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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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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호

일상의 공간을 다시 들여다본 시선, 새롭게 마주한 한국의 면면.

‘스페이스워크’는 이름처럼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걸으며 포항 도심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초광각렌즈를 통해 이 구조물의 압도적인 위용과 역동적인 곡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주정거장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망원렌즈로 보름달을 별도 촬영하였고, 건축물을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은 후보정을 통해 간결하게 정리했다. 해외에서는 정형화된 건축 사진보다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건축물에서 영감을 이끌어내는 창의적 접근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기에 이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한국 건축의 매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 이 시도는 2025년 IPA(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국제사진공모전 건축 부문(Abstract) 1위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HIPA(Hamdan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는 총 상금 약 15억원, 1등에게는 3억원 정도의 상금이 주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공모전이다. 1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일본인과 중국인 수상자, 심지어 한국을 촬영한 외국인 수상자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국인 수상자는 없다. 2024년 HIPA의 주제는 지속가능성이었고, 그 키워드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
노을빛에 반사되는 합천호 수상 태양광 패널의 모습이 한국의 자연과 지속 가능한 기술력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그곳으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어렵게 촬영을 마쳤고 기나긴 후작업 끝에 겨우 출품할 수 있었다. 비록 결과는 쇼트리스트Shortlist(지원작 중 수상작을 가려내기 위해 선정한 최종 후보군)와 공식 작품집 수록에 그쳤지만, 같은 작품으로 APEC 국제사진공모전에서 3위 수상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언젠가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진공모전 시상식 무대에 오르길 꿈꾼다. 그날을 향해, 나는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위부터)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은 일부 공간을 비우는 보이드void 설계 기법을 통해 꼭대기 층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1층에서도 느껴지며, 건축미가 아름다워 카메라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에서 질서정연하게 배열돼 찬란하게 빛나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시선을 끌었다.

광각렌즈로 사람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나타나는 조형미는 오히려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구조물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표길영은 대학 시절 펜탁스 K-X로 처음 사진을 접한 이후 카메라가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그 열정이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에서 사진을 담당하는 업무로까지 이어졌다. IPA와 SWPA 등 국내외 다양한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왔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글. 표길영GIL-YOUNG PYO
사진. 표길영GIL-YOUNG 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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