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찾는 사람들 곁에 머물며.
티베트 사람들은 ‘살아있는 부처’라는 뜻의 린포체를 추앙하고 정신적 지주로 여기는데, 대표적으로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 일컫는 달라이라마가 있다. 이는 토착 신앙에 기인한 활불 사상으로, 티베트 불교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런 활불 사상과 윤회, 업보를 믿고 따르는 그들은 공덕을 쌓고 수행하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불교가 곧 생활인 삶을 살아간다. 진언을 암송하며 마니차(경전을 새긴 원통형 도구로 돌리면 공덕을 쌓는다고 여긴다)를 돌리거나 코라Kora를 도는 모습을 일상에서 볼 수 있는데, 신실한 불심과 구도의 자세가 느껴져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수행처이자 안식처인 곰파(寺院)는 축제나 법회의 형태로 소통과 화합의 구심점이 된다. 린포체 법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과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목숨을 걸고 험난한 히말라야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그들에게 있어 티베트 불교는 척박한 자연환경, 불안한 정치적 현실을 오랜 인내와 관용의 마음으로 극복하고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라블랑스Labuleng si 사원 주위를 돌며 코라를 수행하는 모습. 코라는 성지, 사원, 불탑, 신성한 불교적 상징물을 중심에 두고 오른쪽으로 도는 의식으로, 전생의 업장(業障, 전생에 악업을 지은 죄로 인하여 받게 되는 온갖 장애) 소멸과 해탈의 순례 행위이자 하루의 일상이다.
티베트 불교 승려의 환한 미소.
1409년 처음 시작된 몬람Monlam은 티베트 불교의 최대 명절이자 대규모 불교 의식으로, 새해를 전후로 티베트의 거의 모든 사원에서 열리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불심을 전파한다. 예불이 끝나고 경내를 이동하는 이들이 흩날리는 눈발 사이에서 시선을 붙든다.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물질 중심의 현대사회와 동떨어져 조금은 느리게 가는 듯하지만, 묵묵히 수행자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외형이 아닌 본질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의 기준과 진정한 삶의 가치는 내면의 관찰과 관조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큐멘터리 사진가 남준은 순간의 연속인 삶의 모습과 내면의 관조를 통해 진정한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티베트, 인도, 네팔, 파키스탄, 중국, 몽골 등지를 15년 넘게 오가며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삶을 기록하였고, 한국의 산사 등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담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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