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BEYOND THE WHITE
알래스카를 만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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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호

알래스카의 겨울은 온통 낯선 풍경이다. 지붕 위엔 눈이 또 다른 지붕처럼 내려앉고, 모습을 드러낸 모든 것은 단단히 얼어붙어 있다. 평범한 길인 줄 알고 발을 내디뎠다가 무릎까지 빠지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맨투맨 한 장만 걸친 현지인들이 태연히 걸어 다닌다.

페어뱅크스에서 마주한 오로라.

STEP 1 . 천천히, 오래 보기

알래스카의 첫인상은 강렬한 백색이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선 끝에 닿는 것은 온통 눈뿐이다. 도로와 산, 지붕 위까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눈이 지워버린다. 눈 덮인 알래스카는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물줄기는 얼어붙고 발걸음은 신중하다. 새하얀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땅 특유의 느린 호흡에 맞춰야 한다.
“어젯밤에도 선명히 보였어요. 이곳에서 오로라를 마주하는 건 그저 평범한 밤하늘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죠.” 우리를 이끌고 알래스카를 안내하던 타일러Tyler가 오로라 명소인 오로라 포인트aurora pointe로 향하는 차 안에서 말을 건넨다. 알래스카 토박이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에 걱정 반 기대 반이던 마음은 점차 확신으로 바뀐다.
사실 모든 조건은 완벽했다. 페어뱅크스는 오로라 활동이 빈번한 자기장 고리인 오로라 오발auroral oval 바로 아래에 위치해 3일만 머물러도 관측 확률이 90%에 육박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계절은 밤이 길어 오로라 관측이 유리할 뿐 아니라, 올해는 유독 태양 활동까지 활발해 오로라 발생 빈도가 높다고 했다. 심지어 투어가 있던 날은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오로라 포인트는 도심의 불빛이 닿지 않는 광활한 평원이다.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세팅하거나, 방한복을 겹겹이 껴입거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저마다 채비를 한다.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는데도 몇몇은 이미 야외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수천 년 전, 이 땅을 지배하던 알래스카 원주민에게 오로라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조상이나 영혼과 소통하는 매개체였다. 이누피아트족Iñupiat은 조상들이 하늘에서 축제를 벌인다고 여겼고, 유픽족Yup'ik은 영혼이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신비로운 통로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달빛과 함께 밤길을 밝혀주는 조명으로, 때로는 그리운 영혼과 소통하는 매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오로라 관측 확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설원 위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다림’뿐이다.
한두 명씩 안팎을 오가며 하늘의 상황을 서로에게 전하더니 점점 그 빈도가 줄기 시작한다. 문밖을 나선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며 눈치챘다. 기다리던 순간이 시작되었음을.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니 빛줄기가 어른거린다. 처음에는 미처 걷히지 못한 구름이나 옅은 안개처럼 희미했다. 그러나 빛은 꿈틀거리더니 강렬하게 번지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오로라가 분명하다.
곧바로 삼각대가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는 짧게는 몇 초, 길게는 수십 초간 셔터를 열어 그 빛을 한데 모았다.
눈밭의 냉기가 방한화와 두 겹의 양말을 뚫고 발가락의 감각을 무뎌지게 할 때쯤 사진을 확인한다. 눈으론 흐릿하게 보이던 빛은 액정 속에서 선명한 초록과 보라색으로 펼쳐진다. 페어뱅크스의 풍경은 어쩌면 이 과정과 닮아 있다. 언뜻 보면 온통 무채색의 단조로운 곳 같지만, 시간이 중첩될수록 이곳만의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느릿한 움직임의 야생동물, 눈 아래 숨겨진 은색 자작나무, 그리고 하늘에서 요동치는 빛의 물결까지. 천천히 응시해 마주한 알래스카는 화려한 빛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세워놓거나 넋을 놓고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로라를 새긴다.

