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분화구를 따라 걷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숲속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고, 소금기 어린 상쾌한 바닷바람을 마시는 시간. 몸과 마음에 재충전이 필요한 여행자를 위해 깊은 회복을 선사할 섬들을 찾아가 본다.

흐바르섬, 크로아티아
추천 여행자. 웰니스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면
주요 경험. 포도밭 산책, 라벤더 아로마 테라피, 친환경 리트리트
기대 효과. 신경계 안정, 수면의 질 개선, 면역 기능 향상
창처럼 길쭉한 모양의 흐바르섬은 오랫동안 달마티아 제도에서 파티를 즐기기 좋은 여행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것이 이 섬의 전부는 아니다. 흐바르 타운과 서쪽 해안에서는 멀리서 밤 문화의 활기가 느껴질지 몰라도, 섬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깊은 평온에 잠겨 있다. 키 작은 관목이 뒤덮인 언덕과 올리브 숲, 테라코타 지붕이 이어지는 마을, 청록빛 바다가 잔잔하게 밀려드는 작은 만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여기에 라벤더밭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세계적인 라벤더 생산 중심지였던 흐바르섬 내륙은 여름마다 보랏빛 꽃물결로 뒤덮인다. 라벤더 축제가 매년 열리는 벨로 그라블례Velo Grablje 마을 주변에서는 꽃밭 사이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라벤더의 매력을 더욱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스타리 그라드Stari Grad 항구 외곽의 곶에 자리한 마슬리나 리조트로 향해보자. 이곳에서는 라벤더 목욕과 라벤더에서 영감을 얻은 트리트먼트로 구성된 전용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은은하게 남아 있는 허브 향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흐바르섬의 활기찬 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면 섬의 동쪽으로 향하자.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 뻗은 하나뿐인 주요 도로를 달리면 된다. 외딴 그로민 돌라츠Gromin Dolac 마을의 캐스트 어웨이 리조트에서는 무인도에 온 듯한 평온함을 누릴 수 있다. 소나무 사이에 합리적인 가격의 A프레임 오두막이 자리하고, 해변 위에 걸린 해먹에 누워 있으면 하루가 느리게 흘러간다. 남쪽 수평선 너머로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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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마슬리나 리조트의 웰니스 숙박은 라벤더 트리트먼트를 포함해 1박에 약 61만원부터다. 자연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휴식을 원한다면 흐바르섬 남쪽 해안의 캐스트 어웨이 A프레임 오두막을 선택할 수 있다. 숙박료는 약 8만3000원부터다.
maslinaresort.com, castawayhvar.com
세냐섬, 노르웨이
추천 여행자. 계절 변화에 맞춰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싶다면
주요 경험. 북극의 빛을 즐기는 시간, 스노슈 하이킹, 사우나 후 바다 입수
기대 효과. 계절성 정서장애 완화, 수면 주기 조절, 세로토닌 분비 촉진
인근 로포텐 제도보다 한적하고 라플란드의 다른 지역처럼 산타클로스를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비지도 않는 세냐섬은 노르웨이 북극권의 장엄한 자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깊게 파인 피오르 위로 화강암 봉우리가 솟아 있고, 유목이 흩어진 해변 곁에는 붉은색 오두막들이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다.
인구가 적고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도 몇 개뿐인 이곳에서는 누구나 걸음을 늦추고 유럽 최북단 특유의 고요함에 젖어든다. 해가 지평선 위로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겨울에는 긴 잠을 즐기거나 온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로라가 춤추기를 기다릴 수 있다. 하문 이 세냐 리조트의 온수 욕조는 오래된 어선을 개조한 것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세냐는 노르웨이의 야외 생활 철학인 ‘프리루프슬리브friluftsliv’를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19세기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널리 알렸고 오늘날에도 많은 노르웨이인이 실천하는 이 개념은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겨울에는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설원을 스노슈를 신고 탐험하고, 해가 길어지는 여름에는 지도에서 뻗은 손가락처럼 보이는 피오르를 따라 카약을 즐길 수 있다. 사우나에서 나온 뒤 곧바로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경험만큼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드물다. 수상 사우나인 담페리에트 사우나Damperiet Sauna에서 도전해볼 만하다. 차가운 북극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피부를 짜릿하게 자극하는 냉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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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하문 이 세냐 리조트의 숙박 요금은 1박에 약 17만원부터이며, 북극권 액티비티를 이용할 수 있다. 담페리에트 사우나는 시간당 약 3만원이다.
