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FOR THE BIRD
낭만적 탐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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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호

스코틀랜드 하일랜드로 떠난 여행자들 앞에는 탐조와 야생동물 관찰 그리고 독특한 토종 생물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케언곰 국립공원Cairngorms National Park과 스페이 계곡Spey Valley은 영국 최고의 탐조 명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이 국립공원에는 위풍당당한 검독수리golden eagle를 비롯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큰뇌조capercaillie, 그리고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작은뿔박새crested tit 같은 희귀 조류가 서식한다.
들꿩ptarmigan과 흰눈썹물떼새dotterel, 흰멧새snow bunting 같은 산악지대 조류도 눈여겨봐야 할 존재들이다. 물론 이 새들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산을 오르고 계곡을 따라 걸으며 솔숲 깊은 곳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영국의 경이로운 풍광을 눈에 담으며 이루어진다. 게다가 자연 속 훌륭한 숙소와 레스토랑, 유명한 몰트위스키까지 더해지면 하일랜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된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뿐 아니라 숙련된 조류 탐조가 모두에게 말이다. 그러니 등산화와 방수 의류, 쌍안경을 챙겨 길을 나서보자.

케언곰 국립공원의 스코틀랜드 소나무에 앉아 있는 뿔박새.

산 위에서
케언곰고원Cairngorm Plateau은 영국 제도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북극-알파인’ 서식지로, 고지대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특수한 생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중 들꿩은 1년 내내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완벽하게 적응한 유일한 새다. 들꿩을 지칭하는 영어 명칭인 ‘타미건ptarmigan’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울려 퍼지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뜻하는 스코틀랜드 게일어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계절에 따라 한 해에 세 번이나 깃털 색을 바꾸는데, 겨울에는 새하얀 털로 갈아입는다. 뛰어난 위장 능력을 지닌 덕분에 좀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조용히 바위투성이 산비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시야 속으로 스며들듯 모습을 드러낸다.
이보다 작은 흰멧새 역시 들꿩과 함께 높은 산악지대에서 봄과 여름을 보낸다. 매년 몇 쌍의 흰멧새가 산중턱 바위틈이나 동굴에 둥지를 튼 채 알을 낳고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귄다. 새끼가 부화한 뒤에는 산을 내려가는데, 일부는 해안까지 날아가고 또 일부는 산 주변에 머무르기도 한다. 케언곰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강삭철도 탑승장 인근 주차장에서도 흰멧새를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의도적으로 또는 무심코 남긴 먹이를 찾아 다가오는 순한 성정 덕분이다.
마지막 고산 조류인 흰눈썹물떼새는 남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낸 뒤 늦봄이나 초여름에만 이곳을 찾는다. 섭금류에 속하지만 습지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섭금류와 달리 이 새는 산 정상 부근에 둥지를 튼다는 점이 독특하다. 번식 방식 또한 흥미롭다. 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깃털을 지닌 암컷이 알을 낳은 뒤 노르웨이로 떠나 또 다른 번식을 이어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수컷은 둥지에 남아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본다.
케언곰고원에서 하루 동안 탐조를 한다면 대여섯 종의 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홍뇌조red grouse, 풀밭종다리meadow pipit, 흰귀새wheatear, 목도리지빠귀ring ouzel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검독수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설령 몇 마리 안 되는 새를 만나더라도 장대한 산의 풍광이 함께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숲속에서
고원 아래로 펼쳐진 대부분 땅은 스코틀랜드 소나무Scots pine와 자작나무 숲으로 덮여 있다. 이 숲에는 희귀 조류와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지만 대부분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데 능숙해 마치 숲이 텅 빈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맑고 고요한 날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면 빽빽한 나뭇잎 사이에서 스치는 작은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늦겨울이나 봄에는 숲 전체에 새들의 울음소리가 퍼진다. 소나무 숲에는 진박새coal tit, 나무발발이treecreeper, 상모솔새goldcrest가 서식하며,
하일랜드 근방에서 보기 드문 뿔박새도 이곳에 산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독특한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검은방울새siskin와 되새chaffinch는 이 지역에서 비교적 흔한 조류다. 다양한 박새류와 함께 주차장에 설치된 새 모이통으로 종종 날아와 방문객들이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이 숲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새는 동시에 가장 몸집이 크기도 하다. 우람한 큰뇌조capercaillie는 괴상한 울음소리 덕분에 ‘숲의 말’이라는 뜻의 스코틀랜드 게일어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칠면조만 한 크기의 이 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들꿩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난 수십 년 사이 개체수가 급감했다. 성격이 예민해 탐조가들은 큰뇌조를 발견하더라도 숲길을 벗어나 뒤쫓지 말라는 주의를 받는다. 운이 아주 좋다면 일출이나 일몰 무렵 트레일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다. 그 순간이 온다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바라보는 편이 좋다.
자작나무 숲은 상대적으로 새를 관찰하기 쉬운 장소다. 이곳에서는 음계를 오르내리는 버들솔새willow warbler의 섬세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작은 새는 매년 4월 말 번식을 위해 무려 남부 아프리카에서 이곳까지 날아온다.

