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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겨울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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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호

이불 속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살을 에는 추위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간다. 서산의 겨울은 그 추위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 다. 겉으로는 논밭이 얼어붙고 바닷바람이 휘몰아쳐 차가워 보이지만, 그 속엔 약동하는 생명력이 숨어 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가창오리 떼의 군무
(왼쪽부터) 

하늘을 수놓는 생명력
차를 타고 서산으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하늘을 가르는 새들이 보인다. 처음엔 도시에서도 흔한 까치와 바닷가를 상징하는 갈매기가 한두 마리 날아가더니, 점점 그 수가 늘어나 몇 마리가 V를 그리며 날아가는가 하면, 수십 마리의 새 떼가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새들의 모습이 가장 빈번히 보인 것은 천수만을 지날 때였다. 만의 규모는 무려 4700만 평. 서울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다. 웬만한 중소 도시 하나와 맞먹는 규모지만, 겨울철 이곳에 거주하는 존재는 철새다. 서쪽으로는 안면도, 동쪽으로는 홍성군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주로 농업 지대로 쓰이지만 1984년 대규모 간척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는 드넓은 갯벌이었다. 조개와 갯지렁이가 숨 쉬던 갯벌은 광활한 농경지로 변모했고, 추수 후 남겨진 낙곡은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는 철새들의 에너지를 채워줬다. 그렇게 천수만은 겨울철새들의 낙원으로 거듭났다.
천수만 철새 도래지를 따라 내륙으로 들어가면 철새 생태공원인 ‘서산버드랜드’가 나타난다. 차에서 내리자 얼굴을 스치는 건조한 겨울바람 사이로 습지 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희미하게 감돈다. 귀를 채우는 건 오로지 새들의 지저귐뿐.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숲속을 누비는 녀석들을 맨눈으로 좇기란 쉽지 않다.
새의 모습은 철새박물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성인의 팔 벌린 길이보다도 큰 독수리와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왜가리, 동그스름한 배가 매력적인 흑두루미 등 200여 종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서산에 머무는 겨울철새들은 시베리아나 몽골에서 출발해 서해에서 잠시 멈춰 체력을 회복한 후 남해나 일본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때로 며칠 밤을 새우며 날아가는 철새들에게 이 땅은 중간 기착지가 되어주는 셈이다.
박물관 옆에 우뚝 선 둥지전망대에서는 멀리서나마 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독수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천수만에는 독수리의 먹잇감이 부족한 탓에 수시로 먹이를 제공하죠. 사채를 먹는 독수리의 습성에 맞춰 먹이를 놓아 야생성을 보전하도록 노력합니다.” 김양태 자연환경해설사는 4층 실내 전망대에 설치된 전자망원경으로 검독수리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2월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흑두루미가 천수만을 찾아올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흑두루미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죠. 탐조 버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아쉽게도 이날 흑두루미를 볼 순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천수만에 닿기 위해 흑두루미가 지나고 있을 거리를 가늠해본다. 3000km 이상. 현실감 없는 숫자를 곱씹으며 창밖을 보니, 풍경 속에 찍힌 점 하나하나의 생명력이 거대하게 다가온다.
철새의 모습을 멀리서만 보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 마음을 읽었는지 김양태 해설사가 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한 완도호랑가시나무와 보리수 등으로 이뤄진 숲길 끝에 ‘야생동물 재활교육센터’가 자리한다. 넓은 철창 안에 훈련 시설을 갖춰 다친 새들이 치료를 마치고 다시 먼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재활을 돕는 공간이다. 영구적인 장애를 입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들을 보살피기도 한다.
다행히 재활훈련 중인 새는 많지 않았다. 이곳을 지키는 새는 남해 도서 연안에 서식하는 텃새이자 천연기념물, 그리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 ‘알비’뿐. 알비는 몇 년 전, 밀렵꾼의 총에 맞아 치료 후 야생으로 돌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총에 맞아 오른쪽 날개를 잃었다. 현재는 교육 프로그램에 함께한다고 한다.
버드랜드를 나서는 길, 논두렁 사이에 서 있는흰색 왜가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고고한 자태를 보기 위해 차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왜가리 주위를 에워싼 수십 마리의 새 떼가 보인다. 회색 깃털에 주황색 부리, 박물관에서 본 큰기러기가 분명하다. 
한 마리가 비상하자 약속이나 한 듯 다른 새들도 일제히 하늘로 솟구친다. 수만 개의 날갯짓이 만드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듯하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한 겨울이지만 서산의 하늘엔 강렬한 생명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오고, 또 날아갈 그들의 비행에 압도되어 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그 모습을 좇았다.

