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THE BIG TRIP, Classic Alps
고전이라 불리는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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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구름 위, 희박한 공기, 눈 덮인 산봉우리 너머 장관, 가파른 경사를 넘는 고된 등반 그리고 얼어붙은 호수에 뛰어들며 내쉬는 첫 숨. 이처럼 알프스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오스트리아 슈포르트가슈타인Sportgastein 고지대의 초원에서.

알프스는 대자연이 가장 격렬하게 창조해낸 산맥으로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솟구쳐 형성되었다. 유럽 중부를 약 1120km로 가로지르며 석회암 첨탑, 빙하로 덮인 봉우리, 울창한 숲, 물안개가 자욱한 폭포 등이 펼쳐진다. 모나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독일, 슬로베니아에 걸쳐 있고 라인강이나 포강처럼 거대한 물줄기 주변을 지난다.
알프스의 험준한 지형과 변화무쌍한 날씨는 한때 이를 넘어야 했던 이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기원전 218년, 한니발은 그의 카르타고 군대와 코끼리 37마리를 이끌고 바위투성이인 얼어붙은 고지를 넘어 이탈리아 침공에 나섰다. 이후에도 눈보라를 헤쳐 싸운 군대, 발에 물집이 생긴 순례자, 노새와 썰매를 끄는 농부와 상인 등이 이 길을 거쳐 갔다.
그러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자연을 사랑한 낭만주의자들이 알프스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괴테, 셸리, 워즈워스, 슈트라우스 등 시인과 화가, 작곡가 등이 알프스로 몰려들었고 이곳의 거친 자연과 폭풍우 치는 날씨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침내 19세기 중반, 알프스 여행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하던 그랜드 투어의 경로에 포함되었고 레저용 스키 역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말을 타고 스위스 중부의 리기산을 올랐고, 일기장에 “우리는 즐거웠다!”라고 적었다고 전해진다. 알프스는 자신만의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용감한 등반가에게 성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높은 산봉우리를 따라 철로를 뚫고 톱니바퀴 열차가 운행되면서 수많은 여행자도 이러한 열풍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에는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진 현수교를 따라 걷거나 집라인을 타고 빠른 속도로 하강할 수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스위스의 아이거 북벽 앞을 지나거나 해발 4806m 몽블랑 정상과 눈높이를 맞추기도 한다. 며칠 동안 열차를 타고 알프스 국가를 누비거나 트레킹하며 산장에 머물고 알프스에 서식하는 산악 염소인 아이벡스의 세계를 탐험한다. 특히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에 걸쳐 있는 중앙 알프스의 인기가 높으며 국가 간 교통이 편리하고 일부 리조트는 연중 내내 운영한다.
알프스에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전설이 태동했다. 요하나 슈피리의 〈하이디〉부터 토마스 만의 〈마의 산〉 같은 고전 문학 그리고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 〈이탈리안 잡〉, 다채로운 스턴트가 펼쳐지는 제임스 본드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등. 이유가 뭘까? 주위를 둘러보면 답이 있다! 알프스 곳곳에 영감이 넘쳐난다. 수세기에 걸친 탐험과 공학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이 산맥이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알프스의 경이로움은 눈에 보이는 것만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산봉우리에도 서려 있다.

 


여정 1. 융프라우 지역 산장 간 하이킹
출발: 빌더스빌 • 도착: 쉬니케플라테 • 이동 거리: 약 116km • 평균 소요 기간: 10일


융프라우 지역은 ‘알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 그 자체다. 3대 봉우리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솟아 있고 목조 샬레와 꽃이 흩뿌려진 초원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지역을 가장 깊이 있게 경험하는 방법은 바로 융프라우 일주 하이킹이다. 출발점은 인터라켄에서 접근 가능한 빌더스빌 마을이며 도착점은 쉬니케플라테 고원이다. 이 여정은 시작부터 숨이 멎을 듯한 절경이 펼쳐지고 시계 방향으로 전망대, 봉우리, 빙하 호수, 초원, 폭포 등을 지난다. 당신은 곧 소의 방울소리와 마멋의 휘파람 그리고 바위 위에 부딪히는 발걸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풍경 속에 들어서게 된다.
스위스답게 모든 길은 잘 정비되어 있으며 붉고 하얀색의 뚜렷한 이정표가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누적 고도는 약 6000m에 달한다. 하루에 5~7시간 정도 걷게 되지만 그만큼의 값진 보상이 기다린다. 이 여정은 결코 산책이 아니며 거친 산길과 가파른 경사를 포함한 도전적인 트레킹 코스다.

