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DREAMING OF THE DOURO
도루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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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포르투갈 북부에 있는 도루 밸리는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소나무 숲을 하이킹하고 유서 깊은 마을을 탐방하며 일반 와인보다 도수가 높고 달콤한 포트와인용 포도가 재배되는 포도밭을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킨타 도스 말베아두스 대저택의 포도밭에서 도루강이 내려다보인다.

도루 밸리Douro Valley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와인 산지다. 부드럽게 굽이치는 가파른 언덕 경사면을 따라 잘 정돈된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전통 와이너리 대저택인 ‘킨타’들이 고요하게 자리한다. 올리브나무와 감귤나무와 아몬드나무 과수원이 경사면에 이어지다 소용돌이치는 도루강과 맞닿는다. 언덕 꼭대기에는 하얗게 회반죽을 칠한 중세 시대 가옥들이 매달린 듯 펼쳐진다.
1960년대 도루강에 댐과 수문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바닥이 평평한 하벨루 배들이 험난한 강의 물살을 가르며 킨타에서 포르투갈 해안 도시 포르투까지 포트와인 통을 실어 날랐다. 오늘날에는 도로 운송이 주가 되었지만 하벨루는 여전히 여행자를 실어 나르며, 더 세련된 유람선들이 포르투 해안에서 스페인 국경 인근 바르카 디알바까지 약 200km를 잇는 항로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포트와인 때문에 찾아오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그 너머에 있다. 포도밭을 거닐고, 강 위에서 카약을 즐기며, 코스 요리를 통해 미식을 탐닉하는 일상. 수천 년 전 구석기 시대의 암각화부터 로마 시대 포도 재배 흔적까지, 도루는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를 품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현지 특선 요리의 맛
포르투는 강렬한 풍미를 살린 독특한 요리로 유명하다. 한입 크기로 대구살을 튀겨 만든 파스텔 드 바칼라우, 매콤한 포르투갈식 초리조 소시지를 넣어 끓인 스튜가 대표적이다. 이런 소박한 음식과 더불어 뼈에서 살이 저절로 떨어질 만큼 천천히 굽는 새끼 염소 요리도 별미로 꼽힌다. 도심에 자리한 볼량시장Bolhão Market에는 정어리 통조림인 콘세르바스conservas를 파는 가판대가 즐비하다. 어떻게 보존하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는데, 이 콘세르바스는 상큼한 맛의 비뉴 베르드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 더없이 훌륭하다.
도루 밸리 안쪽에 위치하는 중부 라메구Lamego 시에서는 햄과 초리조를 넣은 볼라 드 라메구bola de Lamego(페이스트리 번)를 맛볼 수 있다. 아담한 카스텔루 호드리구Castelo Rodrigo 마을에서는 꿀과 아몬드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짭조름한 양젖 치즈를 판다. 특히 이 지역 특산품인 테링슈Terrincho 치즈는 알투 도루 고지대 토착 품종인 추라 다 테하 퀘인트 양의 젖으로 만드는 부드럽고 고소한 반경성 치즈다.
달콤한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헤구아Régua 시에서는 설탕과 레몬과 허브와 포트와인을 넣어 만든 전통 캔디 레부사두스 다 헤구아를 살 수 있는데 약효가 있다고도 전해진다. 아마란테Amarante 시에는 제과점이 많이 있는데, 달걀노른자를 향이 나는 설
탕 시럽에 졸인 파푸 드 안주와 크림을 채운 외설적인 모양의 보루스 드 상 곤살루 케이크가 유명하다. 보수적인 이 작은 도시에서는 해마다 축제가 열리며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이 케이크를 선물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의 볼량 시장에서 판매하는 정어리 통조림.

언덕과 포도밭 걷기
하이킹을 좋아한다면 잘 가꿔진 포도밭과 소나무·참나무 숲, 구불구불 흐르는 강줄기가 어우러진 도루 밸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걸어볼 만하다. 대부분의 유람선 투어에는 짧은 하이킹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마워터웨이스AmaWaterways 여행사 투어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13세기 카스텔루 호드리구Castelo Rodrigo 마을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이 있다. 이때 여행자들은 소나무 숲과 아몬드 과수원을 통과하게 된다.
프랑스 계열 크루아지유럽CroisiEurope 유람선 회사는 일주일 동안 ‘걷기’를 중심으로 한 여정을 운영한다. 그중에는 도루강 상류 지역의 포도밭을 따라 걷거나 숲을 지나 서너 시간 동안 이어지는 도전적인 트레킹 코스도 있다. 소풍 겸 점심을 즐기는 동안 그리폰 독수리가 하늘을 나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역사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코아 계곡 고고학 공원Côa Valley Archaeological Park으로 향해보자.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약간의 신체 활동을 하면서 특별한 역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이 공원에서는 1990년대, 기원전 2만2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선사 시대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바위 표면에 거칠게 새겨진 그림은 원시 예술의 생생한 흔적이다.
눈에 띄게 현대적인 코아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와 정교하게 재현된 복제 예술품 등 풍부한 콘텐츠가 있다. 특히 가이드와 함께하는 야외 투어가 압권으로, 비포장 도로와 험한 암반 길을 따라 외딴 곳까지 걸어 들어가 실제 유적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코아강과 도루강이 만나는 지점을 내려다보고 있는 코아 박물관.

