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는 환경보호 부문에서 세계 최초를 몇 가지 이루었는데, 2017년부터 이 나라에 입국하는 모든 관광객에게 ‘팔라우 서약’을 쓰게 하는 환경서약입국서Eco-Pledge를 도입했으며,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어 보호 구역을 선언했다. 팔라우에서 만난 모든 것에 친절히 대하고 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 마지막 문장이 아름답다.
“제가 오직 남기게 될 것은 물에 씻겨나갈 발자국뿐입니다.”

Landscape
태평양의 푸른 정원
다양한 파랑들 사이에 사뿐히 떠 있는 버섯 모양의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무인도들은 오로지 새와 지역 야생동물들만을 위한 초록 지붕들이다.
정말이지 이 여행지에서는 섬과 바다 풍경이 80%를 차지한다.
각기 다른 형태로 생긴 섬들과 그 섬을 둘러싼 해변 그리고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바다인지 호수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종종
혼동하게 된다.
“수영 잘해?”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지만 물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몇 번이고 “네”라고 답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는 물맛 제대로 즐기는 여름을 보내고 싶었다. 발리나 하와이, 베트남, 태국과는 좀 다른 생경한 바다 풍경에 빠져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팔라우로 향했다.
여행의 시작, 그 이름은 낯설고 생소했다. 팔라우는 34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다이버들의 메카이자 나라의 약 80%를 완전 금어 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태평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전 세계 처음으로 상업적 어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엄격한 자연보호 아래 해양 생태계를 국가의 모습으로 대변하는 바다의 나라이다.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어 타이베이를 거쳐 비행기로 네 시간 남짓 이동해 바다 위에 둥글둥글한 초록 섬들이 박혀 있는 남태평양의 군도를 마주한다. 이것이 팔라우의 첫인상이다. 일주일에 4일 정도만 비행기가 들어오고 그래서 많아야 한 주에 20편 정도가 입국하는 아이라이Airai 공항의 여유로움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여권에 찍힌 진짜 커다란 도장을 보고 깜짝 놀란다. 바로 환경에 대한 서약이 입국 도장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인 록아일랜드Rock Islands는 석회암이 침식되어 수천 개의 버섯 모양 섬들이 흩어진 ‘바다 위의 정원’으로 불린다. 그래서 이곳을 항해하는 동안 동글동글한 크고 작은 초록 섬들 사이의 잔잔한 바다 풍경은 바다가 아닌 거대한 호수를 항해하는 느낌도 들게 한다.
날씨도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1시간이 채 안 되는 집중 폭우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이는 윤슬로 눈이 부신다. 바닷속 평균 가시거리는 40m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바다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를 구성하는 물빛도 다양한데 화산활동으로 인해 블루 라군을 형성한 속을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부터 석회섬과 산호들의 침식작용 때문에 해저가 솟아올라 옥빛 얕은 바다를 거쳐 새하얀 해변에 이르기까지 파랑에도 수많은 파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 낮은 바다에 파도가 부딪치며 생기는 물의 파장이 무한 루프로 흔들리며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Adventure Awaits
해양 탐험을 위한 활동들
팔라우의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나기 위해 바다 위아래를 탐험하는 동안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섬과 바다의 일부가 되어가는 경험을 한다.

