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멕시코에서 펼쳐질 예정인 가운데, 그중 두 번의 경기가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다. 과달라하라에서 차를 타고 4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과나후아토는 멕시코 특유의 색과 분위기를 오롯이 품은 도시다.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과나후아토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면,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멕시코 중부 산악지대에 자리한 과나후아토에는 계곡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파스텔 톤 집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미로 같은 골목 사이로,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 위로 음악과 웃음소리가 흐른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 아래 건물마다 알록달록 서로 다른 색을 반사하고, 밤이 되면 노란 가로등과 기타 선율이 골목을 로맨틱하게 물들인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부른다.
과나후아토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였던 1548년 첫 은광이 발견된 이후 18세기 후반 ‘세계 은 생산의 심장’이라 불리며 250년 넘게 번영을 누렸다. 특히 라 발렌시아나 광산은 한때 세계 은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도시를 ‘은의 수도’로 만들었다. 당시 축적된 막대한 부는 지금도 도시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화려한 성당과 저택들, 과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지하 수로들이 지금은 자동차 도로가 되어 도시 아래를 관통한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알록달록한 색상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완성한 독특한 풍경. 덕분에 과나후아토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매년 10월이면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를 기리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예술 축제인 ‘세르반티노 국제 페스티벌’이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어느 장소에나 특유의 공기 냄새 그리고 속도가 있다. 새로운 곳에 혼자 여행을 가면 한동안은 최대한 투명인간처럼 부유한다. 조용히 한참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장소가 지닌 삶의 리듬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즈음 카메라를 꺼낸다. 고산지대의 강한 자외선과 큰 일교차는 과나후아토의 색을 시시각각 바꿔놓는다. 같은 골목길도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 빛에 물든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은 때때로 드라마 속 세트장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가 하면, 산맥 아래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도시의 구조는 과나후아토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가파른 언덕과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갑자기 끊겼다가 다시 좁은 골목과 지하 터널로 이어지는 길들. 이 미로 같은 도시는 “과나후아토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면,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도시는 천천히 자신의 숨겨둔 얼굴을 내보인다.

키스의 골목
알록달록한 집들이 이어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과나후아토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키스의 집이 나타난다. 전설에 따르면 서로 사랑하던 연인이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좁은 골목 사이 마주한 발코니에서 몰래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두 발코니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있다.
그래서 과나후아토에서는 거리마저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이 골목에서 키스를 하면 7년간 사랑이 지속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덕에 사랑의 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피필라 언덕에서
한 장소에 머문 빛이 좋아서, 그 시간이 품은 삶의 온도를 알아채고 싶어서 셔터를 누른다. 빛에 따라 감정이 다르다. 마른 공기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해가 저물면 과나후아토의 집집마다 저녁 조명이 하나둘 밤에 피는 꽃처럼 피어난다. 노동의 수고를 씻고 하루를 마친 사람들은 각자의 골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짓는다. 구수하고 맛난 저녁밥을 짓듯이. 저녁에는 항상 특유의 밥 냄새가 존재한다. 냄새에는 거짓이 없다.
냄새는 가장 가식이 없는 삶의 진실이다.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냄새를 피우는 이 시간에 가장 많은 진실이 입을 벌린다. 알록달록한 색의 집들처럼 매콤하고 알싸한 멕시코의 각종 향신료가 골목을 돌 때마다 다른 냄새를 선사하는 바람에 그들의 저녁 식탁이 더욱 궁금해진다.

지하 터널 도시
과나후아토에는 약 9km에 달하는 오래되고 복잡한 지하 터널 네트워크가 이어져 있다. 도시 아래 또 하나의 도시가 존재하는 셈이다. 원래는 잦은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배수 시설이었지만, 20세기 중반 댐이 건설되면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자 1960년대 이후 이 지하 수로들을 도로로 다시 개발하면서 차도를 도시 아래 건설했다. 그래서 이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인 버스도 지상이 아닌 지하 정류장에서 타고 내려야 한다. 과나후아토의 중심부를 걷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자동차가 눈에 띄지 않는 생경한 풍경은 이 도시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밤마다 열리는 음악 산책
‘색과 향과, 음악, 전설, 멕시코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도시는 어쩌면 낮보다 밤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노란 조명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면 중세 시대 복장을 한 학생 음악단 ‘에스투디안티나Estudiantina’가 골목마다 역사적인 장소를 돌며 노래를 부르고 역사를 설명한다. 여행자들은 멕시코의 전통술인 스모키한 향의 메즈칼Mezcal이나 와인을 들고 함께 골목을 따라다니며 노래와 역사를 듣는다. 과나후아토의 밤에만 경험할 수 있는 낭만이다.
TRAVEL WISE
과나후아토 대표 축제
산 후안 축제Fiesta de San Juan
6월 중순 열리는 지역 축제로 음악과 거리 공연, 춤과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과나후아토 국제 영화제
Guanajua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GIFF)
매년 여름 열리는 멕시코 대표 독립영화 축제.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모여 도시 곳곳에서 영화 상영과 공연, 야외 이벤트를 펼친다. 골목과 광장, 지하 터널까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스크린처럼 변모한다.
세르반티노 국제 페스티벌
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FIC)
매년 10월 중 20여 일간 열리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 축제. 1953년에 시작되어 수준 높은 음악, 연극, 무용, 시각미술, 거리 공연 등을 도시 전역에서 선보인다. 한국 예술단도 꾸준히 참여하는 문화 행사다.
이동 방법
과달라하라에서 과나후아토까지는 버스가 가장 일반적이며 약 4시간에서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주요 버스 회사는 프리메라 플러스이며, 가격은 1인당 약 4만3000원~7만8000원이다. primeraplus.com.mx
렌터카 이용 시 이동 거리는 약 280km이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멕시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운전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