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는 척박한 해안의 땅,
시린 물결이 일렁이는 남극은 눈과 빙하, 빙산 등
모든 형태의 얼음을 품고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강인하나 연약한
얼어붙은 대륙인 남극은 한때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과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 같은 용감한 탐험가들의 영역이었으나, 최근 10년 동안 이곳으로 향하는 선박이 증가하면서 여행자도 늘고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남쪽 끝, 이 척박한 지역에서 생명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마주한다. 갑판 위에서 시간을 망각한 채 지나가는 거대한 빙산을 바라보거나 펭귄 발자국을 찾기 위해 해빙을 내려다본다. 물론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도 있다. 네코 하버Neko Harbour 같은 곳에서 카약을 타고 빙하 사이를 지나면서, 또는 고무 재질의 조디악 보트를 타고 해안으로 이동해 아델리펭귄이 바다와 번식지를 뒤뚱거리며 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새들의 땅
아마도 남극에서 어떤 동물보다 잘 적응해나가며 굳건히 버티고 있는 생명체는 새일 것이다. 그들은 황량한 바위 지대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며 새끼를 키운다. 눈 주위가 푸른 남극가마우지처럼 먹이를 찾아 수심이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새도 있다. 이외 갈매기뿐 아니라 도둑갈매기류, 슴새류, 앨버트로스 등이 서식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새는 단연 펭귄이다. 네코 하버 인근에 넓게 펼쳐진 얼음 평원을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젠투펭귄 수백 마리가 돌을 쌓아 만든 번식지를 감상할 수 있다. 한 마리가 둥지를 지키고 있는 사이 다른 펭귄들은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다 휴식을 취하거나 포식자를 피할 요량으로 해빙 위에 잠시 멈춰 서기도 한다.
펭귄의 터전
타바린반도Tabarin Peninsula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브라운 블러프Brown Bluff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남극 대륙에서 처음 발을 내디딘 장소이다. 위압적인 응회암 절벽 아래 자갈이 쌓인 경사면에는 약 2만 쌍의 아델리펭귄과 수백 마리의 젠투펭귄이 살아가고 있다. 펭귄 한 마리가 종종 큰 바위 위로 폴짝 올라가 집단을 살피며 나팔 소리 같은 울음을 내면, 주변의 펭귄들이 물결치듯 그 소리를 따라 합창을 시작한다. 이들은 바위에서 서식지를 향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지게 점프해 뛰어내린 후 뒤뚱뒤뚱 걸으며 근처에 있는 짝에게 간다.
모험은 계속된다
12월에서 2월 사이 남극 한여름의 절정기에 대륙 깊숙한 곳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다. 하루가 끝날 무렵 태양은 몇 시간 동안 수평선 아래를 스치듯 떠 있다가 광활한 빙하를 황금빛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따스하게 품는다. 최대 550명을 태운 크루즈, 150~200명 규모의 탐험선, 수십 명이 탈 수 있는 돛단배 등의 실루엣이 멀리 떨어진 빙산 사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시본 퍼슈트Seabourn Pursuit 같은 배의 둥근 현창 너머로는 승객을 육지로 데려갈 준비에 바쁜 선원들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세상의 끝에서는 새로운 모험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