➊ 파울호른
이름은 ‘게으른 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파울호른의 해발 2681m 정상은 느긋하게 오를 수 없다. 자갈 경사면과 바위가 흩어진 고개, 고지대 습지를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받는다. 만년설이 쌓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풍경과 보석처럼 푸른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게다가 맑은 날이면 독일의 슈바르츠발트(검은 숲)와 프랑스의 보주산맥까지 조망할 수 있다. 베르크호텔 파울호른의 테라스에서 현지 치즈와 햄으로 구성된 테이스팅 플래터를 맛보며 기운을 차린다.
faulhorn.ch

➋ 피르스트
이 트레일은 초원을 가로질러 바흐제 호수를 지나 해발 2184m 피르스트 정상까지 이어진다. 그린델발트 마을 위로 우뚝 솟은 피르스트에서는 절벽 면에 고정되어 공중에 매달린 것 같은 클리프 워크를 걸으며 스릴을 즐긴다. 동시에 맞은편의 아이거 북벽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계곡 아래로 집라인이나 마운틴 카트 등을 타고 내려가며 짜릿함도 만끽하자.
jungfrau.ch

➌ 글렉슈타인 산장
해발 2317m 글렉슈타인 산장은 눈이 반질반질하게 닦인 베터호른 산비탈에 자리한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 여기까지 도착한 뒤에는 알프스 치즈와 베이컨, 달걀부침을 얹은 푸짐한 뢰슈티(스위스식 감자요리) 한 접시가 반가울 것이다. 카라비너 부딪히는 소리에 맞춰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거나 운이 좋으면 아이벡스를 마주칠 수도 있다.
gleckstein.ch

➍ 아이거 트레일
해발 3967m 아이거는 바위와 얼음으로 된 거대한 송곳처럼 솟아 있어 그 어떤 봉우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산을 오르는 것은 철저히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해발 1.6km 높이에 이르는 아이거 북벽을 단 2시간 걸리는 아이거 트레일을 따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다. 이 트레일은 알피글렌 마을에서 시작해 아이거글레처역까지 초원을 가로질러 실핏줄처럼 이어지며 시냇물과 폭포 옆을 지나간다.
jungfrau.ch

➎ 뮈렌
라우터브루넨 계곡의 서쪽 가장자리에 떠 있는 듯 자리한 뮈렌 마을은 짙은 색 나무 샬레와 알프스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블루멘탈 파노라마 트레일Blumental Panorama Trail을 따라 걸으며 에델바이스 같은 알프스 야생화를 찾아보자. 산지 치즈를 구매해 소풍을 즐겨도 좋다.
muerren.swiss

➏ 쉴트호른
해발 2969m 쉴트호른은 가파르고 아찔한 등반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마치 독수리 둥지처럼 봉우리에 회전식 레스토랑 피츠 글로리아Piz Gloria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티틀리스부터 몽블랑까지 이어지는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진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융프라우 산군 위로 금빛 햇살이 커튼처럼 쏟아지는 장관을 누릴 수 있다. 이 영화 같은 풍경을 영화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쉴트호른은 1969년 작007 영화 〈여왕 폐하 대작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다.
schilthorn.ch

절벽에 자리한 뮈렌 마을에서 쉴트호른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면 베르네제알프스의 아이거와 묀히 그리고 융프라우, 이렇게 세 봉우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여행하기: 취리히공항에서 융프라우 지역의 관문 도시 인터라켄까지 스위스 연방철도(SBB) 기차가 운행한다. 인터라켄에서 빌더스빌까지는 열차로 5분 거리이며, 여기서 톱니바퀴 기차로 갈아타면 트레일 시작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운행 기간은 6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sbb.ch, jungfrau.ch
몽블랑 트렉스는 가이드가 동행하는 10박 11일 융프라우 트레킹 투어를 운영한다. 투어에는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 저녁식사, 벵엔에서의 휴식 등이 포함되며 1인당 약 553만원이다.
montblanctreks.com

 


여정 2. 알프스 횡단 기차 여행
출발: 독일 뮌헨 • 도착: 이탈리아 밀라노 • 이동 거리: 약 788km • 평균 소요 기간: 10~14일


1902년에 건설된 란트바서 고가교는 높이가 65m이다.

고가교를 지나 산의 고개를 넘으며 에메랄드빛 호숫가를 스치듯 달리는 알프스의 기차 여행은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와도 같다. 운전은 잊어도 좋다. 이곳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행 방식은 단연 기차니까. 정시 운행하는 열차와 파노라마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목초지, 숲으로 뒤덮인 산비탈, 강 그리고 교회 첨탑이 솟은 마을이 빙하가 쌓인 산 사이로 이어진다. 일정을 넉넉하게 잡는다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내려 머물 수 있다.
이번 여정은 10일에서 2주에 걸쳐 4개국을 횡단하며 알프스 중심부로 들어가는 대장정으로 명소를 다수 포함한다. 독일 뮌헨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두 시간 만에 바이에른 알프스에 위치한 퓌센까지 이동할 수 있고 곧이어 오스트리아의 티롤 지역에 진입한다. 이후 스위스의 엥가딘 계곡을 지나 좀 더 온화한 기후를 띠는 이탈리아 손드리오Sondrio 지역을 거쳐 마지막으로 밀라노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 된다.
여정 중 특히 기대할 만한 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스위스의 철도 노선인 베르니나 및 알불라 구간이다. 이 노선은 196개 다리와 고가교 그리고 55개 터널을 통과한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성과 강가의 도시, 중세풍 마을 등 수많은 명소가 기다리고 있다. 빙하 트레킹, 급류 래프팅, 요가 클래스 등 아웃도어 활동과 휴식 기회 또한 풍성하다.

