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사파리부터 별빛을 따라 항해하는 크루즈까지.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전문가들의 안내를 받아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열 가지의 호화로운 여정을 소개한다.
명상을 위한 평온한 시간을 선사하는 포르투갈의 알가르브 지방. 파리 아일랜드의 더 리츠 칼튼 몰디브에서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케냐의 키친 인 더 와일드에서 경험하는 채집의 여정. 몰디브에서는 바다의 소리와 싱잉볼의 울림이 함께 어우러진다. 멕시코의 오래된 거리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걷는 걸 추천한다. 모로코의 실크로드 슬리퍼스 작문 휴양지의 마당.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셰프 밸런타인 워너. 남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델리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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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하는
몰디브의 힐링 휴가몰디브의 휴가
온몸이 황금빛 액체 속으로 녹아드는 듯하다. 사실 나는 반짝이는 인도양 석호 위에 떠 있는 객실의 나무 바닥에 누워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몰디브에서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보내는 힐링 휴가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곳에서 하루하루 보낼수록 이러한 특별한 경험은 일상이 되어간다.
내가 머무는 곳은 파리섬Fari Islands의 더 리츠 칼튼 몰디브The Ritz-Carlton Maldives. 이곳에서 나흘 동안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리 치유사이자 쿤달리니kundalini 요가 강사, 기치료 마스터로 활동하는 수지 마르코에 시펠린Susy Markoe Schieffelin의 수업을 듣는다. 그녀는 리조트의 마스터스 오브 크래프트Masters of Crafts 프로그램을 이끌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
동그란 인피니티 풀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매콤한 참치 포케로 점심을 즐기며 그녀는 말한다. “싱잉볼의 주파수가 온몸을 감싸면 뇌파가 빠르게 알파, 세타, 심지어 델타파 상태로 전환되며 몸을 회복시켜요. 명상이나 깊은 잠에 빠질 때와 비슷한 상태죠.”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주파수는 큰 노력 없이도 깊은 휴식과 감정의 해소, 에너지의 재구성을 이끌어낸다.
수지는 과거 오랜 시간 동안 불안과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인생의 나락에 빠진 그녀는 우연히 사운드 배스(소리의 진동에 몰입하며 진행하는 명상) 그룹 수업에 참여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후 호텔업계를 떠나 기치료를 배우고, 자신만의 사운드 배스 수업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수업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경험하는 치유의 장이 되었다. 수업에서는 99.9% 순도의 수정에 귀금속과 원석, 토류 원소가 섞인 시그너처 싱잉볼이 사용된다. “이 수정 싱잉볼은 내분비선이나 차크라(에너지의 중심점)에 대응하는 주파수를 만들어 신체적·정신적 치유를 돕습니다.”
수업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이뤄지지만, 나는 이번 개인 맞춤식 휴양을 통해 그녀와 일대일로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데크 끝의 원형 스파로 향한다. 호주의 유명 건축 회사 케리 힐 아키텍츠Kerry Hill Architects에서 설계한 이 공간은 우주에서 떨어진 UFO를 닮았다. 이 스파를 중심으로 독채 빌라들이 원을 그리며 감싸고 있다.
짧은 명상에 이어 목표 설정을 한 뒤 매트 위에 눕자 수지가 작은 베개로 내 눈을 가린다. 이윽고 시작된 싱잉볼 연주. 잔잔한 진동이 몰디브내 온몸의 구석구석을 관통하며 각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듯하다. 의식은 점차 희미해져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수지의 손이 싱잉볼을 연주하는지, 내 몸을 훑으며 기 치료를 하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모든 감각이 하나로 이어진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내 몸은 다시 황금빛으로 녹아들고 정신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작은 종소리가 의식을 깨운 뒤 그녀는 내게 오라클 카드 한 장을 뽑아보라고 한다. 카드 하나를 골라 뒤집으니 커다란 ‘GOLD’ 글자 아래 황금빛에 둘러싸인 인물이 그려져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고 눈가가 뜨거워진다. 지난 몇 달간 자기 회의에 빠져 있던 내가 올바른 길 위에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시가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데크를 따라 빌라로 돌아오면서 사방으로 펼쳐진 투명한 청록색 바다를 바라본다.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몹시 가볍다. 내가 머무는 빌라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따뜻한 바닷속으로 곧장 뛰어든다. 옅은 보랏빛 하늘 아래 물 위에 둥둥 떠서 시간을 보낸다.
