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HEART OF MEXICO
바하칼리포르니아의 황량한 사막부터 유카탄의 정글 트레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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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호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찾는 나라, 멕시코. 카리브해의 눈부신 해변과 개성 넘치는 미식 문화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하칼리포르니아의 황량한 북부 사막부터 벽화로 가득한 멕시코시티의 거리, 그리고 유카탄의 습윤한 정글까지 그 낯선 풍경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 본다.

(왼쪽부터)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사와로선인장 군락 뒤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오악사카의 미식 문화를 탐방하는 ‘컬리너리 백스트리츠 오악사카’ 프로그램 현장.

HIKING

마야의 땅으로
유카탄의 눈부신 백사장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향하자 장거리 트레일 카미노 델 마야브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길은 정글 깊숙이 숨겨진 세노테와 덩굴로 뒤덮인 옛 아시엔다를 지나며 쇠퇴해가는 마야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멕시코 치첸이트사 인근의 이크킬Ik-Kil 세노테는 고대 마야인들이 신성한 장소로 여겼던 천연 담수 싱크홀이다.

몇 시간 동안 유카탄의 정글을 헤쳐 나간 뒤 얼음처럼 차갑고 맑은 물속으로 몸을 던질 때 느껴지는 상쾌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세노테 안에 몸을 담근 채 머리 위로 드리운 절벽을 감상한다. 석회암 지반이 무너지며 형성된 담수 싱크홀인 세노테는 고대 마야인들에게 저승으로 통하는 문이자 제사와 의식이 행해지던 신성한 장소였다. 에메랄드와 터키석을 섞어 놓은 듯한 물빛은 투명하게 빛나고 수면에는 커다란 수련잎이 유유히 떠 있다. 절벽 위에서 뻗어 내려온 알라모 나무의 굵은 뿌리는 거대한 뱀장어처럼 물속 깊이 뻗어 내려가 사라진다.
멕시코의 장거리 하이킹·사이클링 트레일인 카미노 델 마야브Camino del Mayab를 따라 걷는 5일 여정의 첫날이다. 2020년 말 개통한 이 길 위에서 32℃를 넘나드는 기온과 80%에 달하는 습도는 서서히 체력을 앗아간다. 하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 약 18km를 더 걸어야 하기에 세노테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울창한 정글이 양옆으로 드리운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마야 마을 산안토니오 차칼라San Antonio Tzacalá에 닿는다. 마을은 19세기에 세워진 아시엔다의 붉은 벽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20세기 중반에 버려진 이 스페인식 대농장은 이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거대한 알라모 나무가 웅크린 거인처럼 지붕을 뚫고 솟아오르고, 덩굴은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벌집처럼 파고들며 건물을 뒤덮고 있다.
“유카탄은 세노테와 아시엔다의 땅입니다.” 테 없는 직사각형 안경에 밀짚모자를 눌러쓴 22세의 크리스티안 술룹Cristian Sulub이 말한다. 마야계 혈통인 그는 산안토니오 차칼라 최연소 공동체 대표이자 지역사에 정통한 인물이다. 우리가 마을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인사를 나왔다. “세노테는 우리의 고대사를 상징하고, 아시엔다는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죠.”
산안토니오 차칼라의 아시엔다 역시 유카탄 곳곳에 남아 있는 수백 개의 아시엔다 가운데 하나다. 이들 대농장은 19세기 에네켄henequén 무역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세워졌다. 에네켄은 시살sisal이라고도 불리는 섬유질 식물로, 유카탄반도가 원산지인 용설란의 한 종류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수천 년 동안 이 식물을 이용해 밧줄과 바구니, 낚싯줄 등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상황이 달라졌다. 스페인계 지주들이 이른바 유카탄의 ‘녹색 황금’을 미국과 유럽으로 대규모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주민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동원한 유럽계 농장주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그 돈으로 철도와 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유카탄 전역에 300개가 넘는 아시엔다를 세웠다.
3년에 걸쳐 조성된 카미노 델 마야브는 이러한 식민지 시대의 착취가 남긴 유산을 되돌리고자 만든 약 110km 길이의 트레일이다. ‘마야브Mayab’는 16세기 스페인인들이 지명을 바꾸기 전, 고대 마야인들이 유카탄을 부르던 이름이기도 하다. 1910년 멕시코 혁명과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며 유카탄의 에네켄 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아시엔다도 1950년대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마야인들을 향한 차별과 불평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메리다Mérida와 칸쿤Cancún을 벗어나면 고등교육과 일자리,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 결과 많은 마야인들이 마을과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마야 마을들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아시엔다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자 가이드 우리 우에스카Uri Huesca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카미노 델 마야브를 설립하고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환경단체 에코게레로스 유카탄EcoGuerreros Yucatán의 공동 설립자다. “우리는 마야 공동체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동시에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카미노 델 마야브는 옛 에네켄 운송로를 따라 14개의 마야 공동체를 연결한다. 과거 플랜테이션 마을이었던 조야셰Dzoyaxché에서 고대 마야 도시 마야판Mayapan에 이르는 길이다. 이 트레일은 마야 공동체와 협력해 조성되었으며, 수익의 약 80%가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고, 공동체 소유의 토지에서 캠핑을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가정식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왼쪽부터) 유카탄반도 치첸이트사에 우뚝 선 쿠쿨칸 신전(엘 카스티요). 화려한 색감의 아치가 둘러선 약스코포일 아시엔다의 안뜰. 

