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여름 축제에서 가재 껍질을 벗겨 먹고, 알프스 초원에서 야생 식재료를 채집하며, 포르투갈의 포도밭에서 직접 포도를 수확해보는 일. 이렇게 여행자가 직접 참여하는 미식 체험은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를 깊이 이해할 뿐 아니라, 그 음식을 길러낸 자연과 풍경까지 함께 경험하도록 이끈다.
TASTE THE LAND
❶ 포르투갈
도루 밸리에서 포도를 밟다
2000여 년 전 로마인들에 의해 포르투갈에 전해진 와인 양조는 오늘날까지 도루 밸리의 문화는 물론,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 풍경을 만들어온 중요한 유산이다. 이 지역 와이너리는 일 년 내내 방문할 수 있지만 8월부터 9월까지는 관심의 중심이 와인 저장고에서 포도밭으로 옮겨간다. 그레이프 이스케이프스Grape Escapes는 여행자들이 실제 포도 수확에 참여할 수 있는 와이너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는 마타비슈mata-bicho로 불리는 전통 아침 식사로 시작된다. 양파 수프와 숯불에 구운 정어리, 옥수수빵, 올리브오일로 구성된 소박한 식사다. 이후 수확용 스카프와 밀짚모자를 갖춰 쓰고 포도밭으로 향해 점심 식사 전까지 직접 포도를 수확한다. 오후에는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시음이 이어진다.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라가르lagares라 불리는 커다란 석조 발효조에서 포도를 밟는 시간이다. 서로 팔짱을 낀 채 발로 포도를 밟아 으깨는 수백 년 전통의 양조 방식으로, 포트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에 맞춰 함께 포도를 밟는 것이 오랜 관습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는 도루 밸리가 내려다보이는 킨타 다 파셰카Quinta da Pacheca 호텔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거대한 와인 오크통 모양으로 꾸며진 객실은 이곳만의 특별한 경험을 더해준다. 3일 일정의 패키지는 1인 약 128만원부터이며, 숙박과 일부 식사, 하루 동안의 포도 수확 체험 및 이동 서비스가 포함된다. grapeescapes.net
❷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트러플을 찾다
피에몬테의 숲속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특별한 미식 재료가 숨어 있다. 바로 트러플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피에몬테는 손꼽히는 트러플 산지로, 여름에는 검은 트러플이 풍성하게 자라고 가을에는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흰 트러플이 모습을 드러낸다.
트러플 여정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0월과 11월인데, 이 무렵이면 셰프들은 갓 만든 파스타와 피자, 리소토는 물론 크루도crudo(육류나 생선을 날것으로 즐기는 요리)와 달걀 요리 위에도 향긋한 트러플을 아낌없이 갈아 올린다.
트러플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트리폴라오trifolao(공인받은 트러플 헌터)와 훈련된 탐지견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보자. 현지 여행사나 아스티Asti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라 빌라 호텔La Villa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이 호텔의 숙련된 트러플 헌터가 호텔 인근 숲에서 채집을 진행한다. 이 체험에서는 트러플이 어떤 나무 주변에서 자라는지, 트러플을 찾는 요령은 물론 보관과 활용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여행 시기를 알바Alba의 화이트 트러플 박람회(10월 10일~12월 6일)에 맞춘다면 더욱 좋다. 축제 기간 동안 마을에는 흰 트러플과 지역 와인,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들어서 활기를 띤다. 라 빌라 호텔의 B&B 더블룸은 1박에 약 51만원부터, 2인이 함께하는 화이트 트러플 채집 체험은 약 34만5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lavillahotel.net
❸ 그리스
크레타에서 올리브 수확을 함께하다
올리브 수확은 그리스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연례행사이다. 크레타섬에서는 지금도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전통 방식 그대로 올리브를 수확한다. 크레타섬 중부 산기슭에 자리한 엘레오나스 컨트리 빌리지Eleonas Country Village는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로, 올리브 숲과 캐롭나무 사이에 자리한 석조 코티지를 갖추고 있다. 일부 객실에는 전용 수영장과 온수 욕조도 마련돼 있다. 매년 11월에 진행되는 올리브 수확 체험을 통해 아침마다 손으로 직접 올리브를 따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수확을 마친 뒤에는 지역 치즈와 풍미 가득한 제철 채소, 갓 구운 빵, 와인, 갓 수확한 올리브를 곁들인 소박한 점심 식사가 이어진다. 이후 갓 딴 올리브를 압착 시설로 옮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다.
