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에 머물면 매일 마음이 무너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을 사랑한다. 그 감정의 깊이와 결이 바로 이 도시의 풍요로움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Terry Tempest Williams가 그녀가 자란 솔트레이크시티에 대해 한 말이다. 도시개발과 자연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곳은 모순과 공존의 땅이다. 약 1만 년 전, 이 도시를 가득 채웠던 물은 뜨거운 태양 아래 서서히 증발했고, 200여 년 전 개척자들이 호수가 있던 자리에 도시를 세웠다. 서부 개척 시대와 함께 도시는 번영했고, 오늘날 이곳 사람들은 다채로운 종교, 미식, 스포츠 문화를 즐기며 살아간다.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자연은 묵묵히 사람들을 품어왔다.
DIVE INTO SALT LAKE CITY
천국보다 아름다운
솔트레이크시티 도심에서 차에 올라 서쪽으로 향한다. 도로는 미국 주간고속도로 중 두 번째로 긴 80번 고속도로. 캘리포니아에서 뉴저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직선으로 쭉 뻗은 덕에 제한 속도는 80마일, 약 128km에 달한다. 텍사스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도로이기도 하다. 목적지 보네빌 소금 평원Bonneville Salt Flats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경적과 트램의 소음이 점점 사라지고, 자신을 올드팝 마니아라고 소개한 가이드 블레이크Blake의 차에서 나오는 1980년대 음악만이 귓가를 채운다. 신나는 펑크와 몽환적인 신스팝을 오가는 사이 풍경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도심의 빌딩은 어느새 19세기 후반 골드러시 여파로 세워진 제련소 굴뚝으로 바뀌고, 개척민들과 평화 협정을 맺은 쇼쇼니족shoshoni 추장의 이름을 딴 와사치산맥Wasatch Range(지금도 시내 가로등에서 그의 초상화를 쉽게 볼 수 있다.)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다. 염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갈대류 프래그마이티스phragmites, 1만1000년 전 이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음을 증명하듯 물이 있던 흔적이 가로로 남아 있는 산비탈, 소금기 가득한 호수까지 솔트레이크시티의 다채로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가는 길에 야생동물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제가 기다리는 건 외계인이죠.” 블레이크가 웃으며 말한다. 서울의 5배가 넘는 크기의 더그웨이 시험장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유타의 에어리어 51’이라 불리는 비공개 군사기지를 가리키며,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곳이 외계인과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한다. “아쉽게도 저는 아직 UFO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 투어 중에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물체를 발견한다면 재빨리 말해주세요.”
그의 말이 끝나고 한참 창밖을 바라보는데,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이 쏟아진다. 실눈을 뜨고 빛 사이로 보이는 것을 살펴보니 외계에서 온 UFO가 아닌, 태양빛을 고스란히 반사하는 하얀 평원이 보인다. 1억7800만 톤의 소금과 260km²의 면적, 숫자만으로 그 규모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여긴 착시가 심해요. 저기 보이는 산도 금방 닿을 듯 보이지만, 실제론 아주 멀리 있어요. 평평한 데다가 지나가는 야생동물들이 없어 원근감이 사라지죠. 거리감을 잃고 걷다가 조난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블레이크의 말 때문인지, 비현실적인 풍경 때문인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선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등장했다더니, 구름 위에 천국이 있다면 새하얀 땅 위에 햇빛이 쏟아지는 이곳과 닮았겠다고 생각하며 소금 사막을 한 걸음씩 걷는다.
약 1만 년 전, 빙하기 시대에 존재하던 거대한 담수호가 말라붙으며 남은 염분이 모여 지금의 보네빌 소금 평원이 되었다. 누군가는 물이 마르면서 생긴 육각형 무늬를 살펴보며 조심스레 걷고, 또 누군가는 자유를 만끽하며 하얀 대지 위를 달린다. 그렇게 시간을 품은 자연을 각자의 방식으로 누빈다.
다시 솔트레이크시티 시내로 돌아가는 길, 소금 평원 위에 우뚝 선 거대한 나무 조형물을 마주한다. 스웨덴 출신 예술가 칼 모먼Kal Momen이 만든 27m 높이의 . 거대한 자연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공허함과 자연 속에 간직된 생명력을 상징한다. 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설명하던 블레이크는 종일 이어진 투어에 지친 이들이 하나둘 조는 모습을 보더니 말을 줄이고 음악의 볼륨을 높인다. 그의 선곡은 영국의 록밴드 슈퍼트램프super tramp의 ‘Goodbye stranger’. “안녕 낯선 이여. 만나서 즐거웠어. 너만의 천국을 찾길 바라.” 노랫말이 마치 보네빌 소금 평원의 거대한 자연이 떠나가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들린다.