산안토니오 차칼라에서 두 시간가량 걸어 페바Pebá로 향하던 중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숲 사이로 강렬한 푸른색과 옅은 주황빛이 번쩍 스친다. 유카탄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유카탄어치Yucatán jay다. 조금 더 길을 걷자 80년 된 세이바나무 가지 위에 또 다른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청록색 눈썹깃이 특징인 터키석눈썹모트모트turquoise-browed motmot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이 새가 주로 세노테 주변에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단서 삼아 담수를 찾곤 했다.
보랏빛 완두꽃 덤불 아래에 똬리를 튼 중앙아메리카남색뱀Middle American indigo snake 곁을 지나며 우리가 말한다. “유카탄은 멕시코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예요. 하지만 지금 그 자연이 위협받고 있죠. 유카탄에는 약 400종의 조류와 100종이 넘는 포유류가 서식합니다. 그중 상당수가 멸종위기종이에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재규어와 테이퍼(맥), 오실롯 같은 동물들은 한때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식지 감소로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유카탄에서는 농경지 확장과 불법 벌목으로 매년 약 202km2의 정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트렌 마야Tren Maya 역시 유카탄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2023년 12월에 운행을 시작한 이 철도는 총연장 약 1550km에 달하며, 유카탄 정글을 가로질러 반도를 순환하도록 건설됐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철도 건설과 관광 개발이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단절하고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미노 델 마야브는 마야 문화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지역의 자연을 지키는 일과도 깊이 연결돼 있죠.” 에코게레로스는 유카탄 전역에서 수십만m² 규모의 생태보호구역 조성을 지원해 왔다. 이들 보호구역은 에히도ejido라 불리는 공동 토지를 기반으로 한다. 원주민 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토지로, 지역 주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다음 날, 페바 마을 주민인 돈 옥타비오Don Octavio가 우리를 정글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깊게 파인 이마 주름과 손톱 밑 흙 자국이 인상적인 그는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지만 발걸음만큼은 누구보다 힘차다. 목적지는 유카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아시엔다 중 하나가 있는 마야 마을 약스코포일Yaxcopoil이다. 정장 바지에 가죽 샌들을 신은 돈 옥타비오는 손에 든 마체테 칼로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길을 낸다. 그는 약초와 야생화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해준다. 꽃들 사이에서는 멜리포나Melipona라 불리는 무침벌이 분주히 날아다닌다. 마야인들은 3000년 넘게 이 벌을 길러 꿀을 채취해 왔다고 한다.

(왼쪽부터) 트레일에 나선 하이커들에게 전통 의식을 통해 축복을 전하는 마야 사제. 카미노 델 마야브 트레일을 따라 걷는 여행자들.