하루의 끝은 모두가 함께하는 만찬으로 마무리된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라키raki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2인 기준 7박 숙박 상품은 약 192만원부터, 1인 여행자는 약 163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요금에는 하프보드(조·석식 포함)와 4일간의 올리브 수확 체험, 쿠킹 클래스, 올리브오일 시음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올리브 수확 체험은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운영 예정이다.
eleonas.gr
❹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직접 잡고, 직접 요리하다
깊은 피오르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외딴 섬들을 따라 약 9만650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품은 노르웨이는 오랫동안 어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이 특별한 경험을 위해 전문 어부나 숙련된 낚시꾼일 필요는 없다. 노르웨이 해안 곳곳에서는 ‘캐치 앤 쿡Catch and Cook’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서부 뤼세피오르Lysefjord 입구에 자리한 스타방에르Stavanger도 그중 하나다.
현지 업체 피오르 익스페디션Fjord Expedition은 참가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싯줄을 드리우고 통발을 끌어올리며 폴락pollock과 고등어, 게,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다. 체험에서는 낚시 기술은 물론 잡은 해산물을 손질하는 방법까지 전문가의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해조류를 직접 채취해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런 다음 조개 수프나 바비큐 생선 등 현지 요리를 직접 만들며 갓 잡아 올린 재료를 식탁에서 맛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스타방에르로 돌아온 뒤에는 항구에 자리한 후메렌 호텔Hummeren Hotel에 머물러보자. 전용 부두를 갖춘 이 호텔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피싱 앤 쿠킹Fishing and Cooking 체험은 1인 약 45만이며, 8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된다. 후메렌 호텔의 B&B 더블룸은 1박에 약 29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fjordexpedition.com, hummeren.no
❺ 스웨덴
스웨덴식 가재 파티를 즐기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여름을 대표하는 야외 축제는 미드서머 Midsummer만이 아니다. 8월과 9월이 되면 또 하나의 사랑받는 전통, 크래프트시바kräftskiva, 즉 가재 파티가 열린다. 가재를 잡을 수 있는 짧은 계절을 기념하는 풍습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재를 먹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행자들도 이 특별한 전통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익살스러운 파티 모자를 쓰고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가재를 먹는 모습은 이 축제만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스톡홀름주 윙에른 호수Lake Yngern의 한 섬에 자리한 농장, 미셰 고르드Myssjö Gård에서는 직접 가재를 잡아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참가자들은 뗏목을 타고 호수로 나가 통발을 설치한 뒤 다음 날 다시 물 위로 나가 통발을 끌어올려 가재를 잡고 육지로 돌아와 직접 삶아 맛보게 된다. 농장 주인은 베란다와 헛간, 또는 뗏목 위에서 가재 파티를 열 수 있도록 준비해주지만, 파티 장식과 음료, 그 밖의 음식 재료는 직접 챙겨 가야 한다.
섬에 자리한 유일한 숙소인 미셰 고르드에서는 수면 위에 떠 있는 캐빈과 나무 사이에 설치된 공중 텐트 등 특별한 형태의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2인 기준 2박 글램핑과 가재잡이 체험이 포함된 상품은 약 104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myssjogard.se
❻ 북아일랜드
다운주에서 모닥불 요리를 배우다
다운주County Down의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93만m² 규모의 피네브로그 우즈Finnebrogue Woods에서는 장작불을 피워
야외에서 요리하는 특별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오랜 전통 방식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야생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슴고기와 토끼, 비둘기 같은 야생 육류를 손질하는 법을 배우고 회전식 꼬치구이 장치인 로티서리를 직접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또한 훈연기를 제작해 고기와 생선에 깊은 풍미를 더하는 기술도 배운다.
