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쌀 한 톨, 책 한 권, 푸딩 하나. 밤가시 마을 골목에는 저마다 한 가지에 마음을 쏟은 사람들이 있다.
편안함의 조건
‘킷사텐きっさてん’. 일본어 사전은 이를 ‘커피나 홍차 같은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손님에게 내는 가게’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카페로 여길 수도 있지만, 킷사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핸드드립이나 사이폰으로 커피를 내리고, 원목 가구와 어두운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바에 앉은 손님과 직원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익숙하다. 킷사커피 로스터리는 반세기 전 쇼와 시대에 유행하던 카페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잔잔한 음악과 은은한 커피 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사이폰의 물이 끓어오르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직원과 손님의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편하게 머물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러다 보니 편한 의자, 넓은 테이블 간격 등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고르게 됐죠.” 20년간 커피를 내려온 문정희 대표는 국제커피대회 심사를 맡을 만큼 조예가 깊다. 그만큼 원두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롭다. 2016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버그 우Berg Wu가 선별한 페루 원두부터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등
여러 산지의 원두를 갖춰 취향대로 골라 맛볼 수 있다.
킷사텐의 또 다른 특징은 간단한 음식을 함께 내는 것. 그에 대한 킷사커피 로스터리의 답은 프렌치토스트다. 주문과 동시에 안쪽 주방에서 고소한 버터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커피와 잘 어울리는 달콤한 토스트 한 입. 킷사텐이라는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킷사커피 로스터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141번길 30 1층
DO IT 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매장 바로 옆에 자리한 방앗간에서 짜낸 신선한 참기름을 이용한 ‘옆집 참기름 라테’를 놓치지 말 것. 원두와 참기름이 만나 증폭되는 고소한 향이 매력적이다.
역사를 품은 디저트
반질하게 윤이 도는 크림색 케이크에서 버터 향이 물씬 풍긴다. 겉보기엔 평범한 파운드케이크지만, 입에 넣으면 포슬하게 부서지며 담백한 맛이 퍼지다가 이윽고 쌀 특유의 찰기가 쫀득하게 감겨온다. 자연스레 다른 맛도 궁금해진다. 의성 검은깨를 넣은 케이크는 고소함이 한층 짙어지고, 강화도 사자발쑥을 넣은 케이크는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하다. 열두톨의 파운드케이크는 약 5000년 전 한반도 최초의 재배 볍씨인 가와지볍씨의 역사를 이은 가와지쌀로 만든다. “찰기가 많아 쫀득한 식감이 매력이에요. 파운드케이크로 만들면 그 매력이 더 살아나죠.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려서 이런저런 맛을 시도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열두톨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했던 네 명의 동료가 함께 운영한다. 로컬 식재료와 지역 이야기에 관심이 많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이 지역 가와지 마을에서 출토된 볍씨 열두 톨에서 따왔다. 쌀을 직접 제분하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가게를 꾸리는 일까지 모두 이들의 손을 거친다. 이들의 목표는 베이커리를 넘어 여러 지역의 쌀과 로컬 식재료를 큐레이션하는 편집숍으로 열두톨을 키우는 것. 지금도 제철 재료로 시즌 메뉴를 만들고, 다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고, 일본 아와지섬의 로컬 기획자들과 협업을 이어간다. 볍씨 열두 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지역과 지역을 이으며 결실을 맺어간다.
열두톨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27번길 17-1 1층
DO IT 든든히 배를 채우고 싶다면 쌀로 만든 식사빵을 판매하는 주말에 방문해보자. 식빵과 치즈식빵, 소금빵이 나온다. 여기에 볶은 현미와 누룽지 가루로 만든 쌀라테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밤가시 초가
주택가 한가운데 남아 있는 조선 후기 초가로, 1991년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과거 일대에 밤나무가 많았던 데다 집을 지을 때 기둥과 대들보, 서까래까지 밤나무를 사용해 ‘밤가시 초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집채가 ‘ㅁ’자로 안마당을 감싸고 지붕 가운데가 똬리처럼 둥글게 뚫린 초가다. 뚫린 지붕으로 햇빛과 바람이 드나들어 채광과 통풍, 습도 조절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밤나무 숲은 사라졌지만 그 이름은 오늘날 밤가시 마을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의 작업실이 되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마주한 너의 작업실의 첫인상은 ‘고요하다’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에 든 책이나 노트북, 노트에 몰입해 있었다. 이곳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편에 엄선한 책이 빼곡히 꽂혀 있어 독립서점 같다가도, 커피 향이 끊임없이 감도는 걸 보면 영락없는 카페다. 하지만 김태영 대표는 이곳을 말 그대로 ‘작업실’이라고 설명한다. “책과 커피를 파는 곳이기 이전에, 누구든 와서 읽고 쓰고 머물 수 있는 자리이길 바랐어요.”
