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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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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현대 건축을 흑백사진으로 포착해 특유의 감도를 더한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은 제주 섭지코지의 자연 그 자체다.

나는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의 미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고택을 촬영해 왔기에 현대 건축과 고택은 각각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우선 전국에 있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모두 찾아가 보았다. 제주도의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은 섭지코지의 원생적 자연을 형상화해 설계하였다고 한다. 건물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섭지코지의 물, 바람, 빛, 소리가 느껴진다. 제주의 수풍석 뮤지엄은 이타미 준으로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이 설계한 곳이다. 물, 바람, 돌을 주제로 한 각 건축물에서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에 동화된다.

수풍석 뮤지엄의 물을 주제로 한 건축물은 천장이 뚫려 있어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 물에 반영되는 아름다움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건축물인 페이지스Pages는 두루마리 종이나 양피지가 둘둘 말린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기존 공원과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을 지향해 산책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내연과 외연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며 반전되는 연속성이 인상적이다.
나의 건축 사진 여정은 모두 흑백이다. 흑백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조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름으로 작업하는 게 좋다. 나 역시 디지털 카메라도 사용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안셀 애덤스의 존 시스템 증감이나 가감 현상으로 그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진정 아름답다고 여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상설전시실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은 문자와 문명의 여정을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위부터)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원주의 뮤지엄 산에는 천장에서 빛이 스며드는 십자가 형상이 있다(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에는 동일한 구조가 벽에 존재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작가의 작품인 <호작도>와 그가 생각하는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설계되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해체주의 건축에 속한다.

사진가 백상현은 흑백사진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21년 동안 시화호의 환경 변화를 기록해 왔으며, 우리나라 고택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사진집을 발간하였으며, 언제나 일관되게 흑백사진으로 표현한다.

 

 

글. 백상현SANG-HYUN BAIK
사진. 백상현SANG-HYUN B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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