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부의 해안 도시 안탈리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휴가를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와 전통 목조선이 가득한 로마 시대의 항구, 가정식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 이 모든 것이 타우루스산맥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튀르키예식 휴양지로 향하는 관문인 안탈리아. 튀르키예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이 도시는 동명의 해변을 따라 햇살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현대적인 풍경은 물론 고풍스러운 고대의 유적을 간직한 이곳은 로마 시대 항구와 ‘성 안쪽’을 뜻하는 구시가지 칼레이치Kaleiçi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좁고 구불구불한 자갈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칼레이치에는 수백 년 된 모스크와 복원된 오스만 양식 주택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현지인들은 만개한 선홍빛 부겐빌레아 꽃 그늘에서 점심으로 메제mezze(작은 접시에 담긴 전채 요리)를 느긋하게 즐기거나,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앉아 저 멀리 해안가 너머로 우뚝 솟은 타우루스산맥Taurus Mountains의 장엄한 풍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안탈리아는 마치 로마처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길게 뻗은 2000년 된 성벽, 웅장한 성문, 유서 깊은 저택 등이 도시의 과거를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인근의 고대 도시 페르게Perge와 아스펜도스Aspendos 유적지는 이 지역이 오랜 세월 얼마나 강력한 세력을 지녀왔는지 실감하게끔 한다. 특히 페르게는 당시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쇼핑몰을 지을 때 우연히 발견한 대규모 공동묘지가 현대식 건축물 사이에 끼어 있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전형적인 해변 휴양지를 찾는 여행자들은 주로 동쪽의 라라Lara 지역을 찾는다. 약 8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따라 수십 개의 거대한 호텔과 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서쪽의 콘야알티Konyaalti에도 꽤 넓은 면적의 해변이 펼쳐져 있는데, 해변 뒤쪽으로 저층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는 작고 아늑한 부티크 호텔과 퇴근한 직장인들을 위해 가정식 요리를 제공하는 소박한 식당, 주택가 인도에 테이블을 펼쳐놓은 노포 음식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안탈리아는 주로 여름철 여행지로 여겨졌다. 학생의 비중이 높아 도시 전체에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고 이런 점이 바닷가에 자리한 도시의 여름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20℃ 안팎을 오르내리는 온화한 날씨 덕에 계절 상관없이 많은 여행자가 이 도시를 찾는다. 이와 함께 새롭게 문을 연 호텔들도 주목받는 중이다. 언제 방문하든 안탈리아엔 따뜻한 햇살과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으며 훌륭한 음식도 기다리고 있다.참깨를 듬뿍 뿌린 빵 시미트부터 요거트를 곁들인 튀르키예식 달걀 요리, 지중해에서 갓 잡은 생선을 숯불에 구운 점심 식사까지, 미식의 즐거움도 이 도시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시간 탐험
2세기에 세워진 하드리아누스의 문Hadrian’s Gate에서 안탈리아 구시가지 탐방을 시작해보자. 세 개의 웅장한 아치로 이루어진 이 문은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으며 오늘날 고대 성벽의 일부로 남아 있다. 아치를 통과하는 순간 현대적인 도시 풍경은 사라지고 오스만 양식 주택과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발코니가 즐비한 미로 같은 골목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칼레이치에는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과 로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바가 많으며, 얼음덩어리 위에 신선하게 진열된 생선 요리와 다양한 메제를 맛볼 수 있다. 어떤 길은 로마 항구로 이어지고 또 다른 길은 첨탑과 오래된 빵집을 지나 전망대와 녹음이 우거진 광장으로 이어지는데 그곳에서는 근사한 지중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통 목선인 굴레트gulet는 매일 아침 로마 항구에서 출항해 안탈리아의 눈부신 해안을 따라 2시간 동안 유람하거나(이때 로어 뒤덴 폭포Lower Düden Waterfalls에서 잠시 정차해 구경할 수 있다), 종일 이어지는 투어까지 다양한 해상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이 굴레트 투어는 안탈리아만 서쪽 끝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술루아다섬Suluada Island을 둘러싼 조용한 만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만큼이나 이 주변을 탐험하기 좋은 방법이다. 배는 투어 당일에 선택하면 되는데 보통 오전 10시 30분쯤 출발하고 대개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셰흐자데 코르쿠트 모스크는 칼레이치에 위치한 훌륭하고 아름다운 건축 유산으로, ‘탑이 잘린 모스크’라는 뜻의 케시크 미나레 자미Kesik Minare Cami로도 알려져 있다. 2세기에 로마 신전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비잔틴 교회, 이슬람 모스크, 다시 교회로 개조된 뒤에 또다시 이슬람 모스크가 되었다. 내부 공간은 꾸밈이 없으며 로마식 아치형 입구와 교회 석조 구조물의 흔적 등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더욱 인상 깊다.