생명이 깃든 섬
“자, 다들 엄지를 들어 ‘최고’ 자세를 해보세요. 팔은 곧게 펴고요. 엄지손가락이 바이슨의 몸통을 완전히 가리면 안전한 거리입니다.” 앤텔로프 아일랜드 주립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멀리 보이는 바이슨 두 마리를 가리키며 가이드 데이비드David가 설명한다. 바이슨이 코를 골 듯 소리를 내거나, 두 눈으로 노려보거나, 꼬리를 치켜들면 재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앤텔로프섬의 주인공은 단연 검붉은 짧은 털을 지닌 거대한 들소, 바이슨이다. 한때 북미 전역에 서식했으나 19세기 후반 철도 건설과 도시개발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를 막기 위해 1893년, 이 섬에 12마리의 바이슨을 들여 보호하기 시작했고지금은 700여 마리로 늘었다. 섬 이름의 주인공인 프롱혼 영양pronghorn antelope과 긴 귀가 하늘로 뻗은 잭 래빗 등의 동물들도 섬의 주민들이다. 섬을 둘러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Great Salt Lake는 염도 12% 안팎의 호수. 지금은 수위가 낮아져 종종 영양들이 걸어서 섬을 탈출하는 일도 생긴다.
섬 풍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 데이비드를 따라 섬 북쪽 ‘버펄로 포인트 트레일’ 코스를 오른다. 왕복 1.7km의 짧은 코스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흙과 바위가 많아 미끄럽다. 땅을 보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시야에 가리는 게 하나도 없는 정상에 서게 된다. 바이슨 떼가 무리 지어 있는 앤텔로프섬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그리고 호수 너머 스탠스버리섬Stansbury Island을 포함한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듯한 풍경 속에서 커다란 새들만이 하늘을 가른다. “이곳엔 25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해요. 호수에 물고기는 없지만, 새들이 즐겨 먹는 브라인 쉬림프brine shrimp가 많거든요. 그중 송골매는 새 중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강하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하죠.”
섬 북쪽이 자연의 무대라면, 남쪽은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19세기에 이 섬으로 이주해 온 정착민들이 설립한 목장인 필딩 게르 목장fielding garr ranch. 1848년 지어진 벽돌 건물은 물론 마구간과 대장간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역사 유적지로 보존되지만, 여전히 마구간에서는 말들이 뛰논다. 목장의 생활 방식을 체험하고 오래된 농기구를 만져보고, 목마에 밧줄을 던지며 카우보이 흉내를 내면서 앤텔로프섬이 간직한 시간에 점점 동화된다.
도시의 역사를 노래하다
20세기 초 시내를 달리던 전차를 재현한 빨간 버스에 오른다. 곧이어 보닛, 레이스 드레스, 빨간 조끼와 중절모 등 서부 개척 시대 복장을 한 두 명의 가이드 루크Luke와 케일리Kaley가 탑승한다. 단순히 시내를 둘러보는 버스 투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작은 하프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한다. 그러다 외친다. “바로 이곳이다! 계속 전진하라!”
이 투어의 정식 명칭은 ‘트롤리 쇼 투어’. 가이드들은 솔트레이크시티를 무대 삼아 연기와 노래로 도시의 역사를 풀어낸다. 투어의 문을 연 것은 도시의 첫 이주자 브리검 영brigham young의 외침이다. 후기성도교회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후계자인 그는 신자들과 함께 이 땅에 정착했고 현지 유트Ute 원주민과 친교를 맺었다. 유트족은 자신을 유타Utah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솔트레이크시티의 고도가 해발 1280m에 달하니 여러분들도 오늘만은 유타가 된 셈이죠.”
창밖으로는 후기성도교회의 성전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1853년 착공해 40년 만에 완공된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어우러진 석조 건물이다. 솔트레이크의 노트르담이라고도 불리는 성 막달레나 성당Cathedral of the Madeleine도 있다. 영국의 칼라일 대성당에서 영향을 받아 지은 곳이다. 신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템플 스퀘어와는 달리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들어가 둘러볼 수 있다. 실내로 들어가니 창문마다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와 압도적인 크기의 벽화가 맞이한다. 조용한 공간에 누군가의 기도 소리만 나지막이 울린다.