STEP 2. 설원을 누비며

페어뱅크스의 풍경은 거대한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멀리서 감상할 수는 있지만 좀처럼 손에 닿지 않을 것만 같다. 바닥을 뒤덮은 눈은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그 위에 수직으로 길게 뻗은 나무들은 시각적 거리감을 마비시켜 쉽사리 풍경 속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이 견고한 프레임을 깨고 설원 깊숙이 들어가는 방법은 스노모빌에 오르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봅시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세요!” 스노모빌의 엔진 소리와 머리를 감싼 헬멧을 뚫고 들어오는 투어 가이드 로드Rod의 외침에 대답하는 대신, 알겠다는 의미로 헬멧 오른쪽 상단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린다.
속도계는 시속 30마일, 약 50km 속도로 설원을 질주한다. 두꺼운 헬멧과 장갑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고 풍경은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된다. 엔진의 진동이 외부의 소음을 집어삼키는 동안 기묘한 집중력이 생긴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얹힌 눈더미, 설원을 가로지르는 북극여우 같은 풍경이 세밀하게 읽히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도로도, 신호등도 없다. 그저 자유롭게 달리며 알래스카의 자연에 스며들 뿐이다.
우리를 설원으로 안내할 가장 클래식한 방식은 단연 개썰매다. 출발지에 다가설수록 알래스칸맬러뮤트들의 하울링이 공기를 흔든다. 흥분과 기대가 뒤섞인 소리다. 썰매견들은 곧 달리게 될 것을 아는 듯 꼬리를 흔들며 몸을 들썩인다. 머셔mursher(썰매꾼)가 대열을 이끄는 리더 그룹부터 강력한 힘으로 썰매를 끄는 그룹까지 각자의 역할을 설명하고는 출발 준비를 한다. 개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히 자세를 잡는다.
탁 트인 설원을 질주하던 스노모빌과는 달리, 썰매는 숲속을 위주로 지난다. 빼곡한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동안 지면의 굴곡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속도를 제어할 순 없지만 결코 일방적인 질주가 아니다. 썰매는 개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맞춰 무게 중심을 이동하며 그들의 리듬에 주파수를 맞춘다. 그렇게 5분가량 숨 가쁘게 달리는 동안 머셔와 개들 사이는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된다.
코스를 완주한 뒤 썰매견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눈다. 리더인 블리자드부터 사람의 손길을 유독 좋아하는 우탱까지 총 아홉 마리가 한 팀이다. “아마 저보다 더 잘 먹고 잘 잘 겁니다. 보통 맬러뮤트의 수명은 12년 정도이지만, 이곳의 썰매견들은 20살까지도 살아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확실하게 휴식하는 덕분이죠.” 머셔의 애정 어린 손길을 따라 한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본다. 거칠면서도 포근한 털 사이로 알래스카의 겨울엔 만나기 힘든 생명력이 전해진다.

유목민들의 이동 수단이던 개썰매는 오늘날 스포츠가 되었다.

STEP 3. 자연과 하나 되기

“순록이 달려올 때는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어야 해요!”
러닝 레인디어 랜치running reindeer ranch에서 순록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이드 타이론tyrone이 강조한 주의 사항이다. 이 밖에도 정면보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것, 머리 대신 목이나 등을 쓰다듬을 것 등의 규칙이 이어진다. 모든 규칙은 순록에게 맞춰져 있다. 순록이 살아가는 환경에 들어가 무리의 일원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산책이 시작되자 예상보다 빠르게 ‘나무’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인간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순록들은 거침없이 눈을 파먹고 몸을 부딪치며 뛰어논다. 때론 기척도 없이 등 뒤까지 다가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딸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얼음이 깨지는 소리도 아니다. 순록이 걸을 때마다 발굽의 힘줄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다.
이곳에서 지내는 13마리의 순록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40개의 뿔 가지를 가진 대장 파피부터 한쪽 뿔만 있어 ‘유니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프랭키, 요가 클래스가 진행되면 사람들을 밀치고 매트 위에 눕는다는 장난꾸러기 주니퍼까지. 주니퍼가 올해 태어난 새끼들에게 매트 훔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한 순록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호전적인 태도로 행동을 교정받고 있다는 수잔이다. 타이론의 조언대로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으니 녀석은 나를 피해 지나간다. “순록들은 공간 지각 능력이 매우 뛰어나요. 숲속의 어떤 장해물이든 유연하게 피해 가죠.”
추위를 막아주는 촘촘한 털과 빙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돕는 발가락 사이의 털. 두꺼운 파카와 온갖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채로 미끄러져가며 이동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순록들은 자유롭게 뛰논다. 자연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어릴 땐 이 풍경이 당연한 줄 알았어요. 성장해 외지에 나가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 모습이 그리워지더라고요.” 타이론이 순록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때 직감했다. 언젠가 나 역시 고요한 설원 위에서 울리는 ‘딸각’ 소리를 그리워하게 될 것임을.

