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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시 딜라이트가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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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호

한때 술탄마저 사랑했던 터키시 딜라이트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달콤한 디저트다. 오늘날 이스탄불에서는 전통적인 맛에 독창적인 풍미를 더하거나 액상으로 변주하는 등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갈라타 탑. 하즈베키르를 운영하는 가문의 6대 손 레일라 젤랄리안.

“진정한 로쿰이라면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오래된 터키시 딜라이트 브랜드 하즈베키르Hacı Bekir의 후계자 레일라 젤랄리안Leyla Celalyan이 말한다. 그녀는 고운 설탕 가루를 입힌 한입 크기의 정육면체 과자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들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식감이에요.” 레일라는 과자를 꾹 누른 뒤 눈높이까지 들어 꼼꼼히 살핀다. “눌렀을 때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와야 하죠.” 그녀가 로쿰을 내려놓자 세계적으로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과자가 서서히 본래 모양을 되찾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눌러보지만 결과는 같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노란빛 정육면체는 몇 번을 눌러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즈베키르는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유서 깊은 시르케지 지구에 첫 매장을 열었다. 매장 밖으로는 사람들이 모스크로 개조된 정교회 대성당 아야소피아Hagia Sophia와 박물관처럼 보존된 기차역으로 향한다. 한때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종착역이었던 곳이다. 거리에는 전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금요 기도를 마친 상점 주인들이 하나둘 돌아온다. 매장 안에는 고요하면서도 기분 좋은 활기가 감돈다. 
“두 번째 기준은요.” 레일라가 로쿰 한가운데를 깔끔하게 베어 물더니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 단면을 보여준다. “치아에 달라붙지 않아야 해요.” 이 두 가지가 좋은 로쿰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하즈베키르의 역사는 곧 터키시 딜라이트의 역사다. 1777년 튀르키예 서부 흑해 연안의 카스타모누 지역에 살던 베키르 에펜디Bekir Efendi가 이스탄불로 이주해 가게를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 전역에서 이름난 제과 장인이 되었다. 
그는 로쿰을 먹는 경험 자체를 바꾸는 혁신을 이루었다. 이전에는 꿀과 당밀로 식감을 냈지만, 옥수수전분과 밀전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로쿰을 상징하는 섬세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완성됐다. 동시에 과일과 견과류, 향신료의 풍미도 한층 선명해졌다. 이 달콤한 간식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베키르는 술탄 마흐무드 2세의 궁정 수석 제과사로 임명됐다. 
그 후 로쿰은 상인과 여행자들을 따라 서쪽으로 퍼져나갔다. 영국에 전해진 뒤에는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이름을 얻으며 대중문화 속에도 등장하게 된다. 특히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거부하기 힘든 이국적이고 달콤한 유혹으로 그려진다. 당시 서구인들의 상상 속에서 로쿰이 얼마나 매혹적인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왼쪽부터) 하즈베키르의 터키시 딜라이트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양의 원조 격이다. 에미뇌뉘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로쿰이라고 하면 흔히 장미 향을 떠올리죠.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피스타치오 맛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려요.” 레일라가 피스타치오 로쿰을 건넨다. 정말 훌륭하다. 고소하고 쫀득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다. 두 번 구운 피스타치오가 설탕의 단맛과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나는 점원이 노부부를 위해 포장하고 있는 다른 종류의 로쿰을 바라본다. 레일라가 내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작은 접시에 몇 가지를 더 담아 온다.
“이건 카이막을 넣은 로쿰이에요. 계절 메뉴죠.” 추운 계절이면 이스탄불 사람들은 크림이 들어간 이 로쿰을 별미로 즐긴다고 한다. 이맘때는 현지 우유가 더욱 진해지고 보관도 수월하다. 별도의 향을 첨가하지 않고 롤케이크처럼 걸쭉한 크림을 속에 채운 뒤 돌돌 만다. 한입 베어 무니 카이막이 단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면서 씹을 때마다 신선하고 버터 같은 풍미를 더한다. 문득 나이 지긋한 점원이 진열 상자에서 로쿰 하나를 슬쩍 꺼내 입에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역시 나와 똑같이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이스탄불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이 가게의 진열대에 매료되곤 했다. 은빛 쟁반 위에는 선명한 붉은색과 따뜻한 노란색 로쿰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색색의 줄무늬가 새겨진 전통 사탕 아키데akide는 마치 먹을 수 있는 보석처럼 유리병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에게 로쿰은 주로 조부모의 집에 갔을 때나 튀르키예식 커피와 함께 먹던 음식으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최근 이스탄불의 미식 문화는 로쿰을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마르셀 딜라이트에서 만드는 구운 피스타치오 로쿰. 이스탄불 골든혼 항구 위로 쉴레이마니예 모스크가 솟아 있다.