이후 트롤리 투어의 가이드들은 여러 인물로 변신해 도시의 역사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템플 스퀘어보다 거대한 시청을 지어서 자신들의 권력을 드러낸 광부, 도시 최초의 기차역인 유니언 퍼시픽 철도 역Union Pacific Depot에서 감명받아 디즈니랜드의 기차역을 만든 월트 디즈니, 그리고 현시대로 돌아와 2002년 동계올림픽 주제가인 ‘Call the Champions’를 작곡한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가 되기도 한다. 도시 곳곳의 갈매기 조형물을 지날 때는 개척자들의 농사를 방해하던 사막 메뚜기 떼를 갈매기들이 날아와 모두 먹어 치웠다는 전설도 놓치지 않는다.
시간 여행과도 같은 투어의 종착지는 유타주 의사당Utah State Capitol이다. 이 건물은 1916년 거대한 돔을 가진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 2층으로 가니 커다란 돔과 천장에 솔트레이크시티에 도착한 개척자부터 기적을 일으킨 기러기까지, 투어 중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머리 위에서 벽화로 펼쳐진다.
역사의 흔적을 살피다
현지인에게 역사를 전해 듣는 트롤리 투어와는 달리, 워킹 투어는 현지인들의 일상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정글모를 쓴 탐험가 복장의 미셸Michelle은 본격적으로 걷기 전 참가자들의 건강을 먼저 살핀다. “여러분들은 아마 해수면 가까운 곳에서 오셨겠죠? 여기는 해발 약 1200m예요. 고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걷기와 쉬기’의 균형이 중요하답니다.”
그녀를 따라 도시 구석구석을 걸으며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수집한다. 솔트레이크시티 시내 곳곳엔 2002년 동계올림픽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대회를 위해 지어진 선수촌 호텔과 트램 노선, 지금은 주차장으로 쓰이는 메달 세리머니 공간, 그리고 올림픽 로고가 박혀 있는 거대한 화살촉 조형물이 등장한다. 일본의 시계 브랜드 세이코Seiko가 올림픽 개최를 맞아 기증한 시계로, 당시엔 올림픽 D-1000 카운트다운이 진행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트램 철로가 보이죠? 올림픽을 앞두고 트램 공사를 하던 중 프리몬트Fremont 부족의 유물을 발견했어요. 그중 화살촉에서 영감을 받아 조형물이 탄생했죠.” 시계는 다가오는 2034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카운트다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롤리 투어 중에 스치듯이 본 템플 스퀘어는 2020년 강진으로 건물이 손상돼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완공은 2027년 예정. “일반인에게는 성전 내부가 완공 후 반년 동안만 공개돼요. 그때 꼭 다시 오세요.” 미셸의 말에 온전한 모습의 템플 스퀘어를 만날 그날을 기대해본다.
솔트레이크시티의 9월은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한낮엔 30℃ 이상으로 올라간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 자외선이 강해 햇빛이 따가울 정도다. 한참을 걸었으니 이제 ‘균형’을 잡을 시간. 유니언 퍼시픽 철도역으로 들어가 쉬면서 투어를 마무리 짓기로 한다. 현재는 애셔 애덤스Asher Adams 호텔로 운영 중인 이곳엔 구두닦이 의자, 아치형 창문 등 기차역일 당시의 흔적이 가득하다. 로비 쇼파에 걸터앉으니 천장에 닿을 듯 벽 높은 곳에 그려진 벽화 가 눈에 들어온다. 화가 존 맥쿼리John MacQuarrie가 대륙횡단철도의 완공을 알리던 순간을 담아낸 유화 작품이다. 바Bar로 변신한 옛 매표 창구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 공간의 기억을 음미한다.
