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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를 구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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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호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고된 싸움을 이어간다.
환경을 지키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은 위협에 처한
자연의 찰나를 포착하는 것.
한 사진가는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대한 계곡을 내려다보며 홀로 선 나무. 거친 폭풍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대지를 비추는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완벽한 한 장을 담기 위해 수년 동안 그랜드캐니언을 구석구석 다니며 깨달은 것은 이곳이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다. 거대한 공간과 작은 생명체, 수십억 년 동안 형성된 계곡과 불과 몇 백 년을 살아가는 판데로사Panderosa 소나무. 이러한 대비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이 나무들이 자연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랜드캐니언을 내려다보는 나무는 많지 않다. 낭떠러지에 가까우면 아슬아슬 버티다가 떨어져버리고, 멀면 계곡을 내려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우스 림South Rim을 몇 년 동안 샅샅이 살폈지만, 나의 이상향은 단 스무 그루뿐.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이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없이 정적이고 변할 것 같지 않던 그랜드캐니언도 이렇게나 빨리 본연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랜드 캐니언을 관통하는 콜로라도강은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점점 더 말라가고 있다.

외계 행성의 모습과도 같은 풍경으로 잘 알려진 모노Mono 호수의 사우스 투파South Tufa. 해발 1946m의 호수는 크기가 서울의 3분의 1 정도이며, 호숫물의 염분 함량이 극도로 높아 극한의 환경을 이룬다. 이곳에서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특이 생명체를 발견해 큰 화제가 되었다. 일반적인 생명체와 달리 인Phosphorus 대신 독성물질 비소Arsenic를 먹고 사는 희귀 박테리아의 존재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곳에도 사실 아픔이 서려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개발로 수자원 확보가 큰 과제로 떠오르면서 1940년 수로가 건설돼 모노 호수의 물을 빼가기 시작한 것. 이후 수질이 극단적으로 악화하여 염분의 농도가 더 짙어지고 수위가 낮아져 암염의 형성이 가속화되었다. 이 비현실적인 풍광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는 생태계의 소리 없는 절규가 들렸던 것이다. 이후 모노레이크위원회Mono Lake Committee가 창립되어 호수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수로를 차단하면서 그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기이한 모노 호수의 사우스 투파.

※ 자연사진가 이학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와중에 여행을 다니며 모은 빠삭한 정보로 자타 공인 ‘스탠퍼드 최고의 여행 전문가’로 불렸다. 수많은 여정 속에서 그는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촬영하며 족적을 남기고 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 여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창업가로 활동 중이다. 

글. 이학HARK LEE
사진. 이학HAR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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