단숨에 개화기 시대로 데려간다. 두 채의 건물로 이뤄진 스테이 인터뷰는 서양식과 동양식, 두 가지 콘셉트의 객실을 갖추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서양식 호텔은 순백색 대리석 로비부터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동양식 객실은 코타츠가 놓인 아늑한 공간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카페 겸 숙소 프런트 역할을 대신하는 커피 인터뷰 역시 레트로한 서양식 인테리어로  꾸며놓아 마치 시간 여행을 계속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스테이인터뷰 강경 
충남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 167번길 46-11

Do it. 강경구락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갈대밭이 넘실거리는 강경포구에서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강경젓갈축제가 열린다. ‘젓갈김치 담기’, ‘젓갈마당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200년 전통의 강경 젓갈을 만나볼 수 있다.


SIP
감의 맛에 취하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양촌와이너리 투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숙성 와인. 양촌와이너리의 감나무밭. 추시는 양촌에서 생산하는 감으로 만든 와인이다.

“감에는 단감과 떫은감이 있어요. 단감은 일본에서 온 종이고, 떫은감이 우리나라 재래종이죠.” 서용원 대표가 빈 와인잔에 떫은감으로 만든 와인 추시秋枾를 따르며 말한다. 순간 혀가 굳을 정도로 강렬한 떫은맛이 떠올랐지만, 잔을 타고 올라오는 달콤한 향에 이끌려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우려는 사라졌다. 감 특유의 향미와 은은한 단맛, 약간의 쌉쌀함이 매력적이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풍부해 한국의 감은 와인의 복합적인 맛을 만들기에 제격이죠.” 서 대표는 곶감 산지로 유명한 영촌면에서 대를 이어 감으로 와인과 증류주, 보드카를 만들고 있다. 양촌와이너리의 투어를 신청하면 감 농장과 숙성 창고를 둘러본 뒤 감 와인 추시와 감 보드카, 논산 딸기로 만든 스파클링와인 베리 서프라이즈, 그리고 와이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숙성 와인까지 네 가지 술을 시음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한 마리아주도 기다린다. 와이너리 옆 주인장 가족이 30년째 운영해온 송어 양식장에서 갓 잡은 송어회를 맛보며 감 와인을 곁들이면 논산의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양촌와이너리 
충남 논산시 양촌면 황산벌로 1075-21

Do it. 다가오는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2025 양촌곶감축제가 열린다. 양촌체육공원 일대에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곶감을 테마로 가요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


INDULGE
풍경을 탐닉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햇살이 들어오는 실내. 카약에 올라 갑천 물길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 이용자라면 누구나 카약을 탈 수 있다.

논산을 여행하며 꼭 봐야 할 8경으로 꼽히는 대둔산. 산을 오르거나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절벽과 단풍, 계곡이 어우러진 절경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카페벌곡에서 투명 카약을 빌려 대둔산 기슭의 갑천을 따라 노를 저어보자. 카페 안에 머무르던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카약을 타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절벽 풍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음료를 주문하면 누구나 구명조끼를 빌려 카약을 탈 수 있다고. 맑은 물 위에서 유유자적하다 보면 마치 산수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충분히 정취를 즐긴 뒤 출출해지면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인 단밤파이를 맛보자. 바삭한 파이 속 밤의 은은한 단맛이 지친 몸을 기분 좋게 달래준다. 절벽 너머로 해가 기울면 카페 벌곡에는 또 다른 풍경이 찾아온다. 불멍 체험을 신청하면 강가 화로에 장작불을 피워줘 불빛이 절벽과 강을 붉게 물들인다. 장작불 옆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대둔산의 깊어가는 밤 정취를 즐겨보자.
카페벌곡
충남 논산시 벌곡면 수락로 877

Do it. 대둔산 풍경을 하늘에서 즐기고 싶다면 차로 20분 거리, 충남 금산에 있는 대둔산 짚라인으로 가보자. 최대 시속 110km로 내려가는 짜릿한 체험이 기다린다.

글. 차성민SEONG-MIN CHA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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