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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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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호

남쪽일까, 북쪽일까? 호주의 문화 수도 멜버른은 야라강Yarra River을 경계로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드러낸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꽤 중요한 문제다. 그 선택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의 상반된 매력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세인트 킬다는 멜버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변이다.

멜버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커피에 대한 깊은 애정, 종교에 가까운 호주식 축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한 끊임없는 불평이다. 그러면서 농담 삼아 말한다. “이런 공통분모조차 야라강 유역에선 나뉘게 된다”라고.
지역 원주민인 우룬데리 오이우룽Wurundjeri Woi Wurrung 토착민들이 비라룽Birrarung이라 부르는 야라강은 멜버른의 지리적 경계일 뿐 아니라, 도시의 성격을 두 갈래로 갈라놓기도 한다. 바다를 마주한 남쪽에는 투락Toorak, 프라한Prahan, 사우스 야라South Yarra 같은 부촌이 있다. 사람들은 세련된 상점에서 쇼핑을 즐기며 세인트 킬다 비치에서 일광욕을 하고 화려한 클럽에서 밤새 파티를 연다. 
반면 피츠로이Fitzroy, 브런즈윅Brunswick, 칼튼Carlton 지구가 있는 북쪽은 세련된 힙스터들의 본거지다. 벽화로 가득한 골목을 걷다 보면 한적한 카페가 즐비하고, 에코백을 어깨에 멘 현지인들이 수제 맥주를 앞에 두고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치는 펍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남쪽


펭귄과 패들보드 타기
인기 명소인 세인트 킬다 비치St Kilda Beach에는 패들보드를 빌려주거나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스탠드업 패들 에이치큐Stand-Up Paddle HQ가 있다. 수업이 진행되는 세인트 킬다 부두는 대대적인 복구 작업을 거쳐 2024년에 재개장한 랜드마크다. 방파제 주변에는 페어리 펭귄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운이 좋으면 패들보드를 타는 동안 펭귄이 먹이 사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저녁 무렵 새로 조성된 전망대에 오르면 둥지로 돌아오는 펭귄들의 행렬이 펼쳐진다.
supb.com.au, penguins.org.au

도시에서 평온 찾기
약 36만m² 면적의 로열 보태니컬 가든Royal Botanical Gardens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 공원을 순환하는 트랙인 더 탄The Tan을 달리는 러너들 사이에서 멜버른 특유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산책 후에는 호숫가 레스토랑 더 테라스The Terrace에서 오늘의 수프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보자. 유럽계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전, 이 지역은 쿨린Kulin 부족에게 중요한 문화적 장소였다. 원주민 가이드가 동행하는 문화유산 워킹 투어에 참여하면 그들의 역사와 전통, 관습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rbg.vic.gov.au

로열 보태닉 가든에는 전 세계에서 온 8500종이 넘는 식물종이 자라고 있다.

미식의 세계
1867년에 문을 연 사우스 멜버른 마켓은 도시가 지닌 다문화적인 면모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소다. 한 지붕 아래에서 갓 만든 카놀리cannoli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딤섬(현지인들은 딤심dim sim이라고 부른다) 한 접시, 신선한 생굴을 맛볼 수 있다. 꽃과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가게도 눈에 띄며, 주말에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푸드 투어도 신청할 수 있다.
southmelbournemarket.com.au

밤의 분위기 속으로
사우스 야라는 화려한 밤 문화로 유명하다. 더 에머슨 루프톱 바에서 네그로니 칵테일을 한 잔 마시거나, 현지 디제이들이 선곡한 음악이 흐르는 럭키 콕에서 피자를 나눠 먹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밝아온다. 결국 마지막 행선지는 주말에 24시간 문을 여는 리볼버 업스테어스가 될 것이다. 채플 스트리트Chapel Street에 있는 체이서스 나이트클럽의 푸프 두프Poof Doof는 멜버른 퀴어 문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theemerson.com.au, luckycoq.com.au, revolverupstairs.com.au, chasersvenue.com.au

사우스 멜버른 마켓 안에 자리한 너트숍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견과류.

 


북쪽


브런즈윅 스트리트에 있는 빈티지 솔의 신중하게 선별된 빈티지 의류.

갓 내린 커피 한잔하기
향긋한 커피 향에 이끌려 하얀 외관의 카페 앞에 멈춰 섰다면 그곳은 아마 커피를 내리는 데 진심인 인더스트리 빈스일 것이다.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곳에서 추출 방식과 노트 등이 모두 다른 싱글 오리진부터 시즌별 블렌딩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커피에 대한 지식을 더 쌓고 싶으면 제스트 카페로 향해보자. 테이스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면서 테루아와 제조 방식에 대한 바리스타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industrybeans.com, zestcoffee.com.au

빈티지 쇼핑하기
손때가 묻어 있는 보물을 찾으러 브런즈윅 스트리트Brunswick Street로 향하자. 대형 창고형 매장인 로스트 앤 파운드 마켓은 LP 음반과 소품을 판매하고, 빈티지 솔은 저렴한 패스트패션 의류가 아닌 세심하게 엄선한 고품질 베이식 의류를 취급한다. 주말에는 로즈 스트리트 마켓에 가서 현지 공예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와 장신구, 미술품 등을 구경하자.
lostandfoundmarket.com.au, vintagesole.com.au, rosestmarket.com.au

벽화가 잔뜩 그려진 멜버른 호시어 레인.

거리 미술가 되기
휘갈겨 쓴 글씨부터 요란스러운 벽화까지 멜버른의 골목길은 매일, 심지어 매시간 수시로 변하는 살아 있는 캔버스다. 거리 예술로 빼곡히 뒤덮인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이나 덕보드 플레이스Duckboard Place를 걸으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면 블렌더 스튜디오의 스프레이 페인팅 수업에 참여해보자. 스튜디오에 상주하는 20여 명의 작가 중 한 명과 함께 사유지 골목에 스프레이 페인팅을 남길 수 있다.
theblenderstudios.com

펍에서 즐기는 로큰롤
멜버른 북쪽의 소박한 펍들은 AC/DC, 폴 켈리Paul Kelly, 콜드 최셀Cold Chisel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던 장소들이다. 노스코트 소셜 클럽의 바 의자에 자리를 잡고 다음 공연을 기다리자. 한 번에 약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의 공연장은 인디 음악의 성지와 같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과 술을 즐길 수 있는 더 젬도 추천한다. 바 안에 있는 엘비스를 위한 작은 제단에서 ‘로큰롤의 왕’에게 인사한 다음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텍사스식 바비큐를 즐기자.
northcotesocialclub.com, thegembar.com.au

블렌더 스튜디오는 여행자에게 거리 미술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한 거래
2013년, 노스 피츠로이North Fitzroy 지구에 네이버후드 와인Neighbourhood Wine 바가 문을 열면서 1980년대에 지하 카지노가 영업했던 건물이 되살아났다. 당시 이곳은 ‘라이건 스트리트의 어둠의 황태자’로 알려진 갱스터가 운영하던 곳으로, 마약상과 청부살인자가 드나들던 아지트였다. 건물 리모델링 중 포커 칩이 가득 채워진 비밀 서랍이 발견되기도 했다.

 

글. JUSTIN MENEGUZZI
사진. 게티, 로열 보태닉 가든 빅토리아, 사우스 멜버른 마켓, 저스틴 메네구치, 재스퍼 바우마니스, 황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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