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산악 공항을 둘러싼 봉우리들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양쪽에 걸쳐 자리한 최고의 스키 리조트들을 품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겨울 모험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절제의 미학을 잘 아는 듯하다. 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눈 덮인 소나무 숲과 완만한 언덕, 아늑한 통나무집이 어우러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스웨덴식 동화 그 자체다. 굴뚝의 연기가 이내 차가운 공기 속으로 가늘게 사라진다. 이 풍경을 두고 “아주 좋네”라고만 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그날 아침 일찍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에 도착했다. 도착지는 단층 구조의 소박한 스칸디나비아 산악 공항. 스웨덴과 노르웨이 국경에 자리한 이 공항은 2019년에 문을 열었으며, 셀렌Sälen과 트리실Trysil의 리조트를 아우르는 지역 최대 규모의 알파인 스키 권역 한가운데에 있다. 개항 직후 ‘유럽에서 가장 편리한 스키 공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전까지 국제선 이용객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허브는 오슬로였고, 이동에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이제는 짐을 찾고 10분이면 바로 슬로프에 설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여러 곳을 잇는 스칸디나비아 스키 트립이다. 스웨덴에서 두 곳의 리조트를 거친 뒤 국경을 넘어 노르웨이로 향한다. 공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목적지인 훈드피엘레트Hundfjället에 도착한다. 이곳은 셀렌 스키 지역을 구성하는 여섯 개 주요 마을 가운데 하나다. 나는 이 지역에서 다섯 곳의 대형 리조트를 운영하는 스키스타SkiStar의 숙소인 미국식 감각의 웅장한 스키 인·스키 아웃 로지에 체크인한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장비를 픽업한 뒤 곧장 슬로프로 향한다.
스웨덴에서의 스키는 프랑스 알프스와는 사뭇 다르다. 알프스에서는 웅장한 봉우리와 긴 피스트, 광대한 스키 지역, 그리고 때로는 긴 리프트 대기 줄이 당연한 풍경이다. 하지만 훈드피엘레트에서 가장 높은 산의 해발은 900m에도 미치지 못하고, 인접한 탄도달렌Tandådalen을 합쳐도 전체 스키 구간은 45km에 불과하다. 스웨덴 스키지역은 규모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풍부한 눈이 이를 충분히 만회한다. 대개는 말이다.
스칸디나비아는 시즌 내내 안정적인 설질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록적인 풍설이 이어졌던 네 번의 겨울 이후, 내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몇 주간 이어지며 눈이 예년만큼 두껍게 쌓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즐길 수 있는 스키는 충분했고, 난도 있는 코스도 여럿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벽’을 뜻하는 베겐Väggen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까다로운 슬로프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경사 45도의 상단부에서는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아래로 갈수록 텅 빈 슬로프 위를 크게 턴을 그리며 활강했다.
전반적으로 훈드피엘레트는 가족을 위한 리조트에 가깝다. 초보자와 중급자를 위한 코스에는 스웨덴 가족들과 아이들이 가득하고, 이들은 감각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키 브랜드의 올인원 슈트를 입고 슬로프를 누빈다. 가장 붐비는 피스트는 트롤스쿠겐Trollskogen이다. 전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1.5km 길이의 테마 코스로, 수백 개의 익살맞은 나무 트롤 조각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역 목수가 만든 이 트롤들은 펍, 나이트클럽, 리프트 대기 줄 등 일상의 장면을 연출하듯 배치돼 있다.
“셀렌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운전기사 로저가 말한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노르웨이에는 ‘우리는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어요.”요한이 말한다.
“그리고 그 스키는 알파인이 아니라
크로스컨트리 스키죠.”
스퇴텐으로
점심 식사 후, 나는 훈드피엘레트에 작별을 고하고 차로 20분 거리의 스퇴텐Stöten으로 향한다. 이곳은 스스로를 ‘셀렌 최고의 스키’를 갖춘 리조트로 소개하는 가족 운영 스키장이다.