무성한 초목 사이로는 한때 에네켄 농장에서 재배하던  식물 몇 그루가 남아 있다. 돈 옥타비오 역시 젊은 시절 이 농장에서 일했다. 유카탄 대부분의 아시엔다가 1950년대 문을 닫은 것과 달리, 이곳은 그보다 수십 년 더 운영됐다. 그는 농장주들이 자신을 잘 대해준 덕분에 고향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이 꼴이 됐지만요.” 그는 한때 마야인 가족이 살던 집터였다는 돌무더기를 가리킨다. “다들 일자리를 찾아 메리다로 떠나고 있어요. 머지않아 이 마을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겁니다.” 이후 며칠 동안 나는 약스코포일에서 마야판까지 약 64km를 걸었다. 새벽이면 정글 수관 위로 분홍빛 안개가 서서히 걷혀 올라갔고, 마야 가정집에서는 땅속에서 천천히 익힌 풀드포크와 화덕에서 구운 토르티야를 맛보았다. 밤에는 별빛으로 가득한 하늘 아래 텐트를 치고 잠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이 지역 곳곳에 숨겨진 거대한 세노테에 몸을 담그는 일이었다. 
나는 카미노 델 마야브 여정의 마지막을 마야판의 쿠쿨칸 신전Temple of Kukulcan 꼭대기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다. 정글 위로 펼쳐진 풍경 속에서 내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내려다보게 되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문했던 당시엔 입장료를 둘러싼 시위로 인해 트레일의 종점이 폐쇄된 상태였다. 대신 나는 엑스칸차칸X-Kanchakán 인근의 한 세노테 가장자리에 서 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흰 예복을 입은 샤먼이 마야의 신들을 부르고 있다. 유카텍 마야어Yucatec Maya로 읊조리는 주문은 천둥소리와 뒤섞여 수면 위로 울려 퍼진다.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세노테 주변을 가득 채운다. 의식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하늘은 은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신비로운 빛으로 물든다. “좋은 징조입니다.” 샤먼이 스페인어로 말한다. “여행자여,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행 정보: 카미노 델 마야브의 5일 가이드 하이킹 프로그램은 1인당 약 104만원부터이며, 식사와 캠핑 장비, 세노테 및 아시엔다 입장료가 포함된다. 이 밖에도 2일 하이킹 코스와 3일 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aminodelmayab.com, yucatán.travel


꼭 가봐야 할 마야 유적 5선

치첸이트사CHICHÉN ITZÁ
2007년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치첸이트사는 유카탄반도를 대표하는 마야 유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큼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높이 약 24m에 달하는 거대한 피라미드 엘 카스티요El Castillo와 아메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야식 구기장인 틀라치틀리tlachtli를 마주하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chichenitza.com

툴룸TULUM
16세기까지 사람이 거주했던 툴룸은 마야인이 살았던 마지막 도시 가운데 하나이자 유일하게 해안에 건설된 마야 도시다. 다른 유적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칸쿤 남쪽 카리브해를 내려다보는 약 12m 높이의 절벽 위에 자리한 덕분에 독보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tulumruins.net

팔렝케PALENQUE
치아파스주 북동부의 울창한 정글 깊숙이 자리한 후기 고전기 마야 도시다. 정교한 상형문자 비문과 섬세하게 조각된 부조로 유명하며, 마야 문명의 예술성과 기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inah.gob.mx

칼라크물CALAKMUL
과테말라 국경 인근의 칼라크물 생물권보전지역에 자리한 칼라크물은 멕시코에서 가장 야생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마야 유적 중 하나다. 특히 해가 떠오를 무렵이면 새들의 지저귐과 울부짖는 원숭이의 소리가 정글을 가득 메우며 고대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욱스말UXMAL
메리다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7세기 마야 도시다. 전성기에는 최대 2만5000여 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적은 여러 고고학 유적지를 연결하는 총연장 약 40km의 푸우크 루트Puuc Route의 일부로, 마야 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yucatan.travel


FOOD & DRINK

불꽃처럼 이어지는 전통의 맛
오악사카 계곡의 마을들에서 스페인 정복 이전 시대의 전통 요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멕시코 고유의 조리법과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레시피를 지켜나가는 여성 셰프들이 있다.

틀라콜룰라 시장에서 전통 카카오와 옥수수 음료인 테하테tejate를 만드는 여성.

