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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 더 깊이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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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웃고 있는 여행자들의 가벼운 얼굴에서 탐험의 역설을 떠올렸다. 지구 반대편, 가장 먼 곳으로 떠난 중남미 여정에서 나는 낯섦에 스며들며 사진을 공존의 방식으로 삼았다. 풍경을 소비하기보다, 땅의 고유한 리듬과 체온을 담고자 했다. 진짜 탐험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바라보는 일임을 나는 그곳에서 배웠다.

칠레 북부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라우카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auca. 알파카, 비쿠냐, 라마 등 다양한 고산지대 동물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주로 풀을 뜯느라 바빠서 눈을 마주치기 쉽지 않다.

밀란 쿤데라는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몸채만 한 배낭을 멘 배낭여행자들의 한없이 가벼운 얼굴이 아닐까. 물아일체의 지경이 머지않아 보이는, 자기 머리를 훌쩍 넘기는 가방을 이고 지고 국경을 넘나드는 탐험가들. 그 모습이 멋있어서 대열에 합류해보고 싶었다. 졸업 논문을 쓰며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지고 있을 때였고, 떠난다면 이 땅에서 가장 먼 곳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중남미 대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여정은 처음 계획보다 오래 이어졌다. 멕시코에서 출발해 과테말라,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까지. 도시의 돌바닥을 밟고 줄로 그어진 국경을 넘으며 새로운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낯선 습관에 몸을 맡겼다. 가능한 한 많이 걷고, 오래 머물며 그 안에 스며들기를 바랐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이 부르기 쉬운 스페인식 이름을 가졌다. 나에게 사진은 공존의 방식이었다. 일회성의 아름다움을 소비하기보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은 그 땅의 고유한 리듬과 체온을 담고 싶었다.

화성과 가장 유사한 지구의 영토,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안데스산맥과 칠레 해안산맥Cordillera de la Costa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다. 연간 강수량은 가장 적지만 소금 평원, 간헐천, 깊고 푸른 석호, 천문학 연구 등 활발한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능선을 보노라면 화성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된 기분이 든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포착된 찰나를 영원히 지속시키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본 풍경이 아닌, 보는 방식이다.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경험자의 감상 말이다. 탐험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수백, 수천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지에 귀 기울이고 땅 위에서 일어나는 작고 미세한 변화들에 나를 위치시키는 일이었다. 지속 가능한 여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사라져가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가벼이 넘기지 않는 눈, 반복되는 일상에서 균열의 순간을 찾아내는 감각. 돌아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가장 무거운 짐은 가방이 아니라 내가 품고 있던 단정과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것은, 그걸 내려놓은 이후의 나였다. 이제 안다. 진짜 탐험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바라보는 것임을.


사진가 김희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중남미로 날아가 3년간 6개국 40개 도시를 오가며 낯선 땅의 삶의 이면과 문화적 맥락을 포착했다. 특정 지역에서 출발해 장소, 기억, 인간 존재 사이의 관계라는 인류 보편의 경험과 정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글. 김희영FLOREE KIM
사진. 김희영FLOR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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