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일본 최북단의 본섬, 홋카이도는 눈으로 뒤덮인 숲과 겨울빛을 입은 화산들이 빙하호에 가득 비친다. 이곳은 또한 아이누의 땅으로 그들은 사냥과 어로, 이야기 전승의 전통, 그리고 애니미즘 신앙을 통해 자연과 깊이 연결되어 살아온 원주민이다.

겨울은 홋카이도를 가장 홋카이도답게 만든다.
어떤 지역은 연간 약 15m에 이르는 적설량 덕분에 오래전부터 겨울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유명세를 얻어왔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 땅의 원주민인 아이누 사람들은 얼음이 불을 숨기는 땅, 즉 시코츠호 기슭에 자리한 에니와산의 화산 원추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왔다. 1869년 홋카이도가 일본에 공식 편입된 후 시행된 동화 정책으로 아이누의 깊고 풍부한 문화는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는 오늘날 다시 노래와 의식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구전 신화와 정치, 예술, 고유 언어로 이루어진 아이누의 정체성은 홋카이도의 혹독한 겨울, 지질학적 힘, 그리고 언제나 가까이 존재하는 자연의 풍요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지금의 여행자는 구시로 습지에서 두루미가 거울처럼 비친 눈 위를 우아하게 걸으며 춤추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삿포로 눈축제에서는 거대한 얼음 조각 앞에서 북을 두드리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의 모든 요소에는 가무이(신 혹은 영혼)가 깃들어 있다.
아이누의 애니미즘 신앙에 따르면 그렇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큰올빼미로, 이 새를 형상화한 조각상은 아칸호 아이누 극장의 이코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이 극장은 섬 동부 인구가 드문 아칸호 기슭에 자리한 문화센터의 일부로, 모닥불 앞에서 쌀술을 나누며 가무이와의 유대를 새롭게 다지는 환영 의식 같은 전통 의례가 자주 열린다.
아이누 사람들은 일상에서는 현대식 옷을 입지만 이러한 의식이 있을 때는 전통 문양이 수놓인 의상을 차려입는다. 주로 모레우(나선무늬)와 아이우시(가시무늬)가 사용되는데, 이는 사악한 영혼을 혼란스럽게 해 쫓아내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요코 니시다는 아칸호로 이주해 마사오 니시다와 결혼하면서 이러한 문양을 능숙하게 자수하는 법을 익혔다. 두 사람은 현재 이곳에서 민예 공방을 운영하며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여러 의식을 이끄는 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아이누 문화의 부흥은 여러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인구 200만이 사는 섬의 중심 도시 삿포로의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한때 박물관의 전시품으로만 존재했던 전통 현악기 톤코리는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받았으나 1980년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가 오키 칸노가 이를 부활시키며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의 ‘Ainu Dub Band’는 레게, 아프로비트, 최면적인 그루브를 결합해 독창적인 음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누 문화의 재등장은 대중문화에서도 확인된다. 베스트셀러 만화 〈골든 카무이〉는 한 젊은 아이누 여성과 1904~1905년 러일전쟁 퇴역 군인 사이의 동맹을 따라가며 그 세계관을 폭넓게 소개한다. 자판기 문화로 유명한 일본에서 니부타니의 아이누 문화 박물관 앞에 놓인 자판기는 초가지붕과 전통 문양 덕분에 단박에 눈길을 끈다. 또한 아이누인이 아닌 시바타 유키히로가 앗추(나무껍질 직물) 짜는 기술을 배우고자 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을 당했지만 지금은 니부타니의 우레스파 공예센터에서 인정받는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땅에는 오래된 유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날 기로로 같은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일은 여행자가 홋카이도의 자연과 만나는 가장 흔한 방식이 되었지만, 그보다 앞서 존재해온 유대는 지금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한때 아이누 공동체의 중요한 식량원이었던 시카사슴은 지금도 이곳에 살며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고, 일본 본토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두루미(두견학, 붉은관두루미) 또한 아이누에게는 습지의 가무이로 받아들여진다. 겨울이면 이들은 무리 지어 다시 홋카이도를 찾는다.
쓰루이의 한 보호구역에서는 눈 내리는 계절마다 두루미에게 먹이를 주는데, 이는 1960년대 지역 농부 요시타카 이토가 홋카이도의 피난처에서 사랑과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전통적 일본의 새를 지켜내고자 시작한 노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