(왼쪽부터) 러닝 레인디어 랜치의 순록들은 눈밭을 자유롭게 뛰논다. 머셔와 교감하는 알래스칸맬러뮤트.

설원으로 안내할 가장 클래식한 방식은 단연 개썰매다.
출발지에 다가설수록
알래스칸맬러뮤트들의 하울링이 공기를 흔든다.
흥분과 기대가 뒤섞인 소리다.


알래스카의 야생 동물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흑곰과 불곰, 북극곰이 모두 서식하는 곳이다. 강가에서는 연어 사냥에 나선 불곰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곰을 마주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흑곰이 나타나면 맞서 싸우고, 불곰을 만나면 죽은 척하세요. 하지만 북극곰을 만나면, 그냥 도망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스
사슴과 동물 중 가장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무스는 숲뿐 아니라 도로변이나 주택가 등 알래스카 전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성체 수컷의 몸무게는 최대 700kg에 달한다.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곰보다 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동물이다. 만났을 때 귀를 뒤로 젖히거나 입술을 핥는다면 공격 신호이니 즉시 거리를 둘 것.

고래
알래스카의 차가운 바다를 무대로 활동하는 고래들은 주로 5월에서 9월 사이에 활발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6월부터 8월까지는 혹등고래가 무리를 지어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3월부터 5월까지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귀신고래의 행렬이 이어진다.

STEP 4. 알래스카의 계절별 액티비티


탐조 활동
봄이 되면 남미나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 철새들이 알래스카로 날아온다. 붉은빛이 도는 큰뒷부리도요와 은빛 군무를 이루는 서부도요 등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코퍼 리버 델타 습지에 집결한다. 매년 봄에 열리는 코퍼 리버 델타 쇼어버드 페스티벌은 지구 반 바퀴를 날아온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축제다. 축제 기간에는 가이드 동반 탐조 투어도 운영된다.
coppershorebird.com

고래 탐사 크루즈
봄은 하와이와 멕시코 연안에서 겨울을 보낸 고래들이 다시 알래스카 해역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케나이피오르 국립공원Kenai Fjords National Park에서 크루즈를 타면 빙하가 떠 있는 바다 위로 거대한 꼬리를 들어 올리는 혹등고래를 만날 수 있다. 빙벽 위에 모여 있는 큰바다사자와 주황색 부리를 가진 코뿔바다오리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여름
백야 아웃도어
페어뱅크스에 여름이 오면 약 70일간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백야가 이어진다. 데날리 국립공원의 세비지 리버 루프Savage  River Loop나 호스슈 레이크Horseshoe Lake 트레일은 눈이 녹은 지형과 여름 야생화를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하지 무렵에는 페어뱅크스 그로든 메모리얼 파크Growden Memorial Park에서 밤 10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끝나는 특별한 야구 경기 ‘미드나이트 선 게임’이 열린다. 인공조명 없이 자연광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올해는 6월 21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midnightsungame.com
 
