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THER
GRAND ADVENTURE
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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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호

 

“영화에서 포착한 모험적 순간.”

 

괴물Ogre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아이거산.

알프스산맥에 자리한 아이거 북벽은 1800m 높이의 직벽인 데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혹독한 눈사태 등으로 등반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산화했으며 그만큼 등정이 어려운 루트이다. 이곳의 영문명은 노스페이스이다. 영화 <노스페이스>는 아이거 북벽 초등에 도전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36년 나치는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아이거 북벽 초등을 부추겼다. 친구 사이인 토니 쿠르츠Toni Kurz와 안디 힌터슈토이서Andi Hinterstoisser는 각기 다른 이유로 도전을 결심한다. 기상 정보와 등산 장비 등의 기술이 현재와 달리 열악했던 당시, 그들은 아이젠 같은 장비를 손수 제작해 자전거를 타고 아이거 북벽 아래까지 이동했다.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 출신의 산악인 빌리 앙게러Willy Angerer와 에디 라이너Edi Rainer 역시 등반에 나선다.

생과 사를 넘나들며 등정하는 과정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는데,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당장에라도 구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결국 넷은 모두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 정신은 불멸하다. 아이거 북벽의 한 지점에 안디의 성을 붙여 힌터슈토이서 트래버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BEHIND THE SCENES 

이후 1938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하인리히 하러 등정대가 토니와 안디가 개척한 루트를 따라 아이거 북벽을 초등한다. 스위스 융프라우요흐행 기차가 정차하는 아이거글레처역에서 클라이네샤이데크역까지, 약 2.2km 길이의 하이킹 코스를 아이거 워크Eiger Walk라고 한다. 걷다 보면 도중에 만날 수 있는 팔보덴제Fallbodensee. 융프라우철도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인공호수로 아이거 북벽 등정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자리한다. 아이거 북벽을 오르다 산화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석이 호숫가를 따라 놓여있는데, 한국인 등반가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글. 김민주MIN-JOO KIM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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