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리츠는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진주라 불리며 오랫동안 유럽 상류사회의 사랑을 받아 왔다. 오늘날에도 이 도시와 주변 지역은 향수를 자극하며 벨 에포크 양식 건축물과 미식 그리고 서핑 명소가 우리를 기다린다.
바스크 문화 속으로
프랑스 도시 비아리츠Biarritz는 바스크 지방의 비스케이만Bay of Biscay 연안에 자리하며 스페인 국경에서 불과 35km 떨어져 있다. 한때 고래잡이 마을이었으나 18세기 중반 해수욕이 온갖 질병을 완화한다고 믿던 시기에 온천 휴양지로 인기를 얻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 나폴레옹 3세 황제가 스페인 출신 부인 외제니를 위해 궁전 같은 별장을 지었는데, 현재는 오텔 뒤 팔레Hôtel du Palais로 운영되고 있다. 황제 부부가 여름마다 이곳을 찾으면서 벨 에포크 시대의 해변 마을인 비아리츠가 유럽 왕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왕관과 티아라도 고유한 바스크 문화유산의 독특함을 능가할 수는 없다. 바스크 문화는 이곳의 언어, 예술, 음식 문화 전반에 뚜렷이 드러나는데, 특히 바스크 요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치즈케이크와 비슷한 에체코 비슈코차etxeko bixkotxa 혹은 가토 바스크Gâteau Basque를 파는 전통 빵집에서부터 현대적인 레스토랑인 말로에Marloe까지 다양한 바스크식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셰프 에릭 마르탱Eric Martins(위 사진)은 오소이라티Ossau-Iraty 치즈 같은 바스크 지방의 재료로 요리한다. 이러한 음식은 현지 모과나 에스플레트 고추Espelette pepper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모두의 성지
비아리츠의 해변 중 일부, 예를 들어 마을 중심에 있는 그랑드 플라주Grande Plage를 비롯해 플라주 뒤 포르 데 페슈르Plage du Port des Pêcheurs는 바위로 둘러싸인 만에 자리해 해안을 강타하는 대서양 파도로부터 보호받는다. 덕분에 파도가 가장 잔잔한 6월과 7월, 서핑 연습에 나선 초보 서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좀 더 숙련된 서퍼들은 거센 파도로 유명한 게타리Guéthary 마을 근처 해변을 선호한다. 이곳은 프랑스 서퍼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지만, 비아리츠와 코트바스크Côte Basque의 다른 마을은 수 세기 전 이미 또 다른 순례자들을 목격했다. 성 야고보의 길Way of St James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여정 중 비아리츠를 지나는 것. 비아리츠의 할(Halles, 시장) 근처에 있는 오텔 생자크Hôtel Saint-James의 카페는 19세기 이래 독실한 기독교 신자부터 노련한 서퍼까지 다양한 손님이 찾아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광역도시권인 ‘바스크 유로시티’는 프랑스의 코트바스크와 스페인의 에우스카디Euskadi 해안을 아우르며,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án을 중심으로 전체 길이가 약 48km에 달한다. 바스크 유로시티의 북쪽 끝을 이루는 도시가 바로 바욘Bayonne이다. 비아리츠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는 바욘은 중세 구시가지로 유명하다. 이 구시가지 아래에는 벌집처럼 얽힌 130개의 중세 지하 저장고가 있어 예로부터 상인들이 물품을 보관하는 데 사용해왔다. 1855년에는 바욘까지 철도가 놓였고, 몇 년 후 그 철도망은 비아리츠까지 확장되었다. 나폴레옹 3세와 외제니 황후는 파리에서 이곳의 우아한 역까지 철마, 즉 기차를 타고 도착한 후 말과 마차를 이용해 모래언덕에 자리한 자신들의 별장까지 여정을 이어갔다. 오늘날 이 도시를 방문한다면 오텔 뒤 팔레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즐길 수도 있는데, 이는 어쩌면 100년도 더 이전이었던 시절 황제 부부가 누렸던 아침식사와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