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새하얀 무언가를 찾아 떠난 양구에서 백자와 별과 사과화이트식초를 만난다. 어딜 가나 “눈이 오면 정말 아름다워요!”라는 말을 들으니 한겨울 하얀 양구가 더욱 기대된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2025년 11월에 촬영한 슈퍼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백자, 양구백자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의 주요 유물인 조선 초기의 도편. 물레 성형을 체험하며 나만의 백자를 빚을 수 있다. 모란이 그려진 청화백자는 조선 후기 양구백자의 특징 중 하나이다. 1709년 작성된 <승정원일기>에 “양구백토가 아니면 그릇이 몹시 거칠고 흠이 생기게 된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양구백토마을 레지던시에 입주한 이정우 작가가 창작한 독창적인 잔.
우리나라에 도자기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다수 있으나 백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은 양구백자박물관이 유일하다. 양구백자박물관의 전시실 초입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보물 ‘금강산 출토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이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약 1년 전 발원한 사리장엄구(사리를 불탑에 봉안할 때 쓰는 예물과 용기)로 1932년 금강산 월출봉 석함에서 발견되었다. 총 10점의 유물 중 백자 대발에는 ‘방산사기장 심룡’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박물관이 자리 잡은 곳도 강원도 양구군의 ‘방산’면이다. 즉, 이 백자 대발의 생산지가 양구임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말부터 양구에서 백자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유물인 것이다. 내년에는 양구백자박물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금강산 출토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을 대여해 전시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양구에서 50여 기의 가마터가 발굴되었어요. 양구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는 걸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가마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양구백자박물관의 장덕진 학예연구사가 이야기한다. 조선 왕실의 백자 생산을 담당하는 관요의 분원이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이후 양구는 더 이상 백자를 공납하지 않았으나 지역 서민들이 쓰는 백자가 만들어지며 그 명맥을 이어갔다. 전시관에서 조선 후기, 실생활에 사용했을 법한 백자 고드래와 강판, 청화백자 화분 등이 소담한 멋을 드러낸다. 양구백자박물관은 과거의 백자뿐 아니라 양구백토로 빚은 현대 백자 1500점 이상도 소장 중이다. 소장품 중 국보나 보물급은 없으나 백자 역사의 흐름을 짚어주고 그 유산을 지금까지 잇고 있다는 점이 뜻깊다.
1000명의 도예가가 양구백토 3kg으로 빚은 각양각색 작품이 빼곡히 진열된 전시 ‘양구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에서는 양구백자박물관만의 미감이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백자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도예 체험 초반에는 양구백토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역사성과 가치를 지키며 후세에 전하기 위해 현재는 활용하지 않고 있어요. 지역 내에서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외부로의 반출은 막고 있습니다.” 장덕진 학예연구사의 말이 끝날 무렵 체험관 어디선가 영화 <사랑과 영혼>의 OST ‘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온다. 도예가이기도 한 그는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한 듯하다. “40대 이상인 분들은 물레 성형을 체험할 때 이 영화와 음악을 꼭 언급하시거든요.”(웃음) 원하는 형태를 택한 다음 도예 선생님과 함께 전기 물레 앞에 앉는다. 가르침대로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손재주 없는 이가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형미 있는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박물관 앞에는 금강산에서 발원한 직연폭포가 결빙 사이로 우렁차게 흐른다. 폭포 옆 수풀에서 잽싸게 지나가는 삵을 마주치며 양구의 야생성을 체감한다. “여기 수달도 살고 있어요.” 어린 시절 직연폭포에서 놀곤 했던 장덕진 학예연구사가 덧붙인다. 양구백자박물관 표지석 위에는 그가 백자로 빚은 수달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관람객을 환영하고 있다.
INTERVIEW

양구백자박물관 정두섭 관장
양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양구백자에 관한 논문으로 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방산면에 서식하는 청개구리에서 영감받은 백자를 빚는 도예가로도 알려져 있다.