깊은 자연 속으로
건조한 사막 기후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차로 불과 40분. 파크시티로 넘어오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달라진 공기의 결이다. 유타 북부 와사치산맥 기슭에 위치한 이 도시의 평균 고도는 약 2100m. 솔트레이크시티보다 약 1000m 높아 같은 한낮이라도 열기가 사뭇 다르고, 공기는 한층 산뜻하다. 파크시티는 객실에서 바로 슬로프로 갈 수 있는 스키인 스키아웃Ski-in Ski-out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스키 시즌이 되면 두꺼운 스키복을 갖춰 입은 이들로 가득하겠지만, 도시를 방문한 시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 가는 문턱. 눈이 내리지 않은 산에는 무성한 나무들만이 반긴다. 파크시티에 오는 내내 이 도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설레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앤탤로프 아일랜드 투어를 도와준 가이드 애비 롬Abby Romm의 말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 “솔트레이크시티도 좋지만, 파크시티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에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주말이면 파크시티에 가서 야외 활동을 즐기곤 하죠. 아마 모든 사람이 좋아할 걸요?”
파크시티의 매력을 알아채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항상 시선에 걸리는 높은 산이면 충분하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계절에도 도시의 산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겨울이면 330개가 넘는 스키 코스를 운영하는 파크시티 마운틴 리조트Park City Mountain Resort도 눈이 녹는 여름엔 또 다른 액티비티의 무대가 된다. 산악자전거로 슬로프를 누비고, 집라인을 타고 산 능선을 가로지르며 계절과 상관없이 속도의 짜릿함을 즐긴다.
스키를 타지 못한 아쉬움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 알파인 슬라이드를 즐기는 것으로 달래기로 한다. 길이 900m가 넘는 코스에서 바퀴 달린 썰매가 바닥을 긁는 소리를 듣고,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커브를 돌 때마다 달라지는 와사치산의 풍경을 본다. 다음 액티비티는 산을 관통하는 마운틴 코스터. 고도차를 그대로 살린 트랙을 최대 시속 40km의 속도로 내려온다. 브레이크를 쥔 손끝에서 스릴과 안전의 경계를 오가는 동안 파크시티의 계절이 오롯이 몸으로 스며든다.
생명력 가득한 도시
“성화가 꺼진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모든 시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유타 올림픽 파크Utah Olympic Park의 가이드 애니Annie가 멀리 있는 가파른 스키점프대와 구불구불한 봅슬레이 경기장을 바라보며 설명한다. 이곳은 파크시티가 동계 스포츠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핵심 장소 중 하나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의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트랙과 스키점프대가 여전히 사용된다. 여름이면 점프대 아래 거대한 풀장이 설치되어 스키·프리스타일 선수들이 물로 착수하는 워터 점프 훈련을 하고, 겨울이면 올림픽 규격의 봅슬레이 트랙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런 지속가능한 점이 2034년 이곳을 다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만들었죠.”
유타 올림픽 파크 안에는 두 개의 박물관이 있다. 하나는 유타의 스키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스키 선수의 이름을 딴 앨프 앤건 스키 뮤지엄Alf Engen Ski Museum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02년 동계올림픽에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는 2002 올림픽 뮤지엄이다. 2층 건물에 각각 한 층씩 자리해 둘러보기 편하다.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스키복,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성화봉과 개막식 의상, 스키와 동계올림픽 관련 전시를 살펴보던 중 스키점프 시뮬레이터에 올라본다. 흔들리는 스키 위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화면 속에서 스키점프를 하는 나의 캐릭터가 두 번 고꾸라지는 동안 얼추 감을 잡았고, 세 번의 도전 끝에야 비로소 중심을 잡고 설 수 있었다.
“예전에 이곳은 광산 마을이었어요. 광산이 쇠퇴하면서 마을은 버려졌지만, 눈은 여전히 남아 있었죠. 그래서 그 눈을 도시 성장에 활용하자고 생각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은, 몰락 속에서 살아남은 도시의 역사와 닮았죠.” 유타 올림픽 파크에서 애니가 한 말은, 고도를 조금 낮추면 닿는 파크시티의 중심가 메인 스트리트Historic Main Street에서 비로소 실감이 갔다. 거리 한가운데 자리한 파크시티 박물관Park City Museum은 광부들이 도시를 채우던 시절부터, 스키타운으로 전환되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메인 스트리트의 건물 대부분은 1898년 대화재 이후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파크 시티가 관광 도시가 되면서 19세기 몰락한 관광 도시의 흔적과 20세기 관광지로서의 활기가 공존하는 이 거리는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로 힙한 숍들이 뒤섞이고, 뱅크시의 작품인 <카메라맨과 꽃> 등의 예술 작품이 거리 곳곳을 장식한다. 낮에 산 위에서 액티비티를 하며 느꼈던 속도와는 달리 거리를 천천히 걷는다. 이 도시의 하루는 그렇게 빠르고 느리게, 고도를 높이고 낮추며 완성된다.
