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키클라데스 제도의 작은 섬 폴레간드로스는 희귀한 엘레오노라매의 안식처이자, 자연에 기대어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고요한 은신처다.
풍경
여전히 비밀스러운 키클라데스Cycladic 제도의 섬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인파를 뒤로한 채 산토리니에서 페리호를 타고 물살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섬 폴레간드로스Folegandros에 닿는다. 이곳에는 공항도, 크루즈 터미널도 없다. 바위와 험준한 지형이 어우러져 있으며, 지금도 주민들은 당나귀를 돌보고, 염분을 머금은 바람결에 풀잎이 속삭이며, 농경 테라스가 에게해를 향해 층층이 내려앉아 있다.
섬에는 특별히 많은 것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즐길 거리도 화려하지 않다. 아갈리 비치Agali Beach 절벽 위 타베르나에서 참새들과 함께 레몬 향이 은은한 칼라마리를 나누어 먹고, 오래된 마을 코라Chora를 거닐다 보면 주민들은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골목 곳곳에서는 길고양이들이 부겐빌레아 사이를 누빈다.
해 질 무렵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파나기아Panagia 교회로 올라가는 것.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저물어가는 석양빛 속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머리 위로는 매들이 원을 그리며 날고, 멀리 아래에서는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잔잔히 올라온다.
경험하기
폴레간드로스를 가로지르는 도로는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도로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남서쪽의 갈래 길이 군다리로 이어진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이 길을 따라 덜컹덜컹 바위투성이 지형을 통과하면 이내 절벽 위에 자리한 호텔이 마치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호텔은 섬 특유의 붉은빛을 띤 돌로 지어졌고, 버드나무를 엮은 캐노피와 올리브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군다리는 약 320만m² 규모의 조류보호구역 안에 자리한다. 이 호텔은 그리스의 자연 보전 분야 전문가인 타소스 디말렉시스Tasos Dimalexis 박사와 협력해 섬의 토종 매 엘레오노라매Eleonora’s falcon를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엘레오노라매는 송골매를 닮은 날렵한 종으로, 매년 3월부터 10월 사이 이 섬에서 관찰된다. 현재 전 세계 개체수가 약 2만 마리로 추정되는 엘레오노라매 가운데 약 3분의 2가 그리스의 여러 섬과 그 인근에서 번식한다.
엘레오노라매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디말렉시스 박사와 함께하는 보트 여정에서는 폴레간드로스와 주변의 작은 섬들을 따라 항해하며 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고, 보넬리독수리를 찾아보는 기회도 누릴 수 있다. 투숙객들은 실시간 카메라로 새 둥지를 모니터링하는 연구에 참여하거나, 크리스티아나 제도 남동쪽으로 향하는 자원봉사 감시 활동에 동참할 수 있으며, 가이드와 함께하는 하이킹에 나서기도 한다.
머물기
군다리까지 가는 여정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지만, 이 부티크 리조트에 도착하는 순간 삶은 단순해진다.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에는 견과와 꿀을 곁들인 그릭 요거트로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물기에 젖은 발로 따뜻하고 꿀빛이 도는 석재 바닥을 사뿐히 걸어 다닌다.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물결이 찰랑이는 소리, 염소의 울음, 그리고 바람에 책장이 넘겨지는 사각거림뿐이다.
엘레오노라매와 보넬리독수리가 하늘을 선회하며, 27개의 스위트와 빌라 어디에서나 웅장하게 시야를 채우는 바위 절벽 주변에 원을 그린다. 모든 객실은 여름철 북쪽에서 불어오는 멜테미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남향으로 배치됐으며, 태양열로 데워진 인피니티 풀은 절벽 끝을 넘어 끊김 없이 펼쳐진 에게해로 이어진다. 실내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하다. 목재와 라탄, 흙빛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자연스러운 색감의 가구가 공간을 채운다.
일부 객실에는 야외 샤워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느긋하게 흘려보내는 일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러니 점심 전까지 절벽 위 랩 풀과 스윔업 바 옆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레스토랑 오리존Orizon에서는 그리스 최초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연 셰프 레프테리스 라자로우Lefteris Lazarou가 선보이는 현대적인 그리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메뉴는 계절마다 달라지며, 식재료는 섬 곳곳과 호텔 자체 정원에서 들여온다. 해산물 요리가 중심을 이루는데, 오징어 먹물 커틀피시 리소토나 레므노스산 스위트와인과 칠리를 곁들인 새우 오르조 파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가거나, 폴레간드로스의 자생 허브를 활용한 트리트먼트를 받으러 지하 스파로 향하자.
여행 방법
군다리의 B&B 더블룸은 1박 약 81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오드리 트래블의 아테네 & 그리스 제도 12일 일정에는 각종 투어 및 체험이 포함되어 눈여겨볼 만하다.
gundari.com, audleytravel.com
폴레간드로스에서의 경험 3
1. 야이야와 함께 요리하기
군다리는 코라 마을까지 무료 셔틀을 운행한다. 이곳에서 수십 년간 전통 요리를 만들어온 ‘야이야yia yia(할머니)’ 이리니를 만날 수 있다. 한때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가 식사했던 이리니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맛보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요리 수업에 참여해 쌀을 채운 토마토 같은 현지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2. 섬 탐험하기
호텔에는 전기차와 자전거가 마련돼 있어 나만의 한적한 해변이나 숨은 만을 찾아 나서기에 제격이다. 다리에 힘이 있다면 구릉진 섬을 가로지르는 하이킹을 추천한다. 고대의 길을 따라 진행되는 가이드 하이킹에 참여해 반짝이는 에게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으로 내려가볼 것.
3. 바다로 떠나기
군다리의 프라이빗 보트는 바람이 잦은 키클라데스의 환경을 고려해 설계하여 인근 섬들을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데 안성맞춤이다. 반일·전일 항해 옵션으로는 일몰 크루즈와 폴레간드로스 남쪽 해안의 절벽 위 레스토랑 파팔라기에서의 디너, 시키노스섬의 와이너리에서 즐기는 와인 테이스팅, 혹은 밀로스Milos, 시프노스Sifnos, 폴리아이고스Polyaigos 방문이 있다. 특히 폴리아이고스는 무인도로 투명한 바닷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