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 자리한 섬나라 몰디브에서
진정으로 자연을 향유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바다의 치유를 바라며
동시에 자신도 치유되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산호섬의 낭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몰디브가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마냥 신비롭게 느껴졌다. 햇살이 잔잔한 파도를 따라 부드럽게 일렁이고 바닷속에는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그 사이를 유영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그리고 다채로운 해양 생물이 생동하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이러한 풍경은 몰디브의 지형이 환초atoll라는 데에서 비롯한다. 환초의 가운데는 얕고 잔잔한 바다인 석호lagoon가 자리하고 그 둘레를 산호초가 둥글게 둘러싸며 고리 모양을 띤다. 몰디브에는 이러한 환초가 26개 있고 그 안에 작은 섬이 무수히 흩어져 있다.
몰디브 수도 말레의 벨라나국제공항 앞 선착장에서 전용 고속정을 타고 25분 정도 항해한 끝에 북 말레 환초North Malé Atoll에 자리한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Four Seasons Resort Maldives at Kuda Huraa에 도착한다. 디베히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의 쿠다 후라는 몰디브의 전통 마을을 떠오르게 한다. 야자수 잎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이 서정적인 해변 방갈로에서 앞으로 어떤 낭만이 펼쳐질지 고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산호초를 입양하다
몰디브의 지형적 근간을 이루는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산호 색이 하얗게 바래며 생명을 잃어가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산호초 백화 현상을 몰디브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산호초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생태계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의 마린 디스커버리 센터Marine Discovery Centre(이하 MDC)에서 산호초 복원 활동에 나서기로 한다. 기부와 동시에 산호초 재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포시즌스는 산호 생태 회복에 힘쓰고 있는 리프스케이퍼스Reefscapers와 협력해 리조트 내에 MDC를 운영한다. 부상 입은 바다거북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병원을 겸하고 있어 재활 중인 거북이도 만날 수 있다.
산호초 복원이 고난도 작업이 아닐까 염려했는데, MDC 매니저 타이스 바르보자Thaís Barbosa의 설명을 듣고 나니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쉬운 일이다. 건강한 산호 조각coral fragment을 특수 제작한 육각 프레임에 케이블 타이로 묶으면 된다고. 산호 조각은 개체의 일부분으로, 터전 삼은 프레임에서 다시 자라나 새로운 산호 군체를 형성한다. 이러한 프레임을 해저에 다수 배치함으로써 산호초 생태계를 되살리는 방식이다. 산호 조각의 경우 폭풍이나 물고기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부러진 것을 수집하거나 프레임의 생장 중인 개체에서 채집한다. 프레임은 몰디브의 한 섬에서 제작되어 현지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양 보호 활동의 참여를 독려한다.
나는 산호 조각을 조심스럽게 프레임에 이식한다. 바르보자가 산호 조각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아크로포라 무리카타Acropora muricata라는 종이에요. 마치 나무가 가지를 뻗듯이 자라나죠. 생장 중인 끝부분에 푸른빛이 돌고 있는 것 보이세요? 이는 형광 단백질의 영향인데, 바닷속에서는 더욱 신비롭게 빛납니다.”
준비된 산호 조각을 프레임에 모두 부착한 다음
해변 데크로 이동해 바르보자와 함께 산호초 프레임을 바다로 던진다. 이후 MDC의 해양 생물학자들이 프레임을 적정한 위치에 옮기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살피며 6개월마다 촬영한 사진을 보내준다고 한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나는 비로소 “산호초를 입양한다adopt a coral reef”라는 표현에 가닿는다. 오늘 입양한 산호초가 군락을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손으로 어루만지며 느낀 단단한 골격의 산호 조각이 모두 튼튼한 희망의 씨앗처럼 느껴진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브라질에서 성장하며 동물을 연구한 가풍에 따라 수의사가 된 바르보자 역시 이야기한다. “다친 바다거북을 치료하고 산호초를 재건하는 등 작은 행동이지만 이러한 노력이 모여서 지구에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석호 탐험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의 다이브 센터 매니저 이브라힘 나지르Ibrahim Nazeer도 지난 10여 년 동안 바닷속에서 체감한 가장 큰 변화로 산호초의 감소를 이야기한다. 몰디브인으로서 이곳 바다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깊은 환대를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 하우스키핑 부서에서 세탁을 담당했어요. 손님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리조트에서 수중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성실히 바다를 누비다 보니 어느덧 다이브 센터 매니저가 되었습니다.”(나지르)
손님들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그의 초심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다. 내가 몰디브 바다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자 먼저 선뜻 제안한다. “이곳 바다를 직접 안내하고 싶어요!” 무려 업무 일정이 없는 날이었음에도 기꺼이. 그렇게 그의 세심한 배려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나는 곧 떠나야 했기에 가까운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한다. 탐험 장소가 내가 머문 방갈로 바로 앞바다라는 걸 알아챘을 때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마스크 너머로 바다를 들여다보자마자 기우였다는 걸 깨닫는다.