“훈드피엘레트에서 한 단계 올라선 가족들이 이곳으로 옵니다.” 스퇴텐 스키 스쿨의 책임자이자 가이드인 프레데릭 에릭손Frederic Ericsson이 말한다. “모든 수준의 스키어를 위한 다양한 슬로프가 있죠.”
직접 타보니 스퇴텐의 슬로프는 훈드피엘레트보다 한층 더 개성이 느껴진다. 피스트는 더 길고 굽이치며, 가느다란 소나무 사이를 파고든 재미있는 구간도 많다. 이곳에는 프레데릭이 자랑스럽게 “스웨덴 최고의 슬로프로 꾸준히 뽑혀왔다”고 말하는 엘반Älvan도 있다. 여러 번 내려와 보니, 길이 1.5km의 이 가파른 블랙 코스는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프레데릭과 함께 파란색 코스 10번과 14번을 유유히 달리다 보면 장작불 화덕을 갖춘 공용 산장들이 나타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둘러앉아 핫도그를 구워 먹는 풍경이 정겹다. 이후에는 블랙 코스 26번으로 향한다. 이곳은 1990년 남자 월드컵 슬라럼에서 알베르토 톰바가 우승한 슬로프로, 월드컵 익스프레스 체어리프트 상단에는 그의 경기 사진이 걸려 있다.
그날 저녁, 아늑한 스퇴텐 스키 호텔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한잔을 즐긴다. 방울 모자를 쓴 학생들이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맞춰 아바 메들리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춘다. 뭐, 여긴 스웨덴이니까.
스퇴텐의 모르모르스 쇠르틀로프Mormors Störtlopp 피스트 옆에 마련된 화덕과 바비큐 시설을 갖춘 공용 산장.
트리실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눈 상태가 안정적인 스키 리조트 가운데 하나로, 리프트가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다.
노르웨이로, 다시 출발
스칸디나비아 스키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스웨덴 국경을 넘어 자리한 노르웨이 최대 스키 리조트, 트리실Trysil의 스키스타 로지 트리실이다. 슬로프 바로 아래 위치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스퇴텐과 셀렌에 비하면 트리실의 스키 영역은 압도적으로 넓다. 해발 1132m의 트리실피엘레트Trysilfjellet 산 양쪽 사면을 따라 총 81km의 슬로프가 펼쳐지며, 여기에 노르웨이의 국민 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위한 100km짜리 트랙이 더해진다.
“노르웨이에는 ‘우리는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어요.” 스키스타의 매니저 요한 쇠데를룬드Johan Söderlund가 말한다. “그리고 그 스키는 알파인이 아니라 크로스컨트리죠.”
노르웨이 사람들은 수 세기 동안 스키를 타왔다. 트리실은 1861년에 설립된 자국의 스키 클럽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주장한다. 다만 리프트가 들어서고 알파인스키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전에는 트랙터가 사람들을 끌어올렸죠.” 요한이 웃으며 덧붙인다.
트리실에서 머문 시간은 단 이틀.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영역을 둘러보기 위해 슬로프를 누볐다. 늦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초록색 코스 36번을 유유히 미끄러지듯 내려오기도 하고, 국가대표팀의 훈련 코스로도 쓰이는 63번을 포함해 여러 개의 블랙 코스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보기도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머무는 동안 역대 가장 많은 메달을 거머쥔 알파인스키 선수 미카엘라 시프린이 같은 곳에서 슬라럼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오후에는 1790년에 지어진 옛 농가를 개조한 레스토랑 크네트세트라Knettsetra에 들러 라즈베리잼을 듬뿍 얹은 와플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정상 인근에 잠시 멈춰 선 채로,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언덕과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 점점이 박힌 수백 채의 통나무 오두막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했다. 내 눈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장면이었지만,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주 좋네.” 이제야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국경을 넘는 스키 여행국경을 여행
스칸디나비아만이 두 나라를 오가는 스키 여행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유럽의 대표적인 스키 지역을 골랐다.