양구의 백토가 특히 우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구백토는 지질학적으로 단층 작용과 다양한 광물 조성이 복합된 독특한 환경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성형하기 좋아 형태를 만들기 수월하고 고온 소성에서도 균열이 적어 강도가 우수합니다. 또한 불순물이 적어 백색도가 매우 높고 맑은 순백색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조선백자의 근원이 양구임을 뒷받침하는 사료가 있다면요?
현존하는 조선시대 백자 태항아리 중 가장 오래된 ‘세종대왕 태항아리’가 양구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조선 왕실의 백자 생산을 담당한 관요의 분원이 경기도 광주에 생긴 이래 양구는 가장 많은 양의 백토를 가장 오랫동안 공급한 지역이었어요. 여러 사료를 미루어 봤을 때,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제작된 달항아리도 양구백토로 만들어졌다고 여깁니다.
양구의 백토와 백자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백토의 채굴부터 백자 창작·전시·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 공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백토마을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양구백토의 색감과 질감이 금속, 섬유, 목재 등 다른 소재와의 결합에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귀걸이 같은 도자 주얼리를 제작하여 지역 공예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작가와 청년 도예가를 위한 창작 레지던시도 운영 중입니다. 전통 가마 기술과 현대 디자인, 지역 고유의 서사가 어우러지며 양구는 과거의 백자 중심지를 넘어 동시대 공예와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백자 도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00명의 도예가가
양구백토 3kg을 이용해
각자의 방식으로 창작한 작품들이
저마다 빛을 발한다.

우리나라 중심에서 우주를 품다, 국토정중앙천문대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우리나라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최동단은 독도, 최서단은 평안북도의 마암도, 최남단은 마라도, 최북단은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이다. 네 지점을 기준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한반도의 정중앙이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도촌리 산48번지 일대로 밝혀졌다. 이곳에 국토정중앙천문대가 세워져 우리나라의 중심과 우주를 연결한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설립 배경에 충실해 1층에서는 우주의 여러 ‘중앙’에 관한 전시가 펼쳐진다. 특히 우리은하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에 대해 입담 좋은 박상훈 과학해설사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우주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오후 8시, 예약한 천체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먼저 천체투영실에 편히 누운 채 겨울철 별자리를 설명하는 영상을 시청한 후 옥상으로 올라간다. 과학해설사의 레이저 포인터에서 뻗어 나오는 초록 선을 따라가며 맨눈으로 베텔게우스와 알데바란 그리고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토성 등 다양한 천체를 관찰한다. 구름이 흐르며 방금 보였던 천체를 가렸다가 이내 다시 드러나기를 반복한다. “저건 맨눈으로 보면 그냥 별처럼 보이지만 토성이에요. 잠시 후 천체망원경을 통해 고리를 확실히 보실 수 있습니다.” 곧이어 입성한 천체관측실에서 천장을 이루는 돔이 열리고 대형 망원경도 하늘을 향해 움직이며 마치 별을 조준하듯 추적한다. 국토정중앙천문대의 주 망원경은 공공 관측용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자전축 기울기 약 26.7도, 공전 주기 약 29.46년인 토성은 지구와의 위치 관계에 따라 고리 형태가 달리 보여요. 보통 비스듬히 기울어진 면으로 관찰되는데, 올해는 고리가 평행한 얇은 일직선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엣지온’ 현상은 13~15년 주기로 나타나는데 관측하기 좋은 시간에 뜨는 경우가 흔치 않아 살면서 볼 기회가 드문 편이에요.” 박상훈 과학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배율로 선명한 자태를 뽐내는 토성에 눈을 떼지 못한다. 구름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토성 관측만큼은 사수하고자 한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황소자리의 눈에 해당하는 별인 알데바란은 망원경을 통해 보니 주황
빛을 띠면서 이글거린다. “며칠 뒤에는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쏟아질 테고, 크리스마스쯤부터 내년 1월까지는 목성이 아주 잘 보일 거예요.” 붉은 줄무늬를 지닌 목성을 크리스마스 무렵 보게 된다면 마치 산타의 선물처럼 느껴질 것 같다.
