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업컨트리는 숲으로 덮인 봉우리와 완만한 구릉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이다. 산자락에는 차밭이 만들어낸 줄무늬가 펼쳐지고, 하얀 울타리를 두른 작은 기차역과 식민지 시대 리조트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차가운 안개가 중앙 고원 지대를 부드럽게 감싸며 분주한 도시와 후덥지근한 해안과는 또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860년대, 스리랑카가 영국 식민지 ‘실론Ceylon’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이 지역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싱글 오리진 차를 생산해왔다. 그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지며 오래된 유산 위에 새로운 시도가 자연스럽게 더해지고 있다. 여전히 ‘티 가든Tea Garden’이라 불리는 많은 농장은 방문객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식민지 시대 플랜터들의 유산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오늘도 찻잎을 따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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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곳으로
스리랑카의 역사적인 간선 철도는 수도 콜롬보에서 중앙 고원의 바둘라Badulla까지 동쪽으로 약 289km를 달린다. 숲과 차밭, 빅토리아 시대 기차역을 통과하는 이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 중 하나로 꼽힌다. 열차는 가장 많이 사진에 담기는 명소 가운데 하나인 나인 아치 브리지Nine Arch Bridge에서 잠시 멈추기도 한다.
많은 여행자가 고원 지역의 정거장 사이를 오가는 두세 시간 정도의 짧은 구간을 선택하지만, 콜롬보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약 10시간 뒤 새벽 무렵 엘라Ella에 닿는 여정도 눈길을 끈다. 거대한 고가교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엘라는 카페와 바가 모여 있는 활기찬 마을이다.
여기서 언덕을 따라 한 시간쯤 더 들어가면 암바 에스테이트Amba Estate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한층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차가 생산되고, 여행자들은 농장 저택에 머물며 찻잎을 직접 채집하거나 자연 속 하이킹과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전직 농장 노동자들이 준비한 전통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그들 덕분에 오래된 농장 주방의 전통 또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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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짜리 기차 여행
엘라Ella와 나누오야Nanu Oya 사이를 잇는 약 세 시간의 기차 여행은 이 철도 노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다. 열차는 해발 약 1900m에 자리한 스리랑카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파티폴라Pattipola를 지나고, 약 8km 떨어진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에 이른다. 한때 산악 휴양지로 번성했던 이곳은 서늘한 기후와 튜더 양식을 본뜬 별장들로 유명하며, 중앙 고원에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스태퍼드 티 에스테이트Stafford Tea Estate에 닿는다. 1880년대 이 농장을 세운 스코틀랜드 창립자의 방갈로는 현재 부티크 호텔로 탈바꿈했다. 그림책 속 풍경 같은 차 농장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에서는 찻잎 채집과 시음은 물론 하이킹을 비롯한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하루는 단백질이 풍부한 스리랑카식 아침 호퍼스hoppers로 시작되기도 한다.
계곡 아래 자리한 라갈라Ragala 마을은 오랜 역사를 지닌 타밀계 차 농장 노동자 공동체의 터전이다. 마을 중심에는 스리 카티르벨라우타 스와미 사원Sri Kathirvelautha Swamy Temple이 자리하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즐기는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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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휴식
수레쉬 사티아나탄Suresh Sathyanathan과 그의 아내 아누주Anuju는 라갈라 사원 공동체의 일원이다. 두 사람은 헤더셋 에스테이트Hethersett Estate에 있는 전통 노동자 주택에서 살며 요리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점심 식사로 이어진다. 채소밭이 내려다보이는 소박한 주방에서 준비한 음식은 ‘야드 티yard tea’ 한 잔과 함께 식탁에 오른다. 수레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차의 풍미는 약 1m 높이에서 따라 공기를 섞는 방식을 통해 완성된다.
같은 산의 북쪽 경사면에는 콩코디아 에스테이트Concordia Estate의 고트펠 방갈로Goatfell Bungalow가 자리한다. 한때 차 농장을 관리하던 플랜터의 저택이었던 이곳에서 그는 차밭으로 이어진 언덕을 내려다보며 칸다풀라Kandapoola 마을 너머로 스리랑카 최고봉 피두루탈라갈라Pidurutalagala(해발 2524m)의 장대한 풍경을 바라본다. 1940년대 아르데코 감각으로 탈바꿈한 이 건물은 오늘날 네 개의 객실을 갖춘 우아한 휴식 공간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곳 식당에서는 현대적인 감각의 스리랑카 요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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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을 약 50분간 달려 워릭 에스테이트Warwick Estate에 닿는다. 이곳에는 언덕 위에 자리한 1880년대 석조 저택 제트윙 워릭 가든스Jetwing Warwick Gardens가 있다. 20세기 초 이후 거의 그대로인 객실에는 한때 이곳을 지배했던 식민지 시대 주인들의 우아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차 농장이 펼쳐진 언덕을 따라 약 800m 정도 걸어 내려가다 보면 노동자들의 집이 줄지어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일부는 오늘날 여행자들이 머물 수 있도록 약간 손질되었지만, 대부분은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직 찻잎 채집 노동자였던 미나 암마Meena Amma가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그녀는 차밭과 노동자 마을을 안내한 뒤 주방으로 돌아와 그날의 식사를 준비한다. 그 사이사이 요리 수업을 열어 자신만의 비법을 살짝 공개하기도 한다. 부드럽고 폭신한 로티, 향긋한 커리,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렌틸 튀김 와데wade 같은 간식이 식탁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