오악사카시에서 동쪽으로 약 29km 떨어진 틀라콜룰라 데 마타모로스Tlacolula de Matamoros에 도착하자 마을 중앙시장은 활기로 가득하다. 연기가 자욱한 시장 한가운데서 검은 머리를 땋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초록색과 금색 리본으로 장식한 여성들이 불길이 일렁이는 철판 위에 큼직한 고깃덩이를 올려 굽고 있다. 하얀 형광등 아래에는 양 내장과 우설, 초리소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가족들은 브리오슈를 닮은 오악사카의 전통 빵인 달콤한 판데예마pan de yema를 거품이 가득한 뜨거운 초콜릿에 적셔 먹는다.
가이드 마리아 이타카Maria Itaka는 기원전 500년경 고대 사포텍Zapotec 문명 시절부터 수백만 명의 오악사카 주민들이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매주 틀라콜룰라를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이 시장은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착민들의 교역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스페인인들은 틀라콜룰라를 정복하지 못해 오악사카시를 새로 건설했어요.” 오악사카 출신 음식 저널리스트이자 컬리너리 백스트리츠Culinary Backstreets의 여행 기획자인 마리아가 말한다. “이곳 토착민들의 저항이 워낙 강했거든요. 특히 음식은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저항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눈부신 백사장과 울창한 산악 지대, 비옥한 계곡을 품은 오악사카주는 멕시코에서도 토착 문화의 뿌리가 가장 깊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공식 토착민 공동체 16개 가운데 하나에 속해 있다. 수 세기에 걸친 식민 지배 속에서도 오악사카의 음식 문화는 강한 토착 정체성을 지켜왔다. 옥수수와 고추 같은 멕시코 고유의 식재료, 불과 연기를 활용한 전통 조리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오악사카 사람들에게 이러한 전통의 지속은 식민 지배를 넘어선 문화적 승리이자 자부심의 상징이다.
틀라콜룰라 중심가에서 택시를 타고 북쪽으로 잠시 이동하자 마리아는 나를 모칼리Mo-Kalli로 안내한다. 노출 콘크리트 벽이 인상적인 작은 레스토랑으로, 오악사카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사 가운데 한 명인 카탈리나 루카스Catalina Lukas가 운영하는 곳이다. 카탈리나는 멕시코에서 ‘코시네라 트라디시오날cocinera tradicional’이라 불리는 전통 여성 요리사다. 이들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멕시코 전통 음식 문화를 이어가는 계승자로 여겨진다. 특히 오악사카와 미초아칸Michoacán 출신의 전통 여성 요리사들은 전국적으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카탈리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붉은색 우이필huipil(전통 직조 튜닉)을 입고 목에는 은으로 만든 숟가락 목걸이를 걸고 DRINK있었다. 그녀는 나를 레스토랑 안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는 오악사카를 대표하는 일곱 가지 몰레mole가 달궈진 숯불 위의 점토 냄비에서 뭉근히 끓고 있었다. 몰레는 말린 고추와 향신료,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드는 걸쭉한 소스이자 때로는 스튜처럼 즐기는 전통 음식이다. 카탈리나는 각각의 몰레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진한 초콜릿 풍미가 특징인 몰레 네그로는 세례식이나 결혼식에 사용되고, 쌉싸름한 맛의 몰레 치칠로는 장례식에 빠지지 않는다.

(왼쪽부터) 오악사카시의 레스토랑 라 코시나 데 우모La Cocina de Humo는 마을의 전통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인다.
옥수수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토착 식재료이자 오악사카 전통 요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재료다.

나는 일곱 가지 몰레를 모두 맛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탈리나의 몰레 콜로라디토였다. 은은한 향과 달콤한 풍미가 어우러지고, 뒤이어 부드러운 매운맛이 감돈다. 전통적으로 콜로라디토는 결혼 전에 남성과 관계를 맺은 여성의 부모에게 대접하던 음식이다. 그 달콤한 맛이 가족 간의 가장 미묘한 갈등마저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카탈리나의 콜로라디토는 어머니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하지만, 오악사카 토착 품종이자 현재 사라질 위기에 처한 희귀 고추 칠우아클레로호chilhuacle rojo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고추를 사용해요.”(카탈리나)
다음 날, 나는 오악사카시에서 동쪽으로 약 56km 떨어진 작은 마을 산안토니오 쿠아히몰로야스San Antonio Cuajimoloyas로 향했다. 이곳에는 오악사카 시에라 노르테Sierra Norte의 소나무 숲으로 뒤덮인 산맥을 내려다보는 한 테이블짜리 작은 식당, 도냐 안헬리카스Doña Angelica’s가 있다. 카탈리나와 마찬가지로 도냐 안헬리카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장례식과 지역 축제를 위한 음식을 만들며 요리를 배웠다. 현재 그녀의 식당에서는 밀파milpa에서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밀파는 옥수수와 콩, 호박 등을 함께 재배하는 고대 메소아메리카의 전통 농업 방식이다. 나는 토르티야에 천천히 익힌 소머리 고기를 넣어 만든 타코 데 카베사taco de cabeza를 맛본다. 고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품고 있다. 나는 안헬리카에게 지역사회로부터 코시네라 트라디시오날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냥 요리사일 뿐이에요. 제가 기른 것을 요리하고, 제가 아는 것을 기를 뿐이죠. 그게 전부예요.”