hamnisenja.no, damperietsauna.no
이카리아섬, 그리스
추천 여행자. 장수를 꿈꾼다면
주요 경험. 블루존 식단, 온천, 느린 삶이 이어지는 마을
기대 효과. 염증 완화, 신진대사 균형, 기분 개선
그리스의 이카리아섬은 전설에 따르면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한 청년 이카로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름을 딴 섬의 주민들은 장수하기로 유명하다. 이카로스에게 치명적이었던 태양과 바다가 이곳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진다. 오늘날 이카리아는 작가 댄 뷰트너가 선정한 세계 5대 블루존 중 하나다. 블루존은 사람들이 유난히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역을 가리킨다.
작은 섬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이카리아 주민들의 장수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환경부터 그렇다. 테르마Therma의 해수 온천에서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얕은 바닷물 속으로 솟아오르고, 사람들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식생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 식탁에는 해산물과 채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야생 허브가 자주 오르며, 아피아네스Afianes 같은 가족 경영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적당히 곁들인다.
이웃을 서로 돌보는 문화 역시 이카리아의 특징이다. 그리스 내전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이 섬으로 추방되었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는 공동체 의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동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마을 축제인 파나기리아panagiria에 참여하면 이러한 연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동안, 흥겨운 기운은 한때 이카로스가 날아올랐던 하늘만큼이나 높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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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테르마 온천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피아네스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은 직접 예약할 수 있으며, 비용은 약 5만2000원이다.
visitikaria.gr, afianeswines.gr
이스키아섬, 이탈리아
추천 여행자. 역사와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여행자
주요 경험. 유서 깊은 온천 마을, 천연 온천탕, 치유용 머드 테라피, 절벽을 따라 자리한 노천탕
기대 효과. 신체 해독 작용, 관절 통증 완화, 피부 재생
DAY 1 | 온천 여행의 시작, 섬과 친해지는 시간
나폴리에서 페리로 불과 50분. 이스키아섬에 도착하는 순간 삶의 속도가 달라진 듯하다.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나폴리가 거칠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다면, 섬 북쪽 해안의 이스키아 포르토Ischia Porto에는 한결 느긋한 리듬이 흐른다. 오랫동안 나폴리 사람들의 휴양지로 사랑받아온 역사가 이곳의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푸른 바다를 따라 요트가 물결에 흔들리고 아담한 부티크와 활기찬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다. 번화한 해안가를 벗어나면 해변과 섬의 한적하고 때 묻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택시를 타고 SP270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자. 잔잔한 산몬타노만San Montano Bay에 자리한 호텔 델라 바이아Hotel Della Baia가 앞으로 3일 동안 머물 숙소다. 이 호텔은 네곰보 수치료 공원Negombo Hydrothermal Park 안에 자리한다.
약 8만9000m²에 걸쳐 펼쳐진 네곰보는 인문주의자이자 식물학자인 루이지 실베스트로 카메리니 공작Duke Luigi Silvestro Camerini이 1940년대에 설립했다. 아름답게 조성된 식물원과 이스키아의 명물인 화산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연적으로 데워진 온천수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네곰보의 여러 온천탕과 편안한 스파 트리트먼트 룸에서 하루 종일 머물고 싶겠지만, 오후에는 리조트 밖으로 나가 이스키아의 오랜 수치료 전통을 탐험해보자. 이 섬의 온천수는 로마 시대부터 치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로마의 박물학자이자 저술가인 대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 역시 그 효능을 높이 평가했다.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면 서쪽 해안의 포리오Forio에 도착한다. 하얗게 칠해진 소코르소 교회Chiesa del Soccorso를 둘러본 뒤 포세이돈 가든스 온천 공원Poseidon Gardens Thermal Park에서 다시 한번 온천욕을 즐겨보자. 이곳에서는 모래사장이 펼쳐진 치타라만Citara Bay을 바라보며 해수탕과 화산 온천탕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저녁이 찾아오면 포리오의 아름다운 구시가지를 거닐다 코레 아 코레Core a Core 같은 전통 식당에서 현지 해산물을 곁들인 파스타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DAY 2 | 자연과 역사, 치유의 시간
수천 년 동안 이스키아의 온천수는 섬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해왔다.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이 처음 의식에 사용했고, 이후 로마인들은 온천수의 치유 효능에 주목했다.