새로운 쫀득함
시르케지Sirkeci 지역을 벗어나 보몬티Bomonti로 향한다. 한때 공장과 창고가 밀집했던 이곳은 오래된 아파트 사이로 고층 주거 타워가 들어서며 이스탄불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도심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셀림 젠켈Selim Cenkel은 과거의 풍경과 미래 도시가 교차하는 이곳에 마르셀 딜라이트Marsel Delights를 열었다.
“로쿰이 다시 근사한 음식이 되면 좋겠어요.” 희끗희끗한 곱슬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하고 둥근 안경을 쓴 셀림은 제과 브랜드 대표라기보다 감각적인 와인 바의 주인처럼 보인다. “이스탄불 프린스 제도에 있는 뷔위카다에서 자랐는데 거기서는 특별한 대접을 할 때 로쿰을 내곤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전통도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마르셀 딜라이트는 하즈베키르의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실내는 배관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이며 입구 근처에는 기념품이 걸려 있다. 버건디색 대리석 계산대 뒤로는 현대적인 초콜릿 공방을 연상시키는 오픈형 작업 공간이 자리한다. 작업실에서는 갓 굳힌 로쿰 덩어리를 나무 쟁반에 담아 며칠간 숙성한다. 그런 다음 큐브 모양으로 잘라 전통적인 슈거파우더 대신 향신료를 더한 가루를 입힌 뒤 다시 숙성되기를 기다린다. 셀림은 좋은 로쿰을 만드는 데 재료만큼이나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로쿰을 만드는 데는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젤라틴처럼 쉽게 굳히는 첨가물을 사용할 수 없어요. 제대로 굳으면 100% 정통 로쿰이고,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가죠. 99%짜리 로쿰은 없습니다.” 갓 만든 로쿰을 한 조각 맛본다. 아직은 지나치게 부드러워 젤리에 가까운 식감이다. 반면에 충분히 숙성시킨 로쿰은 탄력이 있고 쫀득하다.
마르셀의 현대적인 접근은 외형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로쿰을 먹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 카페로 돌아오자 다양한 맛의 로쿰 한 접시와 풍미를 정리한 테이스팅 노트, 그리고 진하고 검은 튀르키예식 커피가 나온다. 전통적인 튀르키예 레이스를 연상시키는 종이가 깔린 은쟁반 위에는 보석처럼 선명한 로쿰 여섯 조각이 놓여 있다. 석류·라즈베리·옻나무 열매 향을 더한 로쿰, 장미·블랙베리 로쿰, 매스틱·오디 로쿰, 피스타치오 로쿰, 헤이즐넛·캐러멜 로쿰, 초콜릿을 입힌 헤이즐넛 로쿰이다.
셀림이 연한 초록색 큐브 하나가 놓인 또 다른 쟁반을 가져온다. “고추냉이예요. 저희 제품 중에서도 꽤 과감한 편이죠.” 한정판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톡 쏘는 맛만큼은 확실히 상쾌하다. 포장 디자인이든 맛이든 마르셀은 재미있고, 독특하며, 화려한 색감을 선보인다.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하면 전통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젊은 세대와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일 뿐입니다.”(셀림)

(왼쪽부터) 마르셀 딜라이트에서 만든 로쿰. 하즈베키르 시르케지 매장.

액상으로 변주한 노스탤지어
유럽 쪽 해안으로 해가 기울 무렵, 나는 카라쾨이Karaköy에서 페리를 타고 카디쾨이Kadıköy 로 향한다. 선착장에서 내려 모다Moda 쪽으로 걷자 카페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를 타투 숍과 비어 가든, 칵테일 바가 채운다. 그중 좁은 복층 구조로 된 렐라보 칵테일 바Lelabbo Cocktail Bar로 들어간다.
벽에는 ‘순한 독MILD POISONS’과 ‘강한 독STRONG POISONS’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걸려 있고 그 옆 선반에는 직접 빚은 술을 담아둔 병이 빼곡하다. 엔지니어 출신의 숙련된 바텐더이자 주인인 엠라흐 쿤트Emrah Kunt는 제레슈 로쿰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을 만든다. 제레슈 로쿰은 새콤한 말린 매자나무 열매 베르베린과 피스타치오로 코팅한 터키시 딜라이트다. 넓고 얕은 접시 모양의 쿠페 잔에 담긴 칵테일은 언뜻 에스프레소 마티니처럼 보인다. 짙은 액체에는 기네스 맥주 같은 흰 거품이 올려져 있고 그 위로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붉은 가루의 선이 가로지른다. 첫 모금에서는 폭신한 거품의 질감이 먼저 느껴지고 이내 그 아래 숨은 칵테일의 맛이 이어진다. 로쿰과 똑같은 맛은 아니지만 이상하리만큼 로쿰을 먹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볶은 피스타치오의 깊은 풍미와 바닐라 향, 럼을 베이스로 한 따뜻한 향신료의 맛이 어우러진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완벽하다.
“터키시 딜라이트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에요.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살 때가 더 많죠. 하지만 믹솔로지스트에게는 오랜 시간 검증된 풍미의 조합을 참고하기에 아주 좋은 재료입니다.”(엠라흐)
하즈베키르가 완성하고 지켜온 것을 마르셀이 현대적인 입맛에 맞게 변주했다면, 렐라보는 이를 액체로 풀어내 노스탤지어로 만들어냈다.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즈베키르 매장을 지나간다. 진열창 앞에 서 있던 한 아이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로쿰에 넋을 잃은 채 엄마의 소매를 잡아당긴다. 궁정 제과사에서 현대적인 아틀리에 그리고 칵테일 바에 이르기까지, 로쿰은 여전히 새로운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로쿰의 여정
1777년
제과사 베키르 에펜디가 이스탄불에 과자점을 연다. 로쿰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로쿰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820년
술탄 마흐무드 2세가 베키르 에펜디를 오스만 궁정의 수석 제과사로 임명한다. 이로써 로쿰은 궁정 과자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다진다.

19세기
여행자와 상인들에 의해 서구로 전해진 로쿰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후 유럽의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다.

1914년
영국의 제과 회사 프라이Fry’s가 초콜릿을 입힌 터키시 딜라이트 바를 출시한다. 이를 계기로 로쿰은 보다 대중적인 과자로 자리 잡는다.

2005년
1950년대 소설을 영화화한 <나니아 연대기>가 개봉하면서 터키시 딜라이트가 새로운 세대에게 알려진다. 주인공 에드먼드가 이 과자를 상자째 얻기 위해 가족을 배신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9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BERKOK YÜKSEL
사진. DERYA TUR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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