상주 셰프 로리 고먼Rory Gorman이 진행하는 ‘와일드 켈틱 쿠킹Wild Celtic Cooking’ 프로그램에서는 숲에서 직접 채집한
식재료와 재, 숯불, 장작불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경험한다. 체험의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준비한 음식을 둘러앉아 나누어 먹으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미식 체험 외에도 다양한 부시크래프트bushcraft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숙박은 숲속 캠핑장에서 가능하다. 나무 사이에 조성된 캠핑 사이트는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추어 자연 속에서 온전히 머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캠프파이어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저녁이면 직접 채집한 식재료를 더한 핫포트를 함께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와일드 켈틱 쿠킹’ 1일 체험은 1인 약 14만원부터, 캠핑은 1박 3만8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finnebroguewoods.com
❼ 프랑스
알프스의 야생 식재료를 채집하다
알프스 지역의 음식은 치즈를 듬뿍 사용한 요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산과 들에는 야생 허브와 견과류, 베리류, 버섯 등 자연이 선사하는 재료가 풍부하게 자라고 있다. 언디스커버드 마운틴스는 프랑스 남동부 오트알프Hautes-Alpes의 고산 초원과 호수, 숲을 무대로 가을 야생 식재료 채집을 체험하는 3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매일 서로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데, 모든 일정은 현지 셰프이자 야생 식재료 전문가인 스테판 베르트랑-펠리송Stéphane Bertrand-Pellisson과 함께 숲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걸으며 야생 허브와 식물, 견과류, 베리류를 찾아 나서게끔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약쑥wormwood부터 마가목 열매, 호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야생 식물을 구별하고 찾는 방법을 배운다.
버섯 채집은 현지 약사가 안내한다. 프랑스에서는 약사가 균류학을 배우는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때문에 버섯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며 안전하게 채집을 진행할 수 있다. 채집한 버섯은 모두 요리에 활용돼 버섯 만찬으로 이어진다. 점심 식사는 샹소르 계곡Champsaur Valley에 있는 스테판의 농가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데 야생 식재료를 활용한 보존식과 아이스크림 등도 맛볼 수 있다. 4박 일정은 1인 약 156만원부터이며, 숙박과 대부분의 식사, 3일간의 채집 체험, 두 차례의 쿠킹 워크숍, 가프Gap에서의 왕복 교통편이 포함된다. 프로그램은 9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된다.
undiscoveredmountains.com
❽ 잉글랜드
데번에서 발효를 배우다
발효와 절임은 식재료를 오래 보존하고 장 건강을 돕는 대표적인 식문화로, 세계 곳곳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지혜다. 잉글랜드 이스트데번East Devon의 한적한 전원 풍경 속에 자리한 리버 코티지River Cottage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와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발효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요리사이자 작가 휴 펀리휘팅스털Hugh Fearnley-Whittingstall의 동명 TV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리버 코티지는 제철 식재료와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운영하는 농장이다. 부지 내 레스토랑과 워크숍에서는 텃밭에서 기른 식재료와 주변 지역에서 공수한 재료를 사용한다. 발효 전문가 레이철 드 템플Rachel de Thample이 진행하는 하루 과정의 발효 클래스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와 각종 피클, 도사dosa와 블리니blini 같은 발효 반죽 요리를 배운다. 또한 영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케피어kefir와 김치, 미소된장 등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세계 각국의 발효 식품과 양념을 만드는 방법도 알아볼 수 있다. 점심은 리버 코티지 셰프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저장해 둔 발효 식재료를 활용해 준비한다.
숙박은 농가 본채 또는 별채 코티지에서 가능하다. 공용 욕실을 사용하는 더블룸은 1박 약 31만원부터(B&B 기준)이며, 하루 체험 프로그램은 점심과 다과를 포함해 1인 약 41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rivercottage.net
IN NUMBERS
5kg
올리브오일 1L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올리브의 평균 양.
1960년대
오늘날 스웨덴의 가재 파티가 대중화된 시기. 다만 가재를 함께 즐기는 풍습 자체는 19세기부터 이어져 왔다.
10000년
발효가 식재료를 조리하고 보존하는 데 활용되어 온 역사.
5000유로
2025년 알바 세계 화이트 트러플 경매에서 최고급 화이트 트러플이 기록한 1kg당 거래 가격.
30000종
전 세계에서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식물의 수. 실제로 식탁에 오르는 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