이스키아가 웰니스 여행지로 사랑받는 이유를 자연 속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아침에는 섬에서 가장 높은 에포메오산Mount Epomeo으로 가이드 하이킹을 떠나보자. 해발 789m에 이르는 산은 일부 구간의 경사가 가파르지만 정상에 오르면 그만한 보상이 기다린다. 푸른 언덕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 후에는 응회암을 깎아 만든 산 정상의 레스토랑 라 그로타 다 피오레Ristorante La Grotta da Fiore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즐겨보자.
섬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토끼고기 스튜 같은 현지 특선 요리까지 맛보았다면 오후에는 이스키아의 역사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볼 차례다. 동쪽 해안에 자리한 아라곤성Castello Aragonese까지는 차로 30분쯤 걸린다. 작은 섬 위에 세워진 이 중세 요새는 돌로 만든 둑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기원전 5세기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곳으로 수도원과 감옥, 지하 묘지까지 갖추고 있다.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성에 얽힌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여름철 열리는 콘서트와 축제에서는 이 유서 깊은 장소의 현대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면 저녁에는 소르게토만Sorgeto Bay에서 피로를 풀어보자. 아라곤성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남쪽 해안에 자리한 이곳은 이스키아의 또 다른 온천 명소다. 화산 활동으로 데워진 해수가 바위 사이로 흘러들어 천연 온천탕을 이루며, 몸을 담그기 좋은 온도를 유지한다. 입장료도 없고 피크닉도 자유롭다. 현지인들은 가장 뜨거운 온천수에 삶아 먹으려고 달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스키아에서 생산한 와인 한 병을 열면 소박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야외 저녁 식사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DAY 3 | 머드 테라피와 시장, 지중해의 일상
이스키아의 온천수에 가볍게 몸을 담가보았다면 이제 조금 더 깊이 있는 치유를 경험할 차례다.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북쪽 해안의 라코 아메노Lacco Ameno로 향하자. 유서 깊은 온천 마을인 이곳은 섬의 화산 토양에서 얻은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을 사용하는 팡고fango 테라피로 유명하다. 이스키아의 전통적인 치유 요법을 가장 호사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고급 호텔 레지나 이사벨라Regina Isabella에서는 현지 온천수에 6개월 동안 숙성해 치유 효능을 높였다고 알려진 벤토나이트 점토를 온몸에 바르는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이 요법은 신체 해독 작용을 돕고 근육과 관절의 통증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트리트먼트를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더없이 평온해진 기분이 들 것이다. 이제 파스텔색 상점들이 늘어선 마을을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일 풍고Il Fungo 해변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피테쿠사이 고고학 박물관Archaeological Museum of Pithecusae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이곳에는 고대 그리스 도자기와 로마 시대의 닻을 비롯해 오래된 온천 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과 이야기가 가득하다.
르 칸초니 델 마레Le Canzoni del Mare처럼 바닷가에 자리한 편안한 레스토랑에서 생선구이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에는 네곰보로 돌아가 스파 시설과 황금빛 해변을 만끽해본다. 온천탕과 해수탕을 오가고 따뜻한 폭포수 아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폐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소금 동굴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이스키아가 선사하는 치유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했다면 여행의 마지막은 보트 투어로 장식해본다. 포리오에서 배를 타고 섬의 극적인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면서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음미하고 얕은 바다에 마지막으로 몸을 담그면 여행의 마무리로 제격이다.
