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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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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호

스리랑카의 차, 고무, 계피 농장을
보다 쉽게 탐험할 수 있는
칼루타라의 저지대 골짜기로 떠나본다.

산자락을 내려다보는 글렌로스 리빙에 있는 일곱 채의 이층짜리 풀빌라들.

어떤 장면
콜롬보 남쪽에 위치한 칼루타라Kalutara는 수백 년 동안 농업이 주를 이룬 전통적인 농촌 지역이었다. 마치 자연 속에 바느질한 조각보처럼 정갈하게 다듬어진 푸른 밭이 스리랑카의 남서부 지형을 덮는다. 수도를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형형색색의 사리를 입고 찻잎을 따 등에 멘 자루에 담는 여인들과 나선형으로 나무를 파내는 남자들, 길가 천막 밑 그늘에 앉아 가느다란 막대기를 정교하게 깎는 현지인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들은 모두 칼루타라의 차밭과 고무 농장 그리고 계피 과수원에서 일하는 일꾼들이다.
칼리강가Kaly Ganga 강과 인도양이 맞닿은 기름진 열대 토양은 영국 식민지 시대 (1815~1948년)부터 최적의 경작지로 개발됐다. 그렇게 조성된 농업 기반 위에서 오늘날 칼루타라는 현지인의 기술과 노동을 바탕으로 성장한 체험형 애그로투어리즘agrotourism을 경험하기 위한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 됐다.

글렌로스 에스테이트에서 찻잎을 따는 사람들.

차 체험
차, 계피, 고무는 지금도 스리랑카의 주요 수출품이다. 가장 유명한 차 농장들은 콜롬보에서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몇 시간 떨어진 캔디Kandy와 엘라Ella 주변의 센트럴 하일랜드Central Highlands 지역에 모여 있다. 그러나 칼루타라 인근의 해발
600m 이하의 저지대 차 농장은 시간에 쫓기거나 남쪽 해안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잠시 들르기 좋은 선택지가 된다. 영국풍 대저택인 리치몬드 캐슬Richmond Castle처럼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지역은 칼루타라 시내에서 차로 불과 5분 남짓이면 닿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스리랑카인이 소유한 글렌로스 리빙Glenross Living 호텔은 주변의 자연환경과 훨씬 더 조화를 이루며 섬에서 가장 독특한 차 체험 중 하나를 제공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한나절 차 체험은 신할라어로 ‘검은 강’을 뜻하는 칼리강가강을 따라 낡은 낚싯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시작된다. 왜가리와 물총새는 이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고, 진흙 둔덕 위에서 일광욕하는 악어도 가끔 볼 수 있다. 90분 정도 이동하다 배에서 내린 손님들은 툭툭으로 갈아타고 공작새와 방목 중인 물소가 드문드문 보이는 우거진 밀림을 가로질러 가족이 운영하는 차 공장에 닿는다. 방금 딴 찻잎을 덖고 살청 한 후 건조하고 포장하는 과정까지 차를 제조하는 각 공정을 둘러보는 투어는 시음으로 마무리한다. 스무 가지가 넘는 차 가운데 한 잔을 골라 천천히 음미하는 동안 가이드는 저지대 차 맛의 특징을 이야기해준다. 덕분에 고지대 차종보다 맛이 진해서 우유와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머무르기
칼루타라의 작은 언덕 위, 고무나무와 계피나무에 둘러싸인 39만m² 규모의 부지에 자리한 글렌로스 리빙은 목가적인 휴식처다. 참여형 투어 외에도 호텔은 웰빙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야외 자연 스튜디오에서 요가와 명상 수업이 열리고, 손님들은 고대 스리랑카 무술인 앙감포라Angampora도 배울 수 있다. 본채에는 객실 세 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1882년 스코틀랜드인 농장주가 지은 건물로, 영국 시골을 연상시키는 하얀 외벽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자랑은 RIBA 건축상을 수상한 스리랑카의 팔린다 칸난가라 건축사무소Palinda Kannangara Architects가 설계한, 지면에서 살짝 떨어진 형태의 이층 풀빌라 일곱 채다. 미니멀한 매력이 돋보이는 객실은 깔끔한 선과 원목 바닥 그리고 부드러운 색감의 패브릭으로 꾸며져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진 유리문을 열고 넓은 데크로 나가면 새소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울리는 안개 낀 계곡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주인공은 밀림 위로 떠 있는 듯한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이다.

39만 제곱미터 규모의 글렌로스 농장에 방문한 여행자들은 고무와 계피 나무 사이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여행 방법 글렌로스 리빙은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매너 하우스의 더블룸이 조식을 포함해 1박에 약 47만원부터이며, 프라이빗 빌라는 약 79만원부터이다. glenrossliving.com


THREE MORE  칼루타라를 즐기는 체험

1 고무 채취
전통 도구와 기법으로 고무를 채취하는 시연이 포함된 3시간짜리 체험 프로그램이다. 글렌로스 리빙에서 운영하는 투어로, 숙련된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참가자들은 직접 고무를 채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 계피 트레킹
경험 많은 동식물 연구가와 함께 글렌로스 주변의 드넓은 고무 및 계피 농장을 1시간 동안 트레킹한다. 완만한 코스의 트레일은 달콤한 향을 풍기는 계피와 깎아낸 고무나무 사이를 지난다. 머리 위로는 검은독수리가 선회하고 장난꾸러기 마카크 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닌다. 길 끝에 구름이 머무르는 산세가 내려다보이는 고원지대가 펼쳐지며 압도적인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3 농장 방문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관광 프로젝트인 아그로 파크 밀라니야Agro Park Millaniya를 방문해서 찻잎을 따고 계피의 껍질을 벗기고 고무를 가공하는 등 다양한 농장 체험을 해볼 수 있다. 1956년에 문을 연 가족 경영 농장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전통 가정식 스리랑카 커리 뷔페를 즐기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글. 애덤 터너ADAM TURNER
사진. 글렌로스 리빙, 샤키르 자말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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