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구이저우성의 외딴 계곡에 800년 역사를 간직한 마을 황강이 자리한다.
목조 건축물로 이름난 이곳에서 둥족 사람들은 노래의 힘으로 고유한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황강의 저녁
해가 저물면 황강도 서서히 고요해진다. 매미 울음이 공기를 가르고, 아궁이에서는 저녁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최근 몇 년 사이 마을과 외부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놓였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황강의 삶은 여전히 느린 속도로 흘러간다. 약 2000명에 이르는 둥족 주민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휴식을 취하며 전통적인 농경 생활을 이어간다.
황강에는 다섯 개의 고루鼓樓가 있는데, 각각 하나의 씨족을 상징한다. 과거에는 고루 꼭대기 층에 북을 설치하고 중요한 행사나 화재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북을 두드려 소식을 알렸다. 오늘날 고루는 회의와 의식, 노래를 위한 공동체 공간으로 쓰이며 여전히 마을 생활의 중심을 이룬다. 그 주변으로 오래된 결구 방식을 활용해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지은 목조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삶이 된 노래
마을의 고루 안에서 전통의상을 갖춰 입은 둥족 여성들이 모여 ‘대가’를 부른다. 둥족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다성부 합창 전통이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노래에는 우정과 친절,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황강의 여성들은 가족 생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둥족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도 한다. 일상에서도 전통의상을 입고 생활하며, 어린 세대에게 선율과 문화적 지식을 전한다.
그들 중 한 명인 우셴량 선생(사진 맨 오른쪽)은 황강 출신 교사다. 2007년부터 마을 아이들에게 대가를 가르치며 자신이 마을 어른들에게 배운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해왔다. 황강 사람들에게 노래는 특별한 공연이 아니라 삶의 일부다.

논과 물이 이루는 공생
농업에 크게 의존하는 황강에서는 전통적인 ‘벼·물고기·오리 복합 농법’이 지금도 이어진다. 논은 물고기의 서식지가 되고, 물고기는 해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오리는 벼 사이를 헤엄치며 곤충을 잡아먹고 배설물로 논에 영양분을 더한다.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이 농법 덕분에 둥족 사람들은 토지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생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태적 균형도 지킬 수 있는 식량 생산 체계다.
둥족의 가장 오래된 축제 가운데 하나인 ‘한톈제喊天節’는 음력 6월 15일에 열린다. 주민들은 가장 좋은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한자리에 모여 하늘을 향해 노래하고 외치며 좋은 날씨와 풍성한 수확을 기원한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노래하는 것으로 축제의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시간은 마을 공동체의 유대를 한층 단단하게 다져준다.

노래가 영혼을 기르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이어가던 대가의 전통은 오늘날 주로 노년 세대가 지켜가고 있다. 마을 어른들은 황강의 구전 음악 유산을 간직한 살아 있는 전승자다. 하지만 젊은 주민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마을을 떠나면서 이 오랜 전통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고유한 문자가 없는 둥족에게 노래는 역사와 이야기를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들의 서사적 노래는 이제 소멸이라는 현실적인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우셴량 선생과 같은 여성들은 황강의 젊은 세대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전통의 명맥을 잇고, 이 지역에 전해지는 중요한 격언을 지켜나간다.
“쌀은 몸을 기르고, 노래는 영혼을 기른다.”
수 세기에 걸쳐 둥족의 정체성을 빚어온 삶의 철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