청정 수역 낚시
여름철 알래스카에는 수백만 마리의 연어가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른다. 백야 덕분에 밤낮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앵커리지 인근의 케나이강Kenai River에서는 보트 낚시와 연안 낚시가 모두 가능하며, 도심에 위치한 십 호수Ship Creek에서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연어를 낚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8월 중순에는 알래스카 최대 규모의 낚시 대회인 슈워드 실버 연어 더비가 리저렉션만Resurrection Bay 일대에서 열린다. 주요 어종은 은연어다. sewardsilversalmonderby.com
봄에는 알래스카 수어드 지역에서 범고래를 볼 수 있다.
가을
야생동물 관찰
가을은 알래스카의 야생동물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절이다. 번식기를 맞은 수컷 무스는 거대한 뿔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벌인다. 킨케이드 공원이나 데날리 국립공원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강가에서는 겨울잠을 준비하는 불곰이 연어를 먹으며 지방을 축적하고, 광활한 평원에서는 야생 순록이 떼를 지어 이동한다.

ATV 체험
사륜구동 ATV를 타고 알래스카의 자연을 누빌 수 있다. 데날리 ATV 어드벤처의 투어를 통해 데날리 국립공원의 숲길과 계곡을 달릴 수 있으며, 탈키트나 ATV 와일더니스 어드벤처 라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탈키트나 마을을 출발해 강을 건너고 옛 개척자의 거주지를 지나게 된다. denaliatv.com, talkeetna-atvtours.com

겨울
얼음 낚시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무지개송어나 북극 민물송어를 낚을 수 있다. 주로 따뜻한 난로가 놓인 실내 공간에서 진행해 혹독한 추위에서도 비교적 쾌적하게 낚시를 경험할 수 있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면 초보자도 쉽게 손맛을 볼 수 있지만, 어자원 보호를 위해 여행자는 반드시 스포츠 피싱 라이선스를 지참해야 한다. 알래스카 어류야생동물관리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설원 질주
과거 원주민의 교통수단이었던 개썰매는 이제 인기 스포츠가 되었다. 달리는 썰매에 앉아 설원을 감상하는 투어부터 직접 명령어를 익히는 강습도 진행한다. 매년 3월에는 1925년 전염병이 창궐한 노움 지역에 혈청을 전달하기 위해 썰매견들이 달린 일화를 기념하는 아이디타로드 대회가 열린다. 앵커리지부터 노움까지 약 1600km를 달리는 극한의 경주다. iditarod.com
 
STEP 5. 숨은 온기 발견
(위부터) 체나 핫 스프링스의 오로라 뮤지엄. 눈 덮인 야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체나 핫 스프링스.
체나 핫 스프링스Chena Hot Springs는 마치 세상 끝에 자리한 것 같다. 페어뱅크스 시내를 벗어나 자작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약 90km를 달리다 보면 더 이상 나아갈 길 없는 막다른 곳에서 이 온천 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리조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밭 사이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눈에 띈다. 영하의 냉기와 뜨거운 온천수가 충돌해 비현실적인 풍경을 이룬다. 물속에 몸을 담근 사람들은 몸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얼어붙은 채 온천을 즐기고 있다. 
1905년 금광 탐사 중 발견된 이 온천에서 탐험가들이 피로를 달랬다고 한다. “도로가 없던 시절엔 시내에서 걸어서 오곤 했어요. 한 달을 꼬박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죠.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거든요.” 리조트 홍보 담당자인 조Joe의 말처럼 병을 고치지는 못해도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낮에는 눈부신 설경 속에서, 밤에는 쏟아지는 오로라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종착역이 된다. 알래스카 여행 중 다양한 투어를 하며 만난 여행자 여럿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체나 핫 스프링스는 완벽한 자급자족 생태계다. 외부 전력망 없이 지열 에너지로 모든 전기 시설과 난방을 해결하며, 폐열을 이용해 온실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한다. 흙 내음이 물씬 풍기는 온실 속엔 토마토와 오이 등이 가득하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온기가 머무는 곳이 있다면 추위를 예술로 승화시킨 장소도 있다. 리조트 내 오로라 아이스 뮤지엄은 1000톤 이상의 얼음 조각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세계 얼음 조각 대회 챔피언인 스티브 브라이스가 얼음으로 빚어낸 샹들리에와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하이라이트는 침대 프레임부터 매트리스, 조명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객실이다. 조의 말에 따르면 숙박을 시도한 사람은 많았지만 성공한 이는 불과 4명뿐이라고. 눈 덮인 세상의 끝에서 붉은 토마토가 익어가고, 얼음으로 만든 침대 옆엔 뜨거운 온천수가 솟구치는 곳. 체나 핫 스프링스는 알래스카 자연의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다.
 

