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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기억하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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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호

드론의 눈으로 기록한 호수의 상처.

캔버스 위에 풀어놓은 한 폭의 유화처럼 펼쳐진 풍경.
수면 위로 피어오른 물안개, 선으로 흐르는 물길,
마치 누군가 정교하게 그려낸 풍경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역설이었다.
춘천을 감싸안고 흐르며, 오래도록 도시의 젖줄이 되어온 의암호.
이 고요한 호수는 지금, 자신의 상처를 품은 채 침묵하고 있다.

오염으로 점점 탁해지는 수질, 떠나가는 철새 무리.
나는 드론의 눈으로 그 모습을 기록한다.
높은 시선에서 바라본 자연은 때로 가장 비극적인 진실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숨기고 있었다.

(왼쪽) 여름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겨울엔 상고대가 얼어붙는다.
철새들은 수온을 따라 방향을 바꾸고, 사람은 호수의 침묵을 알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오른쪽)
자연의 색, 초록.
동시에 물이 제 호흡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색.
흐르지 못한 물이 스스로를 짓눌러 만든 결과는, 가장 찬란한 색으로 위장된 파괴였다.

두 개의 물이 만나는 지점.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두 물줄기는
하나의 호수 안에서 끝내 섞이지 못한 채, 색의 경계를 그린다.
의암호는 처음부터 자연이 아니었다.
두 개의 댐이 흐름을 멈추었고,
한곳에서 만난 물은 시간과 함께 퇴적됐다.
도시는 그것을 호수라 부르기 시작했다.

인공적으로 채워진 물은 지형을 잠식했고,
땅이었던 곳은 섬이 되었으며,
흐르던 강은 멈춰 선 풍경이 되었다.
섬은 오늘도 말없이 그 자리에 있다.
잊힌 것처럼, 그저 놓아두어진 것처럼.


사진가이자 환경운동가인 김재경은 고향인 춘천 의암호의 자연 변화 및 그 특수성을 남다른 시각과 인식으로 사진에 담아낸다. 매일 변화하는 의암호의 수질과 동식물의 생태를 기록하고 인간의 가장 소중한 수자원을 지키기 위해 아름다움으로 미화된 작품을 공유하며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제23회 동강국제사진제 강원특별자치도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9월 28일까지 영월의 동강사진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글. 김재경JAE-KYOUNG KIM
사진. 김재경JAE-K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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