여행 정보: 저니라틴아메리카의 ‘디스커버 멕시코: 오악사카의 문화와 해안선’ 13일 투어는 1인당 약 790만원부터다. 컬리너리 백스트리츠의 오악사카 시장 탐방 프로그램은 1인당 약 19만원부터이며, 다일간 미식 투어는 1인당 약 450만원부터다. journeylatinamerica.com, culinarybackstreets.com


FOOD & DRINK

메스칼 입문
테킬라의 사촌이라 불리는 메스칼은 수 세기 동안 멕시코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온 전통 증류주다.
그 중심지인 오악사카에서는 오늘날에도 장인들이 오랜 방식 그대로 메스칼을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조리와 증류를 위해 잎을 제거하고 손질한 아가베. 산타 카타리나 미나스의 수제 메스칼 증류소 리얼 미네로에 진열된 메스칼 병들.

아가베는 아즈텍인들이 사용하던 고대 나우아틀어Nahuatl로는 마게이maguey라 불리며 수천 년 동안 메소아메리카 문화의 중요한 일부였다. 가시가 돋은 청록색 잎이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이 식물은 최대 3m 높이까지 자라며, 멕시코에서 가장 신성하고 존중받는 식물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아가베는 식량과 의복, 약재의 원료로 활용됐다. 16세기 초 스페인의 정복 이후에는 테킬라와 메스칼 같은 증류주를 만드는 재료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테킬라의 조상 격인 메스칼mezcal은 나우아틀어로 ‘익힌 아가베’를 뜻하는 멕시칼리mexicali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스페인인들이 증류 기술을 멕시코에 전하면서 탄생한 이 술은 오늘날에도 대부분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방식으로 생산된다. 먼저 아가베의 심 부분을 땅속 화덕에서 며칠 동안 훈연한 뒤 타호나라 불리는 거대한 맷돌로 으깬다. 이 맷돌은 보통 말이나 소가 끌어 움직인다. 그런 다음 으깬 과육을 나무 발효조에 넣어 발효시키고, 최소 두 차례 증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메스칼은 부드러운 질감과 훈연 향, 강렬한 풍미를 지닌다. 
브랜드에 따라 알코올 도수는 38~55%에 이른다. 최근에는 뉴욕과 런던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의 바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메스칼은 전통적으로 코피타copita라 불리는 작은 잔에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여기에 오렌지 조각과 함께 소금, 고추, 구워 곱게 간 아가베 벌레를 섞어 만든 살데구사노sal de gusano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메스칼은 멕시코 원산 아가베로만 만들어야 한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9개 주에서만 법적으로 메스칼 생산이 허용되는데, 그중 최대 생산지가 오악사카다. 멕시코 남부에 있는 이 지역에는 수백 개의 가족 운영 수제 증류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메스칼의 본고장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메스칼 제조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도인 오악사카시에서는 거의 모든 바에서 메스칼을 맛볼 수 있지만, 이 술의 진정한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팔렌케palenque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팔렌케는 옥수수밭과 가지런히 심어진 아가베밭 사이에 자리한 전통 증류소를 뜻한다. 오악사카 농촌 지역에서는 지금도 점토와 구리 증류기에서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이곳에서는 4대, 5대째 가업을 이어온 메스칼 생산자들이 500년 전 조상들이 사용하던 방식 그대로 술을 빚고 있다.


여행 정보: 대부분의 팔렌케 방문은 투어 프로그램이나 개인 가이드를 통해 이루어진다. 오악킹, 틀라유도나, 컬리너리 백스트리츠 등은 오악사카시 출발 투어를 운영한다.
oaxacking.com, tlayudona.com.mx, culinarybackstreets.com

(왼쪽부터) 리얼 미네로 증류소에서 아가베를 돌보고 있는 작업자. 오악사카에서 아가베 심을 실어 나르는 화물 트럭.

오악사카에서 방문할 만한 메스칼 증류소 3곳

메스칼 파네칸치니
Mezcal FaneKantsini
파네칸치니는 ‘트레스 콜리브리Tres Colibrí’라는 메스칼 협동조합의 일원이다. 이 협동조합은 장인 메스칼 생산자 소시마 올리베라 아길라르Sosima Olivera Aguilar가 이끌고 있다. 그녀는 남성 중심적인 오악사카 메스칼 업계에서 성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 생산자 공동체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fanekantsini.com

라 칸델라리아
La Candelaria
산타 카타리나 미나스에 위치한 증류소로, 에두아르도 ‘랄로’ 앙헬레스가 자신의 브랜드 메스칼 라로쿠라를 생산하는 곳이다. 전통 점토 증류기만을 사용해 메스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며, 에스파딘, 테페스타테, 생 닭가슴살을 함께 넣어 증류하는 독특한 방식의 페추가 메스칼까지 시음해볼 수 있다.
mezcallalocura.com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Gracias a Dios
‘세계 메스칼의 수도’로 불리는 산티아고 마타틀란Santiago Matatlán 마을에 자리한 증류소다.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재활용 유리병과 코르크를 사용하며, 경작지의 약 60%를 빗물로 관개한다. 또한 매년 약 5000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다.
thankgad.com


CITY LIFE

수도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다
아르데코 건축과 프리다 칼로의 예술이 공존하는 멕시코시티. 그 이면에는 스페인 정복 이전 시대의 전통과 토착 공예 문화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노을이 내려앉은 멕시코시티의 풍경.

