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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하드코어한 기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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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호

 

“지붕도 없다. 의자도 없다.
화물칸에는 철광석이 가득 차 있다.
12시간 동안 사하라를 가로지르는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
아마도 가장 위험한 기차.
그럼에도 매일 누군가는 이 기차에 오른다.”

 

철광 기차를 탈 때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바로 철가루다.
철가루가 묻은 옷은 모두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근처 시장에서 중고 의류를 사 입었다.
미세한 철가루가 가방 속까지 침투한다고 해서 대형 비닐봉지에 모든 짐을 넣고 묶었다.
지붕이 없는 기차라 밤에 혹독하게 춥다고 겁을 주기에 솜이불까지 준비했는데, 어떤 이들은 매트리스까지 가지고 간다고 한다.
한밤중 딱딱한 철광석 위에 누워 있으려니 사실 매트리스 생각이 조금 나기도 했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리타니의 영토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이 차지하고 있다. 동쪽의 사하라 깊은 곳에서 그들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철광석을 채굴하는데, 이 방대한 양의 철광석을 대서양으로, 그들의 항구 도시인 누아디부Nouadhibou까지 운반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모리타니의 철광산지 주에라트Zouerat에서 출발해 24시간에 걸쳐 사하라를 횡단하는 철광 기차다. 길이가 3km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열차이기도 하다.

철광석을 싣는 기차니 당연히 화물칸뿐이고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리는 없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모리타니 사람들은 이 기차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사하라 사막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그들이 대서양을 마주한 도시까지 나가려면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교통편이 복잡한 것은 물론 비용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기차에 그냥 올라타면 하루도 안 걸려서 누아디부까지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과 돈을 절약해야 했던 모리타니의 서민들이 이 기차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기차 위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촘Choum이라는 마을을 찾았다. 기차는 이곳에 잠시 정차하는데, 바로 그때 현지인들은 앞다투어 가장 가까운 화물칸으로 달려간다. 화물칸 사다리에 올라 반대편으로 겨우 짐을 집어 던지고 넘어가면 열차에 가득 찬 철광석 위로 발을 내딛는다. 기차는 서서히 출발하고 철가루는 공기를 가득 채운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며 서쪽으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기차에서 보낸 밤은 무척 추웠고, 몸에 묻은 철가루는 며칠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지만, 평생 지우지 못할 경험 또한 얻었다.

 

(왼쪽부터)
테르짓Terjit은 사막이 대부분인 모리타니 땅의 소중한 오아시스다. 현지인의 휴가지로도 인기가 높다.
모리타니 사람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온 무어인이다.
지금도 사막 곳곳에 거처를 마련해두고 계절에 따라 주거지를 옮기는 이들이 존재한다.

케이채는 꾸며지지 않은 순간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담기 위해 세상을 방랑하는 사진가다. 여러 권의 사진집과 책을 출간한 그는 지금까지 85개국을 방문했는데, 100개국까지 사진으로 담아 자신만의 ‘지구 조각’을 완성하는 꿈을 품고 있다. 

글. 케이채K. CHAE
사진. 케이채K.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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