프랑스 & 스위스
포르트 뒤 솔레이유PORTES DU SOLEIL
프랑스와 스위스에 걸쳐 펼쳐진 포르트 뒤 솔레이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키 지역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8곳, 스위스 4곳, 총 12개 리조트와 650km의 피스트를 갖췄다. 낙차 331m의 모굴 코스 ‘스위스 월Swiss Wall’에 도전해볼 수도 있으며, 초보자와 중급자를 위한 코스도 풍부하다.
머물 곳: 포르트 뒤 솔레이유 아보리아즈의 호텔 데 드로몽Hotel des Dromonts에 머물러보자. 마운티뷰가 인상적인 객실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스위스 & 이탈리아
체르마트 & 체르비니아ZERMATT & CERVINIA
체르마트는 다양한 지형과 뛰어난 설질, 마터호른 전망으로 유럽 최고의 종합 스키 리조트로 손꼽힌다. 인접한 이탈리아의 고지대 리조트 체르비니아는 초보자와 중급자에게 친화적인 슬로프와 스위스보다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이다. 두 지역을 오가며 스키를 타거나, 마터호른 알파인 크로싱 리프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머물 곳: 알프스 전경을 자랑하는 체르비니아의 호텔 화이트 엔젤Hotel White Angel에서 머물며 마음껏 스키 여정을 즐겨보자. 플랑메종 케이블카에서 500m 거리에 위치한다.
오스트리아 & 스위스
이슈글 & 잠나운ISCHGL & SAMNAUN
이슈글과 잠나운을 잇는 최초의 길은 국경을 넘나들던 밀수꾼들의 오솔길이었다. 오늘날에는 스키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으며, 옛 밀수 루트 세 곳이 남아 있다. 짜릿한 스키와 활기찬 아프레스키를 원한다면 이슈글을, 보다 조용한 분위기와 면세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잠나운을 선택해보자.
머물 곳: 이슈글 지역의 호텔 솔라리아Hotel Solaria에서 겨울 여행을 만끽해본다.
프랑스 & 이탈리아
에스파스 산 베르나르도ESPACE SAN BERNARDO
새로 개통한 샤르도네 체어리프트 덕분에 프랑스의 라 로지에르La Rosière에서 이탈리아의 라 투일레La Thuile까지 오가는 길이 훨씬 쉬워졌다. 이전에는 좁은 레드 코스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었다. 가족과 초보자, 중급자에게 적합한 라 로지에르는 고급 스키어를 위한 몽 발레장(해발 2800m)의 프리라이딩도 갖췄다. 또한 라 투일레에서는 프랑스에서 허용되지 않는 헬리스키도 즐길 수 있다.
머물 곳: 라 로지에르의 레 시므 블랑슈 아파트(침실 2개, 최대 5인)에서 셀프 케이터링 숙박을 할 수 있다.
프랑스 & 이탈리아
비아 라테아VIA LATTEA
몽주네브르Montgenèvre에 머물면 아침에는 갓 구운 크루아상을, 점심에는 다양한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현지에서는 ‘몽티Monty’로 불리는 이 매력적인 알프스 마을은 ‘밀키 웨이’라 불리는 광대한 비아 라테아 스키 지역 안에 있는 유일한 프랑스 리조트다. 고속도로처럼 넓은 블루 코스부터 콜 드 랄프의 전설적인 프리라이딩 코스까지, 다양한 지형을 갖췄다. 하루를 온전히 써서 과거 올림픽 경기장이 있던 세스트리에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머물 곳: 몽주네브르의 레지던스 클럽 르 아모 데 에렐Résidence Club Le Hameau des Airelles에서는 가족이 머물며 안온한 여행을 이어가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