아이오나섬, 스코틀랜드
추천 여행자. 영적인 휴식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한다면
주요 경험. 켈트의 영성과 연결된 치유의 산책, 차가운 바다에 몸 담그기, 은둔과 명상
기대 효과. 신경계 안정, 정서적 안정감 회복, 마음챙김 증진
영적인 안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흔히 먼 곳으로 눈을 돌린다. 인도의 아슈람이나 아마존의 아야와스카 리트리트, 발리 언덕의 이끼 낀 정원 같은 곳들 말이다. 하지만 영국 제도에도 오랜 영적 수행의 역사가 있다. 초기 기독교 성인들이 대서양 연안의 바람 거센 외딴곳으로 물러나 은둔하던 전통이다. 이들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섬에 자리를 잡고 부서지는 파도와 바닷새의 울음소리를 벗 삼아 자신만의 고요한 세계를 찾았다. 바로 그런 곳에서 기도가 가장 선명하게 하늘에 닿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아이오나Iona다. 스코틀랜드 이너헤브리디스Inner Hebrides 제도에 자리한 이 섬은 바위투성이에 나무도 거의 없지만 중세 초기 영국에 기독교가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이곳의 수도사들은 자연과 신비주의를 중시하는 신앙을 따랐으며 그 중심에는 성 콜룸바Saint Columba가 있었다. 그는 고향 아일랜드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작은 가죽배 코러클coracle을 타고 거친 대서양을 건너 아이오나에 도착한 인물로 유명하다.
오늘날에도 아이오나에 가려면 도로와 철도, 페리를 이용하는 길고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한다. 극소수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 성스러운 섬에 발을 디디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순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나의 순례는 글래스고퀸스트리트역Glasgow Queen Street Station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웨스트 하이랜드 라인West Highland Line 열차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기차는 양치식물로 뒤덮인 골짜기와 눈이 살짝 내려앉은 스코틀랜드의 산봉우리 사이를 덜컹거리며 달린다. 오반Oban 항구에서는 오후 페리에 올라 린네 호수Loch Linnhe를 건넌다. 배는 차가운 바다 위에서 흔들리고 깜빡이는 등대들이 항해를 지켜본다.
멀섬Isle of Mull의 크레이그뉴어Craignure 항구에 도착하면 저녁 버스가 기다린다. 버스는 황량한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외길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들판에서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사슴 무리의 눈이 반짝인다.
출발한 지 이틀째, 마침내 여정의 마지막 구간에 오른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작은 페리를 타고 물결이 일렁이는 아이오나 해협Sound of Iona을 건넌다. 그제야 성스러운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오나는 길이 약 4.8km, 폭 약 1.6km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상주 인구도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해안에는 소박한 오두막이 줄지어 있고 기념품 가게와 성수기 여행자를 위한 호텔이 자리한다.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공교롭게도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563년 성 콜룸바가 세운 수도원의 역사를 잇는 아이오나 수도원Iona Abbey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도 사람들은 사색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세상과 멀리 떨어진 섬의 지리적 특성은 순례자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지나온 삶의 길과 앞으로 걸어갈 여정을 돌아보게 한다.
“섬은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줍니다.”
아이오나 공동체Iona Community에서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이언 듀어Ian Dewar 목사가 설명한다.
“살다 보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때도 있고, 한발 물러나야 할 때도 필요합니다. 마치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처럼요.”
1938년에 설립된 아이오나 공동체는 현재 중세 수도원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초교파 기독교 단체다. 이곳에서는 종교가 무엇이든, 신앙에 확신이 없든, 심지어 종교가 전혀 없더라도 리트리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공동 작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토론에서는 진보적인 정치적 의제가 자주 다뤄진다.
