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의 열기는 열대 해양성 기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스포츠로 하나 되는 이 도시의 뜨거운 분위기는 ‘열광’의 또 다른 풍경이다.
2026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마이애미 가든스 지역에서 F1 마이애미 그랑프리가 열렸다. 이를 위해 특별히 지어진 약 5.4km 길이의 트랙은 하드록 스타디움을 둘러싸고 있었다. 최정상급 드라이버와 그 팀이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싱을 응원하던 함성이 이제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하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다. 엔진의 굉음이 에워쌌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포르투갈, 우루과이와 콜롬비아 등이 출전하는 조별리그 경기부터 8강전과 3·4위전까지 총 일곱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미식축구와 농구 못지않게 축구에도 열성적인 마이애미의 풍경이 어느덧 익숙하다. 게다가 2025년 12월 6일, 데이비드 베컴이 공동 구단주이며 리오넬 메시가 주축 선수로 뛰는 인터 마이애미 CF가 미국프로축구(MLS)의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들어올린 MLS컵 트로피는 마이애미 전역에 축포를 터뜨렸다. 메시는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되었다. 실제로 거리에서 메시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인터 마이애미 CF의 분홍색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입은 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4월에는 인터 마이애미 CF가 창단 초기부터 사용한 포트로더데일의 체이스 스타디움을 떠나 마이애미의 뉴 스타디움에 자리를 잡았다. 마이애미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해 공항과 도심을 오갈 때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이처럼 북중미 월드컵 시작 전부터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마이애미가 얼마나 더 열광적인 풍경에 휩싸일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경기장 밖에서도
북중미 월드컵 동안 ‘FIFA 팬 페스티벌™ 마이애미’가 베이프런트 공원Bayfront Park에서 펼쳐진다. 이곳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자 도시 중심부에서 ‘제2의 경기장’ 역할을 하게 된다. 대회 기간 내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가 생중계되며,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에서는 경기 사이사이에 라이브 공연과 특별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페이시스 오브 팬 페스티벌Faces of Fan Festival’이다. 설치된 대형 인터랙티브 작품에 팬들이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남기고 이렇게 모인 이미지는 하나의 거대한 시각적 콜라주를 이룬다. 월드컵 이후에도 참여와 연결, 공동의 추억이라는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처럼 페스티벌은 마이애미를 상징하는 수변 풍경을 배경으로 지역 예술가와 창작자 그리고 주민, 축구 팬과 여행자가 한데 어우러져 다양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된다.
이외 마이애미 전역의 스포츠 바와 레스토랑 그리고 브루어리 등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이애미비치의 클리블랜더 사우스비치Clevelander South Beach는 축구 팬들의 대표적인 성지로 손꼽힌다. 야외 수영장과 루프톱, 실내 바 곳곳에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가 설치돼 있으며, 지역 수제 맥주와 와인 등을 곁들여 자유롭게 응원할 수 있다. 다운타운에 자리한 블랙 마켓 마이애미Black Market Miami는 1980년대 마이애미의 미식축구 황금기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대학 리그에 속한 마이애미 허리케인스Miami Hurricanes와 프로 미식축구 리그(NFL)의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 기념품으로 가득하며, 30대 이상의 4K TV를 통해 경기를 중계한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경기 중간에 DJ 공연까지 펼쳐져 향수와 열정이 공존하는 마이애미 스포츠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더 도럴 야드The Doral Yard는 대형 스크린과 지붕이 있는 인조잔디 공간, 편안한 좌석을 갖춘 야외 복합 공간이다. 베네수엘라식 아레파arepa(옥수수가루 반죽으로 만든 둥글고 납작한 빵), 하와이식 포케, 지중해 요리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수제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 라이브 음악과 각종 이벤트도 열려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하다.
