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로 전 세계를 달리며 찰나를 영원한 순간으로 담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에서 맞이한 서광 바람은 수천만 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모래를 밀어 올리며 하나의 완벽한 모래언덕을 만들어냈다. 해가 기울어 서광이 능선에 스치면 그림자는 검은 칼날처럼 모래를 가르고, 반대편은 강렬한 주황빛으로 타오른다. 이곳 나미브 사막은 약 5500만 년의 시간을 견뎌온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산화철을 머금은 모래는 붉은빛을 띠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그 색은 더욱 짙어진다. 이번 촬영은 MBC 예능 프로그램 <극한84>의 포스터 작업을 위해 진행됐다. 석양이 낮게 내려앉자 듄45의 능선은 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깊어진 그림자는 사막의 입체감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이 도전하는 대자연 속에서 고독과 의지, 환희를 입체적으로 담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초대형 스튜디오였다.
붉은 대지 위 생명의 리듬
잘 닦인 길도, 곧게 뻗은 트랙도 없었다. 케냐의 마라톤 선수가 된 것처럼 뜨거운 붉은 모래 위를 그저 달려야 했다. 모래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깊숙이 발을 붙잡았고, 한낮의 열기는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훈련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빅5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은 단순한 러닝 기록으로 그치지 않았다. 광활한 평원과 사막, 뜨거운 태양 아래 침묵을 깨며 달려 나가야 했기에, 그 속에서 마주한 극한의 순간은 선명한 의지로 남아 있다. 내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아프리카 대지 위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장 순수하고도 강렬한 증명이었다.
라이언킹의 풍경 속을 달리다
그동안의 마라톤은 지독하게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고, 포기와 좌절이라는 선을 매 킬로미터마다 넘어야 했다. 철저히 외로운 질주 위에 새겨진 흔적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엔타베니에서의 ‘빅5마라톤’은 출발부터 달랐다. 코스는 울타리 없는 야생보호구역을 지나며, 참가자들은 달리는 동안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다섯 동물인 사자, 코끼리, 버펄로, 표범, 코뿔소를 만날 수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외롭게 솟은 바위산은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을 떠올리게 한다. 마라톤을 뛰는 동안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주인이 아니다. 그저 잠시 야생의 영역을 통과하는 방문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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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은 두 다리로 전 세계를 달리며 찰나를 영원한 순간으로 포착하는 '달리는 사진가'이다. 단행본 〈서울을 달리는 100가지 방법〉, 〈제주를 달리는 64가지 방법〉을 통해 달리기와 명소를 함께 안내하며 러너들과 소통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WMM(World Marathon Majors) 대회에 참가하며 여러 도시를 달리고, 수많은 영광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