알래스카 대학교 북부 박물관에서는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예술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알래스카 탐구 생활
눈 덮인 풍경 너머 수천 년의 시간이 숨어 있다. 그 시간 동안 이 땅에 살아온 이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알래스카의 전시 공간들.
 
알래스카대학교 북부 박물관
알래스카대학교 내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흰 눈과 빙하를 형상화한 건축물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2000년 전의 화석부터 원주민 수공예품까지 알래스카의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유물이 전시돼 있다. 입구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북극고래 골격이 가장 먼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길이 약 13m로 무게는 1톤에 육박한다. 2층의 예술 갤러리에서는 고대 상아 조각부터 현대 사진에 이르기까지 알래스카 예술의 역사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파운테인헤드 오토 박물관
‘올드카 박물관’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알래스카의 개척사를 이동 수단을 통해 조명한 박물관이다. 19세기 말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앤티크 자동차가 완벽하게 복원되어 전시 중이다. 각 차량 옆에는 생산 시기에 유행하던 의복이 함께 전시되어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보기 좋다.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꼭 들러야 할 성지로 여겨지는데, 일부 차들은 운행이 가능해 여름철이면 박물관 밖에서 주행 시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모리스 톰슨 문화 및 방문자 센터
페어뱅크스 시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알래스카의 자연, 문화, 여행 정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알래스카의 사계절과 원주민의 삶을 재현한 실물 크기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현지 예술가가 직접 수공예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실시간 오로라 예보, 도로 상황, 하이킹 코스 추천 등 최신 여행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여 알래스카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로 탁월하다.
 
월드 아이스 아트 챔피언십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페어뱅크스 시내에서는 야외 얼음 조각 전시가 펼쳐진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만든 얼음 조각이 광활한 야외 전시장에 들어선다. 관람객은 얼음 미로와 대형 미끄럼틀 같은 체험형 구조물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수정처럼 반짝이며 밤에는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TRAVEL WISE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페어뱅크스공항까지 알래스카항공이 경유 1회 항공편을 운항한다. 시애틀을 경유하며, 최소 18시간 소요된다. 알래스카항공은 모든 좌석에서 일관된 고객 경험을 선사한다. 국제선 프리미엄 및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는 무료 기내식과 태평양 북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필슨 협업 담요 및 베개를 제공하며, 특히 프리미엄 클래스는 일반석 대비 좌석 간격이 4인치 더 넓어 보다 편안한 여정을 지원한다. 알래스카항공은 시애틀 허브를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목적지로 항공편을 운항한다.

현지 교통편
알래스카를 여행할 때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차를 렌트하는 것이다. 원하는 곳에 멈추어 풍경을 찍거나 야생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페어뱅크스 시내에 알래스카 오토 렌털을 비롯한 렌터카 업체가 많다.
alaskaautorental.com
 
더 많은 정보
페어뱅크스관광청 explorefairbanks.com
 
취재 협조. 미국관광청 
 
 
글. SEONG-MIN CHA
사진. SEONG-MIN CHA, 페어뱅크스 관광청, 셔터스톡, 체나 핫 스프링스 리조트, 오로라 아이스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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