큰기러기는 천수만에서 겨울을 보낸 뒤 시베리아로 향한다.

 


INTERVIEW
김양태 자연환경해설사
서산버드랜드에서 근무하는 김양태 해설사는 오랫동안 서산시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자연환경해설사로 근무 중이다.



이 계절, 천수만을 찾으면 만날 수 있는 철새는 무엇인가요?
2월에는 순천만과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흑두루미들이 날아옵니다.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북상하다가, 중간 기착지인 천수만에 약 2개월간 머물며 먹이활동을 한 뒤 장거리 이동을 시작해요. 흑두루미와 함께 각종 오리와 독수리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자가 철새를 관찰할 때 지켜야 할 ‘생태 예절’이 있다면요?
적정 거리를 꼭 유지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접근해 새들을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비상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죠. 특히 덩치가 큰 두루미, 큰고니 등의 새들은 반복적으로 날아오르는 경우 날개에 손상이 가 장거리 비행을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매일 철새들을 마주하다 보면, 잊지 못할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산버드랜드에서 아시아 18개 회원국이 참여한 ‘제14회 아시아 조류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개막식 때 암수 황새 한 쌍이 약속이나 한 듯 서산버드랜드 상공을 활강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국제행사를 완벽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아침의 삼길포항은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배 위에서 회 친 제철 맞은 숭어.

넘실거리는 바다의 맛
이른 아침, 삼길포항은 부산하다. 멀리서 조업을 마친 어선이 부두로 들어오고 어부들은 물고기를 실어 나른다. 바다를 마주한 칼국숫집과 횟집 간판에도 하나둘 불이 켜진다. 여기까지는 여느 어촌 마을과 비슷하지만, 삼길포항에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이 있다. 바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선상 어시장’이다.
부두에서 바다로 이어진 부잔교를 따라 배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만석호’, ‘쌍둥이호’, ‘행운호’ 등의 깃발이 흔들리는 배들은 만선인 듯이 어창에 활어를 한가득 보관하고 있다. 부잔교를 걸을 때마다 바다의 출렁임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양옆에 떠있는 배들은 한술 더 뜬다. 그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상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하며 손님을 맞는다.
어느 배로 갈까 고민하던 찰나, 우측 맨 첫 번째 배 위에서 고무장갑을 낀 주인장이 손짓한다. “싱싱헌 놈 많어유!” 충청도 특유의 정겨운 말투에 이끌려 들어가자 반대편 배의 선장이 한마디 툭 던진다. “언니, 오늘 그 자린겨?” 알고 보니 손님들이 나처럼 입구와 가까운 첫 번째 배를 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공평을 기해 배들의 위치를 매일 바꾼다고 한다. 가게가 움직이는 배이기에 가능한 이곳만의 규칙이다.
조심스레 배 위에 올라 주인장에게 생선을 추천해 달라 청했다. 첫 번째 추천은 우럭이다. 삼길포항의 대표 어종이자 인근에 양식장이 있어 1년 내내 신선함을 자랑한다. 항구 입구에 우럭 조각상을 갖출 뿐 아니라 매년 ‘삼길포 우럭 축제’가 열릴 만큼 이곳사람들의 우럭 사랑은 진심이다. 우럭으로 고르려는 찰나, 주인장이 숨겨둔 히든카드를 꺼내듯 생선 하나를 더 보여준다. “제철 맞은 숭어는 방어보다 더 맛나지”라는 말과 함께.
팔팔 뛰던 숭어는 깔끔하고 빠른 칼질을 거쳐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횟감으로 변했다. 날이 좋을 땐 해안가 돗자리에 앉아 먹기도 하지만 겨울엔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상차림비를 내고 매운탕이나 칼국수를 곁들이는 게 좋다. 차가운 바닷바람 대신 따뜻한 온풍기 바람 밑에서 몸을 녹이며 회를 맛보기로 한다. 투박하게 썬 숭어회 한 점을 입에 넣자 아삭거리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먼저 느껴지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배어나온다. 창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세찬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거친 출렁임이 입안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했다.

