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봉우리들이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어 ‘돌로미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코르티나담페초. 지금 이 도시는 2026년 동계올림픽 준비로 한창 들썩이고 있다. 다가올 축제는 이 화려한 이탈리아 산악 마을에 반짝임을 더해줄 예정이다.
과연 이곳이 돌로미티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을 품은 마을일까? 이 질문을 두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탈리아 북부 여덟 도시 사이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하지만 코르티나담페초처럼 마을 거리부터 주변 숲,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암페초 계곡의 험준한 산봉우리까지, 웅장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디올, 프라다, 몽클레르 같은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코르소 이탈리아 거리. 이 보행자 전용 거리를 벗어나도 마을 곳곳에는 특유의 화려함이 배어 있다. 흔히 ‘올드머니’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부유층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휴양지 코르티나는 신흥 부유층까지 가세하며, 2026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꾸준히 자본이 모여들었다.
이미 1956년 한 차례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코르티나는 최근 기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이때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 역시 개보수를 거쳐 원래의 나무 좌석을 그대로 보존해 아늑한 산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컬링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마을의 스키 점프대는 20세기 중반의 흔적을 간직한 기념물로 남게 되었다. 오는 2월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는 남서쪽으로 2시간가량 떨어진 프레다초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cortina.dolomiti.org, hockeycortina.it
아이스 스타디움 바로 위에는 거대한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에우제니오 몬티 슬라이딩 센터E가 자리한다. 이탈리아 올림픽 영웅의 이름을 딴 이곳에서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경기가 열린다. 환경 파괴 우려와 16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건설 비용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대회 이후에는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올림픽의 유산을 이어갈 계획이다. visitdolomitibellunesi.com
경기장 뒤편 프레치아 넬 치엘로 케이블카에 오르면, 아찔하게 기울어진 트랙의 측벽과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내려다볼 수 있다. 해발 1216m에서 시작해 약 30분 동안 세 구간을 거쳐 해발 3244m로 코르티나에서 가장 높은 토파나 봉우리에 도달한다. 울창한 숲을 지나, 토파네산맥의 능선을 넘을 때 펼쳐지는 압도적인 경관은 감탄을 자아낸다. freccianelcielo.com
점심 식사를 위해 콜드루시에 역에 내려보자. 마시 와인 바는 웅장한 산악의 파노라마를 곁들인 요리를 선보인다. 현지 레드와인인 포야네게로 풍미를 더한 어란 라구 소스를 올린 감자 뇨키가 대표 메뉴. 이 밖에도 수백 종의 지역 와인을 잔 단위로 음미할 수 있다. masi.it
슬로프로 향하는 길은 한층 더 빨라졌다. 새롭게 개통한 아폴로니오-소크레페스 케이블카는 독특한 암석 지형에서 이름을 따 ‘다섯 개의 탑’이라는 뜻을 지닌 친퀘토리 정상으로 이어진다. 한편, 1939년에 건설된 팔로리아 케이블카와 정상에 있는 산장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faloriacristallo.it
코르티나의 아프레 스키(스키 탄 뒤에 즐기는 휴식)는 스키 부츠를 신고서 펍에 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절제되고 우아하다. 해 질 무렵 산봉우리가 분홍빛으로 물드는 엔도사디라(현지 라딘어로 ‘분홍빛 변화’) 시간이 오면, 저녁 산책을 즐기기 위해 코르소 이탈리아 거리로 향할 때다. 성탄절 전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며, 높이 솟은 흰색 종탑 근처에 있는 아르티지아나토 아르티스티코 암페차노 상점에서는 정교한 은세공 장신구와 상감 세공 나무 상자 등의 현지 공예품을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상점 맞은편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며 술잔을 기울이던 호텔 드 라 포스트의 아메리칸 바가 있다. 이곳의 시그너처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이름을 딴 푸치니. 샴페인과 오렌지주스를 섞은 미모사 칵테일 스타일로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한편, 2026년 하반기에는 도시 외곽에 자리한 아르누보풍의 크리스탈로 호텔 자리에 초호화 브랜드 만다린 오리엔탈이 오픈해 코르티나 칵테일 문화에 또 하나의 변화를 예고한다. artigianatoartisticoampezzano.it, delaposte.it, mandarinoriental.com
더 루프 코르티나는 럭셔리 백화점인 쿠페라티바 4층에 자리한 세련된 신상 바 겸 비스트로다. 이곳에서는 인근 베네토 지역에서 생산된 최고급 프로세코 와인을 대용량 병으로 즐기며 DJ가 선사하는 음악에 빠질 수 있다. 저녁 식사로는 인근에 있는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 티볼리의 그라치아노 프레스트 셰프의 요리가 제공된다. 남쪽으로 2시간 거리인 베네치아의 풍미를 담은 참다랑어 타르타르나 모둠 해산물 튀김이 훌륭하다. theroofcortina.com

(1) 호텔 앙코라
새롭게 단장한 이 상징적인 호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다름아닌 ‘베란다’이다. ‘이탈리아의 레드 카펫’이라고도 불리는 코르소 이탈리아 거리를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식전주와 간단한 핑거푸드를 즐기기에 완벽하다. 실내에는 뉴욕 스타일의 화려한 칵테일 바가 있으며, 아담한 규모의 공간인 클럽 브레이브ClubBrave는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대신 각자의 개성을 과감히 드러내는 것만큼은 기꺼이 환영한다.
ancoracortina.com
(2) 호텔 데 렌 스파
차분한 목재 외관이 돋보이는 호텔 꼭대기,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스파에서 스키로 지친 근육을 달래보자. 핀란드식 사우나와 소금 사우나, 스팀 목욕,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샤워 시설, 그리고 일부가 야외에 노출된 온수탕을 갖추고 있다. 모든 시설에서 산봉우리의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현지 알프스 고산 허브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마사지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hoteldelen.it
(3) 레 에첼렌체 디 에셀룽가
밀라노를 대표하는 식료품점 에셀룽가의 새로운 지점으로, 엄선한 로컬 제품과 이탈리아 식재료를 선보인다. 블루 디 카프라blu di capra 염소 치즈와 라그레인 레드와인부터 매장에서 직접 만든 파스타, 밀라노 전통 빵 파네토네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산이 바라다보이는 매장 내 카페는 노을을 보며 가볍게 한잔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esselunga.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