(왼쪽부터) 영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철로인 케언곰 마운틴 레일웨이를 달리는 기차. 케언곰 국립공원의 연못에서 무지개송어를 낚아채는 물수리.

강과 호숫가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생산지로 유명한 스페이사이드Speyside는 케언곰산맥 아래 계곡을 따라 흐르는 스페이강River Spey의 이름을 붙인 곳이다. 세계 최고의 몰트위스키 생산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강으로도 유명한 스페이강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동시에 다양한 새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전문 탐조가 빌 오디Bill Oddie는 물떼새dipper를 두고 “굴뚝새wren와 대포를 합쳐놓은 것 같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물떼새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물에 입수할 수 있는 명금류이다. 통통한 몸집에 개똥지빠귀thrush 정도 되는 크기의 이 새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의 바위 위에 서 있다가 물속 먹이를 잡기 위해 순식간에 급류 속으로 뛰어든다.
강가 바위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는 새는 또 있다. 이름과 달리 선명한 샛노랑 속옷을 입은 것 같은 노랑할미새grey wagtail와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오는 영리한 섭금류 도요새가 그 주인공이다. 오리류 가운데서는 흰뺨오리goldeneye를 눈여겨볼 만하다. 한때 겨울철에만 찾아오는 철새였지만, 지난 몇십 년 사이 이 지역에 정착해 번식하는 조류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검고 흰 털을 지닌 수컷과 회색빛 가슴털을 가진 암컷을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저지대 곳곳에 자리한 호수들도 탐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넓은 수면 위에서는 큰회색머리아비black-throated diver를 볼 수 있고, 보다 작은 호수나 물가에서는 귀뿔논병아리Slavonian grebe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 위를 선회하는 거대한 맹금류 또한 놓칠 수 없다. 황금빛 깃털을 지닌 검독수리와 흰꼬리수리는 이 지역에서 비교적 자주 관찰되는 독수리들이다. 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포식자는 아마 물수리osprey가 아닐까? 1950년대에 번식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돌아온 이후 이제는 하일랜드를 대표하는 조류 중 하나가 되었다. 4월과 8월 사이에는 커다란 호수 위를 날며 물고기를 낚아채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안에서
강과 호수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인근 해안으로 향해보자.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들이다. 스페이 베이Spey Bay, 블랙섬Black Isle, 모레이 퍼스Moray Firth 일대에서는 또 다른 풍경과 조류를 만날 수 있다. 오리, 거위, 섭금류는 봄과 가을의 이동철이나 겨울에 가장 많이 관찰되며, 물수리 역시 물고기를 사냥하러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새 가운데 하나는 영국에서 가장 큰 오리인 참솟깃오리Common eider이다. 낮게 울려 퍼지는 독특한 울음소리는 사람이 ‘우우’ 하고 내는 소리와 닮았다. 겨울이면 회색기러기greylag와 핑크발거위pink-footed geese가 무리를 지어 찾아오고, 민물도요dunlin, 세발가락도요새sanderling, 마도요curlew, 붉은발도요redshank 같은 섭금류들도 해안가를 가득 메운다. 운이 좋다면 그 무리 속에 섞여 있는 희귀 조류를 발견할 수도 있다. 바다로 나가면 갈매기gull와 제비갈매기tern, 잠수새diver를 비롯해 바다오리guillemot와 큰부리바다오리razorbill 같은 조류도 관찰할 수 있다.