 

(왼쪽부터)
구움당은 다양한 맛의 스콘을 판매한다. 원물이 가득 담긴 스콘 반죽.

자연이 선사한 향기로움
길가엔 농산물을 가득 채운 트럭이 지나가고, 바다 위엔 어선이 떠 있는 서산.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이 지역의 풍경을 담아내 디저트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도심 속 한옥을 개조한 베이커리 ‘구움당’의 문을 열자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반응한다. 실내에 가득한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달걀 커스터드를 가득 채운 에그타르트, 부드러운 에그마요를 품은 크루아상 샌드위치 등 여러 빵이 있지만, 구움당의 시그너처는 다양한 맛의 스콘이다. 오레오, 황치즈 등 얼핏 봐도 10종류가 넘는 스콘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집게를 든 채 무엇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직원이 힌트를 던진다. “서산 지역 특산물로 만든 스콘이 인기가 많아요.” 그 말에 감태 스콘과 육쪽마늘 스콘, 팔봉산 감자 스콘을 집어 들었다.
구움당은 구움과자 전문 베이커리다. 서산에서 태어나 단체 급식 조리사로 근무했던 안성준 대표는 자연스레 식재료에 관심이 깊어졌고, 다양한 로컬 재료를 활용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기는 쉽지만, 금방 싫증 나기 마련이거든요.” 그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은은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매일 아침 과자를 굽는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에 곧장 맛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테이크아웃 전문이라 한참 뒤에야 스콘을 맛볼 수 있었다. 팔봉산 감자 스콘의 담백함, 육쪽마늘 스콘의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풍미는 기대했던 그대로다. 좀처럼 예상할 수 없던 건 겨울 제철 감태로 만든 스콘. 초록빛 스콘을 한입 베어 물자 김 과자를 연상케 하는 고소한 향이 퍼지고 토핑한 소금의 짭짤함이 감칠맛을 더한다. 빵 부스러기까지 챙겨 먹으며 생각했다. 서산의 겨울 맛은 의외로 달콤하다고.


서산의 맛 3
바다와 땅이 어우러진 지역의 다채로운 특산물.

감태
서산 앞바다의 청정 갯벌에서 자라는 감태는 겨울철에만 채취되는 해조류로, 얇고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바다 향이 특징이다.

육쪽마늘
한 통에 여섯 쪽이 또렷하게 나뉘는 토종 마늘. 쪽수가 적고 알이 단단하며 저장성이 좋다. 강한 풍미와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

감자
일조량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한 팔봉산 일원에서 자란 감자는 껍질이 얇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특징이다. 매년 6월 ‘팔봉산 감자
축제’가 열린다.


 

(왼쪽부터) 대나무 숲을 지나면 성암저수지에 닿는다.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서라온의 객실.

시간이 머무는 곳
문지방을 넘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했다. 담장 너머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채 보이는 것이라곤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한옥뿐이고, 들리는 것은 바람에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문 소리뿐이다. 1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계암고택은 건립 당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1989년 국가민속문화재 제199호로 지정되었다. 고택이 자리한 유계리는 16세기 중반부터 경주 김씨가 거주해 온 집성촌으로, 현재 이 집에 거주하는 경주 김씨 12대손 김기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얼른 들어와서 차 한잔해요!” 고택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ㅁ’ 자 형태로 둘러선 방들 사이로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없어 두리번거리자 앞치마를 두르고 빗자루를 쥔 안주인 이효원 선생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옥을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된 듯 자연스러운 차림새다. “집은 비워지면 생명력을 잃는다고 하죠. 오랜 역사를 담은 이 집을 지키고자 2000년대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어요.”
살다 보니 쓰는 방만 쓰게 되더라는 부부는 2010년대부터 여행자에게 방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별채 등 옛날엔 쓰임새가 달랐던 방들이 이제는 여행자의 쉼터가 되었다. 화장실과 욕실, 부엌 등은 머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현대식으로 고쳤지만, 눈길이 닿는 곳곳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안내를 받아 총 6개 객실 중 가장 큰 사랑채에 들어선다. 한지를 바른 벽과 얇은 창호지, 오래된 고가구에는 300년 넘게 이곳을 스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배어 있는 듯하다. 방 한편에 TV가 있지만 오랫동안 켜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책장 속 낡은 책들과 바둑판 위 바둑알에는 사람들의 손때가 가득하다. 인공적이지 않은 은은한 나무 향이 몸을 감싼다. 시간의 향을 맡으며 이곳에 살던 이들, 그리고 머물다 간 이들을 상상해본다. 고택에 머무는 것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다. 외풍은 차갑고 화장실에 가려면 마루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 낭만이 된다. 그것이 오랜 역사를 견뎌낸 집이 가진 힘이다.

