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IN THE FLOW
잔잔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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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호

온화한 기후와 길어진 해가 만들어낸 여름의 시간이 노르웨이 해안을 따라 천천히 흐른다.


자연이 말을 건네다

동쪽에 솟아오른 고대 빙하부터 섬들이 점점이 박힌 서쪽의 드넓은 피오르까지, 노르웨이 남서쪽의 순피오르Sunnfjord는 자연이 완전히 지배하는 곳이다. 여름이면 해가 밤늦도록 머물며 산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물빛을 액체 금처럼 반짝이게 만든다. 이 지역은 카약, 하이킹, 낚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이끈다.
순피오르 중심부에 있는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아못Åmot 사유지는 푸른 들판과 높은 산세에 둘러싸여 마치 숲에 포근히 안긴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19세기부터 스타이나르 쇨리Steinar Sørli 가문이 5대째 대대로 지켜온 이 농장은 이제 지역 유산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자연 속 휴식처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은 하루를 조용히 보내거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자연으로 나가 숲과 해안이 만나는 곳에서 훈제 생선과 부드러운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한다.


불과 피오르의 도시들

순피오르 북쪽 울레순Ålesund 항구 마을은 조용한 우아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마을의 건물들은 아르누보풍 곡선미와 정교하게 새겨진 석조 장식이 특징적이다. 마을 중심가는 1904년에 발생한 화재로 전소됐지만 이후 3년에 걸쳐 정성스럽게 재건되었다. 오늘날 울레순은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게 흘러가는 도시인 듯 보인다. 고기잡이배들은 이른 아침에 정박하고 몇 시간 뒤 그날 잡은 생선이 식탁에 오른다. 인근 바다에서는 여전히 가리비를 손으로 채집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차분한 자신감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베르겐Bergen을 만날 수 있다. 브뤼겐Bryggen의 유서 깊은 부두에 자리한 목조 건물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디자인 스튜디오와 작은 빵집,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레스토랑에서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흐른다.


피오르 너머 안식

옛 등대를 개조한 호텔은 해안에서 지낼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숙소 중 하나다. 그중 플라트프레사 퓌르Flatflesa Fyr는 북서부에 위치한 바위섬에 세워진 곳으로 오직 배나 헬리콥터를 타야만 접근할 수 있다. 평화롭고 고요한 이 숙소 내부에는 나무 벽난로가 설치된 소박한 방이 있고 외부에는 갈매기 소리, 느릿한 바다의 리듬, 그리고 여름의 무한한 햇빛만이 존재한다. 이외에도 피오르에는 노르웨이의 순뫼레 알프스Sunnmøre Alps에 위치한 유니온 외위Union Øye 호텔 같은 특별한 숙소도 있다. 1891년에 문을 연 이 호텔은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을 포함한 저명한 인사들이 머물기도 했다. 오늘날 이곳을 찾는 투숙객들은 노르안이스피오르덴Norangsfjorden의 장대한 풍경을 바라보며 물 위에 떠 있는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차가운 피오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글. 데이비드 드 블리샤우워DAVID DE VLEESCHAUWER
사진. 데이비드 드 블리샤우워DAVID DE VLEESCHAU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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