또 다른 프라이빗 웰니스 체험 중에서 호텔 소속 요가 강사 카데크 수야드냐Kadek Suyadnya와 함께한 일대일 요가와 뱀포드 스파Bamford Spa에서 대나무 마사지, 괄사 그리고 전통 마사지가 포함된 밸런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리조트의 동식물 연구가 올리비아 포스터Olivia Forster와 함께 인근 산호초로 스노클링하러 갔을 때는 태풍이 지나가며 비를 퍼부었지만 수면 아래는 평온했다. 거북이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사이를 유영하는 순간은 마치 움직이며 하는 명상 같았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아홉 명의 참가자와 함께하는 색다른 소리 치유 그룹 체험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바닥이 아닌 스튜디오 천장에 매달린 요가 해먹 위에서 진행됐다. 아늑한 고치 속에서 다시금 깊은 이완의 상태로 들어간다.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머릿속은 맑아진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 이어폰을 끼고 수지의 싱잉볼 수업 녹음을 재생한다. 소리는 나를 다시 그 완벽하게 평온했던 몰디브의 순간으로 데려간다. 몰디브가 지닌 치유의 마법을 마음에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행 방법: 파리 아일랜드의 더 리츠 칼튼 몰디브 오션 풀 빌라는 1박에 약 218만원부터다.
ritzcarl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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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가 펼쳐보이는
케냐의 채집과 만찬
케냐산의 눈 덮인 봉우리를 배경으로 라이키피아 카운티Laikipia County의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진다. 드넓은 평원 위로 우산 모양의 아카시아 나무들이 점점이 서 있고, 그 속에서 특별한 미식 여정이 시작된다. 방송으로 유명해진 셰프 밸런타인 워너Valentine Warner와 푸드 이벤트 큐레이터 클레어 아이작스Clare Isaacs가 대자연 속 한가운데서 그들의 요리적 감각을 더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야생의 저녁식사 클럽을 주최한다.
사바나 깊숙한 곳, 이 두 사람은 단 18명의 참가자를 위해 5일간 미식에 집중한 여정을 진행한다. 이 여행의 핵심은 ‘땅을 이해하는 것’이다. 밸런타인은 케냐 최고의 식물학자들과 함께 토착 식재료를 채집하고, 현지 요리에서 영감 받은 창의적인 조리법을 배운다. 채집을 마치고 가족이 경영하는 부티크형 사파리 로지 엘 카라마El Karama로 돌아오면 참가자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야외 화덕 앞에 선다. 염소고기를 굽거나 채집한 허브를 넣어 채소를 볶는 등 케냐의 전통 미식에 기반한 요리를 몸소 경험한다. 이후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지붕 삼아 야외에 준비된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연회처럼 만찬을 즐긴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엔 밸런타인이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요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낚시를 위해 태어났고, 생계를 위해 요리하죠.” 그의 농담 속엔 삶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다. 그의 손에 이끌려 근처 강가에서 온종일 낚시하더라도 놀라지 말자. 그 끝엔 언제나 훌륭한 피크닉이 기다리고 있다. 식탁 밖에서의 시간도 여유롭게 흘러간다. 사파리 차를 타고 빅파이브Big Five(다섯 야생동물인 사자, 코끼리, 물소, 표범, 코뿔소)를 찾아 떠나거나, 어느새 캠핑 메이트가 된 행사 주최자들과 모닥불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등 여행의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여행 방법: 지난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키친 인 더 와일드의 5일 여정 요리 여행이 1인당 약 1725만원에 진행되었으며, 앞으로의 여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kitcheninthewil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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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마스터가 포르투갈로
초대하는 영적인 리부트
지난 수십 년간 디팍 초프라Deepak Chopra는 명상계의 혁명가로 자리해왔다. 그가 주도한 ‘21일 명상 챌린지’는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고, 그가 쓴 21권의 저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수업은 내면의 힘과 지혜, 그리고 인간이 지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일깨운다.