AI가 도와주는 여정
북중미 월드컵을 개최하는 미국 전역의 도시가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해 여행 편의 향상에 나섰다. 마이애미 역시 AI 가상 비서를 통해 대회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해변과 주변 명소, 미식 등 마이애미 여행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안내한다. 한국어도 지원. miamiandbeaches.com/events/sporting-events/fifa-world-cup-guide
마이애미 방식으로
피파박물관은 북중미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특별 전시를 마이애미의 역사적인 건축물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에서 열고 있다. 1925년 마이애미 뉴스 본사로 건축된 프리덤 타워는 1962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망명을 신청한 쿠바 난민을 지원하던 곳이었다. 2008년에는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었고, 과거의 역사를 품은 채 미래로 나아가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100주년을 맞아 갤러리를 새롭게 단장해 재개관했다. 전시 〈유니다드 – 더 월드 게임Unidad – The World’s Game〉은 미국의 축구 역사뿐 아니라 세계의 축구사를 함께 다루고, 역대 남녀 월드컵의 전설적인 순간과 메시와 호날두 같은 유명 선수들의 소장품 등을 전시한다. 피파 전 회원국의 211개 유니폼을 한자리에 색깔별로 모아 마치 무지개처럼 시각적인 감동을 주기도 한다. 유니다드는 스페인어로 ‘통합’을 뜻한다. 즉, 축구가 국경과 인종 그리고 세대를 넘어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주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mdc.edu/freedomtower
페레즈 미술관 마이애미Pérez Art Museum Miami(PAMM)는 마이애미 오픈 테니스, F1 그랑프리,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이어 개최되는 시기에 맞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 협력해 기획 전시 〈겟 인 더 게임: 스포츠, 예술, 문화Get in the Game: Sports, Art, Culture〉를 선보인다. 전 세계 예술가들이 스포츠를 재해석한 작품 100여 점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펼쳐지는데, 1970년대 나이키 스니커즈와 맥라렌 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 등이 나란히 놓여 경계를 허무는 식이다.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경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그 흐름을 명상적으로 담아낸 더글라스 고든Douglas Gordon과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다큐멘터리 영상 역시 인상적이다. pamm.org
스포츠도 식후경
지리적으로 가까운 마이애미에 정착한 수많은 쿠바 이민자는 도시의 식문화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쳤다. 마이애미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인 ‘쿠바 샌드위치’는 반죽에 라드가 들어가는 빵을 사용해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이러한 쿠바식 빵 사이에 모호 로스트 포크, 햄, 스위스 치즈, 피클, 머스터드를 넣고 플란차plancha라 불리는 무쇠 그릴에 꾹 눌러 굽는 것이 정통 방식.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쿠바 전통 소스인 모호Mojo로, 오렌지나 라임 같은 시트러스 즙에 마늘과 오레가노 등을 듬뿍 넣어 만든다. 모호에 돼지고기를 몇 시간 동안 재운 뒤 오븐에 천천히 구우면 모호 로스트 포크가 완성되고, 이를 얇게 썰어 넣으면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향긋한 풍미가 감돈다. 리틀 하바나Little Havana의 베르사유 레스토랑Versailles Restaurant과 상귀치Sanguich, 윈우드Wynwood 인근의 엔리케타스 샌드위치 숍Enriqueta’s Sandwich Shop 중 어디를 가더라도 만족스러운 쿠바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다. 마이애미 사람들이 거의 매일 먹는다는 쿠바식 크로켓 ‘크로케타’는 베샤멜 소스를 베이스로 햄이나 닭고기를 채운 원통형의 튀김이다. 함께 나오는 라임 조각의 즙을 뿌려 단독으로 먹거나 샌드위치 사이에 껴서 눌러 먹기도 한다. 진하고 달콤한 쿠바식 에스프레소인 ‘카페시토cafecito’ 한 잔을 곁들이기도 좋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가족 대대로 전해온 조리법을 고수하는 이슬라스 카나리아스Islas Canarias라고.
열렬한 응원을 보낸 다음 날에는 한껏 분위기를 내도 좋다.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L’Atelier de Joël Robuchon은 플로리다주 최초의 미쉐린 2스타로 빛난다. 프렌치 파인 다이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기의 셰프라 불리는 조엘 로부숑의 철학을 구현하는 곳이다. 주방을 둘러싼 카운터 좌석에 앉아 셰프가 요리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레스토랑 이름에 ‘공방’이 들어가는지, 그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소량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포션tasting portion과 단품 요리를 모두 제공하나 프랑스 요리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는 코스 메뉴를 권한다.
TRAVEL WISE
가는 방법
유나이티드항공이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인천-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한다.
현지 교통
다운타운 마이애미, 리틀 하바나, 마이애미 비치, 코코넛 그로브 등 각 지역 내를 이동하는 무료 트롤리가 있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하며, 전용 앱을 통해 실시간 위치도 확인 가능하다. 다운타운의 고가를 누비는 트램, 메트로무버 역시 무료이며 세 노선이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한다. 이외 지역 간 이동하는 유료 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머물 곳
다운타운에 있는 엘서 호텔 마이애미.
theelserho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