대한민국 한가운데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은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도촌리 산48번지 일대로, 좌표는 동경 128°02’02.5′, 북위 38°03’37.5이다. 정중앙점에는 휘모리 조형물이 건립되어 있으며 그 안에 옥으로 만든 배꼽도 찾아볼 수 있다. 휘모리 건립 취지문에 따르면, 국토정중앙점은 통일된 대한민국의 태동이 시작되는 곳으로 한반도의 역동적인 중앙을 의미한다고 한다.
INTERVIER

국토정중앙천문대 박상훈 과학해설사
양구의 밤하늘에 반해, 별을 위해 먼 길을 온 이들의 눈빛에 반해 5년 전 양구에 뿌리내렸다.
국토정중앙천문대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보통 천문대는 빛 공해를 피해 높은 산 위에 있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나 국토정중앙천문대는 양구 도심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밤하늘을 감상하기 좋은 입지에 있습니다. 여름에는 남쪽 하늘에서 봉화산 위로 솟아오르는 듯한 은하수를 뚜렷하게 보실 수 있어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 같은 반려견에게도 별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국내 천문대 중에서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멍 프로그램은 우선 반려견이 별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를 30분 정도 진행합니다. 이후 반려견과 함께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해설을 곁들입니다. 옥상에 마련된 빈백에 누워 반려견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별자리 설명을 듣고 ‘별멍’을 합니다. 그러다 보고 싶은 천체가 있으면 관측실에서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죠. 현장에서 반려견과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포토카드와 1970년대 아르헨티나에 떨어진 운석 조각도 선물해 드리고 있습니다.
천문대에 있는 캠핑장과 연계해 즐길 수 있나요?
최근 글램핑장과 오토캠핑장을 추가해 공식적인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할 계획입니다. 낮에는 캠핑장 바로 옆에 있는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태양을 관측하고 전시를 관람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밤에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직접 관찰한 별 아래서 캠핑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며 지역과 연대하는, 까미노사이더리
박수근미술관 인근에 자리한 까미노사이더리에 도착하자 강정현, 권무령아 공동대표와 새하얀 반려견 강복이가 환대한다. 두 마리의 닭도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실내에는 영국에서 수집한 식초병과 강원도의 정다운 농촌 풍경 그림이 조화를 이루며 진열되어 있다.
“미술을 전공한 동생 부부가 20여 년 전에 박수근미술관이 있는 양구로 귀촌했어요. 휴가 때 가끔 방문하면 접경지 특유의 잦은 사격훈련 소리와 헬기 이착륙 소음, 예기치 않게 길거리에서 맞닥뜨리는 군용 트럭과 탱크의 행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고즈넉한 데다 청명한 인상을 지닌 양구의 구석구석이 그저 좋았습니다.” 권무령아 공동대표가 양구에 터를 잡게 된 이야기로 운을 뗀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40년간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양구의 사과 농원에서 일손을 돕다가 맛과 영양은 다를 바 없음에도 작은 흠집으로 인해 버려지는 파치 사과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치 사과의 활용을 고민하다가 사이더를 떠올렸어요. 지구온난화로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파치 사과를 구할 수 있고, 농가와 지역에도 지속 가능한 선순환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이더는 우리가 흔히 아는 탄산음료인 사이다와 다른, 사과로 만든 발효주를 의미한다. 2017년 두 사람은 사이더의 본고장인 영국 남부 서머싯 지방으로 떠났다. “영국에서 사이더를 만드는 데 쓰이는 사과는 아주 작고 생김새가 제각각이었어요.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의문점이 생겼죠. 그러다 이듬해 방문한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과 품종과 같은 부사 등으로 사이더를 만들어 왔고, 관련 축제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일본의 주요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와 나가노에서 사이더를 맛보며 양구에서도 양조가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렇게 2019년 사이더를 만드는 ‘까미노사이더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더에 진심인 두 사람의 해외 탐방은 2020년에 프랑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에서 시드르cidre,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펠바인apfelwein 등을 맛보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3년 초에는 스페인 북부 지방으로 향했다. “스페인에서는 사이더를 ‘시드라cidra’라고 불러요. 