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미국의 이 ‘마지막 개척지’를 여행하는 일은 마치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계절의 변화로 흐른다. 많은 이들이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지만, 남중부 알래스카를 육로로 여행하면 훨씬 가까이에서 야생의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빙하에서부터 곰과 함께 걷는 공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대부분의 여정은
앵커리지Anchorage에서 시작된다.
도시 곳곳의 호숫가에는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 수상비행기들이 정박해 있어 마치 무지갯빛 마을처럼 보인다. 앵커리지 동쪽의 추가치 주립공원Chugach State Park에서 헴록과 가문비나무 숲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긴 뒤에는, 작은 ‘툰드라 타이어’ 비행기를 타고 레이크 클라크 국립공원Lake Clark National Park으로 향한다. 이곳은 야생에서 회색곰grizzly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드문 장소로, 곰 생물학자들이 동행해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는 공원 내 로지들이 해안 갈색곰들과 오랜 시간 쌓아온 평화로운 공존 관계 덕분이다. 여름이면 이 곰들이 분홍빛 파이어위드fireweed 꽃밭 사이를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은 겨울이 오기 전 하얗게 피었다가 갈색으로 시들어간다.

알래스카 남부의 대지는 수백 개 섬과 만으로 갈라진다.
그 사이로 펼쳐진 넓은 수역이 바로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다. 이곳에는 흑곰, 바다표범, 혹등고래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그림 같은 해협을 따라 배를 모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다.
그중 일부 항로는 최근 수십 년 사이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생긴 길이다. 어떤 빙하는 바위가 거의 드러날 만큼 후퇴했지만, 여전히 수면 위로 웅장한 얼음 벽들이 남아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야생동물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스스로의 방식으로 적응해 왔고, 휘티어Whittier 같은 마을의 가이드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변화에 맞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휘티어는 크루즈 대신 육로로 여행하는 이들이 머무는 대표적인 거점이다.

길이 약 43km에 달하는 마타누스카
빙하Matanuska Glacier.
미국에서 도로로 접근 가능한 가장 큰 이 빙하까지는 앵커리지에서 글렌 하이웨이Glenn Highway를 따라 약 두 시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육로로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이들은 종종 데날리 국립공원Denali National Park으로 가는 길에 이 ‘얼음의 바다’로 우회한다. 마타누스카 계곡Matanuska Valley을 지나면 차량으로 빙하의 기슭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가이드와 함께 빙하 위를 걷거나 아이스클라이밍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투어에서는 헬멧, 아이젠 등 장비를 제공하며, 얼음의 균열과 푸른 동굴, 신음하듯 삐걱거리는 얼음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데날리 국립공원에 도착한 여행자라면
‘30% 클럽’에 속한다.
실제로 공원 방문객이 해발 6190m의 미국 최고봉 데날리산을 보게 될 확률이 약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70%의 시간 동안은 산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운 좋게 산을 본 사람들은 기념으로 ‘30% 클럽’ 자석이나 핀을 기프트숍에서 구입하곤 한다.
이 공원은 미국의 몇몇 주보다도 클 만큼 광활하다. 모든 것이 웅장하고, 시야가 끝없이 열린다. 탐방은 전용 셔틀버스로만 가능하며, 좌석을 원한다면 새벽 일찍 줄을 서야 한다. 운전기사가 곰이나 엘크 같은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잠시 차를 세워 여행객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은 공원 도로에서 약 143km 떨어진 칸티시나Kantishna다. 알래스카에서는 주 전체의 20%만이 도로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더 먼 곳을 탐험할 방법을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