(왼쪽부터) 케언곰 국립공원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진박새. 몰리크 호수를 내려다보는 케언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

또 다른 야생동물
이 지역에서는 새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지만 다른 야생동물 역시 충분히 많다. 소나무 숲에서는 높은 나뭇가지를 바삐 오가는 청설모red squirrel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조금 더 운이 좋다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솔담비pine marten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케언곰 일대의 트레일을 걷다 보면 이 지역의 유일한 포유류라 할 수 있는 유럽멧토끼mountain hare를 볼 가능성도 크다. 들꿩처럼 이 동물도 겨울이 되면 몸이 온통 하얗게 변한다. 자주 보이는 또 다른 동물로 붉은사슴red deer이 있다. 숲 바닥 곳곳에 자리한 유럽불개미wood ant의 개미집도 흥미롭다. 햇살 좋은 날이면 수많은 개미들이 밖으로 나와 분주하게 움직이며 독특한 군락 생활을 이어간다.

 


올리 올라니페쿤과 나눈 대화
조류 관찰이 갈수록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색인종 탐조 단체인 플라크 투게더Flock Together의 공동설립자 올리 올라니페쿤Ollie Olanipekun을 만났다.


플라크 투게더 회원들과 함께 탐조하는 올리 올라니페쿤.

초보 탐조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않고 모든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머무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단 가까이 있는 녹지대로 가서 시야를 넓히고 관찰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무 위를 살펴보게 되고 점점 더 많고 다양한 새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급 장비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입문용 쌍안경 하나와 내가 ‘바이블’이라 부르는 〈콜린스 조류 가이드Collins Bird Guide〉 한 권이면 충분하다.

플라크 투게더는 어떻게 시작됐나?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관찰한 새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또 다른 흑인 남성(공동설립자 나딤 페레라Nadeem Perera)이 내가 포스팅한 모든 새의 이름을 알아맞혔다. 새를 관찰해 온 10년 동안 같은 취미를 가진 유색인종을 만난 적이 없었다. 탐조 단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는 그도 합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월섬스토 웨트랜즈Walthamstow Wetlands에서 첫 투어를 기획했다. 그리고 온라인에 투어 사진을 올리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우리도 모르게 큰 수요가 있던 시장을 건드렸던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이끌어내고 있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눈에 잘 띄게 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한 탐조 활동을 기록하고,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일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활동을 위해 자연에 나와 있는 유색인종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회원들은 그런 풍경을 당연한 모습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직 할 일이 많지만 모두 의욕이 넘친다.

플라크 투게더가 가진 또 다른 목표는 무엇인가?
단체가 가진 영향력을 가장 필요한 곳에 쓰고 싶다. 바로 자연 보존이다. 예를 들어 평생 자연을 자신과 무관한 공간이라고 여겨온 대도시의 대저택에 사는 17세 청소년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에 흥미를 가지게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보존’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이 자연에 관심을 갖게 노력한다면,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지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flocktogether.world, flocktogether.world

 

용어 사전
‘별일 없어요?Anything about?’
다른 탐조가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자신이 최근 관찰한 새와 찾는 방법, 발견 장소, 관찰 팁 등을 공유할지도 모른다.

빈스bins
쌍안경을 뜻하는 ‘바이노큘러binocular’의 줄임말로 조류 관찰을 위한 필수품이다. 좋은 품질의 방수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휴대용 도감
조류 그림과 설명, 지도가 있는 휴대용 조류 도감으로 관찰한 새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스코프scope
망원경을 뜻하는 ‘텔레스코프telescope’의 줄임말.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하고 식별하거나 가까이 있는 새를 더 자세히 보는 데 사용한다. 도움은 되지만 필수는 아니다.

트위처twitcher
영국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희귀 조류를 보기 위해 멀리 이동하는 사람. 모든 트위처는 탐조가이지만 모든 탐조가가 트위처는 아니다.

 

글. STEPHEN MOSS
사진. ALAMY, WILL C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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