병을 머리 위로 높게 올리고, 다른 손에 든 잔은 배 아래쪽에 둔 채 길게 포물선을 그리듯 사이더를 따르는데,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분량만 채우는 것도 독특했죠. 탄산이 많지 않고 시큼한 맛이 사과막걸리가 연상되는데 스페인 현지 음식과 잘 어울려 시드라가 이 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문화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사이더는 와인과 맥주와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술이에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도 사과 수확철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햇사과를 함께 착즙하고 즐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죠. 까미노사이더리는 양구에서 그런 풍경을 꿈꾸며 손수 정성을 다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생명농에게서 매수한 양구 파치 사과를 저온 착즙한 후 자연 발효해 사이더를 양조한다. 다만, 까미노사이더리의 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서 주류 면허 발급이 어려웠다. 대신 사이더에서 파생된 다양한 발효 제품을 생산하며 그 풍미를 확장하고 있다. 사이더를 초산 발효하면 애플사이더비니거가 탄생한다. 애플사이더비니거를 증류하면 사과화이트식초가, 사과화이트식초를 농축하면 사과발사믹식초가 된다. 사과발사믹식초를 국내 한천으로 가공해 사과발사믹블록과 사과발사믹젤리 그리고 사과발사믹펄도 완성한다. 배춧잎에 굴을 올린 후 사과발사믹블록을 적당히 갈아 한두 알의 사과발사믹펄만 장식해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투명한 사과화이트식초는 과일이나 허브를 넣어 나만의 새로운 비니거를 만들 수 있는데, 라벤더를 우려내 분홍빛으로 물든 병을 보니 마치 벌써 봄이 찾아온 것 같다.
까미노사이더리는 양구 유일의 사회적 기업으로서 지역과 연대하며 기부 등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최근에는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국제식품전뿐 아니라 K-POP & 미식 축제에 참가해 양구의 풍미를 세계에 알리기도 한다.
INTERVIEW

까미노사이더리 공동대표 강정현, 권무령아
까미노사이더리는 양구의 풍미를 안내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양구eat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모임과 축제 등이 사라졌을 때, 까미노사이더리는 지역 재생 활동을 기획하며 농부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를 열었어요. 양구를 알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자연과 사람,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매년 가을에 수확한 햇사과를 착즙하고 함께 맛보는 행사로도 자리매김해나가고 있어요. 2026년이면 어느덧 6년째입니다.
까미노학교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기후미식(먹는 행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을 추구)의 길’이라는 주제로 사이더, 식초, 와인, 치즈, 템페 등 매년 다양한 음식을 수업하고 있어요. 2024년에는 자연의 섭리를 따라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하는 문화인 퍼머컬처에 동참했습니다. 퍼머컬처디자인과정에 참가해 과거 폐쇄된 양구성당 남면공소를 ‘별들의 숲밭’이라는 기후정원(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위해 설계된 공공녹지)으로 재탄생시켰죠. 매주 토요일에 공동체가 함께 모여 정원을 가꾸고 잉여 농산물을 나누고 있어요. 2025년에는 별들의 숲밭뿐 아니라 박수근미술관, 봉화산, DMZ펀치볼둘레길 등을 2박 3일 동안 여행하는 양구 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까미노사이더리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인생은 언제나 외로움 속에 한 순례자~’로 시작되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올라 사이더리의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저희가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라고 되뇌며 반복하는 수작업은 단순하지만, 지구의 생명살이를 염두에 두는 모든 일이 인생 순례길의 여정으로 수렴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