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북동부 리제주는 오랫동안 ‘차의 수도’로 불려 왔다. 흑해를 내려다보는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차밭이 층층이 이어지고, 외딴 공동체의 사람들은 오늘도 이 험준한 땅을 일구며 차를 재배한다.

오르타쾨이의 삶
튀르키예 북동부에 자리한 리제Rize 지역은 가파른 산세와 높은 강수량 덕분에 차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형적 특성은 이곳 사람들을 오랫동안 외부와 떨어진 채 살아가게 했고, 그들이 고수해온 전통적인 삶의 방식 역시 수 세기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이어져 왔다.
일부 오지 마을에는 여전히 도로가 닿지 않아 유일한 이동 수단인 케이블카를 타고 깊은 협곡을 건너기도 한다. 오르타쾨이Ortaköy 마을에 사는 에미네 일마즈Emine Yilmaz는 아르메니아계 혈통을 지닌 헴신Hemshin족 출신이다. 이들은 독특한 전통의상을 입고, 맨션이라 부르는 공동 주택에서 함께 살아간다. 대부분 집은 목조 건물이며 차밭으로 둘러싸인 고산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찻잔 속 이야기
셴유바 다리Şenyuva Bridge는 오스만제국 시대에 지어진 석조 아치형 다리로, 피르티나강Fırtına River 양쪽의 마을과 차밭을 연결한다. 이 강과 지류에는 20개가 넘는 다리가 잘 보존되어 있는데, 높이 솟은 아치는 잦은 홍수에 대비해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지역 특유의 구조다.
차 공장은 국영 또는 민영으로 운영되지만, 농장은 모두 지역 주민들의 소유다. 그 결과 대규모 단일 재배지가 아닌, 가족 단위로 관리하는 작은 밭들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르데센Ardesen 같은 도시에서는 차밭이 집과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유럽 도시의 텃밭과도 닮았다.

보르츠카 카라괼 자연공원Borçka Karagöl Nature Park은 조지아 국경과 맞닿은 아르트빈Artvin주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호수 카라괼Lake Karagöl(검은 호수)의 이름을 붙여 지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풍부한 생태계와 곰, 사슴 같은 야생동물로 유명한 이곳에는 다양한 산책로와 피크닉 공간이 마련돼 있어 여름이면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무흘라마의 풍미
헴신강을 내려다보는 산비탈에 자리한 차 농장에서는 유치 피림Yuchi Pirim과 그의 가족이 ‘차이닉 티Chaynik Tea’를 위해 유기농 찻잎을 재배하고 생산한다. 이들의 생산 규모는 매우 작으며 수확부터 건조, 발효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차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이들은 농장 투어와 지역 음식을 곁들인 시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표 메뉴인 ‘무흘라마Muhlama’는 현지 치즈와 버터, 옥수숫가루를 약불에 천천히 녹여 만드는 요리로,
갓 구운 빵과 함께 뜨겁게 먹는다.
찻잎은 전통적인 튀르키예식 이중 주전자에서 우려낸다. 숯불에서 최대 30분간 천천히 끓인 뒤 손님상에 올린다. 인근에는 굴숨 일마즈Gulsum Yilmaz가 거주하는 헴신 마을들도 자리하고 있다.
kerrymurr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