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주로 ‘무진장 많다’, ‘무진장 먹었다’라는 식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전북에 가면 이 말이 조금 다른 얼굴을 갖는다. 무주, 진안, 장수. 전북의 동북쪽 산악지대에 자리한 세 지역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무진장’이라 부른다. 진안고원을 중심으로 산과 산이 이어지고 예전에는 길을 내기도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무진장’이라는 말에는 단순히 지명 조합 이상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깊고, 멀고, 느린 곳.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곳. 그래서 나에게 진안은 무진장 먼 곳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려 전주에서 빠져나와 일부러 예전 국도를 찾아 돌아서 진안으로 들어갔다. 빠른 길을 두고 옛길로 돌아가고, 목적지를 앞두고 차를 세우고, 아무 이유 없이 한참 동안 풍경을 바라봤다. 어차피 빨리 갈 수 없고 무진장 멀리 왔으니 천천히 시간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천천히 돌아서 갔기 때문에 깊어진 가을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무진장 멀어서 더 좋았다.
사진가 김현민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함께해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매체와 일하며 단행본 작업과 매거진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찰나에 서정적인 장면을 유려하게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