(오른쪽) 젤리피시 호수에서의 젤리피시 관람 스노클링. 예전보다 개체수가 적어진 까닭에 안타까움과 신비로움이 교차하는 곳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여행은 자연에 깊이 파묻혀 몸을 움직이고, 모험에 몰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왔다. 팔라우에 머무는 6일 동안 매일 오전, 오후 두 번의 스노클링을 했고, 다이빙과 카약 타기, 현지 마을 방문과 젤리피시 보호 구역 탐험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혀갔다. 세계 7대 수중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팔라우는 섬과 라군,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지녔는데 풍부한 회유어, 상어, 바다거북, 만타가오리, 상어보다 더 무섭다는 바라쿠다 등이 몰려드는 블루 코너Blue Corner는 ‘바닷속 세렝게티’라고 불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 밖에도 다이빙 포인트로는 바닷속 동굴을 탐험하는 해저 동굴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비행기들과 난파선들이 그대로 남아 수많은 해저 동물의 서식지가 된 난파선 포인트도 있다. 다이빙이 아닌 스노클링만으로도 다양한 모양의 산호들을 탐색하고 수많은 종류의 알록달록한 물고기는 물론 상어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카약 투어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잔잔한 에메랄드빛 잔잔한 바다 위, 맹그로브 나무들로 둘러싸인 울창한 섬 사이를 노 저어가다 보면 새들의 지저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 풍경은 마치 비밀의 호수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그러다 물을 찍어 맛보니 너무 짜서 ‘아! 여기 바다였지’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젤리피시 호수Jelly Fish Lake도 빼놓을 수 없다. 해파리에 쏘일 걱정 없이 햇빛을 따라 매일 호수 안을 집단으로 이동하는 황금해파리들과 함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수천 년 동안 천적 없는 호수에서 살아온 덕분에 독성을 잃게 된 해파리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해파리 집성촌이다. 예전에는 수영하기도 힘들 정도로 해파리가 많았다는데 2016년의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개체수가 전멸하다시피 급감한 이후 최근 들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침식한 산호들이 바다 아래 진흙을 만들어 티파니 블루 색을 지닌 호수 같은 바다 밀키웨이에서의 수영과 머드팩 놀이도 어느 하루의 하이라이트였다.
팔라우 사람들은 바다와 섬, 바위, 특정 나무에 정령이 깃들었다고 믿고 자연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토속 풍습을 지켜왔으며 무엇보다 공동체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이한 점은 가문의 계승과 재산 상속이 여성의 계보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계사회라는 것이다. 아직도 마을마다 추장이 있고 그 추장들만 들어가서 회의와 의식을 치르는 바이Bai 라는 건축물을 신성시하는데 이 목조 건물의 벽에는 신화와 전설, 역사적 사건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바이 앞에서의 전통 춤과 노래로 이들은 오랜 세월 지켜온 전설과 자연에 대한 신앙을 몸짓으로 이야기한다.
록아일랜드 지역의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경험하며 눈앞에 펼쳐진 파랑과 초록의 향연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지워진 발자국들을 열심히 그려봤다고 장담할 수 있다.

(아래) 노을이 지는 하늘의 색깔이 매일매일 다르다.
포시즌스 익스플로러 팔라우 리조트 선상 위층에서 마주한 밤하늘.
별 관찰은 너무 어두운 시간보다는 달이 없는 날 동트기
한 시간 전쯤이 가장 좋다. 너무 어두우면
별만 보이는데 그보다는 주위의 풍경도
어스름히 드러날 때 좀 더 낭만적인
밤하늘 풍경이 펼쳐진다.
TRAVEL WISE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팔라우국제공항까지 1회 경유 항공편이 있다. 중화항공이 대만 타이베이를 경유하며, 타이베이에서 팔라우까지는 3시간 50분가량 소요된다.
china-airlines.com/kr/ko
현지 여행법
포시즌스 익스플로러 팔라우 숙박 요금은 객실 1박 기준, 2인 투숙 시 약 520만원부터다. 해당 요금에는 32%의 서비스 요금과 팔라우 상품·서비스세(변동 가능)가 별도로 부과된다. 요금에는 모든 식사(주류 제외), 하루 최대 3회의 다이빙 또는 스노클링 투어(장비 포함), 비동력 수상 스포츠, 일부 가이드가 동반하는 문화 탐방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포함되며, 익스플로러는 프라이빗
차터Private Charter로도 이용 가능하다.
fourseasons.com/explorerpalau
더 많은 정보
경비행기 투어 pmapacific.org/fly/palauscenic-flights
팔라우관광청 pristineparadisepal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