역사적인 마을 탐방
도루 밸리에는 엽서에 등장할 법한 아름다운 마을과 소도시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중 라메구는 도루 남부의 비제우 지구에 있는 중요한 순례지다. 화려한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된 686개 계단이 18세기에 지어진 상투아리우 드 노사 세뇨라 도스 헤메지우스 가톨릭 성지로 이어진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들은 무릎으로 이 계단을 기어오르기도 한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아마란치가 나온다. 도루강의 지류인 타메가강 양쪽에 나뉘어 자리하며, 우아한 상 곤살루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1809년에 이 마을 사람들이 프랑스 침략군을 상대로 2주 동안 용감히 저항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강변에 자리한 피냥 마을은 도루강을 오가는 모든 유람선이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농촌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한 24개의 장식용 아줄레주 도자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기차역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러야할 곳 중 하나다. 포도밭 사이를 산책하거나 킨타를 방문해서 포트와인을 시음해도 좋고, 그늘이 있는 강변 산책로에서 천천히 흐르는 일상을 느껴봐도 좋다. 피냥은 포르투에서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상 벤투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2시간 30분 동안 도루강을 따라 이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지난다.

포르투갈 라메구시에 있는 상투아리우 드 노사 세뇨라 도스 헤메지우스 가톨릭 성지.

카약 타기
도루강과 그 지류들은 부드럽게 노를 젓기에 최적의 물길이다. 카약에 몸을 낮게 붙이고 노를 저으면 대형 유람선 위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변 곳곳에 흩어진 거대한 바위, 오래된 올리브밭, 그리고 강둑까지 뻗어 내려온 야생 아몬드나무들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온다.
카약은 도루강을 비롯해 도루와 합류하는 피냥강, 좁지만 매력적인 투아강에서도 즐길 수 있다. 카약 타기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이용자를 출발 지점까지 옮길 때 종종 바닥이 평평한 전통적인 하벨루 배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덕분에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노를 저으며 물결 소리와 바람에 실린 새소리만이 어우러진 고요한 수면 위를 천천히 흘러가거나, 한여름에는 자갈이 깔린 강변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도루 고지대의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이보다 더 상쾌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도루강을 따라 카약을 타고 노를 젓는다.

포트와인 공부하기
도루 밸리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해 왔으며, 1756년에 와인 생산지로 공식 지정되면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로 자리매김했다. 포트와인과 포르투갈 와인 양조 전반을 배우고 싶다면 도루 중부에 위치한 도시 페수다헤구아에 있는 도루 박물관에서 시작해보자. 이 박물관에는 강을 따라 분포한 수많은 지역 생산자와 포도밭이 표시된 지도부터 오래된 포스터, 가죽으로 제본한 책, 빈티지 기계, 실물 하벨루 배가 전시돼 있다. 그리고 포트와인의 향을 맡아보는 테스트를 한 뒤에 직접 시음해볼 수 있다.
강을 따라 자리한 다양한 킨타에 들러 포트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구경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포트와인 브랜드 그라함스의 본거지 킨타 두 봄핑Quinta do Bomfim과 다우스와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는 콕번스Cockburn’s 등이 대표적이다. 시음은 별도로 예약할 수 있고, 봄핑 1896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페드루 레무스 셰프가 대서양에서 잡은 새우와 대구, 멧돼지 고기와 천천히 구운 염소 요리를 선보인다.
포르투 맞은편 도시 비라노바드가이아Vila Nova de Gaia에는 포트와인 저장고가 밀집해 있다. 이곳 저장고에서는 투어와 시음을 진행하는데, 특히 테일러 저장고에 있는 바라웅 플라드가치 레스토랑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시원한 포트와인 토닉 한 잔을 주문하고 포르투의 풍경을 감상하는 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직접 포도를 수확하거나 와인 양조에 참여할 기회도 많다. 9월 포도 수확철에는 바이킹크루즈사가 피냥 북쪽 언덕에 자리한 킨타다아베사다로 떠나는 체험 여행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이 포도를 직접 따고 수확한 포도를 으깨는 데 사용되는 전통적인 라가르 석조에 들어가 맨발로 포도를 밟는 체험이 기다린다.

테일러 포트와인 저장고에 자리한 바라웅 플라드가치 레스토랑.

 

글. 수 브라이언트SUE BRYANT
사진. 프란시스쿠 소아리스/ 시밍턴 패밀리 에스테이트, AWL이미지스, 게티, 알라미, 힐로디 에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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