소치밀코의 고대 수로를 카약으로 탐험하기
1521년 스페인의 정복 이전, 당시 테노치티틀란Tenochtitlán이라 불리던 멕시코시티는 텍스코코 호수Lake Texcoco 안의 작은 섬 위에 세워졌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아즈텍인들은 운하를 파고 치남파chinampa라 불리는 수상 농경지를 조성해 늘어나는 인구의 주거와 식량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날 이 고대 수로의 흔적은 멕시코시티 역사 지구Centro Histórico에서 남쪽으로 약 24km 떨어진 틀라우악Tláhuac과 소치밀코Xochimilco 지역에 남아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평저선 트라히네라trajinera가 매일 소치밀코 운하를 오가지만, 가이드와 함께하는 카약 투어는 좀 더 한적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이곳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투어에 참여하면 멸종위기종인 아홀로틀axolotl을 비롯해 200종이 넘는 조류 등 소치밀코의 다양한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까지도 멕시코시티 시민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치남파 농업의 역사와 과학적 원리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아즈텍 신들의 술, 풀케를 맛보다
최소 2000년의 역사를 지닌 풀케pulque는 테킬라와 메스칼의 원료로 쓰이는 아가베 수액을 발효해 만드는 술이다.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알코올 음료로 알려져 있다. 아스테카 제국 시절 풀케는 신과 황제, 그리고 종교의식을 위해서만 허락된 신성한 술이었다. 하지만 16세기 스페인인들이 맥주와 증류주를 들여오면서 풀케의 전성기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한때 멕시코시티 곳곳에 자리했던 풀케 전문 선술집인 풀케리아도 20세기 초부터 21세기에 걸쳐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풀케 문화가 부활하면서 도시 곳곳에 새로운 풀케리아가 문을 열고 있다. 덕분에 멕시코시티는 오늘날 풀케를 경험하기 자장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타바칼레라Tabacalera 지역에 자리한 라 카니카La Canica는 5대째 풀케를 만들어 온 가문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전통 술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갓 빚은 풀케에 구아바와 만다린, 마지팬, 구운 귀리 등 계절 재료를 더해 독특한 풍미를 선보인다.
(인스타그램) @pulquerialacanica

라 시우다델라 공예 시장에서 전통 공예품을 제작하는 장인.

멕시코시티의 ‘고대 캐비아’를 맛보다
아우아우틀레ahuautle는 아즈텍인의 언어인 나우아틀어로 ‘기쁨의 씨앗’을 뜻하며, 물파리 알로도 알려져 있다. 고대 아즈텍인들에게는 신성한 식재료였다. 우기가 되면 악사야카틀Axayácatl이라 불리는 물파리가 텍스코코 호수에 알을 낳았고, 사람들은 이를 채집해 황제에게 바치거나 신들에게 제물로 올렸다. 아스테카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몬테수마Montezuma는 기력을 북돋우기 위해 매일 아침 이 알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채집량이 적고 구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도 소고기보다 최대 네 배나 비싸 오늘날 멕시코시티의 셰프들은 아우아우틀레를 ‘멕시코의 캐비아’라고 부른다. 멕시코시티 동부 이스타팔라파Iztapalapa 지역에 위치한 아일루아르도스Ayluardo’s는 지금도 아우아우틀레를 메뉴에 올리는 몇 안 되는 식당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는 말린 새우를 연상시키는 강한 감칠맛의 물파리 알을 토마티요tomatillo와 세라노 고추 소스를 곁들인 팬케이크 형태로 선보인다.
(페이스북) @ayluardos