이번에는 그와 함께하는 5일간의 친밀한 여정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서양의 거센 파도가 부서지는 포르투갈의 알가르브Algarve에서 디팍과 그의 팀에 속한 두 명의 전문가와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매일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 우주 사이의 연결을 탐색하고, 기쁨과 연민 같은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가이드 명상, 워크숍, 참가자
개개인에 따른 AI 맞춤형 프로그램이 결합해 있다. 삶의 의미, 목적, 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작가이자 요가 마스터인 새라 플랫핑거Sarah Platt-Finger가 이끄는 회복력 있는 요가 수업, 변화 리더십 전문가 니카 스미르니Nika Smirni가 진행하는 감사 모임도 이어진다. 명상 외의 시간에 알가르브의 중심 도시 파로Faro를 산책하거나 현지 요리 쿠킹 클래스를 신청해도 되고, 와인 테이스팅에 참여해도 좋다.
여행 방법: 트레블젬의 디팍 초프라 리트리트는 1인당 약 985만원부터이며, W 알가르브 숙박이 포함된다. travelge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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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명필가들이
전수하는 글쓰기의 기술
‘누구나 마음속에 한 권의 책을 품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막상 어떤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헌신과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적이는 마라케시의 수크souk(시장)에서 차로 30분 거리. 무어 양식의 아치와 야자수가 드리운 수영장, 그리고 책으로 가득한 서재가 있는 6만m² 규모의 저택에서 글쓰기의 본질을 배우는 특별한 리트리트가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블룸스버리 출판사 편집장 출신인 알렉산드라 프링글Alexandra Pringle을 비롯해 문학 전문가와 특별 초빙되는 유명 작가들이 이끄는 5일간의 집중 작문 워크숍이다. 프로그램은 구조, 인물, 문체를 다루는 실습 워크숍과 몰입형 세션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자유 시간 동안 저택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글을 쓸 수 있다. 민속식물학자 게리 마틴Gary Martin이 설계한 정원의 감귤나무 아래, 모로코 민트티 한 잔을 한옆에 둔 우아한 북아프리카 인테리어로 꾸며진 방 등 모든 장소가 집필 장소인 셈이다. 저녁에는 촛불로 밝혀진 식탁에서 동료 작가, 출판 관계자, 초대 작가들과 창의적인 대화를 나누며 만찬이 이어진다. 한 번에 14명만 참여할 수 있어 개별 지도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 여행이 마무리될 때쯤에 참가자들은 글쓰기 여정의 향후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 1:1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여행 방법: 실크로드 슬리퍼스의 5일짜리 마스터 클래스가 1인당 약 602만원부터이며, 숙박은 불포함이다.
silkroadslipp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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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다이버들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다이빙
거대한 몸체의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가 이마에 정면으로 부딪혀 오자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해 질 무렵 수면 아래 12m 지점. 새까만 바닷속을 밝히는 건 손전등 불빛뿐이다. 플랑크톤이 가득한 물속에서 빛줄기가 눈보라 속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흩어지고 은색, 분홍, 검은빛 몸체의 거대한 물고기 수백 마리가 얼굴 가까이 스쳐 지나간다.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피부 가까이에서 비늘의 냉기가 느껴진다.
바다 깊은 곳으로 손전등을 비추자 빨간색, 하얀색, 노란색 눈들이 반짝인다. 팔뚝만 한 크기에서부터 내 키보다 큰 백기흉상어whitetip reef shark들이 30m 높이의 산호벽을 따라 유유히 헤엄친다. 사냥을 막 끝낸 듯 배가 불룩하다. 뇌산호와 사슴뿔산호의 깊은 틈새에서 곰치가 고개를 내밀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이따금 빛에 반짝이는 이빨은 칼날처럼 번뜩인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내 짧은 호흡과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뿐. 물고기 떼를 가르며 헤엄치는 동안 내가 일으키는 물보라가 큰 포식자들을 막아주길 기도한다.
오후 7시, 나는 지금 퀸즐랜드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야간 다이빙을 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주거용 선박인 스피릿 오브 프리덤Spirit of Freedom호를 타고 이틀 동안 항해하면서 리저드섬Lizard Island을 향해 간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북쪽 끝에 위치한 이 섬에는 세계적인 산호초 연구 기지와 럭셔리 리조트가 자리한다.
어릴 적부터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엔 꼭 와보고 싶었다. 아마 2003년에 개봉한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본 이후부터일 것이다. 올해 초, 드디어 이곳을 여행할 기회를 얻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고 본 것 같은데?’ ‘볼 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 ‘우리가 가는 게 연약해진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4일간의 탐사에 합류했다.