축제 현장
파크시티에서 놓치면 안 되는 축제들
선댄스 영화제
매년 겨울에 열리는 세계적인 독립영화 축제로, 신작 영화 상영과 감독·배우와의 만남, 패널 토크 등이 주를 이룬다. 상영회와 더불어 영화 제작자와 관객이 직접 교류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릴 예정.
디어밸리 뮤직 페스티벌
클래식, 현대음악,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유타 교향악단과 유타 오페라단의 주최하에 디어밸리 리조트를 배경으로 연주된다. 야외 원형극장과 지역 교회, 살롱 공연장 등 다양한 무대가 혼합되어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매년 7월에서 8월에 진행된다.
파크시티 와인 페스티벌
매년 가을, 와인 애호가와 미식가들이 모이는 축제로, 다양한 와인 시음, 셰프 페어링 디너, 와인 강연 등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지역의 미식 문화를 만날 수 있다. 2026년엔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캐니언 빌리지 일대에서 열린다.
파크시티 킴벌 아트 페스티벌
2026년 8월 7일부터 9일까지 파크시티 메인 스트리트는 갤러리 거리로 변신한다. 다국적 작가의 회화, 조각, 공예 작품이 전시되며 아트 워크숍과 거리 공연, 체험 부스 등 예술과 대중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현지인처럼 주말 보내기
토요일. 로컬의 맛에 빠지다
오전
평일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하는 아담한 베이커리 카페, 프랑스식 페이스트리와 브런치 메뉴가 인기다. 가게에서 빵을 구매한 뒤 거리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함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하루를 계획하기에 제격인 곳. 토요일 오전, 시내의 파이오니어 공원에서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지역 농가에서 수확한 과일과 채소, 달걀, 꿀 등은 물론 직접 구운 빵도 판매한다. 매년 6~10월까지는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11~ 4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한다.
오후
현지인들은 주말이 되면 솔트레이크시티의 빌딩 숲에서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의 파크시티로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파크시티에서 모든 여행자의 취향을 만족할 수 있는 것은 메인 스트리트다.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린 갤러리와 파크시티의 머천다이즈를 갖춘 아웃도어 브랜드와 로컬 주류를 판매하는 바까지 자리한다. 이곳의 랜드마크인 이집션 극장Egyptian Theatre은 1926년 문을 연 공연장으로, 영화와 연극, 재즈 공연이 열릴 뿐 아니라 선댄스 영화제의 주요 상영관으로 이용된다.
저녁
스키 시즌이 되면, 세계 각 나라의 스키어가 모여드는 도시답게 파크시티에는 다문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펜드리 리조트에 있는 키타KITA는 현대적인 일식과 스테이크를 선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총괄을 맡았는데, 쌈에서 영감을 받은 스테이크 메뉴가 흥미롭다. 그럽 스테이크 레스토랑Grub Steak Restaurant은 미국 서부 스타일의 40년 전통 스테이크하우스다. 벽난로 옆에 앉아 스테이크를 먹다 보면 카우보이가 된 듯하다. 바이슨 스테이크 또한 판매하는데, 일반적인 소고기에 비해 식감이 약간 거칠 뿐 풍부한 육향이 매력적이다.
일요일. 움직임 속 휴식
오전
리조트에 머물렀다면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브런치를 즐겨도 좋다. 아름다운 산악 경관 속 고급 산장 분위기의 스타인 에릭슨 로지Stein Eriksen Lodge의 레스토랑 그리트러틴Glitretind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선데이 브런치를 제공한다. 노르웨이의 산장 같은 분위기에서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을 맛볼 수 있다. 식사 후 소화시키고 싶다면 2018년 문을 연 우드워드 파크시티가 제격. 여름이면 다운힐 산악자전거를, 겨울엔 스키, 스노보드, 튜빙을 탈 수 있는 코스가 된다. 약 6000m²에 규모의 실내 공간은 탄성 매트가 깔려 있는 체조 존,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액티비티를 즐긴다.