계암고택 사랑채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인근 여행지 3
서라온 인근, 겨울에 매력적인 여행지.

유기방가옥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가옥으로 안채와 사랑채, 돌담이 어우러진 단정한 한옥의 미감을 간직하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고즈넉한 고택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옥 체험, 민화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72-10

서산동부전통시장
제철 농수산물과 향토 먹거리를 갖춘 시장. 서산에서 많이 잡히는 꽃게, 대하, 우럭 등을 파는 어시장이 활발해 겨울철 살 오른 생선을 구매하기 좋다. 시장 안쪽 먹자골목엔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등 여러 국밥을 판매해 몸을 녹이기에도 제격.
충남 서산시 시장3길 7-2

서산 해미읍성
조선시대에 해안 방어를 위해 축성된 읍성이다. 둘래가 1.8km에 달하는 성곽 위로 흰 눈이 내리면 안쪽의 넓은 잔디 광장 역시 설원이 된다. 눈밭 위에서 투호나 국궁 체험 등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마음으로 보이는 것
나선형 계단을 지나 바다를 향해 뻗은 다리 위에 올라서자 거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다. 밀물 때인지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는 ‘서해는 잔잔하다’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다리의 이름은 간월도 스카이워크. 해변에서 보면 하늘을 향해 뻗은 것처럼 보이는 이 다리는 해 질 무렵 물 위에 떠 있는 암자 ‘간월암’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간월암은 섬이자 육지이며, 자연물이자 사찰이다. 썰물 때면 바다가 갈라져 갯벌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지만, 밀물이 들면 고립된 섬이 된다. 섬을 구성하는 것은 절뿐이다. 마침 아직 길이 열려 있어 걸어 들어가본다. 해탈문을 통과하니 작은 암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전 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하늘 한쪽엔 붉게 지는 태양이, 반대편엔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이 공존한다.
간월암은 달에 대한 전설을 품고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 토굴에서 수행하던 중 물 위에 둥실 떠오른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수면에 비친 달이 곧 하늘의 달이며 내 마음속의 달과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의 이치. 단순히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야 함을 안 것이다. 그 후 이곳의 이름을 ‘달을 보는 암자’라는 뜻의 간월암看月庵이라 지었다.
달과 관련된 깊은 인연과는 달리, 오늘날 이곳은 일출과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섬 위쪽 등대에 서면 간월암을 배경으로 일출을, 반대편 스카이워크에선 일몰을 담을 수 있다. 다시 해탈문을 지나 바닷길을 건너 스카이워크에 오른다. 계속해서 물이 밀려오면 걸어나온 길은 사라지고 간월암은 온전한 섬이 될 것이다. 구름 가득한 하늘은 주황빛으로, 이내 보랏빛으로 물들며 빛을 잃어갔다. 어둠은 파도와 간월암, 이따금 지나가는 철새의 모습마저 집어삼킨다. 그러나 분명 이곳에 존재한다. 힘찬 날갯짓과 요동치는 바다가 빚어낸 생명력이, 묵묵한 땅과 오랜 시간이 만든 여유가, 그 모든 것이 모여 이룬 서산의 겨울이.

간월암이 있는 간월도는 밀물 때면 섬이 된다.

 

글. 차성민SEONG-MIN CHA
사진. 김현민HYUN-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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