야간 다이빙을 한 다음 날 아침, 더 멀리 외딴곳에 있는 리본리프Ribbon Reefs로 향한다. 케언스Cairns나 포트 더글라스Port Douglas에서 출발하는 당일 체험으로 가기에는 거리가 먼 열 개의 산호군락지다.
“리본리프는 해류가 더 차갑고 산호의 생명력이 훨씬 강해요.” 스피릿 오브 프리덤호에 탑승해 우리의 다이빙을 이끌 네 명의 마스터 리프 가이드Master Reef Guide 중 한 명인 멜 알프스Mel Alps가 설명한다. “이곳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다른 곳보다 태풍이나 백화 현상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되는 걸 볼 수 있죠.”
PADI 다이브 마스터인 멜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146명의 마스터 리프 가이드 중 한 명이다. 이 지위는 여행자들이 산호초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을 돕고자 그레이트배리어리프 해양공원청에서 부여한 전문 자격이다. 마스터 리프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현지 경험을 보유하고, 허가받은 다이빙 업체에 채용돼 있어야 하며, 산호 생태와 보존에 대한 혹독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들의 활동은 관광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산호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아이 온 더 리프Eye on the Reef와 같은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아마추어 다이버들이 눈으로 확인한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연구 데이터로 활용하는 작업이다.
우리도 다이빙 전, 방수 메모판을 받았다. 주요 어종이나 침입종, 백화 현상이나 손상을 입은 산호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일본만큼 넓은 산호초 지역에서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과학자들이 건강한 산호초 위치를 파악하고, 산호초를 파괴하는 악마불가사리가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고, 다음 보존 노력을 수행할 구역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먼 곳까지는 경비정이 잘 오지 않아요. 관광이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필요한 이유죠. 외딴 지역에 나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불법 조업도 감시할 수 있거든요.”(멜)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찾아오는 여행자 수가 급감하면서 보존 활동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젠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산호를 더 위태롭게 만듭니다. 관광업이 위축되면 경비정 수와 조사 그리고 후원이 모두 줄어들거든요.”
여정의 넷째 날, 우리는 케언스에서 북쪽으로 241km 떨어진 리저드섬에 정박한다. 울창한 숲에 여러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이 섬은 한때 호주 원주민의 성스러운 의식 장소였다. 오늘날 이곳엔 여러 수상 경력이 있는 리저드 아일랜드 리조트Lizard Island Resort가 들어섰고, 1973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온 과학자와 동식물 연구가들이 산호초를 연구하고 기록해온 리저드섬 연구소Lizard Island Research Station도 있다. 연구소 직원들은 데이비드 아텐버러 경Sir David Attenborough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고 있었나요?
2414km 길이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너무나도 방대한 나머지 현재까지 전체 면적의 20%만 조사됐다. 해양공원 당국은 매년 산호초 보존을 위해 약 113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관광업에 의존한다.
1957년에 이곳에 처음 방문한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재방문했고,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 <블루 플래닛>을 촬영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 섬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는 곧 깨달았다. 감자바리potato cod와 함께 다이빙하고, 대왕 조개와 거북이를 마주하고, 도마뱀과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해변에 앉아 수면을 뚫고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구경한다. 완벽한 낙원, 그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다.
개인이 소유한 배를 제외하고 리저드섬을 떠나는 유일한 방법인 초소형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케언스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규모를 비로소 실감한다. 가늠이 안 될 만큼 넓은 산호초는 끝없이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먹먹해진다. 비교적 시원하고 회복력 강한 리본리프가 있음에도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해수 온도의 상승 속에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힘들게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스피릿 오브 프리덤호에서 만난 멜과 다른 리프 가이드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군락지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일부 지역은 분명 고통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 거대한 산호초는 여전히 숨을 쉬며 살아있습니다.” 멜이 말한다. “이 산호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바로 직접 오는 겁니다.”
여행 방법: 스피릿 오브 프리덤호는 케언스에서 출항해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다이빙하는 3일, 4일, 7일 여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트윈 또는 더블베드가 있는 선실은 3일 여정의 경우 약 251만원부터이며 식사와 간식이 포함된다. 전 장비 대여는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리저드 아일랜드 리조트의 스탠더드 더블룸은 최소 2박 투숙 기준으로 1박에 약 236만원부터이며 모든 식사가 포함된다. spiritoffreedom.com.au, lizardisland.com.au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1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