오후
파크시티에서 솔트레이크시티로 돌아오는 길에 코튼우드 캐니언에 있는 스노버드Snowbird 리조트에 들러보자. 스키와 스노보드로 유명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케이블카를 타고 도달할 수 있는 해발고도 3350m의 히든 피크Hidden Peak. 정상에 오르니 단풍으로 물든 광산과 그 너머의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이킹 코스도 잘 갖춰 걸어 올라오는 이들도 많다. 산행을 마친 뒤엔 리조트 건물로 돌아와 더 클리프 로지The Cliff Lodge에서 스파를 즐기자.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곳의 루프톱 풀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매년 8월부터 10월엔 주말마다 이곳에서 옥토버페스트가 열린다. 레더호젠 같은 독일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무대를 구경하며 독일식 라거와 프레첼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녁
솔트레이크시티만의 특별한 미식 명소에서 출출해진 배를 채울 수 있다. 도시 외곽에 KFC 1호점이 있다. 1952년 문을 연 이곳은 KFC의 창립자 커넬 샌더스가 65세 때 문을 연 첫 번째 KFC다. 매장은 식당이자 브랜드의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커넬 샌더스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 정장부터 당시의 사진들, 티셔츠 등의 굿즈로 장식되어 있다. 치킨을 먹을 땐 현지인들의 방식을 따라 그레이비소스와 매시트포테이토를 꼭 곁들일 것. 한식이 그립다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시작해 지금은 미국 전역에 진출한 한식 프랜차이즈 컵밥Cupbop도 좋은 선택이다. 치킨과 포크, 비프 등 밥 위에 올릴 고기를 선택하고 매운맛 단계를 고르면 선택은 끝. 미국 프로농구에 소속되어 있는 유타 재즈의 홈구장에도 매장이 있어 한식을 먹으며 현지 감성을 느끼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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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지난 6월 12일, 델타항공이 인천국제공항(ICN)-솔트레이크시티국제공항(SLC)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해당 노선 개설로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의 여행객들은 미국 서부 산악지대와 남서부 지역을 포함한 델타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델타항공은 미국 내 가장 많은 수상 경력을 보유한 항공사로, 승객들이 쾌적하고 편안한 태평양 횡단 여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델타항공의 최첨단 에어버스 A350-900 항공기와 최고급 클래스인 델타 원Delta One, 프리미엄 이코노미인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Delta Premium Select, 조금 더 여유 있는 좌석의 델타 컴포트 플러스Delta Comfort+, 그리고 표준 좌석인 델타 메인Delta Main까지 최신 프리미엄 기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인천-솔트레이크시티 노선은 10월 25일부터 2026년 3월 28일까지 주 3회(화·금·일) 운항하며, 하계에는 스케줄이 변경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7시 40분에 출발해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에 현지 시간 오후 4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귀국편은 월·목·토요일 솔트레이크시티국제공항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익일 오후 3시 20분에 도착한다.
ko.delta.com/kr/ko
편안한 이동과 휴식
솔트레이크시티공항은 델타항공의 주요 허브 공항 중 하나로, 공항에서 델타항공의 운항편 수는 타 항공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번 추가되는 인천-솔트레이크시티 노선을 통해 업계 선두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전 세계 90개
이상의 목적지로 가는 260편 이상의 성수기 항공편과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멕시코시티 등 다양한 국제 도시로 향하는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솔트레이크시티로 여행하는 고객들은 미국 내 35개 이상의 목적지로 편리한 원스톱 연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델타항공의 영향력은 공항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델타항공은 2020년에 50개의 델타 탑승 게이트와 19개의 신규 식당 및 상업시설을 갖춘 약 2만5000평 규모의 A 콩코스를 선보였다. 델타항공은 2027년까지 더 많은 게이트를 개설하여 솔트레이크시티 허브가 최고의 국내선 및 국제선 취항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솔트레이크시티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약 780여 평 규모의 라운지 델타 스카이클럽Delta Sky Club을 비롯한 최고 수준의 델타항공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 공간인 스카이 데크Sky Deck에서 탁 트인 산맥의 경관과 360도 벽난로를 갖춘 라운지는 서울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 고객에게 안락한 휴식 시간을 선사한다.
여행 최적기
매우 뜨겁고 건조한 한여름을 피하면 솔트레이크시티는 대체로 여행하기 좋은 기후다. 봄과 가을엔 온화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겨울은 평균기온이 8℃ 이하로 춥지만 많은 눈이 내려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기 좋다. 보네빌 소금 평원도 우기 때는 물이 차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더 많은 정보
솔트레이크관광청 visitsaltlake.com
미국 관광청 gou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