이곳 칼레이치에서 북동쪽으로 차를 타고 20분쯤 달리다 보면 고대 도시 페르게에 닿는다. 1세기경에 지어진 이 도시는 규모 면에서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고대 유적지인 에게해 연안 이즈미르 근처의 에페수스 다음으로 꼽히는 고대 도시다. 이곳에선 두세 시간 동안 하드리아누스의 문 아치 아래를 지나고 고대에 세워진 기둥들 사이를 거닐며 영화 <글래디에이터>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광활한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어 보자. 대부분의 유적이 잘 복원되어 과거에 이곳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평소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해도 꼭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muze.gov.tr
페르게 유적지를 방문하기 전 고대 도시의 인상적인 유물들을 소장한 안탈리아 박물관Antalya Museum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에는 페르게에서 발굴된 수백 점의 로마 신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성기에 이 도시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엿볼 수 있다. 13개의 전시 갤러리에는 조각상 외에도 비잔틴 모자이크, 정교하게 조각된 돌로 만든 관, 사람과 동물의 유해, 구석기 시대의 도구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전시 공간은 녹음이 우거진 외부 정원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희귀한 백공작을 비롯한 공작새들이 카페 테이블 사이를 자유롭게 거닌다. muze.gov.tr
라라 지역의 로어 뒤덴 폭포가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도심에서 약 14km 떨어진 강 상류에 있는 어퍼 뒤덴 폭포Upper Düden Waterfalls는 고요하고 푸른 공원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린다. 이 폭포는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으며, 주변 암벽과 뒤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폭포 뒤를 지나볼 수 있다. 수변을 따라 걷다 보면 데크 테라스를 갖춘 레스토랑들이 나오는데, 시원한 에페스 맥주에 메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dudenwaterfalls.com

축제의 발견축제의 발견
지금은 산타클로스로 더 잘 알려진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는
서기 300년경 안탈리아 리키아Lycian 지방의 도시 파타라Patara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의 유적은 해변에 남아 있어 오늘날에도 방문이 가능하다.
현지인처럼 여행하기
야자수 그늘에서 산책을
야자수가 늘어선 코니아알티 해변 공원Konyaalti Beach Park은 눈부신 바다와 아파트, 식당이 늘어선 긴 도로 사이에 자리한다. 이곳에는 물놀이 후 이용하도록 샤워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잔디밭이나 데크 테라스에 위치한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시원한 맥주와 신선한 해산물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해산물 시장에서 즐기는 식사
로어 뒤덴 폭포 바로 옆에 위치한 발리크 차르시시Balik Çarşisi는 안탈리아의 현대적인 해산물 시장이다. 넓은 실내 공간엔 현지 가족들로 가득 찬 테이블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술은 팔지 않지만 시끌벅적하며, 소박한 분위기에서 맛보는 해산물의 품질과 신선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kdag.com.tr
바자르 둘러보기
코니아알티의 리만Liman 지역에서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시장은 칼레이치 북쪽에 있는 유명 시장인 올드 바자르Old Bazaar보다 더욱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과일, 채소, 옷, 신발, 가정용품 등을 파는 노점이 많으며, 시장을 구경하며 페타치즈나 양념한 감자를 넣은 납작한 빵인 괴즐레메gozleme를 맛보는 것도 좋다.

