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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본연과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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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호

 

“밤바다는 낮보다 푸르다.
연분홍빛 야광충으로 가득 찬 바다는 밤이 되자 푸른빛을 발한다.
파도가 치고 바위틈으로 바닷물이 밀려들면 더욱 밝게 빛난다.
그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갯바위에 앉아 모기와 사투하며 밤을 지새우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대지에서의 탐험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야광충이 빛을 발한 푸른 세상.

바다의
오로라

생체 발광 능력을 지닌 1mm 남짓한 플랑크톤(학명: Noctiluca SP)은 세계 곳곳의 얕은 해안가에서 만날 수 있다. 담수의 유입이 많아지고 수온이 높아지는 계절에 주로 번성하는데, 대규모로 증식하면 연분홍의 적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야광충이라 불리는데, 물리적 충격을 받게 되면 바다에 숨은 보석처럼 신비로운 푸른빛을 발한다. 밀도가 높을수록 더욱 밝게 빛난다. 그 모습이 바다 위 은하수 같기도 한데 해류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만나기가 매우 까다롭다. 연안에서 방대하게 증식한 야광충이 해류를 타고 만 깊은 곳까지 밀려들어 정체된 바다를 메웠다. 골 깊은 바닷가 거대한 바위틈까지 가득 채운 야광충은 반복해서 치는 파도에 강렬한 빛을 발산한다. 밀도가 높은 푸른 물결은 세상을 뒤덮을 만큼 강렬하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1mm 남짓한 야광충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그 빛이 인공위성에서도 확인이 될 정도니까. 마치 바다 위 오로라처럼 보였고 마법에 홀린 듯한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반딧불이 서식지.

대지의
반짝임

길이 397.79km,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하여 군산만으로 이어진 금강(錦江)은 호강(湖江)으로 불리기도 한다. ‘잔잔한 물결이 마치 호수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전한다.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얕으며 잔잔한 유역이 많아 강과 숲을 매개로 살아가는 반딧불이의 서식지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상류에 위치한 금산군은 강 주변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광공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역도 많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운문산반딧불이의 최대 서식지로 손꼽히는 이곳은 습지 지형과 무성하게 자란 풀, 몇 그루의 나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공해를 막아주고 있다. 활동 절정기에는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일제히 발광하며 2주간 짧지만 강렬한 빛의 대향연을 벌였다. 수많은 크리스마스트리 전구가 반짝이는 것 같은 풍광이 이제는 댐의 방류로 인해 모두 사라져버렸다. 

 


※ 탐험사진가 윤은준은 우리가 평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찰나를 포착한다. 은하수를 11년, 반딧불이를 9년, 야광충을 7년 동안 촬영해오며 한국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빛과 어둠 사이 험난한 과정을 수없이 이겨내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는 오늘도 어디선가 모험을 감행할 것이다.

글. 윤은준EUN-JUN YUN
사진. 윤은준EUN-JUN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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