나 역시 프로그램 하나에 참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가 편안한 리듬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낮에는 잡초를 뽑고 딸기를 심는 작업팀에 배정된다. 저녁이면 공동 식당에서 푸짐한 식사를 나누고, 중세 수도원에서 촛불을 밝힌 예배에 참석한다. 헤브리디스의 거센 바람이 유리창을 흔들고,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추위를 막으려 방울 달린 털모자를 쓰고 있다. 밤에는 중세 수도원의 회랑이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잠을 청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 슬레이트 지붕 위에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있다. 이 수도원은 스코틀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선교사들의 거점으로서 영국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에는 권위적인 분위기나 위계질서가 없다. 특정 신앙이나 의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편안한 대화와 부담 없는 침묵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의 상당 부분은 수천 년 동안 순례자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 데 쓰인다.
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느 저녁, 나는 섬 남쪽의 자갈 해변인 성콜룸바만St Columba’s Bay으로 향했다. 전설에 따르면 성 콜룸바가 작은 코러클을 타고 처음 섬에 발을 디딘 곳이다. 이어 백오브디오션만Bay at the Back of the Ocean의 차가운 바다에 몸을 담근다. 거대한 초승달 모양 해변에는 북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몰아친다. 콜룸바를 비롯한 켈트 기독교의 성인들이 정신을 집중하고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는 수행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이오나에서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장소는 따로 있다. 섬 중심부의 구릉 사이에 반쯤 숨어 있는 돌무더기 유적, 은둔자의 거처Hermit’s Cell이다. 전승에 따르면 성 콜룸바는 때때로 추종자들과 떨어져 홀로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둥글게 쌓은 돌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은둔 장소로 더없이 아름답다. 풀숲이 주변을 감싸고 낮은 바위 절벽이 바람을 막아준다. 멀리 대서양까지 시야가 탁 트인다. 켈트 기독교 신자들은 이른바 ‘두 권의 책’을 믿었다고 전해진다. 첫 번째 책은 성경이고, 두 번째 책은 자연의 모든 피조물이다. 자연의 리듬과 섬세한 모습 속에서도 전능한 신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종교가 없는 순례자라 할지라도 아이오나에서 돌아오는 페리에 오를 때면 무언가를 배워 돌아갈 수 있다. 모래사장이 선사하는 깊은 평온, 아이오나 수도원의 안식, 섬 주민들과 나누는 교감 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한때 사람들이 알고 있던 세상의 끝이었던
거대한 대양이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요동치는 바다와 맞닿은 이 바위투성이 해안은 삶의 지혜를 얻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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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아이오나 공동체에서는 아이오나 수도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6박 리트리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든 식사와 가이드가 이끄는 성찰 프로그램이 포함되며, 참가비는 약 154만5000원부터다.
iona.org.uk
니시로스섬, 그리스
추천 여행자. 화산의 에너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요 경험. 화산 분화구 트레킹, 시간이 멈춘 듯한 전통 마을
기대 효과. 관절 통증 완화, 스트레스 감소
지름이 8km도 채 되지 않는 니시로스섬Nisyros Island은 도데카니사 제도의 유명한 섬들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섬이다. 비옥한 화산 토양 덕분에 에게해의 다른 지역보다 녹음이 짙고 분위기도 훨씬 한적하다. 해안에 자리한 주요 마을, 만드라키Mandraki와 팔리Pali에는 하얗게 칠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 섬에는 활동 중인 스테파노스Stefanos 화산이 있으며, 거대한 분화구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분화구 바닥에는 황 결정이 굳어 있고, 쉭쉭 소리를 내며 증기를 뿜어내는 분기공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이러한 지열 에너지는 오래전부터 치유와 연결되어 왔다. 현지 전설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류머티즘과 관절염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유서 깊은 공중 온천 시설은 문을 닫았지만 엠포리오스Emporios 마을에는 지금도 무료로 이용하는 사우나가 남아 있다. 지열 증기가 소박한 석조 공간 안으로 흘러들도록 만든 곳으로, 강렬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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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만드라키나 팔리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팔리에는 아마란티 하우스 앤 아트Amaranti House n’ Art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숙소가 있으며, 1박에 약 19만4000원부터다.