➊ 퓌센
기차는 울창한 숲을 두른 채 우뚝 솟아 있는 알프스를 따라 바이에른 지방을 가로지르며 오스트리아 국경과 인접한 파스텔 색조의 도시 퓌센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명소는 언덕에 자리한 19세기 노이슈반슈타인성. 미치광이 왕이라 불린 루트비히 2세가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지은 궁전으로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할 법하다. 최근 약 296억원을 들여 개보수를 마쳤기에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neuschwanstein.de

➋ 인스브루크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주도인 이 도시에서는 북쪽에 솟은 노르트케테Nordkette 알프스가 시선을 사로잡으며 거대한 산세가 사진마다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미래적인 디자인의 푸니쿨라를 타고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외 구시가지를 산책하며 발코니 지붕을 2657개의 금박 입힌 동판으로 장식한 중세 후기 양식의 건축물(골든 루프),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 그리고 화려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 호프부르크 등도 놓치지 말 것.
innsbruck.info

➌ 장 안톤 암 아를베르크
장 안톤St. Anton 위로 칼날처럼 솟은 아를베르크Arlberg 알프스는 오스트리아의 거친 자연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리조트는 겨울에는 강도 높은 활강 스키와 아프레 스키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하이킹과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고산 초원과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정상까지 이어지며, 마운틴 요가나 인강에서 급류를 타는 화이트워터 래프팅 등도 가능하다.
stantonamarlberg.com, h2o-adventure.at, mountainyogafestivalstanton.at

➍ 란트바서 고가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알불라 노선을 따라 생모리츠로 향하는 기차. 깎아지른 절벽과 숲이 우거진 절벽 사이에 6개의 단선 아치 구조로 지어진 높이 65m 란트바서 고가교를 아찔하게 지날 때면 열차 안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후 도착하는 베르귄Bergün 마을은 첫눈에 마음을 빼앗는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 스그라피토sgraffito(벽면에 색을 여러 번 칠한 후 겹겹이 긁어내 무늬를 만드는 기법) 장식의 엥가딘 양식 샬레가 곳곳에 아름다움을 수놓고 있다. 붐비지 않는 조용한 지역에서 알프스를 즐기고 싶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장소. 특히 스위스 최대 자연공원인 파르크 엘라Parc Ela의 고산지대 트레일을 추천한다.
berguen-filisur.graubuenden.ch

➎ 폰트레지나
빙하로 덮인 베르니나산맥의 칼날 같은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폰트레지나 마을은 이보다 더 유명한 생모리츠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져 있다. 이 거친 산악지대에서는 암벽등반가와 아이벡스가 자연 그대로의 삶을 누린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코스로는 깊게 갈라진 푸른 얼음 옆을 따라 2시간 정도 걷는 모르테라치 빙하 트레일Morteratsch Glacier Trail이 있다. 또한 무오타스무라글Muottas-Muragl 케이블카를 타면 동알프스의 최고봉인 해발 4049m 피츠베르니나를 조망할 수 있다.
pontresina.ch

➏ 손드리오
온화한 날씨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종탑 그리고 가벼운 대화가 오가는 광장 옆 카페 등등 손드리오는 이탈리아의 따스한 매력을 보여준다. 라이티안Rhaetian 알프스에 접해 있으며 스위스 국경에서 아주 가까운 이 마을의 중심지에는 중세 성과 소박한 석조 주택, 르네상스 양식 궁전 등이 자리한다. 계단식 포도밭을 따라 언덕 위에 위치한 15세기의 사셀라 성모마리아 성소까지 올라가보자.
visitasondrio.it

여행하기: 알프스 전역은 교통편이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면 더 좋은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출발지인 독일 뮌헨에서 퓌센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매일 오전 8시 17분에 스위스 쿠어Chur에서 출발하며 이탈리아 티라노Tirano까지 약 4시간 30분 소요된다.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오후 1시 28분에 추가 편을 운행한다. SBB의 일반 열차도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데, 표가 더욱 저렴하고 시간대도 유연하나 정차역은 더 많다. 티라노에서 손드리오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밀라노까지는 두 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다.
bahn.de, oebb.at, sbb.ch, lefrecce.it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7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케리 워커KERRY WALKER
사진. 쾨니히쇼퍼 미하엘, 타냐 쿠퍼, 게티, 빅토리아 말차렉, 게티, 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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