김 대표는 16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둔 뒤 ‘도시를 떠도는 먼지가 된 듯한’ 기분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참여한 글쓰기 모임에서 같은 고민을 품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들 모두를 위한 작업실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머무는 이들은 손님보다는 작업자에 가까워 보인다. 일에 몰입하다가 잠시 엎드려 쉬기도 하고, 옆 사람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한참 책장을 들여다보다 마음 가는 책을 꺼내 들기도 한다. 그 사이에는 나하늘 시인, 김미희 작가처럼 이곳에서 글을 쓰며 공간을 함께 지키는 상주 작가도 있다.
공간을 꾸미고 책을 들이는 일이 책방지기의 몫이라면, 전시와 모임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직접 기획하고 꾸려간다. 글쓰기, 필사, 북토크, 낭독회 등 다양한 모임이 열리고, 진행자는 모두 책방을 오가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 너의 작업실은 어느새 모두의 작업실이 된다.
너의 작업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80번길 63-36 1층
DO IT 너의 작업실에선 비정기적으로 인문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근엔 김완 작가와 함께 음악 처방 프로그램을 열었고, 11월 25일까지는 지역 요가원과 함께 ‘어른을 위한 몸과 마음 사용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여행이 남긴 달콤한 기억
여행지의 낯선 골목을 걷다 작은 가게에 들어가 달달한 푸딩을 맛본 행복. 리틀푸딩숍은 박혜린 대표의 그러한 기억에서 시작됐다. 매장은 이름처럼 아담하다. 테이블 두 개와 음료 만드는 과정이 보이는 바 좌석이 전부다. 미니멀한 공간의 쇼케이스에는 줄지어 선 가지각색의 푸딩이 눈에 띈다. 기본인 커스터드 푸딩부터 우유, 말차 푸딩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미타라시 당고와 메론소다처럼 푸딩과 곁들이기 좋은 메뉴도 갖췄다.
푸딩의 맛은 온전히 대표의 경험과 취향으로 정해진다. 커피 푸딩은 베트남 여행에서 맛본 에그커피에서, 초코 푸딩은 그가 좋아하는 벨기에 초콜릿에서 출발했다. 계절이 바뀌면 딸기나 옥수수 같은 제철 재료로 시즌 메뉴를 선보인다.
동네 사람들에게 ‘나만의 작은 푸딩 가게’로 사랑받던 곳은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카페쇼 같은 행사와 백화점 팝업에 참여할 만큼 찾는 이가 늘었다. “푸딩은 누군가에겐 익숙하고, 누군가에겐 낯선 디저트잖아요. 그래서 일본 현지 푸딩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처음 맛보는 분에겐 재미있고, 먹어본 분에겐 반가우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도록요.” 시그너처 메뉴인 커스터드 푸딩을 한 입 떠먹으면 그 고민의 흔적이 단번에 느껴진다. 탱글하고 탄력 있는 식감과 입안에 기분 좋게 퍼지는 단맛. 푸딩을 하나씩 맛보다 보면 밤가시 마을 여행이 한층 달콤하게 물든다.
리틀푸딩숍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28번길 40 1층
DO IT 찬 바람이 부는 날엔 짭조름한 일본의 전통 간식 미타라시 당고와 따뜻한 뱅쇼를 주문해보자. 쫀득한 당고를 한 입 베어 물고 뱅쇼로 몸을 데우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이 한결 포근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