아직 발이 닿는 수심이었지만 이미 수중 풍경은 다채롭다. 다른 이들이 만든 산호초 프레임이 여럿 설치되어 있고 그 주변에 유독 많은 열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햇빛이 잘 드는 데다 물이 맑고 투명해 풍경이 더욱 선명하다. 나지르는 잠수하며 더 깊은 바다로 나를 이끈다.
“3층 규모의 고급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포시즌스 익스플로러Four Seasons Explorer에서 다이빙 프로그램을 담당한 적이 있어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상어를 자주 만났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에요.” 물 밖으로 나왔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수중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

NATURE SWAY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감각한다.
정원을 거닐며
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정원 같은 쿠다 후라의 곳곳을 둘러보며 몰디브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탐구하고 리조트의 친환경 운영 방식을 알아간다.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어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동시에 건강한 토양을 다지고, 사용한 물을 정화해 정원에 재활용하는 등 리조트 내에서 자원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레스토랑과 바에서 식재료로 쓰이는 허브를 재배하는 숨겨진 텃밭도 탐방할 수 있다. 투어는 바다가 보이는 바에서 마무리된다. 텃밭에서 수확한 바질을 주재료로 코코넛워터와 시나몬시럽을 넣어 만든 목테일 ‘가든 바질’ 한 잔과 함께.
서핑 몰입
쿠다 후라에서는 포시즌스가 주최하는 서핑 대회가 매년 열린다. 일명 포시즌스 몰디브 서핑 챔피언스 트로피Four Seasons Maldives Surfing Champions Trophy.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를 초청해 다양한 보드로 경기를 펼치며 올해는 9월 4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다. 물론 직접 서핑에 도전할 수도 있다. 잔잔한 석호에서 서핑의 기본을 배우고 짜릿한 파도에서 실전에 나서며 바다의 물결을 느낀다.

“SUPER LUCKY” 만타가오리
배웅하러 온 나지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는 동료를 도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다른 손님들과도 즐겁게 대화한다. 나는 바다 한복판에 둥둥 떠 있는 간이 부두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Four Seasons Resort Maldives at Landaa Giraavaru로 떠난다. 란다 기라바루는 디베히어로 ‘움직이는 모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썰물 때 바닷가에 나타나는 긴 모래톱이 아름다운 곳이다.
곧장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의 마린 디스커버리 센터Marine Discovery Centre(이하 MDC)로 향한다. 쿠다 후라도 그렇지만 리조트에 해양 생물학자가 상주하고 그들과 함께 몰디브의 생태계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란다 기라바루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바아 환초Baa Atoll에 자리한다. 특히 바아 환초의 하니파루만Hanifaru Bay은 만타가오리가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포시즌스 리조트는 만타가오리와 그 서식지 보호를 위해 연구와 보존 활동을 펼치는 만타 트러스트와 협력하고 있다. 몰디브 만타 보존 프로그램Maldives Manta Conservation Programme(이하 MMCP)도 20년 넘게 운영 중이다. MMCP 연구에 따르면 사진으로 개체를 식별한 만타가오리 수가 6000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몰디브에는 이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어 개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다.
