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위스는 전 세계가 떠올리는 초콜릿의 정수를 만들어왔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완벽히 템퍼링되어 있으며, 섬세하게 다듬어진 맛과 질감으로 말이다. 역사와 전통이 깊이 스며든 도시 취리히에서는 파티스리의 예술 또한 매우 섬세하게 다뤄진다. 이곳의 레시피는 정교한 크림이 채워진 디저트에서부터, 윤이 나는 과일로 장식된 바삭한 타르틀렛, 동전 크기의 머랭 마카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레시피는 세대를 거쳐 다듬어진 가문의 비법으로 전해지고, 또 어떤 것은 대담한 풍미와 세련된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세대의 파티시에들에게서 탄생한다. 그러나 그 모든 디저트에는 공통된 정서가 깃들어 있다. 탁월한 장인정신과 디테일에 대한 변함없는 집중력으로 완성된, 스위스만의 감각이다.

구시가지의 디저트
취리히 구시가지의 잘 보존된 13세기 건물 안에 자리한 카페 & 콘디토라이 1842Café & Conditorei 1842는 시그너처 디저트인 에르트베르퇴르틀리erdbeertörtli로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섬세한 딸기 타르틀렛은 전통 프랑스 파티스리의 영감에서 비롯되어 20세기 초 스위스에서 완성된 레시피로, 단순한 것을 숭고한 예술로 끌어올리는 스위스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에르트베르퇴르틀리는 정확한 기술과 최상의 재료가 생명이다. 버터 향 가득한 쇼트크러스트 반죽, 부드럽고 매끈한 커스터드크림, 달콤하게 익은 햇딸기가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한입을 만든다. 이 디저트는 카푸치노나 핫초콜릿과 함께 즐길 때 가장 빛난다.
이곳에서는 또한 바삭한 스트로이젤 케이크, 크루아상, 계절 한정 페이스트리 등 유혹적인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모두 1층의 아늑한 살롱 공간에서 제공되는데 금빛 거울과 벨벳 의자, 짙은 원목 패널이 어우러진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여행자들은 붉은 파라솔 아래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푸른 식물에 둘러싸인 채로 여유로운 오후를 즐길 수 있다.

대담한 상상력
취리히 초콜릿 전통의 그랑담grande dame(1인자)이라 불리는 콩피즈리 스프륑글리Confiserie Sprüngli의 카페가 대담한 리디자인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2020년대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더 이상 소박한 비스트로 테이블이나 나무 의자는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가을빛의 세련된 색조와 벨벳 소재의 고급스러운 좌석들이다.
물론 변치 않은 것도 있다. 여전히 눈부시게 진열된 정교한 페이스트리 컬렉션,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것은 바로 룩셈부르게를리Luxemburgerli, 스위스 전역에서 사랑받는 머랭 기반의 우아한 마카롱이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파리-브레스트 피스타치오Paris-Brest pistache. 섬세한 슈 반죽에 부드러운 피스타치오 크림을 듬뿍 채우고, 중앙에는 바삭한 피스타치오를 숨겨 둔다. 순수한 초콜릿파라도 1층 부티크에서 만족하기 충분하다. 반짝이는 유리 진열대 안에 줄지어 놓인 정교하게 만든 프랄린이 초콜릿의 예술을 증명하듯 빛난다. 단 하나만 고르는 선택의 기로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취리히의 젊은 파티시에
펠리시아 루트비히Felicia Ludwig가 제과의 세계로 들어선 것은 일곱 살 때였다.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처음으로 케이크를 구웠던 게 시작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재료를 나눠주던 이웃들이 일요일마다 제가 구운 케이크를 기다렸어요.”
그녀는 이제 ‘2022년 올해의 파티시에’로 선정된, 고전 디저트를 혁신적으로 재해석하는 젊은 장인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취리히의 지펠트Seefeld 지구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샴페인 마카롱(위 왼쪽), 스다치 감귤 향이 더해진 붉은빛 화이트초콜릿 장미(아래 왼쪽), 망고·패션프루트 젤리와 레몬 커드, 머랭이 어우러진 레몬 타르트(위 오른쪽) 등이 그것이다.
펠리시아는 언젠가 취리히 도심 한가운데에 자신의 부티크를 여는 것을 꿈꾼다. 지금은 복원된 옛 영화관을 개조한 레스토랑 라치아Razzia에서 그녀의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또한 취리히 반호프스트라세Bahnhofstrasse의 명성 높은 명품 하우스인 오데마 피게 하우스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달콤함에 관하여
“우리는 색을 사랑하지만, 겉모습만큼 달콤하진 않아요!”
취리히 구시가지에 자리한 미유코Miyuko의 오너이자 창의적인 영감을 이끄는 인물 사라 호훌리Sara Hochuli가 웃으며 말한다. 일본풍의 감성이 깃든 이 카페 & 티룸은 풍성한 브렉퍼스트 메뉴와 오후의 티 세트로 잘 알려져 있다. “저희는 일본의 한 소규모 차 농가로부터 직접 차를 공수해요.”
사라의 파트너이자 미유코의 헤드 바리스타인 도미니크 그렌츨러Dominik Grenzler가 덧붙인다. 그는 사라의 부드러운 무스 디저트와 어우러지도록 정교하게 내린 커피와 섬세한 일본 차를 선보인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사라의 다채로운 레이어 케이크(오른쪽 아래)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슈거 아티스트로 훈련받은 그녀는 만화적 감각이 돋보이는 스타일화된 아트워크에서 영감을 얻는다. 맛의 세계에는 말차, 흑임자, 유자 등 일본적인 터치가 더해져 독창적인 개성을 완성한다. 이 케이크는 맞춤 제작이 가능하며 동물, 만화풍 캐릭터, 심지어 풍경 전체까지 그녀의 상상력이 닿는 한 모든 것이 케이크 위에서 생명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