취향의 발견
파루크 귈리올루
튀르키예의 수많은 디저트 중에서 바클라바baklava만큼 유명한 것은 없다. 얇은 페이스트리 반죽을 겹겹이 쌓아 견과류를 채우고 달콤한 시럽을 뿌린 디저트다. 안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이커리 체인점인 파루크 귈리올루Faruk Güllüoğlu의 바클라바는 현지인들도 친척 집에 방문할 때 자주 선물하는 인기 품목이다. 전통적인 피스타치오 바클라바 외에도 시럽이 더 진한 쿠루 바클라바kuru baklava나 계피와 호두가 잔뜩 들어간 세브즐리cevizli 등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farukgulluoglu.com.tr
올드 바자르
보석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색을 띠는 랜턴과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문양이 담긴 스카프가 걸려 있는 이곳은 칼레이치 북쪽에 위치한 안탈리아의 대표 시장이다. 이곳에서 사프란, 아지비베르acibiber(말린 고춧가루)를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와 작은 기념품을 구매해보자. 관광객이 많은 만큼 가격 흥정은 필수이니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매장으로 가볼 것. 07040 Muratpaşa
쿠리 텍스
칼레이치의 수많은 기념품 가게 중에서도 크림색 벽으로 꾸며진 아담한 크기의 쿠리 텍스Koori Tex는 유독 눈에 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원단은 유기농이며 면 스카프, 얇은 모슬린 소재로 만든 실내복, 리넨 드레스를 판매한다. 특히 가벼운 면 타월은 해변에서 사용하기 안성맞춤이다. kooritex.com

안탈리아식 풍미
팔라크
3대째 가족이 운영하는 팔라크는 주요 쇼핑 거리인 카짐 외잘프 자데시Kazim Özalp Caddesi 근처에 있으며, 버터를 듬뿍 발라 직화로 구운 닭고기로 유명하다. 새로 생긴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흰강낭콩 샐러드인 피야즈piyaz와 손가락 모양의 매콤한 시스 코프타 미트볼sis kofta meatballs을 주문하자. 식사 후에는 튀르키예의 아니시드aniseed(미나릿과 식물로 감초와 비슷한 향이 난다) 향 증류주인 라키raki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parlakrestaurant.com
아야르 메이하네시
칼레이치 자갈길 모퉁이에 있는 야외 레스토랑 아야르 메이하네시Ayar Meyhanesi는 요거트 딥, 훈제 가지 샐러드, 바삭한 보레크borek(시금치와 치즈를 넣은 파이), 페타치즈와 파슬리로 속을 채운 얇은 페이스트리 롤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가자미, 농어 같은 생선을 부드럽게 구워 내어준다. 라이브로 연주하는 튀르키예 음악이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 조용히 담소 나누기 좋은 곳이다. meyhanesi.com
안탈리아 발리크 에비
라라Lala의 모래사장 맞은편에 위치한 인기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 안탈리아 발리크 에비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튀르키예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간장과 발사믹 소스를 곁들인 문어 구이, 설탕과 호두를 넣어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호박 요리가 인기 메뉴다.
antalyabalikevi.com.tr

해가 진 뒤
오프 칵테일 바
라라에 있는 오프Off는 안탈리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칵테일 바 가운데 하나다. 세련된 목재와 라탄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으로 사워와 샷, 클래식 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를 제공한다. 1번부터 11번까지 시그너처 칵테일이 있는데 데킬라와 레몬주스, 칠리, 자몽이 어우러진 10번 칵테일은 톡 쏘는 매콤한 맛이 인상적이다. offcocktail.com
필리카 카페 바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필리카는 낮에는 한적한 카페였다가 밤이 되면 칼레이치 거리까지 테이블을 펼치고 라이브 공연을 하는 활기 넘치는 바가 된다. 감미로운 재즈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으며, 합리적인 가격의 칵테일 메뉴를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filikakaleici.com
251 솔
라라의 쭉 뻗은 해변가에 자리한 아크라 호텔Akra Hotel내의 251 솔은 안탈리아에서 보기 드문 음악 명소다. 이곳에서는 매일 밤마다 블루스, 재즈, 솔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은한 조명 아래 작은 원형 테이블과 기다란 바를 갖춘 곳으로 드라이 마티니가 대표 메뉴다. 스피크이지 스타일 덕에 젊고 감각적인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251soul.com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9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