사레마섬, 에스토니아
추천 여행자. 느린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면
주요 경험. 주니퍼 사우나, 머드 테라피, 자연 속 산책
기대 효과. 호흡기 건강 개선, 피부 재생
에스토니아 서부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사레마Saaremaa는 수도 탈린의 남서쪽 수르 해협Suur Strait 건너편에 자리한다. 인구가 적고 지형이 평탄한 이 섬에는 고요한 산책로와 스파 호텔, 자연 친화적인 웰니스 리트리트가 곳곳에 자리한다. 그중 호이아 네이처 스파는 현지 식물과 이탄, 바닷바람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섬의 중심 도시인 쿠레사레Kuressaare까지는 버스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자연보호구역으로는 스텔러바다오리 등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인 빌산디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사레마가 속한 제도 전체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이탄 습지와 가문비나무, 소나무, 자작나무가 자라는 알바르 숲을 보호하고 있다. 섬 면적의 약 40%가 숲으로 덮여 있어 공기도 유난히 맑다. 1824년 미네랄이 풍부한 섬의 진흙에 치유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 기록된 이후 사레마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의 휴양지로 사랑받아왔다. 오늘날 테라피스트들은 해안에서 채취한 해조류와 풀을 트리트먼트에 활용한다. 여기에 오랜 사우나 전통도 이어진다. 뜨거운 증기로 몸을 데우고 주니퍼 가지 다발로 몸을 가볍게 두드린 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수분을 보충하는 과정.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깊은 안정감을 되찾게 해주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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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호이아에서는 사우나와 온수 욕조 이용이 포함된 이글루형 오두막 숙박을 제공한다. 1박에 약 27만원부터다.
hoianaturespa.com
아소르스 제도, 포르투갈
추천 여행자. 활동적인 웰니스 여행을 즐긴다면
주요 경험. 숲과 화산 분화구 트레킹, 지열 온천욕, 고래 관찰
기대 효과. 심혈관 기능 강화, 호흡기 건강 개선, 기분 개선
한때 농업과 어업, 포경업에 의존했던 아소르스 제도Azores는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조용한 웰니스 여행지이자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거듭났다. 런던에서 비행기로 4시간 남짓 걸리는 제도 최대의 섬 상미겔São Miguel에 머물거나 나머지 8개 섬을 오가며 여행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활동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화산 분화구와 숲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고 폭포와 해안의 천연 암반 웅덩이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일부 웅덩이는 지열로 데워져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도 좋다.
상미겔섬의 중심 도시 폰타델가다Ponta Delgada에서는 검은색과 흰색 돌로 장식한 칼사다calçada 보도와 보석함처럼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교회들이 어우러져 포르투갈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시에는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스파 호텔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더욱 인상적인 온천욕을 경험하려면 동쪽으로 약 43km 떨어진 푸르나스Furnas로 향하자. 이곳에서는 포사 다 도나 베이자Poça da Dona Beija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테라 노스트라 공원Parque Terra Nostra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8세기에 조성된 테라 노스트라 공원은 울창한 식물원 안에 철분이 풍부한 온천 호수를 품고 있다.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동물들과 교감하는 경험은 전통적인 웰니스 활동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점차 주목받고 있다. 아소르스 제도에서는 유럽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은 확률로 고래와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폰타델가다와 피쿠섬의 라즈스 두 피쿠Lajes do Pico, 파이알섬의 오르타Horta에서 고래 관찰 투어가 출발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고래나 돌고래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조성된 아소르스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Azores Marine Protected Area Network는 28종의 고래류가 이용하는 먹이터와 이동 경로를 보호한다. 제도 전체는 고래 유산 지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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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스파 호텔과 고래 관찰, 가이드 하이킹을 즐기려면 폰타델가다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지열 온천욕에 집중하고 싶다면 푸르나스에 머물자. 포사 다 도나 베이자의 주간 입장료는 약 1만8000원부터이며, 테라 노스트라 공원의 성인 입장료는 약 2만5000원부터다.
pocadonabeija.com, parqueterranost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