대중예술박물관을 둘러보다
멕시코시티 역사 지구에 자리한 대중예술박물관Museo de Arte Popular은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 건물에 들어선 공예 전문 박물관이다. 이 건물은 원래 멕시코시티 소방본부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박물관은 직물과 도자기, 어린이 장난감, 가구는 물론 나무나 종이 반죽으로 만든 신화 속 생명체 알레브리헤alebrije에 이르기까지 멕시코 전통 공예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전시실은 여러 층에 걸쳐 구성되어 있으며, 할리스코Jalisco의 도자기, 푸에블라Puebla의 피냐타piñata, 치아파스Chiapas의 의례용 가면 등 멕시코 전역의 수준 높은 공예품을 주제별로 선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생명의 탄생을 표현한 화려하고 정교한 점토 조각 작품인 ‘아르볼 데 라 비다Árbol de la Vida(생명의 나무)’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상적인 ‘망자의 날’ 공예 컬렉션이다. 
map.cdmx.gob.mx

멕시코시티의 대중예술박물관에는 멕시코 전역의 다양한 수공예품이 소장되어 있다.

라 시우다델라 공예 시장에서 원주민 공예품을 만나보자
멕시코시티의 대표 공예품 시장인 라 시우다델라는 대중예술박물관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다. 멕시코 전역의 장인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는 35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으며, 스페인어로 아르테사니아스artesanías라 불리는 다양한 전통 공예품을 판매한다. 할리스코주의 수공 유리 공예품과 게레로주의 은 장신구, 원주민 우이촐족Huichol이 제작한 화려한 차키라chaquira 비즈 공예품도 찾아볼 수 있다. 나무와 흑요석으로 만든 아름다운 마야 의식용 가면을 찾는다면 104번 부스를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장인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또한 무화과나무와 뽕나무 껍질 섬유로 만든 종이에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 넣은 아마테amate 종이 예술 작품도 눈여겨보자. 이 종이는 과거 아즈텍과 마야 문명이 필사본을 제작할 때 사용했던 전통 종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페이스북) @mercadodeartesaniaslaciudadela

멕시코 민속무용의 정수를 만나다, 멕시코 민속발레단
1952년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아말리아 에르난데스Amalia Hernández가 창단한 멕시코 민속발레단은 춤과 음악, 전통의상을 통해 멕시코의 다채로운 민속문화를 선보인다. 공연은 고대 문명 시대부터 1910년 멕시코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따라가며 오악사카·할리스코·소노라·사카테카스·게레로 등 멕시코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대표 프로그램 중 상당수는 멕시코 원주민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슴의 춤Deer Dance>은 소노라와 시날로아 지역 원주민들이 사냥에 앞서 행하던 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겔라게차Guelaguetza>는 오악사카의 믹스텍족Mixtec과 사포텍족Zapotec의 전통 의식 춤에서 영감을 받은 민속 발레다. 공연이 열리는 벨라스 아르테스 궁전Palacio de Bellas Artes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명소다. 1905년 포르피리오 디아스 대통령의 지시로 건립이 시작된 이 흰 대리석 건물은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멕시코의 대표 건축물로 꼽힌다. 공연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30분, 일요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8시 30분에 열린다 balletfolkloricodemexico.com.mx


여행 정보: 남미와 중남미 전문 여행사 저니라틴아메리카는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멕시코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맞춤형 여행 상품을 운영한다. 대표 상품인 ‘멕시코시티 & 유카탄 하이라이트’는 12일 일정으로 항공권 미포함, 2인 1실 기준 1인당 약 455만원부터다.
journeylatinamerica.com, mexicocity.cdmx.gob.mx


OVERLANDING

야생을 가로지르는 여정
약 1200km에 걸쳐 길게 뻗은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는 오랫동안 서핑과 다이빙, 고래 관찰 등 해양 액티비티로 유명했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오프로드 투어 덕분에 여행자들은 바다 너머 펼쳐진 또 다른 바하의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라벤타나 인근의 사막 풍경과 선인장.
바하칼리포르니아를 대표하는 토착 조개 초콜릿 클램.

