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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더스킹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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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호

어둠이 찾아오는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한때 네덜란드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이 문화가 새로운 세대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

암스테르담 블룸흐라흐트 운하에 내려앉은 황혼.

1947년, 웨일스의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는 “빛이 사라져가는 것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고 썼다. 물론 은유적인 표현이었지만 2026년을 살아가는 또 다른 시인은 정반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암스테르담 출신 작가 마르욜라인 판 헴스트라Marjolijn van Heemstra는 네덜란드의 오래된 생활 문화인 스헤메런schemeren, 즉 더스킹dusking을 다시 세상에 알리고 있는 인물이다. 특별한 준비물도, 장소도 필요 없다. 도시든 시골이든 상관없이 밖으로 나가 30~40분 정도 앉아 황혼이 어둠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지식 웹사이트 빅싱크Big Think에 기고한 글에서 “더스킹은 매 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맞서는 작은 저항”이라고 설명한다.
더스킹은 한때 네덜란드에서 흔한 일상이었다. 마르욜라인은 자신이 진행하던 야간 산책 프로그램에서 80대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발행된 신문을 조사한 결과 더스킹을 언급한 기록도 여럿 발견했다. 그녀는 자신의 글과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더스킹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밤의 안내서’라는 뜻의 저서 〈나흐트 히츠Nacht Gids〉는 2027년 영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더스킹을 주제로 한 공동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 중이 다. 참가자들은 더스킹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오디오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함께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을 보낸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암스텔Amstel 강변과 문화 공간 메디아마틱Mediamatic이 대표적인 더스킹 명소로 꼽힌다. 남부 도시 에인트호번의 파르크테아터Parktheater에서도 정기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르욜라인은 이러한 문화를 네덜란드 전역은 물론 해외로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노스요크무어스 국립공원 역시 올해 처음 더스킹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오는 10월 열리는 다크 스카이즈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모임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자 자연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경험이 된다. 흔히 일몰을 감상하는 일이 빛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면, 더스킹은 어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상상의 세계를 열어두는 데 의미가 있다.
마르욜라인은 “황혼은 우리가 느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낮과 밤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존재죠”라고 말한다. “전설 속에서 인간이 박쥐나 늑대가 되고 안개와 하나가 되는 것이 황혼 무렵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황혼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찌르레기의 군무, 영국
겨울이 되면 영국 토종 찌르레기와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해 질 무렵 장관을 연출한다. 수천 마리의 새가 하늘을 뒤덮으며 유려한 곡선을 그리다가 밤을 보내기 위해 일제히 보금자리로 내려앉는다. 대표적인 관찰 명소로는 서머싯 레벨스Somerset Levels와 레이턴 모스Leighton Moss 같은 습지, 브라이턴Brighton의 부두를 비롯한 해안 지역이 꼽힌다.

파세오, 스페인
해 질 녘 천천히 거리를 걷는 파세오Paseo는 스페인 사람들이 공동체와 교감하는 일상의 의식이자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바닷가 산책로나 가로수가 늘어선 길이 특히 좋다. 마르베야Marbella의 파세오 마리티모Paseo Marítimo는 구시가지와 화려한 푸에르토 바누스Puerto Banús를 잇는 약 6.4km의 해안 산책로다. 발렌시아의 투리아 정원Turia Garden 역시 강을 메워 조성한 공원으로, 오렌지나무와 소나무, 야자수가 어우러진 황혼 산책 명소다.

아페리티보, 이탈리아
라틴어로 ‘열다’라는 뜻의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한 아페리티보Aperitivo는 저녁 식사 전 식욕을 돋우는 한 잔인 동시에 일과 일상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여유의 시간이다. 이 문화는 1920년대 밀라노에서 시작돼 지역 리큐어인 캄파리와 함께 널리 퍼졌다. 밀라노에서 아페리티보를 경험하고 싶다면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현지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명소 바르 바소Bar Basso를 찾아볼 것.

브라이턴 상공을 수놓는 찌르레기의 군무.

 

글. ORLA THOMAS
사진. GETTY, AL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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