나는 영국 출신의 해양생물학자인 엘스페스 스트라이크Elspeth Strike와 스피드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다. 2월은 바아 환초에 만타가오리가 나타나는 시기가 아니라서 45분 정도 떨어진 라아 환초Laa Atoll로 향한다. 내가 망망대해에서 맨눈으로 만타가오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하자 스트라이크는 “검정 다이아몬드 모양을 찾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나도 열심히 눈을 번뜩이지만 미묘한 물결을 착각하기 일쑤다. 그러다 갑자기 보트가 멈춘다. “한 마리의 만타가오리를 발견했어요!” 그녀가 바다에 들어갈 채비를 하라고 말한다. 나는 혹여 만타가오리를 놓칠까 다급한 나머지 구명조끼 착용을 깜빡하고 바다에 뛰어들 뻔한다. 선장이 황급히 구명조끼를 건네고 스노클링 장비를 갖춰 곧바로 입수한다. 저기서 작은 만타가오리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나는 듯이 유영한다. 그러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다시 보트로 올라왔을 때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래시가드 위에 입은 바지를 벗지 않고 바다에 들어갔음을 깨닫는다. 축 늘어진 바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현실에 있음을 자각하지만 만타가오리를 만난 찰나는 마치 몽환적인 꿈만 같다. 이후로도 여러 포인트로 이동했으나 만타가오리를 볼 순 없었다.
“크기로 봐서는 성체가 아닌 어린 개체예요. 만타가오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독립해 살아가거든요.”(스트라이크) 우리가 만난 만타가오리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다소 거리가 있었기에 성별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만타가오리는 배고픈 동물이에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덧붙인다. “만타가오리는 수면 가까이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섭취해요. 그래서 플랑크톤을 찾아 계속 이동하죠. 플랑크톤은 스스로 헤엄칠 수 없기 때문에 해류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바아 환초에서는 몬순 계절풍을 따라 해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5월부터 11월까지 높은 확률로 만타가오리를 만날 수 있죠. 이때 꼭 다시 오세요!”
나는 스트라이크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에 대해 묻는다. “만타가오리는 보통 단독 생활을 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해역에서는 여러 마리가 함께 군집 행동을 보여요. 강한 해류가 플랑크톤을 한곳에 몰아넣을 때 만타가오리는 회오리를 그리듯이 둥글게 회전하며 협동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섭취하기도 하죠. 이를 사이클론 피딩Cyclone Feeding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마주하면 정말 경이롭습니다.”
다시 방문한 MDC에서 산호생물학자인 멜리 에링튼Meli Errington에게 한 마리의 만타가오리를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지금은 정말 만나기 어려운 시기인데 “Super Lucky”라고 활짝 웃으며 축하해준다.
전 세계의 만타가오리는 혼획과 해양오염 등으로 위협에 처해 있다. 내가 만난 어린 만타가오리의 삶에도 여러 난관이 따르겠지만 늘 “Super Lucky”였으면 좋겠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도 노력할 것이다. 바다의 품 안에서 자연의 치유를 바라며 나 또한 치유되는 경지에 이른다.

HOT DATES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는 만타가오리를 조우할 가능성이 높은 일정을 매년 미리 공지한다. 또한 리조트 근처 해역에 만타가오리가 목격되었을 때 전용 휴대전화로 즉시 알려주고 상시 대기 중인 쾌속정에 바로 탑승해 만타가오리와 함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투어가 포함된 4박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 패키지를 통해 산호초 프레임을 제작하는 해양 생태 복구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VIBE CURE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에서 특별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생명의 어머니’를 뜻하는 아유르마AyurMa는 “자신을 사랑하듯 지구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안식처다. 이곳에서 아유르베다 의사와 자연 요법 전문가, 요가 테라피스트가 세심하게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원천으로 건강한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아유르마에서만 접할 수 있는 프라마PraMā는 전통 및 현대 의학을 접목한 통합 웰니스 스크리닝 시스템이다. 맥박 측정, 관절 가동성 평가, 근육 상태 분석, 홍채 진단 등 다각도의 생체 데이터와 세심한 상담을 기반으로 심신을 살핀 후 맞춤화된 최적의 건강 관리법을 제시한다.
직접 몰디브에 가지 않아도 디지털 채널의 무료 요가 클래스를 통해 아유르마의 철학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한국 시각으로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된다.
ayurma.life/live-yoga

TRAVEL WISE
항공편
말레이시아항공이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인천-말레 항공편을 매일 운항한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경우, 경유하는 동안 말레이시아 국내선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보너스 사이드 트립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세금만 내면 랑카위, 조호바루, 페낭 등 7개 지역 중 원하는 곳으로 떠나 한 번의 여정으로 두 번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malaysiaairlines.com/kr
더 많은 정보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 fourseasons.com/maldiveskh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 fourseasons.com/maldives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