손잡이를 꽉 붙든 채 말없이 앞을 바라본다. 애써 왼편 창밖은 보지 않는다. 그 아래로는 50m 가까운 절벽이 곧장 바다로 떨어진다. 차량과 낭떠러지 사이를 가르는 것은 고작 15cm 남짓한 흙길뿐. 운전자가 조금만 실수해도 우리가 탄 픽업트럭은 그대로 코르테스해로 추락할 판이다.
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반도인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를 처음 찾은 것은 중앙아메리카를 배낭여행 하던 때였다. 미국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서 히치하이킹과 버스를 번갈아 타며 남하했고, 반도 최남단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 인근의 토도스산토스Todos Santos까지 10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바하칼리포르니아를 관통하는 트랜스페닌슐라 고속도로Carretera Transpeninsular를 따라가며 주요 도시마다 들러 엔세나다에서는 와인을 맛보고, 게레로네그로에서는 고래를 관찰했으며, 에스피리투산토섬Espíritu Santo Island에서는 바다사자와 함께 수영을 즐겼다.
긴 이동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황량한 사막 풍경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곤 했다. 소금기 어린 땅에는 그리스우드 관목과 거대한 카르돈 선인장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고, 모래언덕과 붉은 산맥은 해 질 무렵이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수백 갈래의 비포장도로가 사막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햇볕에 그을린 산맥과 숨겨진 에메랄드빛 만을 향해 이어졌다. 언젠가 다시 바하칼리포르니아를 찾아 그 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남부 도시 라파스La Paz에 와 있다. 이곳에서 바하익스페디션스가 처음 선보인 오버랜딩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970년대부터 고래 관찰과 카약, 야생 캠핑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이 여행사는 최근 반도 내륙을 탐험하는 오프로드 투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람들은 바하칼리포르니아라고 하면 해변과 고래만 떠올리죠.”
2020년 바하칼리포르니아로 이주한 캐나다 출신 운전기사 마이크 손리크로프트Mike Thorneycroft가 말한다. “하지만 바하는 그보다 훨씬 다채로운 곳입니다. 이 여행의 목적은 사람들을 리조트 밖으로 이끌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공동체를 만나게 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마이크는 거대한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움푹 파인 웅덩이와 바위를 능숙하게 피해 가며 절벽 구간을 통과한다. 우리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어지는 산맥의 일부인 시에라 데 라 라구나Sierra de la Laguna를 넘어간다. 길이 조금 넓어지자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 고속도로에서 바라봤던 메마른 사막과 달리, 최근 허리케인이 남긴 비 덕분에 산들은 짙은 초록빛으로 생기를 되찾았다. 연둣빛 메스키트 나무가 우거지고 분홍색과 노란색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다. 우리는 아로요arroyo라 불리는 마른 하천을 건넌다. 평소에는 바닥만 드러나지만 폭우가 내리면 물길이 생기는 곳이다. 지금은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고, 주황색 나비와 인근 목장에서 나온 새끼 돼지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잠시 뒤에는 독수리 한 마리와 선명한 붉은색 깃털의 카디널새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코르테스해 위로 힘차게 도약하는 모불라 가오리.

주 전역에서 장거리 오프로드 랠리를 기획하고 직접 출전하기도 하는 마이크는 바하칼리포르니아가 오프로드 여행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한다. “바하칼리포르니아의 길은 바위투성이이고 거칠며 예측할 수 없어요. 우기에는 길의 상태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죠.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옛 은광 마을 엘트리운포El Triunfo 인근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선인장 정원, 산투아리오 데 로스 칵투스Santuario
de los Cactus에 들른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인장인 카르돈cardón을 비롯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희귀한 선인장들이 자라고 있다. 회색 콧수염이 인상적인 자원봉사 관리인 과달루페 ‘루페’ 곤살레스Guadalupe ‘Lupe’ Gonzalez는 정원을 안내하며 어떤 선인장 열매를 먹을 수 있는지, 또 선인장 줄기에서 어떻게 물을 얻는지 알려준다. 그는 신장결석과 복통, 상처 치료에 활용되는 선인장 종류도 소개하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지역의 식물 지식을 들려준다.
“선인장의 약효에 대해서는 란체로ranchero(목장 운영자)에게 배웠습니다.” 루페는 마치 수염을 쓰다듬듯 400년 된 선인장의 가시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말한다. 그는 30년 넘게 이곳의 식물들을 돌봐 왔으며, 소정의 기부금을 받고 정원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식의 뿌리는 원주민들에게 있습니다. 지금은 이 지역에 그들이 남아 있지 않지만, 우리가 사막에서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은 모두 그들 덕분이죠.”
스페인인들이 도착하기 전, 바하칼리포르니아에는 코치미Cochimí, 과이쿠라Guaycura, 페리쿠Pericú, 세 개의 주요 원주민 집단이 살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약 750km 떨어진 시에라 데 산프란시스코Sierra de San Francisco에 남아
있는 고대 암벽화는 이들이 적어도 1만 년 전부터 이 반도에  정착해 살았음을 보여준다. 유네스코는 이 유적을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암벽화 집합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카보산루카스 인근 칠레노 베이의 해변과 기암괴석.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7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JESSICA VINCENT
사진. ANDREW REINER, AWL IMAGES, GETTY, AL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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